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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새장 문이 열린 후 #1 유토피아에 살다 #2 그들만의 유토피아 #3 모두의 유토피아를 위하여 epilogue 열린 새장 밖으로 날다 |
Yume Tsujido,つじどう ゆめ,ツジドウ ゆ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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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 구내의 빌라에 갇혀 지내던 세 살 남자아이와 한 살 여자아이가 구조된 사건으로, 경시청은 오늘 두 아이의 어머니인 나토리 히로코 씨를 감금 용의자로 재체포했습니다. 이달 5일, 두 자녀만 두고 수일 동안 집을 비워 양육을 방임한 나토리 씨는 보호 책임자 유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 엿새에 한 번 있는 당직 날 밤. 모리가키 리호코는 무전기를 들고 경찰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수사 차량의 조수석에 뛰어오르자, 신입 하야시베 가이토는 운전석에 이미 타고 있다. 형사과에 배속된 지 막 2주가 지난 참이라, 아직은 심야 현장 출동에 익숙지 않을 터였다. 필시 긴장하고 있겠거니 했는데 돌아보는 얼굴이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 남자는 갑자기 말을 끊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리호코도 남자의 시선을 따라 홱 뒤돌아봤다. 5미터쯤 떨어진 사거리에 몸집이 작은 여자가 서 있었다. 밝은 하늘색 상의와 하얀색 롱스커트 차림에 긴 갈색 머리가 어깨에 드리워져 있다. 전봇대에 숨어 이쪽을 살피던 그녀는 리호코와 눈이 마주치자 뒤로 성큼 물러섰다. ― 열일곱 살 무렵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졌다. 냉장고에 있던 음식으로 버티며 한 달 정도를 기다렸다. 그래도 돌아오지 않자 두려움에 떨며 집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정처 없이 배회하다가 술집들이 즐비한 번화가로 들어섰다. 배가 고팠지만, 돈도 없고 먹을 것을 어떻게 사야 할지도 몰랐다. ― 지금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비상사태 선언으로 주류를 제공하는 가게들이 휴업 중이라 꽤 조용해졌지만, 근본적인 치안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가마타는 PC방 격전지이기도 했다. 집 대신 PC방에 머무르며 일용직 일을 하러 나가는 난민도 많아 세간에서는 간이 여관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신분증이 없는 하나도 이 주변에서 지낼 수 있었던 모양이다. ― 수염 탓에 나이를 짐작할 수 없지만 리호코가 보기에 자기 또래쯤으로 보였다. 남자치고는 긴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 옆으로 흘러내리고 얇은 입술은 느슨하게 풀어져 있다. 그 색채 없는 눈이 리호코의 전신을 관찰하듯 위아래로 움직였다. 리히코는 식품 공장 관계자에게 들켰을 때를 대비해 변명거리는 생각해뒀는데 식은땀만 흐를 뿐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묘한 아우라를 내뿜는 남자였다. ― 리히코는 다쿠로의 불평을 들으며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아까부터 하나가 여기 없는 것을 기회로 요시코도 다쿠로도 하나를 질책하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하긴 바깥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열다섯 명이 공동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부딪히는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곳 주민들의 감정이 서로 엉켜 있을 것이라고 리호코는 짐작했다. ―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리호코는 새장 사건과 1년 뒤 발생한 피해 아동 유괴사건과 관련된 당시 수사보고서를 훑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건이 발생한 곳은 신주쿠구다. 오타구 관할서에 근무하는 리호코가 정보를 조회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상사를 통해 정식 루트로 의뢰하려면 하나와의 약속을 깨고 유토피아의 존재를 공개해야 한다. ― 리호코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경시청 수사1과 특명수사대책실로 전화를 건 것은 오늘 오전의 일이었다. 처음 전화를 받은 상대에게는 ‘진술이 모호해서 진위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새장 사건에 대해 진술한 피의자가 있다. 혹시 모르니 담당 수사원의 판단을 들어보고 싶다’라며 거짓말을 했다. 전화를 받은 하야마에게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만나서 하고 싶다는 말만 전했다. ― 내부가 탁 트인 가게였다. 달콤한 냄새가 감돌고, 각 테이블에는 새하얀 티포트가 놓여 있다. 창문에 걸린 하얀색 블라인드는 석양이 비쳐 주홍색으로 빛나고 있다. 가마타 경찰서에 근무한 지 4년이 되었지만, 역사와 연결된 상업 시설에 이처럼 인기 있는 팬케이크 카페가 있는 줄은 몰랐다. 눈앞에서 초콜릿 시럽이 듬뿍 뿌려진 팬케이크를 하나가 맛있다는 듯 입안 가득 넣고 있다. ― 다섯 번째는 외부인과의 관계가 일절 금지되어 있다는 것. 만일 접촉했다면 그 상대의 신원과 대화 내용을 신속히 협상계에 보고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규칙을 어긴 일로 벌을 받게 된다. 폭력이나 식사를 거르는 일처럼 신체를 손상시키는 행동은 유토피아에서 가장 죄스러운 행위이기 때문에 금지되어 있다. 이를 어길 시에는 급여 삭감 또는 근신 등의 처벌을 받는다. ― 유괴범은 대리 상담사를 가장해 접수대 직원을 교묘하게 속이고 어린 남매를 시설에서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것도 모르고 다른 데서 일하고 있던 이토는 연락을 받고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그런데 24년 후 나토리 남매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안부를 묻고 싶었으리라. 밤 9시 반이라는 늦은 시간에도 이토가 약속에 응한 이유다. ― 리호코는 무호적 문제에 대해 인터넷으로 조사하다가 문부과학성의 홈페이지에서 ‘호적이나 주민표가 없는 경우의 취학 절차 문제’라는 페이지를 보았다. ‘무호적인 경우는 보호자가 그 자녀를 취학시킬 수 없다고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적극적으로 절차를 밟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라는 문장을 읽고 이걸 이용해 볼 수 있겠다 싶어 무릎을 쳤었다. ― 하야마의 시들한 대답에 리호코는 낙담했다. 테페이가 창고 뒤 수납함에서 지저분한 아이 옷을 꺼낸 건 역시 리호코를 흔들기 위해서였나? 친부모가 돌아왔을 때 보여주려고 처음 입었던 옷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유괴범이라면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유기된 아이를 발견했다는 건 사실이다. 그런 허점투성이의 주장을 형사가 받아들일 리 만무한데, 테페이는 진심으로 리호코를 속이려 했다는 건가? ― 짚이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유토피아의 주민 중 누군가가 범인일 가능성도 있다. 규칙을 어기고 외부인과 교제하던 하나를 벌주기 위해 저지른 짓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땅한 동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평소 자전거조차 타지 않으려는 그들이 어떻게 상대 남성을 죽이려 했단 말인가? 또 규칙을 어긴 벌이라면 사이토 도시키를 공격할 게 아니라 하나를 창고에 감금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아니면 하나를 여자로서 열렬히 좋아하는 주민이 질투에 미쳐 연적을 찌른 거라면 동기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유토피아에 그럴 만한 인물은 없어 보인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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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는 남자친구를 뒤에서 칼로 찔러 현행범으로 체포된 가냘픈 여성 하나, 범죄를 인정하던 그녀가 검찰로 넘겨진 뒤 자백을 번복한다. 어린 딸이 있는 강력계 형사 리호코는 하나가 이름도 주민번호도 없는 무호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민을 느낀 리호코는 하나의 뒤를 쫓다가 수상쩍은 집단공동체 ‘유토피아’를 발견하는데…. 그녀는 문득 22년 전 일본 사회를 뒤흔든 ‘새장 사건’의 유괴 피해 아동이 유토피아와 관련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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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묻혀 있던 미제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드러난 잔혹한 범죄! 국가와 사회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자들의 안타까운 유리성,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당신은 과연 깨트릴 수 있는가 흩어진 새의 사체들과 함께 발견된 3세 남자아이와 1세 여자아이. 이상한 새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이웃들의 제보로 구출된 그들은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하고 새의 날갯짓을 따라 하며 걸을 때도 새처럼 총총거렸다. 남매의 엄마 나토리는 자녀를 집에 방치해 두고 새모이만 준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로부터 1년 후, 아동 보호시설에 살던 ‘새장 사건’의 피해자 남매는 다시 누군가에게 유괴되어 실종되고 말았다. 국가와 사회, 심지어 혈연에게서도 버림받은 무호적자들이 모인 공동체 ‘유토피아’는 그들만의 국가, 안식처를 꿈꾼다. 살인미수 사건을 추적하는 여형사 리호코는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의 단서를 쫓다가 ‘유토피아’의 존재를 발견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두 사건이 서로 얽히면서 수수께끼 같던 사건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나가고 어두운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여 더욱 안타까운 마음과 끔찍함을 자아내는 이야기가 시종일관 감정을 건드리며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떳떳하게 거주지를 구할 수도, 병원을 갈 수도, 직장을 구할 수도 없는 무호적자들이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 섞여 살고 있다. 살아 있는 유령처럼 그 어떤 곳에도 정착하기 힘든 이들의 문제를 미스터리와 절묘하게 버무려 새로운 맛의 추리소설이다. 저자는 치밀한 얼개로 추리소설의 긴장감을 고조시켜 독자를 쉴 틈 없이 몰아세우면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는다. 막바지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 한 편의 휴먼드라마를 본 듯 훈훈한 마음으로 바뀐다. ‘아하 그렇구나!’ 하며 무릎을 치게 하는 사건의 해결은 페이지를 다시 뒤로 넘겨 책을 되짚어가며 내가 놓친 사실이 없는지 자꾸 확인하게 한다. 많은 독자가 일본 추리소설계의 떠오르는 신성인 츠지도 유메가 그려내는 미로 같은 추리의 세계에 빠져드는 즐거움을 맛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