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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_이정모(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인류학자의 길잡이_김준홍(포항공대 교수) 0_ 카르페 디엠 1_ 불멸의 존재 2_ 빠르게 살고, 젊어서 죽어, 아름다운 시신을 남기자 3_ 에로스와 타나토스 4_ 쾌락주의자가 되자 5_ 할머니 가설 6_ 벌거벗고 신나게 먹는 7_ 문제는 크기야 8_ 나간 살, 들어온 살 9_ 사자의 먹이 10_ 속도를 늦추자 11_ 나무 인간 12_ 그들에게나 줘 버렸으면 13_ 비밀스러운 삶 14_ 샹그릴라 15_ 장점과 단점 16_ 여기엔 프로그램된 것이 없다 17_ 붉은 여왕 옮긴이의 글_남진희 |
Juan Jose Mil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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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는 변하지 않고, 언제나 일정해요. 따라서 변하는 것은 개체인 셈이지요. 내가 대학을 다닐 때 생태학 교수님은 살아 있는 생명이 많은 곳에는 죽음도 많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나는 사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생태계는 변함이 없으므로,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생명은 불멸의 존재예요. 개체가 대체될 뿐이지 생태계는 전혀 변치 않아요. 따라서 죽음은 없어요. 혁신이 있을 뿐이지요. 생물 시스템은 개체보다는 훨씬 더 우위에 있어요.”
--- 「1. 불멸의 존재」 중에서 연말에 나는 신분증을 갱신해야 했는데, 9999년까지 유효한 신분증을 발급받았다. 실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에 대해 추궁하자, 70세가 되면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신분증을 발급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평생 나의 신분을 보장하는 신분증을 들고 나는 경찰서를 나왔다. 오히려 이것은 내 신분을 전혀 보장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는 국가가 나를 신분증을 반납한 사람으로, 다시 말해 죽은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과 같았다. --- 「2. 빠르게 살고, 젊어서 죽어, 아름다운 시신을 남기자」 중에서 그에게 내 지병을 털어놓자, 고생물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자연에는 늙음도, 노쇠도 존재하지 않아요. 자연 상태에서는 완전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만 있을 뿐이지요.” “그러면 성인병은요?”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시속 95킬로미터로 달려야 하는 가젤이 겨우 시속 90킬로미터로밖에 달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미 죽은 목숨이지요.” --- 「3. 에로스와 타나토스」 중에서 “수의사들은 동물들이 품위 있게 늙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롤라가 이야기했다. “그런데 우리 자신에게는 그런 철학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어요. 여든 살이 되어 일곱 가지 약을 먹는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우리가 기분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데도 말이에요.” --- 「3. 에로스와 타나토스」 중에서 “자연에서는 만성 질환이 없어요. 이런 병이 생길 정도의 나이까지 가질 못하니까요. 이런 것은 인간에게만 있어요. 대부분의 만성 질환은 60세 이후에 발생하는데, 심혈관, 호흡기, 신경 계통의 퇴화 과정과 관련이 있어요. 자연에서는 아무도 늙을 때까지 살지 못하기 때문에 만성 질환이라는 것이 없어요.” --- 「4. 쾌락주의자가 되자」 중에서 “자연 선택의 눈에 띄지 않은 유전자들의 발현을 우리는 늙었다고 하는 거죠. 이런 현상은 우리 인간이나 우리가 길들인 동물만 겪고 있는 것이고요.” --- 「4. 쾌락주의자가 되자」 중에서 “그럼 왜 피부는 노화하죠?” “콜라겐의 탄력성을 잃기 때문이죠.” “콜라겐은 재생이 안 되나요?” “안 돼요. 우리에게는 이런 일을 하는 유전자가 없어요. 콜라겐을 잃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이미 죽었어야 하는 거예요. 장년층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여타 질병처럼 알츠하이머 역시 우리가 죽었어야 하는 그런 나이에만 나타나는 거예요. 그래서 자연 선택이 제거하지 못했던 거죠.” --- 「9. 사자의 먹이」 중에서 “앞에서 한번 이야기했던 조지 윌리엄스는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젊어서는 뼈를 단단하게 석회화시키는 호르몬인 칼시토닌을 만드는 유전자를 한번 상상해 봅시다. 그런데 이 유전자는 늙어서는 관상동맥의 석회화(동맥 경화)를 유발하지요.’” “여기에서 길항 작용이란 말이 나오는군요.” “젊어서 지나치게 풍요를 즐긴 대가를 치르는 거죠.” “같은 유전자 안에 생명의 동인과 죽음의 동인이 함께 머무는 것이군요. 에로스와 타나토스라는, 프로이트에 의하면 인간 고유의 두 가지 기본 동인이 말이에요.” --- 「9. 사자의 먹이」 중에서 “바로 이것이 우리 현대인들에게, 동물원에서 사는 야생동물과 우리 반려동물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자연에서는 죽었을 나이가 지나면, 해롭기는 하지만 늦게 나타나는 효과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들이 발현하기 시작하는 거죠. 종의 오랜 진화 과정에서 축적된 것이 말이에요. 이를 지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할 거예요. 자연 선택은 유전자를 운반하는 개체가 미리 죽어 발현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해로운 돌연변이를 볼 수 없어요. 그런 것들을 보지 못하니까 제거할 수도 없는 거죠.” “바로 이것이 늙었다는 것이군요.” “맞아요. 이것이 늙음이에요. 죽음의 외적 요인들이 가차 없이 작용하기 때문에 자연에서는 늙음이 있을 수 없어요.” --- 「15. 장점과 단점」 중에서 “아무튼 과학을 종교처럼 믿는 일은 없어야 해요. 예전에는 모든 문제를 기도로, 다시 말해 9일 기도를 통해 풀었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문제에 직면하면 ‘과학이 해결할 거야.’라고 해요. 아무것도 포기할 생각은 없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거죠. 날아다니는 것을 포기해야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을 멈춰야 해요. 그런데 우리는 아니라고 하죠. 그럴 생각이 없다고요. 그렇다면 해결책은 마술적인 성격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과학이 제시해야 하지요. 현실적인 방법으로 문제에 맞설 방법은 없으니까요.” --- 「17. 붉은 여왕」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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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이 가져다주는 의외의 위로
《사피엔스의 죽음》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 집중했던 전작에 이어, 더욱 흥미로운 주제와 함께 돌아왔다. 인간의 노화와 죽음이 그것이다. 문명이 만들어진 이래로 인간은 언제나 불로불사를 갈망해 왔다.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불로초를 찾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교에 의지했다. 이렇게 인간은 노화와 죽음을 부정적으로 보고 극복하려고 노력해 왔다. 《사피엔스의 죽음》은 문명의 출발과 함께 인간이 만들어낸 노화와 죽음에 덧붙여진 이미지를 걷어 내고 자연 선택의 관점에서 노화와 죽음의 의미를 알려 준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에게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수명보다 빨리 죽게 된다. 갑자기 추워지거나 더워져서, 전염병 때문에, 배탈이 나서, 맹수의 공격을 받아서, 상처를 입어서. 이렇게 수많은 이유로 인간은 대부분 수명이 짧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유전자는 자연 선택을 받는다. 젊을 때 질병을 유발하거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유전자는 자연 선택을 받아 발현될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 반면 나이가 들었을 때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칠 만한 유전자는 자연 선택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대부분의 인류는 수명이 짧았고, 후손은 젊을 때 낳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뼈를 단단하게 석회화시키는 호르몬은 칼시토닌을 만드는 유전자를 보자. 이 유전자는 늙으면 관상동맥을 석회화시켜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류는 늙어서 동맥경화로 죽기 전에 다른 이유로 죽게 된다. 우리가 젊었을 때 건강한 이유는 자연 선택의 결과다. 하지만 자연 선택에서 벗어난 노년은 온갖 질병이 우리를 괴롭힌다. 진화론에 따르면 이것은 우리가 늙어서가 아니라 자연 선택이 늙었을 때 생존에 불리한 유전자를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명이 발생하고 지금처럼 상당수 인구가 노년기까지 살게 된 과정은 인간의 역사로는 긴 시간이지만 진화의 시계로는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노년은 자연 선택이 미처 따라잡지 못한 잉여의 시간인 것이다. 인간의 노년은 자연 상태에서는 이미 죽음을 맞았어야 할 인간에게 자연이 준 선물이다. 자연 선택 덕분에 인간은 활기차고 건강하게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자연 선택이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한 노년에는 세포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여분의 삶을 얻는다. 인간의 기준과 관점에서 노화와 죽음은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빠지는 상실감과 죽음의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머문다. 하지만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의 노화와 죽음은 아예 노년을 겪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40대 이상이라면 이미 자연 상태의 죽음을 넘어선 시간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깨닫는다면 인간의 노년은 공포스럽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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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선물이며, 대부분의 자연 상태의 동물들과 달리 노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복된 일인지 깨달았다.” -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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