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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06
1부 도망칠 용기 성격은 ‘명랑, 쾌활’, 취미는 ‘음악, 영화 감상’_010 테헤란로에서 하이힐을 꺾어 신고_014 서른까지 실패할 권리_022 아픈 건 청춘이 아니다_033 돈이 없지, 낭만이 없나_039 서른, 늦깎이 신입 에디터가 되다_048 인디 신의 외인구단_053 누가 뭐래도 당신은 나의 록 스타_064 저는 인디 출신입니다만_069 텅 빈 공연장, 유일한 관객이 보내는 박수_079 너만의 문장을 써_086 4대 보험과 법인카드에 치르는 대가_098 명함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_106 -〈F.OUND〉 그리고 인터뷰_118 2부 나만의 위도를 찾아서 덜 존재하는 삶, 그리고 작은 외딴섬_152 시대의 거짓말에 동의하지 않는다_160 기묘한 도시, 서울에서 도망칠 용기_166 그저, 온전히 살고 싶어서_171 뱃속에 나비가 날아다닌다_177 외딴섬의 외국인 노동자_182 내일이 불안정한 인생은 자유롭다_187 파라다이스의 소수자_198 현실과 이상 사이, 모순의 시간이 흐른다_203 라면에 엄마 김치를 얹어_210 외딴섬에서 사랑을 시작하면_220 우리의 영혼은 모두 바다로 간다_228 피터 팬의 섬에선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_241 깊은 밤 바닷속에서_249 에필로그_2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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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도망도 용기라는 걸. 아무도 나를 모르는 섬에서 캐리어 하나 정도의 짐을 싸들고 들어와 명함 없는 삶을 시작했다. 외딴 시골 섬에서의 삶은 당황스러울 만큼 단조롭고 원초적이다. 나는 오늘도 덜 가지고, 덜 소비하고, 덜 욕망하고, 덜 존재하는 삶에 생긴 여백을 자유와 행복, 사랑으로 채워간다. 떨쳐버리려고만 했던 고독과 친구가 되었고,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보고 배우며 화해에 이르러 결국 사랑하게 되었다.
---「프롤로그」중에서 사람들은 다들 인생이 짧다는데 나에겐 길게만 느껴졌다. 새 천 년을 이끌 희망이라 부를 땐 언제고, 신자유주의에 갈 곳 잃은 밀레니얼 실업자가 된 우리를 사회는 ‘루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테헤란로에서 하이힐을 꺾어 신고」중에서 우리 사회는 정말 ‘청춘은 아픈 거’라 믿어버렸다. ‘젊음은 희생해도 된다’는 인식은 더욱 견고해졌다. 사회 전체가 집단 최면에 걸렸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그리고 불안은 돈이 된다. 결국 새 천 년 미래를 책임지리라는 기대와 축복을 받으며 대학에 입학했던 밀레니얼 세대는 갖가지 희망 고문으로 버티고 버티다 끝내 ‘잉여’가 되고 말았다. ---「아픈 건 청춘이 아니다」중에서 젊은 세대를 향해 떵떵거리는 어른들은 당신이 겪은 이십 대가 지금의 이십 대와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당신은 이십 대를 겪었지만 2020년의 이십 대는 겪지 못했다. 1970~80년대의 이십 대가 2020년대의 이십 대보다 쉬웠을 거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같진 않다는 말이다. 그러니 무조건 ‘나도 버텼으니 너도 버티고 견디라’는 건 틀리다. 버티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지 버티며 살아온 게 뭐 자랑이라고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주려고 하나. ---「명함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중에서 세상 사람들이 내 삶을 가장 안정적인 상태라고 말하던 그때 나는 길을 잃었다. 본래 방황이 주특기다. 안정적일 때보다 방황할 때 삶은 모순되게도 더욱 활기를 띤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언제나 옳다. 나란 인간에 대한 탐색, 나란 사람과의 대화가 필요한 때가 됐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외면해 왔던 일이다. 이제는 꼭 해야 할 일이다. ---「덜 존재하는 삶, 그리고 작은 외딴섬」중에서 30년 훌쩍 넘게 한국에서 ‘안 되면 되게 하라’라는 말을 신념처럼 따르며 안간힘을 쓰고 살았는데 이곳에선 그 나쁜 버릇을 버리는 법을 배우며 살고 있다. 안 되는 게 있다. 안 되는 건 그냥 두는 게 맞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면 죄의식이 느껴지는 사회에서 나고 자란 나는, 하루를 비워 충만하게 썼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창출한 거라 생각을 바꿨다. ---「뱃속에 나비가 날아다닌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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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안정적이었던 그때, 서울에서 도망치기로 했다
서울, 강남의 한복판, 고층 빌딩 속 몇 층, 나름 유명한 잡지 회사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했다. 뮤지션 전문 인터뷰어가 되었다. 홍대 공연장, 그곳에서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정성껏 담아냈다. 다른 인터뷰 글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렇게 나름 안정적인 회사에서 피처 에디터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에디터가 되었기에, 남들과 다르게 글을 써냈고 특별하게 자신이 맡은 지면을 채웠다. 그러나 늘 자신의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했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채, 억지로, 꾸역꾸역, 일단 돈은 벌어야 하지 않겠냐며, 그 정도면 괜찮은 회사가 아니냐며 합리화를 해보았다. 그러나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글을 쓰며 먹고살아가는 에디터라는 직업, 그러나 글을 쓰고 세상 속의 일들을 알아갈수록 괴롭고 이해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 그저 내 인생을 그대로 살아보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에디터로 글을 쓰면서, 그녀는 자신을 속이지 말고 남들도 속이지 말자고 생각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더 소비하라고, 지금 유행하는 장소, 지금 유행하는 옷, 지금 유행하는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잡지에서 그녀는 점차 글을 쓸 동력을 잃어간다. 애초에 자신이 잡지 기자가 되기로 했던 초심이 사라지자,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스스로 선택해보자고 속삭인다. 덜 소비하고 덜 존재하는, 오늘 갑자기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살기로 다짐하고 행동한다. 우연히 떠났던 출장에서 경험한 다이버의 세계,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사직서를 내고 서울에서 도망치기로 한다. 그리고 태국의 외딴섬, 꼬따오로 작은 캐리어 하나를 달랑 챙겨 떠난다. 잘나가던 회사에 사표를 냈을 때 모두들 그녀의 용기가 멋있다고 했지만, 그녀는 멋있어 보이기 위해 결정한 퇴사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온전히, 그 잘난 명함 없이도, 자신의 이름 석 자만으로 살 수 있는지 실험해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서울에서의 삶과 전혀 다른 방식의 인생을 살며 그녀는 깨닫는다. 외딴섬에서 외국인으로, 낯선 언어를 쓰며, 때론 차별을 겪으며 말이다. 이 책에는 그녀가 서울에서 살았던 잡지 에디터의 삶과 타국의 작은 섬에서 다이버로 사는 삶, 두 개의 다른 삶이 파노라마처럼 담겨 있다. 가장 불안정한 인생 속에서 그녀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속한 조직이 없으니 내일이 불안하다. 먹고사는 일도, 돈을 얼마나 벌 수 있을지 명확하지도 않지만, 그 속에서 비로소 온전히 나 자신을 마주해본다. 작은 섬 꼬따오에서 훈련을 거쳐 다이버가 된 뒤, 유러피언들에게 다이빙을 가르치며 온몸으로 겪게 되는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삶. 그녀는 서울이 아닌 타지에서, 땅이 아닌 바닷속에서,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서양인들에게 다이빙을 가르치는 삶을 선택했다. 몸으로, 정직하게 일하며, 비로소 마음이 자유로운 하루를 낯선 나라에서 마주한다. 플립플랍 신발에, 낡은 반바지, 작은 스쿠터 하나가 전 재산이지만, SNS에 자랑할 멋진 사진 하나 없이도 그녀는 충만한 하루를 보낸다. 가장 불안정하게, 그리고 가장 자유롭게. 덜 소비하고, 더 행복하게 행복한 척하지 않고, 진짜 행복을 찾아보려고 한다. 혹은 굳이 행복해지려고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내 시간, 내 인생을 온전히, 있는 그대로 살아보려고 한다. 남들이 사는 대로가 아니라, 그 나이에 맞게가 아니라, 그럴 듯 하게가 아니라, ‘나’대로 살아보기 위해 서울을 떠났다. 이제는 명함도 없고 그럴 듯한 직장도 없고 안정적인 연봉도 없지만, 이상하게도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그녀는 말한다. 어차피 크게 잃을 것이 없으니, 앞으로 내가 살아갈 장소, 내가 하고 싶은 일 정도는 내 뜻대로 선택해보는 게 어떠냐고 그녀는 묻는다. 더불어 이 자유로운 선택에 그렇게도 큰 용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라고, 그녀는 가볍게 말한다. 작은 섬 꼬따오에도 크고 작은 갈등이 있고 스트레스도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이 인생을, 오로지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등 떠밀어서 선택한 것도, 혹은 돈을 많이 번대서 선택한 것도 아니다. 덜 소비하고 덜 존재하고, 덜 스트레스 받는 삶, 그 삶을 그녀는 이제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기꺼이 살아가는 중이다. 깊은 바닷속에서는 세상의 언어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그녀. 세상 사람들의 차별도 세상 사람들의 높은 기준도 바다에서는 전부 소용이 없다. 오로지 나의 호흡에 집중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정직한 세상, 그 바다에서 오늘도 그녀는 행복한 숨을 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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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나가 아직 서울에 있을 때, 나는 그를 보며 자주 ‘에디터보다 록스타 같다’라고 말했다. 내 눈에 그는 정말 그렇게 보였다. 무늬만 ‘록 윌 네버 다이’를 외치는 이들보다 훨씬 뜨겁게 빛났다. 말도 행동도 무엇 하나 주춤대지 않던 그가 태국으로 가 평생 다이빙을 하며 살겠노라고 말했을 때도 그래서 대단히 놀라지 않았다. 조하나는 그런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었고, 조하나라면 충분히 잘해낼 것 같았다. 다만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결정을 하고, 어떤 기억들로 지금의 새로운 생활을 끌어안게 되었는지는 이 책을 다 읽고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끈적하게 들러붙는 매캐한 도시 공기에서 벗어나 드넓은 바닷속에서 숨다운 숨쉬기를 택한 그의 값어치 있는, ‘덜 존재하는 삶’을 무한히 응원한다. 용기 있는 그의 도망이 세상의 모든 덜 존재하는 삶들에 가 닿기를 바란다. -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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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도시파업자가 바다에서 완성한 무해한 욕심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에디터 조하나와 다이버 조하나의 얼굴을 모두 알고 있다. 어렸을 땐 피처 에디터 조하나의 글을 읽으며 잡지인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훗날 아는 사이가 되고 보니 완전무결한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가 걸어온 삶은 방황과 불완전의 환장 콜라보였다. 첫 회사는 부적응 퇴사, 쇼핑몰 사업에 실패해 20대에 신용불량 백수가 됐고, 히키코모리처럼 방문을 걸어 잠근 적도 있으며, 사회가 암묵적으로 사장시키는 여자 나이 ‘서른’에 비로소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고 했다. 절정은 매거진 업계에서 ‘조하나’라는 이름이 신뢰를 얻기 시작했을 때다. 갑자기 잘 다니던 잡지사를 뛰쳐나가 꼬따오에서 다이빙하며 산다나 뭐라나… 그럼에도 방황을 마주하는 이 사람의 태도는 꽤 근사했다. 외롭고 차가운 섬 같은 자신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되, 그 속에서 스스로와 화해하고 사랑할 용기를 원기옥마냥 끌어모으는 초인적 뚝심에 약간의 당혹감마저 느낀다. 방황할 때 삶은 더욱 활기를 띤다고, 실패하지 않는 것보다 실패에 성숙하게 대응하는 사람이 되면 된다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나 자체로 괜찮다며 말이다. 이따금 내가 서울에서 방콕으로 여섯 시간 비행기, 여덟 시간 버스, 두 시간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는 낯선 섬 꼬따오, 조하나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그렇기에 나는 활자로 짜인 조하나의 바다로 당신을 초대한다. 바다를 핑계 삼아 자신만의 위도를 찾아 나선 그처럼, 이 책이 도망칠 용기를 부추기는 핑계가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 하예진 ([GQ 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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