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Intro /9
프롤로그 - 베를린 유감 /15 Part 1 - 다시 베를린에 왔다 그 여자의 집 /35 오만과 편견 /47 내가 전화할게 /57 보고도 못 본 영화 /67 아버지 구하기 /75 나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81 약속 /93 위로의 시간 /101 농담 /110 천만 관객 영화 /118 로맨스가 필요해 /127 사천의 선인 /136 영화보다 영화 같은 /146 마이 베스트 프렌드 /158 Part 2 - 베를리날레 영화제 개막 열흘 전 /171 영화제 첫날 /175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이 없는 도시 베를린, 숨어있는 바(Bar)를 선택하라 /182 춘천 가는 길, 운동화를 신은 노신사 /191 국제영화제 ‘선수’처럼 즐기기 /201 베를린이라서, 베를린이니까 /205 사랑하기 때문에 /210 한밤중에 나는 독일을 생각한다 /214 폐막식 /225 Part 3 - 조금 더 오래된 기억들 아주 특별한 장례식 /231 그때 왜 그러셨어요 /239 술, 술, 술 /250 세 번째 프러포즈 /261 작은 열쇠 이야기 /272 히틀러의 눈물 /281 나를 춤추게 하라 /292 남자의 자격 /301 남자의 변명 /309 내게 거짓말을 해봐 /317 한번은, 빔 벤더스 /327 좋은 영화 /337 그 자리에, 그 시간에 /343 내가 기억할게 /349 에필로그 /360 Outro /366 |
이동준의 다른 상품
|
그래서 저, 이제 베를린으로 출근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 2013년 7월, 9년 만에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40일 만에 드디어 내 몸과 마음에 꼭 맞는 집을 갖게 됐다. 나를 꼭 닮은 이 집을 닮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그때쯤은 마지막이지만 처음 같은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영화 〈굿바이 레닌〉의 감독 역시 구서독 출신이다. 감독은 희비극적인 드라마 속에 사회주의 붕괴 이후 통일 독일에 안착하지 못한 구동독인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아픈 역사를 기억한다. 당사자가 아닌 누군가가 타인의 삶을 기억해줄 때 그 기억은 더욱 온전해지는 걸까. 내가 들춰내고 싶지 않은 시절을 온전하게 기억해준 여의사를 만나서 결국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과 비로소 화해했듯, 구동독 출신인 사람들도 두 영화를 보며 지난 시절을 비로소 추억했을까 그래서 나는, 정작 나는 무엇을, 누구를 기억하고 있을까. 성공한 영화 〈국제시장〉은 그래서 감동적이지만 충분히 감동적이진 못했다. 천만 관객을 얻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게 많단 사실을 또 한 번 깨닫게 해준 영화. 유감스럽지만 나에게 〈국제시장〉은 그런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베를리날레, 칸이나 베니스와 달리 한겨울의 맹추위 속에 열하루 동안 4백여 편의 영화가 소개되는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이제 또다시 개막을 열흘 앞두고 있다. 이제 기차역 굴다리 밑에 간판도 없는 바(Bar)로 들어갈 시간이다. 호그와트 학교로 가는 플랫폼 9와 3/4처럼 간판이 없는 바의 철문 옆에 잘 보이지도 않는 벨을 누르자 팀버튼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미친 모자장수 같은 남자가 문을 살짝 열고 빼꼼 내다보더니 내 얼굴을 알아보고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이 없는 도시에서, 그날 밤 우리는 심지어 가게 이름조차 적혀있지 않은 철문 안으로 토끼를 쫓아가는 앨리스처럼 하나씩 하나씩 빨려 들어갔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난 언젠가 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그땐 정말로 팻 분의 캐럴을 틀어야겠단 생각을 굳혔다. 〈학생부군신위〉처럼 완벽한 장례를 치를 순 없을지라도 당신이 젊고 빛났던 시절에 좋아했던 그 음악을 꼭 들려드리겠다고, 그래서 10분 만에 조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도 당신을 특별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시절 베를린이란 도시를 주제로 한 소설에 대해 석사논문을 써서 졸업을 했고,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했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연구하겠다고 베를린으로 훌쩍 유학을 떠났었다.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천사 다미엘이 위태롭게 걸터앉아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보던 승전탑을 지나 100번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녔고, 8년 만에 학업을 중단하고 서울로 돌아오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찾아간 전시회가 바로 빔 벤더스의 사진전이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와서 번역가, 북에이전트가 됐고, 몇 년 전부터 한 출판사의 대표가 빔 벤더스의 사진집을 출간하고 싶다고, 그러니 그 책 좀 찾아서 중개해달라고 의뢰를 해왔다. 이후 몇 년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결국 판권계약이 성사됐고, 내친김에 번역까지 하게 됐다. 이쯤 되면 감히 운명이란 말을 써도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영화 〈팔레르모 슈팅〉에서 주인공 핀이 들고 다니던 중형 필름카메라 ‘Makina 67’, 양손으로 붙잡고 앞으로 툭 흔들어주면 장총처럼 렌즈가 튀어나오던 그 카메라가 자꾸 눈에 밟힌다. 요즘은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들 텐데 대책 없는 지름신이 도졌으니, 큰일 났다. 혹시 영화를 보게 되거든 마지막 장면을 볼 때 감정 관리를 잘 하셔야 할 거예요. 잭과 수지가 덤덤하게 헤어지는 장면에서 My funny Valentine이 흐르는데 난 그 장면이 미칠 듯이 쓸쓸하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슬프지는 않았어요. 슬프지는 않은데 쓸쓸한 느낌이 드는 영화. 이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도 영화랑 똑같이 생겼어요. 우리는 누구나 각자 자기만의 영화를 본다. 영화관에 동시에 앉아있는 수백 명의 관객들 역시 모두가 자기만의 영화를 본다. 소개팅을 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함께 영화를 보고 있는 미래의 커플도, 조조할인 영화를 나 혼자 즐기는 영화광도, 모두가 나만의 영화를 본다. 그날의 기분, 그날의 상황에 따라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모두가 그렇게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받아들인다. 누군가 옆에서 꾸벅꾸벅 조는 동안에도 다른 누군가는 같은 스크린에서 인생의 영화를 만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는, 사진이라는 무한복제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찌감치 사라진 게 아니라 여전히 세상 어디에나 편재하고 영화에도 역시 존재하는 건 아닐까? --- 본문 중에서 |
|
베를린 이야기 같은, 영화 이야기 같은?
베를린 이야기 『베를린 코드』의 저자 이동준이 오랜만에 신작을 내놨다.?전작에서?가난한 예술가와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부터 독일의 역사와 정치 이야기까지 다양한 베를린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저자는, 이후 서울로 돌아와 번역가, 저작권 에이전트, 칼럼니스트로 9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불쑥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유학이 아니라 취직을 위한 생활형 이주였다. 『그날의 영화』는 서울에서, 그리고 지금은 베를린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를 일기처럼 기록하다 문득 그 순간에 떠오르는 영화 한 편을 그날의 영화로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때로는 영화 얘기가 너무 적어서 이게 무슨 영화에 대한 책이냐 싶기도 하고, 영화기자나 영화평론가라면 언급조차 하지 않았을 영화, 딱히 수작이라 할 수 없는 영화도 있지만 저자에게는 ‘상관없다’. 이 책은 여느 누구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살아가면서 삶의 어느 순간 저자에게 위로가 되어준 영화, 미처 알지 못했던 깨달음을 주었던 영화들에 대한 기록이고, 그래서 이 영화들은 누가 뭐라 해도 저자에게만은 명작으로 남아있다. 책에 소개된 영화의 스펙트럼은 수십 년을 넘나든다. 비교적 최근의 신작 영화들도 있지만 〈학생부군신위〉처럼 한국 영화를 ‘방화’라고 부르던 시절의 영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학생부군신위의 내용을 희미하게 떠올리며 인터넷 카페를 이잡듯이 뒤졌다. 그렇게 해서 2만 원을 주고 어렵게 구한 비디오테이프로 영화를 다시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넘쳐나는 장례대행 상조업체들이 전부 부도가 나도 이 영화 한 편만 있으면 끄떡없겠다. 이 비디오테이프, 잘 보관해야겠구나…” - ‘아주 특별한 장례식’ 중에서 번역가이기도 한 저자는 지금까지 80권이 넘는 책을 번역해왔고 그중 한 권이 빔 벤더스 감독의 에세이 사진집『한번은』이다. 역자 후기 역시 저자는 영화 이야기로 풀어냈고 『그날의 영화』에서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다. “빔 벤더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작품 가운데 〈팔레르모 슈팅〉이란 영화가 있다. 『〈를린 천사의 시〉를 필두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대표하는 〈파리, 텍사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밀리언 달러 호텔〉에 비하면 그리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다. --- 이쯤이다. 낯선 도시에 홀로 남은 주인공 핀이 ‘Makina 67’이라는, 이미 오래전에 단종된 중형 필름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도시를 헤매는 장면부터 난 이 사진집이자 에세이의 저자인 빔 벤더스와 영화 속 사진작가 핀을 등치시키기 시작했다. 낯선 도시, 낯선 공간 속에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한순간(Once)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반사적으로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모습도, 때로는 카메라를 엉덩이 높이에 들고서 ‘감’으로 셔터를 누르는 모습도 모두 영락없이 이 책에서 사진작가 빔 벤더스가 털어놓은 자신의 이야기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슈팅’은 사진 찍기의 ‘슈팅 Shooting’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 ‘한번은, 빔 벤더스’ 중에서 그런가 하면 멀리 베를린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전해 듣고 잠 못 이루던 저자는 제 자리를 지키라는 어른들의 말을 지키려다 희생당한 불쌍한 아이들을 떠올리며 전혀 엉뚱한 서극 감독의 액션 영화 한 편을 떠올리고 그러다 결국은 이렇게 한 꼭지를 마무리한다. ““내가 갈 때까지 꼼짝 말고 기다려!” 여자는 남자가 돌아올 때까지 병원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 불과 3미터 앞에서 간호사가 제발 약만 좀 받아 가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지만 여자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마침내 남자가 돌아오자 여자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던가. 영화를 보면서 여자가 한없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심지어 저런 여자를 만나고 싶단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지금은 어른들의 말을 믿고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켰을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자꾸만 목이 메었다. 너와 내가 정한 약속을 지켜서 좀 더 편리하게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독일인의 사고는 유연하고 관대하다. 하지만 그 약속을 어긴 사람에 대한 처벌은 냉혹하다. 규칙을 지키면 그만큼 편리하지만 지키지 않으면 피해를 보는 나라 독일에서 살다 보니 이상한 어른들이 정한 말도 안 되는 약속을 지키다 어이없게 희생당한 아이들이 더 안쓰럽다. 안쓰럽고 억울해서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 - ‘약속’ 중에서 일상 속에서 문득 오래전에 본 영화 한 편을 떠올리고, 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하루를 겪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저자가 긴 호흡으로 롱테이크 영화처럼 풀어놓은 베를린 이야기 같은 영화 이야기 같은 베를린 이야기. 『그날의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