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1부 안녕, 피노키오 아바타 연필 멋쟁이 갈치 지우개 안녕, 피노키오 해바라기 짱뚱어 떼쟁이 갯벌 눈치코치 딱 걸렸어 갯벌 진짜 공부 눈부처 정말 모르는 거야? 2부 이상한 그림책 감나무 아래에서 멍게 버찌 따옴표 이상한 그림책 딩동딩동 보름달이 눈썹달 된 이유 누가 뭐래? 하굣길에 생긴 일 여우와 롱 패딩 감기 어떡하죠? 사랑 참 어이없다 문방구 앞 병아리 3부 얼굴 꽃밭 거미 불가사리 얼굴 꽃밭 들판 학교 넌 무슨 운동을 했니? 돌탑 우물쭈물 아빠 야, 비둘기 너! 손을 꽉! 새우 할아버지 청국장 똥 귀신 비데 귀신 겨울 쉼표 4부 우주인 할아버지 바람이 불면 시간 참 화살같구나 우주인 할아버지 부릉부릉 멋쩍게 웃네 별 휘파람새 할아버지 두꺼비 집 곰 사냥꾼 할머니 창고 하얗게 입김 나온 날 저녁 발문다정한 아이가 별처럼 반짝 빛나길 |
차승호의 다른 상품
유재엽의 다른 상품
|
육각형
나무 기둥 속에는 몸뚱이 까만 벌레가 삽니다. 공부가 엄청 그냥도 아니고 엄청 하기 싫은 날 엄마 눈초리에 떠밀려 억지로 책상 앞에 앉는 그런 날이면 까만 벌레 한 마리 느릿느릿 나무 기둥 속에서 나와 공책 위를 기어갑니다. 가다 쉬다 괴발개발 기어갑니다. --- 「아바타 연필」 누가 뭐라 해도 바닷속 최고 멋쟁이는 바로 나, 갈치야. 나를 봐. 온몸이 넥타이잖아. --- 「멋쟁이 갈치」 내 몸은 공책이다. 엄마 공책이다. 등, 허리, 배, 다리 내 몸 구석구석 무얼 틀리게 썼는지 엄마가 지우개를 들었다. 노란색 때 타월을 들었다. 팡팡! 박수 두 번 오 마이 갓! 틀린 글자를 지우려는 신호다. --- 「지우개」 거짓말하면 정말 코가 길어지니? 언제 길어져? 거짓말하자마자 길어져? 얼마큼 길어져? 지루한 학습지처럼 계속 길어져? 우리 반 이경자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것도 거짓말이니? --- 「안녕, 피노키오」 마음속에 들어온 왈가닥 이경자에게 살짝궁 담장 밑에서 빼빼로 건네준 걸 혹시 담장 너머로 다 본 건 아닐까? --- 「해바라기」 |
|
지구별과 달님이/서로 내 팔뚝 굵다고/자랑할 때마다/하루에 두 번/바다가 잇몸을 보이며/씨익, 웃는다. (「갯벌」 전문)
밀물과 썰물의 모습을 갯벌의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쉽게 읽히는 감각적인 언어 구사로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유쾌한 재미를 준다. 동시집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딩동딩동」은 엄마가 마트에 가고 집에 남은 밤톨이 삼 형제를 겁먹게 하는 무서운 늑대가 등장한다. 급기야 무서운 늑대가 “질겅질겅 단풍잎을 씹으며 입술 사이로 빨간 피를 팔랑팔랑 떨어뜨리는 가을”로 변신한 엄마의 모습은 반전의 묘미가 가득하다. 아이의 ‘사랑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음속에 들어온/왈가닥/이경자에게/살짝궁/담장 밑에서/빼빼로 건네준 걸/혹시/담장 너머로/다 본 건 아닐까? (「해바라기」 전문) 이경자는 빼빼로를 받았을까? 안 받았을까? 자못 궁금해지는 동시이다. 어색하지만 풋풋한 첫사랑의 모습이, 해바라기가 봤을까 걱정하는 아이의 모습이 독자를 순수하고 무구한 세계로 이끈다. 그건 아귀 때문이야./이빨이 지퍼처럼 생기고/몸 전체가 입으로 된/아귀 때문이야.//둥근 보름달 뜰 때/바다 위로 뛰어올라/한 입 베어 물고 사라졌거든.//텀벙, 물텀벙//바닷속으로 사라졌거든. (「보름달이 눈썹달 된 이유」 전문) 보름달이 뜨는 시간에 아귀가 바다에서 뛰어올라 한 입으로 보름달을 베어 물고 사라지는 모습과 바다로 ‘텀벙’하며 떨어지는 소리, 시각과 청각의 이동과 입이 큰 아귀와 또 다른 이름인 ‘물텀벙’의 짜임새가 한 편의 그림 같다. 이 동시집의 특징 중 하나는 곳곳에 서사적인 구조를 가진 동시들이 많다는 것이다. 동시집을 읽는 동안 ‘이야기 동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자동차 시동을 켜 놓고/아빠는 쉽게 출발하지 못하네.//할아버지가 깡마른 손으로/내 손을 꼭 잡네.//따뜻하네.//손가락이 몰려서 조금 아프지만/나는 가만히 있네.//부릉부릉 부릉/차 안 가득 자동차 소리만 떠다니네.//생신 때 집에 왔다가/요양원 가는 할아버지//손가락이 따뜻하게 아프네. (「부릉부릉」 전문) 요양원에 있는 할아버지가 집에서 생일을 보내고 다시 요양원으로 출발하는 상황이다. 아이는 ‘손가락이 아프다.’라고 말한다. 묵직한 울림이다. 아이라고 인생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상황의 경험 속에서 아이는 속 깊은 어른으로 성장한다. [작품평] 사랑의 감정이 들면 언제, 어떻게 고백을 할까 하는 마음이 부풀어 오릅니다. 표제작 「안녕, 피노키오」는 여섯 개의 물음표로 거짓말과 그로 인한 상황을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지요. 아이는 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을 하면 정말 코가 길어진다는 상상을 하며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네요. 코가 얼마나 길어지는지, 언제 길어지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들이 재미있게 어우러져 있네요. 마지막 부분 “우리 반 이경자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것도 거짓말이니?”라는 질문을 통해 거짓말의 의미를 더 깊게 생각해보게 해줍니다. 거짓말은 때로는 속마음을 가리는 것일 수도 있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두려움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물음이 많다는 것은 사람과 세상에 대해 궁금하다는 신호이지요. 물음에 물음이 이어지는 순간들은 설렘과 기대와 얼마간의 두려움을 품고 있습니다. 다양한 감정은 아이의 마음을 두텁게 해주는 나이테와 같아요. 궁금함과 호기심과 윤리적 질문 사이에서 오늘도 아이는 자신을 발맘발맘 만들어가고 있을 겁니다. ―김정숙(평론가, 충남대 교수) 작가의 말 시골 할머니 집에서 밤늦게 먹은 수박 때문인지 탱탱해진 오줌보를 안고 잠 깬 적이 있어요. 비몽사몽, 반쯤 졸린 눈을 뜨고 마당 가 화장실을 나오는데 뭔가 이상했어요. 밤은 검정이어서 캄캄해야 하는데 온통 푸른색으로 환했어요. 이상했어요. 밤인데 밤 같지 않은 걸 뭐라고 할까요? 파란색 물감에 희붐한 안개를 듬뿍 섞은 그림처럼 나무도 들판도 마을도 집도 바람벽에 기대놓은 자전거까지도 보이는 건 모두 푸르스름하게 빛났어요. 그건 달빛 때문이었어요. 수박보다 크고 쟁반처럼 둥근달이 푸른빛을 뿌리며 지붕 위에 두둥실 떠 있었거든요. 마당으로 나온 나는 물끄럼말끄럼 푸른 달이 만들어 내는 달빛 세상을 바라봤어요. 한참 그랬어요. 고요하고 아무도 없는 마당에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자 난 갑자기 무서워졌어요.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렸어요. 목덜미에 소름이 돋고, 우둘투둘 돋아나고 초대하지 않은 고깔 마녀가 끼룩끼룩 빗자루를 타고 어둠 속에서 날아왔어요. 파란 종이 줄까? 빨간 종이 줄까? 발밑에서 하얀 손이 올라와 속삭이고 흰 옷자락 유령이 옷자락을 펄럭이며 밤하늘을 떠다녔어요. 붕붕붕, 양탄자를 타고 달아나고 싶었지만 발바닥이 얼어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어요. 나는 눈을 감고 깊은숨을 내쉬었어요. 그러고는 울타리를 넘어오는 양 떼를 세기 시작했어요. 뿔 달린 양 한 마리, 뿔 없는 양 두 마리, 뿔 달린 양 세 마리……. 울타리를 넘어온 양 떼가 무사히 우리로 들어가고 마침내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여전히 푸르스름한 달빛 세상. 나는 달빛 목욕탕에서 금방 나온 것처럼 흠뻑 달빛에 젖었어요. 두 손을 맞잡고 힘을 주면 푸른 달빛이 주르륵 흘러내릴 것 같았어요. 나는 지구별을 떠나 우주의 어느 아름다운 별에 서 있는 걸까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시간은 책각책각 성실한 시계처럼 지나갔어요. 시간이 지나가는 동안 시골 할머니 집은 사라지고 하나둘 공장이 들어왔어요. 마을 한가운데 넓은 길이 뚫리고 들판에서는 선인장처럼 아파트가 자라났어요. 그래서일까요? 푸른 달밤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어요. 수박을 먹은 날이면 한밤중에 아파트 창문을 내다보지만, 창밖은 언제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거려요. 푸른 달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 시집에 실린 51편의 동시는 푸른 달밤에게 보내는 손 편지예요. 혹시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면 이 편지 좀 전해줄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