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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다 같이 먹는 게 맛있지”가 지점장의 말버릇이었다. 전에 지점장과 돈가스덮밥을 먹으러 갔던 아시카와 씨가 창백한 얼굴로 화장실에서 나오는 것을 맞닥뜨린 적이 있다. 지점장의 속도에 맞춰 급하게 먹었더니 탈이 났다며, 그녀는 손수건을 쥔 손으로 배를 누르고 있었다.
--- p.6 후지 씨는 책상에 올려놓은 휴대전화를 왼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도시락을 먹는다. 젓가락으로 집은 달걀말이는 니타니가 마트에서 자주 사 먹는 매끈하고 균일한 노란색 달걀말이와 달리 흰색과 노란색과 갈색이 섞여 집에서 만든 티가 났다. 후지 씨는 좋겠다, 나랑 똑같이 야근해도 집에 가면 저런 음식이 절로 나오고, 아침과 점심 도시락도 뚝딱 준비되니까, 먹는 걸로 고민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잖아. --- p.7 “일을 못하는 사람이 있고, 하지만 누군가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회사는 돌아가지 않아. 그러면 잘하는 사람이 그 일을 하게 되고, 그 사람만 계속 일하게 돼. 출세는 하겠지만 일을 잘하는 게 꼭 출세하고 싶다는 건 아니잖아. 할 수 있으니까 그냥 하는 거지.” --- p.17 그런데 여기 오고 이 주쯤 됐을 무렵 벌써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제칠 수 있겠다, 오래 걸릴 것도 없이 바로, 손쉽게. 그런 눈으로 보게 된 사람을 존경하기란 어렵다. 그리고 일말의 존경심도 없으면, 자신이 직접 선택하지도 않은 직장 동료에게 단순한 호의를 지켜나갈 수 없다. --- p.21 보글보글 끓는 냄비를 바라보면 내가 점점 닳아가는 기분이 들어요, 라고 이 사람에게 말해봤자 그게 무슨 뜻인지 전달되지 않으리라 생각하니 턱에서 힘이 빠진다. 씹는 게 귀찮다. 아시카와 씨 같은 사람들은 ‘손쉽고 간단한’ ‘5분 레시피’ 같은 말을 늘어놓으며, 먹을 것과 마주하는 시간을 강요한다. --- p.30 누구나 자기가 일하는 방식이 옳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후지 씨는 그렇게 말했다. 무리하지 않고 퇴근하는 사람이든, 남들 배로 노력하는 사람이든, 야근을 안 하는 사람이든 자주 하는 사람이든, 자기 방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오시오 씨도 그렇지? 하는 물음에 말문이 막힌다. --- p.45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건 자신뿐이라나.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나도 그러고 싶고. 그런데 자신을 소중히 하겠다면서 집에 간 사람 몫의 일은 누가 하느냔 말이야. 그 시기에 꽃가루 알레르기로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어. 결국엔 꽃가루 알레르기로 힘들다고 집에 간 사람 일을 꽃가루 알레르기 있는 다른 사람이 하게 되잖아, 힘들게 야근하면서. --- p.46 회의 자료 같은 걸 누가 만들고 싶겠는가. 이런 그래프를 만들기 위해 살고 싶은 사람이 있겠느냐는 말이다. 다들 저 하고픈 일만,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만, 편한 일만 고르면서 살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하기 싫어도, 힘들어도,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일이 굴러가지 않는다. 일이 굴러가지 않으면 회사는 망한다. 그런 회사는 망해도 된다는 건 너무 생각 없는 소리다.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머리가 아파서 집에 가겠습니다, 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아시카와 씨의 어두운 안색도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 p.70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한 시간 가까이 걸려 만든 음식이 고작 십오 분 만에 사라진다. 끼니는 하루 세 번 돌아오고, 매일 챙겨 먹는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래서 니타니는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만들어놓은 걸 파니까 굳이 직접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대신 “맛있다”라고 말한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몸과 머리를 움직일 에너지를 섭취하는 활동에 하나하나 ‘맛있다’라는 감정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리고 그걸 입 밖에 내어 아시카와 씨에게 표현해야 한다는 게, 역시 피곤하다. --- p.72 “우리는 서로 돕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예전에는 가지고 있었던 걸, 손에서 놓아가는 거죠. 그러는 게 살기 편하니까. 성장의 일환으로. 누군가와 같이 먹는 밥보다 혼자 먹는 밥이 맛있는 것도 그중 하나고요. 굳세게 살아가는 데 다 같이 먹는 밥이 맛있다고 느끼는 능력은 필요 없어 보이니까요.” --- p.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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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를 잘 챙겨야 해” vs. “먹는 일에 수고를 들이고 싶지 않아”
매일 먹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을 대하는 세 인물의 오묘한 온도차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기를』은 평범한 한 회사의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직장소설이다. 매일 가야 하는 회사와 매일 먹어야 하는 밥, 그리고 나아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서로 다른 세 인물 사이의 오묘한 관계와 온도차가 깃든 일상적 순간들을 예리하고 서늘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니타니(남, 입사 7년 차) 그럭저럭 일도 잘하고 인간관계도 무난하지만 유독 먹는 것에 열의가 없다. 요리는 고사하고 하루 세 번 끼니를 챙기는 일 자체가 고역이다. 유일하게 즐기는 건 컵라면과 맥주. “배를 채우기에는 그저 컵라면이면 된다. 다만, 계속 이것만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들 하니 문제인 거다. 하루 세 끼 컵라면만 먹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식이 조건이 갖춰지면 좋을 텐데. 하루 한 알로 필요한 모든 영양과 열량을 섭취할 수 있는 알약이 생기는 것도 좋겠다.” 아시카와(여, 입사 6년 차) 상냥하고 꼼꼼한 성격이다. 다만 업무에는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성향을 보인다. 퇴근 후 집에서 직접 만든 디저트를 가져와서 사무실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일과다. “잘 챙기면서 사는 걸 좋아하는 거 같긴 해요. 먹고 자는 것처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들은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시오(여, 입사 5년 차) 독립심과 책임감이 강하고 회사생활에 나름의 야심이 있다. 일을 못하는 사수 아시카와를 사방에서 챙겨주는 사무실 분위기가 불만이다. 가끔 니타니와 단둘이 저녁을 먹는다. “신년회에서 먹은 전골은 맛없더라고요. 전골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그냥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먹는 음식은 대체로 맛없게 느껴져요. 오리고기 좋아하는데도 이상하게 너무 싫어서. 다시 먹고 싶었어요.” 세 인물의 식성 차이는 곧 삶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로 연결된다. 음식을 오로지 연명의 수단으로 여기는 니타니는 친구나 연인 관계에서도 일종의 편의나 목적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두에게 상냥하며 먹는 일에 공을 들이는 아시카와는 이를 이용해 자신의 회피적 성향을 감추려 한다. 오시오의 식성은 이 두 인물의 중간에 위치하는 듯한데, 사회적 가면과 진짜 본심을 사용하는 데 조금 서툴지만 자신의 마음과 욕망에 집중하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인물들이 회사라는 곳에서 그럭저럭 공존하는 듯 보이던 어느 날, 결국 기묘하게 섞여들 수밖에 없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다. “저랑 같이 그 선배한테 못된 짓 하지 않을래요?” 히어로와 빌런이 한데 부대끼는 회사라는 무대 위 복잡미묘한 관계들 꼰대, 내로남불, 무책임, 무능력한 사람을 회사에서 빌런이라 부른다면, 그 반대는 히어로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매일 일터에 나가 빌런과 히어로 사이의 스펙트럼 위에서 실로 다양한 사람들을 마주한다. “밥은 다 같이 먹어야 제 맛이지”라며 팀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점심 참여를 강요하는 팀장, 일은 잘하지만 툭하면 남의 뒷담화를 하는 동료, 무능력하고 자꾸 일을 떠넘기는 상사, 일도 인간관계도 그럭저럭 무난한 사람들…… “그런 식으로 일하는 게 짜증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부러운 걸까요? 부러운 거랑은 좀 다른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되고 싶진 않거든요. 짜증은 나는데, 싫은 거랑은 좀 다르고.” “좀전에 아시카와 씨 별로라고 하지 않았어?” “직장 동료가 아니었다면 안 싫어했을걸요? 아시카와 선배, 그냥 보면 좋은 사람이잖아요. 제가 그런 타입이랑 개인적으로 친해진 적은 없으니, 직장에서 안 만났으면 어울릴 일도 없었겠지만요.” “그럼, 직장 동료가 아니면 만날 일이 없다는 소리잖아.” “그렇네요. 싫어하게 될 운명인 걸까요?” (본문 18p) 작중 아시카와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자주 조퇴를 하고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해 동료들에게 부담을 안기지만, 그럴 때마다 밤새 손수 만들었다는 디저트를 가져와 이를 만회하고자 한다. 쿠키, 레몬마들렌, 트러플초콜릿, 사과머핀, 요거트치즈케이크, 라즈베리젤리, 도넛…… 갈수록 잦은 조퇴와 다양해지는 디저트들. 오시오는 몸이 아프다고 조퇴한 사람이 어떻게 밤새 디저트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유독 아시카와에게 너그러운 사무실 분위기를 납득하기 어렵다. 니타니는 호의라는 이유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억지로 먹으며 매번 감사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오시오가 니타니에게 제안한다. “저랑 같이 아시카와 선배한테 못된 짓 하지 않을래요?” 피로가 몰려오는 사무실 오후 세시의 수제 디저트 시간, 이 두 사람의 은밀한 동조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아마존재팬 독자평 · 자기모순에 대한 반항감을 회사라는 무대에서 펼쳐버린 광기가 느껴지는 작품. · 단번에 읽었다. 최후의 최후까지 마음을 술렁이고 조마조마하게 하는 스토리에, 제법 현실에 있을 법한 내용들이 좋았다. · 글을 읽고 있지만 마치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인간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본성이 미묘한 변화에 의해 표출되는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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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맛을 낼 수 있다니 놀랍다.” 날마다 쳐내도 쏟아지는 업무, 능글맞은 상사, 일을 잘하건 못하건 모두가 출퇴근을 반복하는 지극히 평범한 회사의 사무실. 그리고 그 속에서 매일 먹어야 하는 ‘밥’을 대하는 세 남녀의 서로 다른 태도, 그들 사이에 은밀히 오가는 오후 세시의 수제 디저트. 구하기 어렵지 않아 보이는 이 재료들로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맛을 낼 수 있다니 놀랍다. 읽는 내내 속이 복닥거렸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어쩐지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솜씨 좋은 작가가 안쪽에 숨겨둔 기묘한 뒷맛까지 꼭 음미해주시기를. - 장류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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