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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대지의 딸 결혼이라는 딜레마 인도와의 만남 대의를 옹호하는 저널리스트 유럽으로 밀항하다 혁명가의 사랑 베를린의 엘리자 두리틀 여자들의 흐느낌보다 더 한스런 것이 있을까 {프랑크푸르트 차이퉁} 중국 특파원 모스크바, 뉴욕, 상해 '백인 여황제' 스메들리:서안사건 연안에서 입은 두 가지 상처 팔로군과 한구의 마력 중국 혁명의 노래 캘리포니아를 다시 방문하며 즐겁고도 한스러운 귀향: 뉴욕 의기양양했던 야도 생활과 순회연설 친구가 적이 되다 냉전:마녀사냥의 서곡 런던에서의 최후 대단원 '원칙을 위해 순교'한 세기의 저널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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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스메들리(Agnes Smedley, 1892∼1950)는 한 가난한 농가의 보잘것없는 딸로 태어나 진보적 삶을 열정적으로 살다간 미국의 여성 저널리스트이다. 허나 그의 일은 우리가 짐작하는 저널리스트의 활동반경을 뛰어넘고 있다. 또한 그는 매카시 선풍에 휩쓸렸던 미국 본토에서 뿐 아니라 독일을 비롯한 유럽, 인도, 중국 등을 넘나들며 전세계 민중의 대의를 위해 헌신하였다. 그의 장대한 삶의 스케일과 업적에 비하여 그는 여전히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채 역사 속에 묻혀 있는 진주 같은 여성이다. 국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아그네스 스메들리, 그는 정말로 최근에 페미니즘의 열풍조차도 없었더라면 역사에 아무런 흔적도 없이 파묻혀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하게 된 {세계와 결혼한 여자}는 바로 아그네스 스메들리의 삶의 궤적을 객관적으로 더듬어본 전기이다. 스메들리의 전기는 무려 14년 간의 각고 끝에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매키넌 교수 부부에 의해 1988년 처음 출간되었다. 그녀는 1930년대 후반과 1940년대 초반에 중국공산당의 대의를 지칠 줄 모르고 옹호한 여성이었기에 그녀에 대한 미국인들의 거부감이 컸었고 이러한 환경이 그녀의 진실한 삶에 접근하는 작업의 어려움을 낳았다. 아그네스 스메들리는 1892년 미국 미주리 주의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났다. 국민학교를 마치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배움에 대한 불같은 열망으로 템페 사범학교, 샌디에이고 사범학교를 가까스로 졸업한 후 1912년 사회주의자 어니스트 브런딘과 결혼하였다. 브런딘은 스메들리의 정치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지만 스메들리는 성과 출산에 대한 급진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이혼하고 만다. 그후 그는 인도독립운동가를 위시하여 여성해방운동가 엠마 골드만 등을 만나면서 뉴욕의 진보적인 그룹에서 활동하게 된다. 정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스메들리는 해외 인도독립운동에 가담, 투옥되는 한편 1920년에는 유럽으로 밀항하여 진보주의자들과 교류하였다. 그러던 중 스메들리는 세계사의 중심무대로 떠오른 중국에 눈을 돌리고 마침내 {프랑크푸르트 차이퉁}지와 특파원 계약을 맺고 중국으로 달려간다. 1928년 중국에서 그는 노신, 모순, 정령 등 진보적 작가와 폭넓게 사귀는 한편, 연안에서 모택동, 주덕 등과 교분을 쌓으며 저널리스트로, 중국 인민의 친근한 벗으로 헌신적인 활동을 펼친다. 1941년 미국으로 돌아온 스메들리는 냉전체제의 회오리바람 속에서 일관되게 중국인민의 대의를 대변하여 정치적으로 박해를 받다가 미국의 반공히스테리와 마녀사냥을 피해 정신적 고향 중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런던에 머물던 1950년 수술대 위에서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유골은 중국으로 이송, 북경 근교의 팔보산 혁명가 묘역에 안장되었다. 우리는 이 전기를 읽는 내내 이런저런 놀라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첫째는 한 비천한 계급의 여성이 어떻게 그 척박한 시대를 뚫고 자유롭고 창조적인 지식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이다. 스메들리가 자신의 삶을 변혁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계급적, 성적 억압에 따른 숱한 고난이 이 전기에서는 세세하게 펼쳐져 있다. 두번째는 그의 어마어마한 활동 반경이다. 세계 민중의 고통스런 삶을 자신의 고통으로 끌어안고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전체를 위해 희생한 보석 같은 삶의 광휘! 그의 삶이 우리의 피를 뜨겁게 달굴 것이다. 세번째는 그의 삶을 통해 우리는 그가 숨쉬며 살았던 복잡다단한 세계사적 조류를 인지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제가 몰락하고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로 재편되어 나가는 세계사적 변혁 속에서 각 나라는 어떠한 입장을 취하게 되는지. 삶을 진지하게 살아내고자 하는 모든 젊은 영혼과 더불어 주체적인 삶을 자신의 목표로 삼고자 하는 이땅의 여성들에게 이 책은 그동안 안일한 삶 속에 묻어두었던 삶의 정열을 다시 뜨겁게 달구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