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제1장 디자이너의 자아 탐구
[1.01] 아인 랜드의 『파운틴헤드』099 위대한 창조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1.02] 마야 린과 〈강하고도 뚜렷한 비전〉115 예술가는 어떻게 세상과 싸우고 화해하는가 [1.03] 렘 콜하스의 『S,M,L,XL』135 건축가여,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가 제2장 근대 디자인의 발생과 변천 [2.04] 존 러스킨의 『건축의 칠등(七燈)』163 예술, 삶 속으로 들어오다 [2.05] 헤르만 무테지우스의 『영국의 주택』187 어느 스파이의 디자인 보고서 [2.06] 르 코르뷔지에의『새로운 건축을 향하여』207 건축의 신이시여! 빛나는 도시엔 누가 사나이가 [2.07] 니콜라우스 페브스너의 『근대 디자인의 개척자들』227 근대 건축의 영웅 만들기 [2.08] 지크프리트 기디온의 『공간·시간 ·건축』247 살아 움직이는 건축과 역사를 위하여 제3장 탈근대주의의 형성 [3.09] 로버트 벤추리의 『건축의 복합과 대립』267 미국판 신토불이가 여기에 있소이다 [3.10] 찰스 젱크스의 『포스트 모던 건축의 언어』287 건축은 대답하라, 오바! [3.11] 톰 울프의 『바우하우스에서 오늘의 건축으로』301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제4장 도시와 인간 [4.12] 케빈 린치의 『도시의 이미지』321 마음속에 그린 도시 [4.13] 제인 제이콥스의『미국 대도시의 부흥과 쇠퇴』333 고집불통 할머니의 도시 살리기 평생 투쟁 [4.14] 로버트 벤추리와 동료들의『라스베이거스의 교훈』 349 오리의 도시에서 현대 건축의 상징을 찾다 [4.15]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365 환상의 여정 속에서 도시를 그리다 [4.16] 렘 콜하스의 『정신 착란증의 뉴욕』379 밀집의 문화에 대한 소급된 선언 [4.17] 윌리엄 미첼의 『비트의 도시』399 인포반을 타고 가상 도시에 도착하다 [4.18] 릭 번스와 제임스 샌더스의 다큐멘터리 필름 〈뉴욕〉411 세계 최고의 도시 문화 시험장 제5장 지속 가능한 건축 [5.19] 버크민스터 풀러의 『우주선 지구호 사용법』431 형제들이여, 지구를 지켜라! [5.20] 이안 맥하그의 『자연과 함께 하는 디자인』451 이제, 인간과 자연을 겹쳐 본다 [5.21] 비아르케 잉엘스의 『예스 이즈 모어』465 21세기 건축의 진화에 대한 코믹북 [5.22] 에드워드 글레이저와 데이비드 커틀러의『도시의 생존』509 코로나 19 팬데믹 속에서 본 도시 시스템의 붕괴와 새로운 희망 [5.23]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의 삶과 건축 545 결핍에서 나온 아름다움 |
|
역사적으로 도시는 언제나 높은 밀도와 관련되어 있었고, 그 밀도가 주는 혜택과 더불어 그로 인해 도시에 찾아오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주제는 도시의 설계자와 건축사는 물론이고 모두가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할 지극히 중요한 주제일 것이다. 이번에 새로 소개하는 저자들은 각각 유럽과 아프리카, 미국 출신으로 세계의 각지에서 저마다 다른 지평에서 독특한 ‘지속 가능성’들을 경주하면서 우리의 시야를 더 넓게 해 준다.
--- p.014 근대 이후 현재까지 이르는 서구 건축과 도시의 고전을 다룬 건축가 이건섭의 이 야심적인 작업은 그가 저자들과의 대화─책 읽기─를 통해 경험한 시공간 여행의 기록이다. 현장감 넘치고 에피소드가 풍부한 이 책은 현재 한국의 건축적 문화적 상황에서 우리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성취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이 책 속의 저작들이 지나온 기간 동안 우리가 산출해 낸 건축 디자인 대부분이 중심에서 벗어난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수용의 결과였다면, 그가 던지는 이 글 모음은 이제 막 능동적으로 서로 대화하기 시작한 현 시점의 우리 건축이 보이는 자신감의 표상이다. --- p.019 이 책에 등장하는 ‘인테그리티(integrity)’라는 말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며 여섯 달을 보냈다. 그러다가 흘러간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를 뒤적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즐겨 보던 ‘영한 대역’란을 펼쳤는데, 거기에 이 단어가 ‘고결성’으로 번역되어 있었다. ‘바로 이거다’하고 무릎을 치고 뛰쳐나온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 p.113 나는 건축이야말로 모든 예술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다른 예술 분야들은 각각 그 시대와 양식의 테두리 안에서 건축을 쫓아야 마땅하다. 또한 어느 누구도 우리 시대의 회화와 조각 분야에서, 물질적 부 대신 생명력을 갖춘 유파들이 넘쳐나게 된 것이 결국 건축의 발전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 존 러스킨 --- p.164 그(존 러스킨)의 모든 생애는 인간과 자연의 덕목인 ‘윤리’와 관계 깊은 것이었다. 그의 윤리관은 『건축의 칠등』에서 진리의 의미를 깊이 탐구하게 만들었다. 재료의 진실한 사용, 그리고 허식을 배격한 간결성이야말로 훌륭한 건축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노동과 그 산물로서의 건축은 그가 주장한 고딕 양식의 미덕, 즉 인간에게 노동의 기쁨을 주어 완성물을 통한 자기 고양을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뛰어난 수단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에게 “건축은 인간이 구축한 건조물을 구성하고 장식하는 예술로서, 그 용도가 어떻든 간에 그 시각적 결과물은 인간의 정신적 건강성과 권능과 즐거움을 표상하는 것이다. --- p.178 페브스너는 기계 생산 시대의 도래는 사회 진보의 단계에서 명백한 것이므로 하나의 시대 정신이라 볼 수 있고, 따라서 기계 생산 시대의 양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가능성을 개척하는 것이야말로 시대의 올바른 건축이라고 설파했다.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그의 글들은 하나의 메시지로 집약된다. ‘시대를 선도해 가는 사조, 즉 근대 건축에 순종하지 않는 것들은 잡것들이다.’ 내 나름대로 살짝 비틀어 다시 말해 보자면, ‘형님들이 앞장서는 대로, 너희들이 이 새로운 예술을 알아서 잘 쫓아오기만 하면 별탈 없이 세상에 적응해 가며 그럭저럭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잡탕 스타일에 현혹되면 나중에 뒤쳐져 후회할 테니 알아서 해’라는 반(半)협박조의 메시지인 것이다. 그가 예견하고 제시한, 이 ‘새로운’기운을 받아들이라는 부흥회 선교사와도 같은 강력한 설교는 1930년대 말까지 어떤 노선을 택해야 할지를 놓고 마음을 정하지 못한 건축가들의 불안한 심리를 파고들었다. --- p.237 건축계라는 울타리(컴파운드)에서 대결은 이제 두 가지 층위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훌륭한 프로젝트를 따고 디자인 측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기량을 뽐낸 다음 그것이 실제 건물로 올라가는 것을 보여 주는 구시대적 경쟁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론만을 무기 삼은 순전한 지적 경쟁도 생겨났다. 예술임을 증명하고 그에 걸맞는 명예를 내려 줄 권능이 이 배타적 건축가 집단만 지닌 특권이 되었으므로, 이제 영감을 얻기만 했다면 그 천재, 또는 사제이거나 어느 교주, 어느 철학자(이론가)들은 그들의 성소(聖所,대학)를 떠나지 않고서도 이름을 날릴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다시 대단히 희귀한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건물을 거의 또는 아예 짓지 않은 ‘유명 건축가’의 등장이다. ─톰 울프 --- p.303 비아르케 잉엘스의 만화 아포리즘은 여기서 미국의 44대 대통력 버락 오바마(Burack Obama, 1961~)의 2007년 대통령 선거 구호였던 “예스 위 캔(Yes We Can)”을 끌어온다. 오바마는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거기에 기생하던 이전의 정치 지도자들과 달리 긍정과 낙관론에 기반을 두고 “통합을 통한 변화(change through unity)” 로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제 전략이 대강 드러난다. ‘나는 분열과 대결을 지향하지 않겠다. 나는 모든 것을 통합하는 것으로 성공해 보겠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다음 펼침면에 활짝 웃는 주인공 비아르케가 등장한다. 그는 “예스 이즈 모어 (YES IS MORE)”를 선포하고, 자신을 실용적 이상주의(pragmatic utopianism)를 표방하는 자라고 언명한다. | “ 그동안 두 개의 극단이 건축 세계를 지배해 왔다. 하나는 잘난 척하는 급진파, 이 광야의 아방가르드들은 현실과 거리가 멀어, 이들의 성과물은 호기심이나 모으는 괴짜로 끝나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다른 세력은 잘 조직된 기억 집단형으로, 결과가 예측 가능하지만 실은 박스 건물들을 양산해서 전체 건축 수준은 높지만 지루하다. 황량하기는 매한가지인 이 둘 사이에 건축이 붙들려 있는 듯보인다. BIG(Bjarke Ingels Group)는 하나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양극단 사이의 비옥한 교차 지대에서 활동할 것이다. 나이브한 이상주의와 화석화한 실용주의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열면서 사회·경제·환경적으로 완벽한 장소들을 실제 건축물로서 창출해 내는 실용적 이상주의 건축을 만들겠다.” --- p.489 ~ 491 케레에게 건축은 건축 설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금을 모으고, 마을을 단합시키고, 건축 시공 기술을 익히도록 이끄는 것도 모두 그의 건축 과정에 포함된다. 도면 위의 설계가 실제 공간에서 지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건축가의 건축 행위에 지역 커뮤니티가 참여하게 되는 이 과정은 마을의 연대 의식 또한 더욱 강화되는 선순환을 이끌어 냈다. [.…]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온 케레에게 친환경 건축은 순수하다. 지역에서 난 재료를 가지고 되도록 단순하고 간결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아름답고 쓸모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 지역 사회가 그렇게 지어진 건축을 통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역량을 길러 나간다면, 이것이 ‘생태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이다. 케레의 현장에는 기후를 측정해서 실험해 볼 컴퓨터 시물레이션도, 도출된 데이터를 가지고 신물질을 합성해 재료를 생산할 시스템도, 공정을 바꿀 새로운 기계도, 기계를 도입할 에너지도 없다. 그러나 부족함과 결핍으로부터 나온 건축은 사용하는 사람, 방문한 사람들을 원초적으로 감동시키고 만다. 그야말로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건축이다. --- p.561 ~ 563 “나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건축가가 되고 싶다. 사람들을 꿈꾸게 하고 그들이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 부자라고 해서 재료들을 낭비하는 게 당연한 것은 아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수준 높은 무언가를 창조하려 들어서는 안 되는 것도 아니다. [.…] 인간이라면 누구나 질 높은 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 누구나 호사스러운 대접을 받을 수 있으며, 그리고 누구나 쾌적함을 누릴 수 있다. [고급, 호사스럽고, 쾌적한 대접을 받을 만한 누가 따로 있고 그렇지 않은 누가 따로 있지 않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고, 기후와 민주주의, 그리고 결핍에 대한 고민 또한 우리 모두 화두인 것이다.” --- p.568 ~ 569 건축이나 건축인이 아니라 ‘건축 책’들을 읽어 나간다는 저자의 구상은 수류산방에게 오히려 흥미로운 접점이 되어 주었다. 우리가 모르는 과거 지구 반대편 어떤 건축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짜깁기로 읊는 것보다, 눈앞에 놓인 이 한 권의 책을 한 자 한 자 읽어 나가는 편이 오히려 건실하게 다가오던 시대이기도 했다. [.…] 『20세기 건축의 모험』에서 저자가 소개한 몇몇, 존 러스킨이나 이탈로 칼비노 같은 이들은 뛰어난 저술가들이지만 또 몇몇은 근현대 건축의 난해함의 중시조들인데, 그 강자들의 시대를 향한 건축 선언(말)을 쓴 글들은 어떻게 책이라는 물성으로 세상에 몸집을 드러냈을까. 그것을 1980년대 한국에서 건축을 습득한 저자는 어떻게 만나고 이해했을까. 여기까지가 저자의 글을 따른 여정이라면, 저자의 그 글을 반대로 읽어가는 (더 흥미진진한)모험은 우리의 몫이었다. --- p.582 ~ 583 |
|
『20세기 건축의 모험』에서 『건축의 무빙』으로 '리마스터링'하다
이렇게 써내려 간 이건섭의 글들은 2005년 수류산방에서 『20세기 건축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건축인들과 학생들에게 필독서로 자리잡으며 널리 사랑을 받았다. 새로 나온 『건축의 무빙』은 그 부제에서 밝히듯 책으로 본 〈20(~21)세기 건축의 모험〉 리마스터링 에디션'이다. 오래된 영상이나 음원의 질을 향상시키는 리마스터링 작업처럼, 제작 방식의 변화로 절판되었던 『20세기 건축의 모험』을 디지털 환경에 맞추어 복기했다. 복간에 맞추어 저자가 모든 글을 다시 읽고 지금 시점의 판단을 더욱 보완했으며, 21세기의 새로운 건축가들을 추가해 책의 생명력을 더했다. 개정판이 아닌 '리마스터링 에디션'으로 이름한 까닭은, 초판 『20세기 건축의 모험』의 체제와 디자인을 '개정'하지 않고, 오히려 '복원'했기 때문이다. 20년 전 초판본을 만들면서 수류산방은 본문과 각주가 교차하는 형식, 책을 오브제로 삼아 재해석한 사진 등 다양한 실험을 선보였는데, 『건축의 무빙』은 이러한 편집 디자인 실험을 수류산방의 총서인 '아주까리 수첩' 체제 안에서 재현하며 의미를 증폭시켰다. 근대 이후 건축은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신하고 좌표를 이동하며 발전해 왔다. 그러한 지적 모험의 여정을 읽어 나가면서 독자들은 건축과 도시를 한층 넓은 시야로 조망할 (초)능력을 얻을 것이다. 새로운 제목 『건축의 무빙』에는 '건축 책'을 통해 건축을 원근법적으로 조망하려는 이 기획의 탁월성을, 그리고 2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여전한 '이 책'의 입체성을 담았다. 『건축의 무빙』은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서구 건축 디자인이 밟아 온 사고를 조망하고 해석할 뿐만 아니라, 21세기와 앞으로의 한국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전망하게 하는 “명쾌한 지도”(최문규, 추천사)로서, 폭넓은 세대의 독자들과 만남을 기다린다. 건축 역사에 이름을 올린 세계적 건축가와 작품들, 그 표피가 아니라 정신을 읽다 『건축의 무빙』의 본문은 건축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되고 영감을 주는 23편의 글로 이루어진다. 르 코르뷔지에나 렘 콜하스처럼 이름난 건축가들도 있지만, 니콜라우스 페브스너, 지크프리트 기디온 등 이론가, 저술가들이 더 많다. 영화와 다큐멘터리, 소설 등 장르도 책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두에 저술들의 선정 이유와 간략한 20세기 건축 연표를 싣고, “하나씩 읽어 가면 20세기 디자인 역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31쪽) 하도록 구성했다. 각 글은 한 편의 책 또는 저작물을 자세히 읽고 찬찬히 소개해 나간다. 원전에 충실하여 각 책의 체제와 내용을 되도록 정확하게 안내하며, 주요한 대목들은 그 원문과 번역도 함께 수록했다. 이건섭은 어떤 상황에서 이 책을 선정하고 읽었는지, 선정된 저작의 저자들은 어떤 사람이고 왜 이 책을 썼는지, 건축사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인지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이야기한다. 독자가 앞으로 직접 읽을 때 어떤 점을 유의하면 좋을지, 각각의 명저들이 한국에 어떻게 소개되거나 무슨 영향을 미쳤는지를 짚으면서 우리 건축과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를 경쾌하지만 날카롭게 파고든다. 건축계 안에서 각 저술의 위상을 되도록 정확하게 분석하면서도, 이건섭은 되도록 쉽고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자 일관되게 노력했다. 새로운 학설이나 선언을 제시하는 연구서는 아니지만, 오히려 학자들에게도 난해하기 일쑤인 원전들, 그리고 서로 견해나 시대가 전혀 다른 책들을 실제로 한 권 한 권 성실히 독파한 기록이다. 나아가 그 기록을 우리말의 어법으로, 일상적인 낱말들로, 마치 곁에서 이야기해 주듯 쓴 책이라는 점에서 『건축의 무빙』은 국내 건축 서가에서 비교할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보적이다. 특히 기존 서구 건축의 주류를 형성한 이론뿐만 아니라 도시 재생, 생태학, 환경, 지구의 미래를 염려한 선구적 인물들을 애정과 존경을 담아 알린다.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부흥과 쇠퇴』, 버크민스터 풀러의 『우주선 지구호 사용 설명서』 등은 초판본 『20세기 건축의 모험』 출간 이후 국내에서 정식 번역되었다. 이건섭이 머리말을 “『20세기 건축의 모험』은 2004년에 수류산방과 내가 같이 만든 책이다.”라고 시작하듯, 출판사 수류산방의 개입은 적극적이었다. 본문에 파고드는 150여 개의 긴 편집자 주석, 원저를 실제 보는 듯한 도판과 책을 주인공으로 한 사진들은 저자의 본문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개념, 작품들과 상호 작용하며 이 책을 완성한다. 이번 리마스터링 에디션 서문에서 저자는 지난 20년간 건축의 주요한 변화를 짚는다. “기후 위기, 여성 참여의 확대, 기술 발전의 영향이라는 화두는 오늘날 건축 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본문에서도 21세기의 흐름을 100쪽 이상 새로 집필했다. 덴마크의 스타 건축가 비아르케 잉엘스의 『예스 이즈 모어』를 통해 엄숙하기보다는 유쾌한 지속 가능성을, 도시 사회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와 데이비드 커틀러의 『도시의 생존』을 통해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도시의 미래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선정된 건축가 디에베도 프랑시스 케레는 유일하게 책을 쓰지 않았음에도 그 인물과 작업으로서 소개된다. 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 출신으로 갖은 고생을 하며 마흔이 넘어 겨우 학교를 졸업한 한 젊은 건축가가 최연소로 프리츠커 상을 수상하고 눈물을 터뜨리는 과정까지를 찬찬히 짚어 가는 이 마지막 글에서 이건섭은 시대와 조건을 초월해(moving) 진정한 건축이 무엇으로서 성립하는지, 건축의 미래가 어디로 펼쳐질 것인지를 뭉클하게(moving) 펼쳐낸다. 수류산방 편집 실험 20년을 기리다 『20세기 건축의 모험』은 초판 출간 당시에도 “구조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를 실험한 책”이었다. “건축 책을 다룬 내용에 맞게 이미지도 각 책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했다. 사진가 박우진에게 하나의 오브제로서 책의 느낌을 살려 달라는 주문을 했고, 3개월의 시간을 들인 그 사진은 자체로 작품이 됐다. […] 건축과 모험이라는 주제를 에디토리얼 디자인에서 어느 정도 구현해 낸 작업이라 생각한다. 2005년 출간을 기념해 그 '책-사진'을 가지고 전시를 했으며, 2008 년에 그 일부를 가지고 다시 한 번 전시회를 가졌다. 건축으로 말하면, 파사드(각 건축 책을 오브제로 드러낸 것)의 실험과, 구조와 설비를 그대로 드러낸 표현(팁과 주석과 본문 사진의 노골적 배치)으로 20세기의 역사적 건축책들이 감행한 모험을 드러내려 한 작업이다. 건축책들을 새롭게 해석해 촬영한 사진가와 방대한 분량의 팁을 만들어 낸 편집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팁이나 주석이 단순히 본문 텍스트의 보조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새로운 본문이 되어 전체 레이아웃의 구조를 다시 생각하게끔 한 기획은 2002년 『하나은행』 사외보 리노베이션 작업을 씨앗으로 하여, 2005년 『20세기 건축의 모험』에서 열매를 맺으며, 2011년 『예술사 구술 총서』에서 꽃을 피운다. 본문과 주석이 삼투하는 구조는 『이응노의 집, 이야기』(2011년)과 이상의 시를 다룬 『시는 아무 것도 모른다』(2012년)에서 다른 방식으로 실험되었다.” [수류산방, 『세상에 이런 책』, 2014]. 2005년 첫 열매로 맺어졌던 이 실험은, 이후 수류산방의 여러 작업들에서 변주되고 심화되면서 책을 만드는 하나의 태도로, 수류산방의 스타일로 성장해 왔다. 쿽익스프레스-필름 출력 방식으로 만들어졌던 『20세기 건축의 모험』을 어도비 인디자인-CTP 출력 방식인 현재의 디지털 작업 환경에 맞추어 다시 만드는 이번 작업을 수류산방은 '개정판'이 아닌 '리마스터링 에디션'으로 명명했다. 주지하듯 '리마스터링'은 영화 필름이나 LP 음반 따위를 디지털 방식으로 변환해 '재현'하면서 그 질을 향상시키거나 오류를 개선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디자인과 조판을 모두 바꾸는 일반적인 도서의 개정판을 음악이나 영화의 '리메이크'에 비유한다면, 초판(『20세기 건축의 모험』)의 실험과 시도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한에서 보완을 가한 이번 접근(『건축의 무빙』)은 책으로 번안된 '리마스터링'이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건축의 무빙』은 『20세기 건축의 모험』과 흡사 거의 똑같아 보이도록, 그러기 위해서 한껏 애써서 조금씩 다르게, 완전히 새로 만든 책이다. 『건축의 무빙』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심자가 되어 20년 전 우리가 만들었던 책을 앞에 놓고 베껴 본 셈이라고 해도 좋다.” (587쪽 맺음말) 초판 『20세기 건축의 모험』의 본문 부분은 마치 설계도를 놓고 사라진 과거의 건물을 똑같이 다시 짓듯 재현했지만, 저자가 『건축의 무빙』을 위해서 새로 집필해 덧붙은 부분은 전혀 다른 포맷으로 디자인했다. 따라서 책 안에 2가지 본문 형식이 공존하는데, 이는 역사적 건축물 보수 보존의 원칙을 책의 형식 안에서 구체화시킨 시도다. 표지 안에 또다른 표지 디자인의 책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붕 떠 있는 표지는 제목 『건축의 무빙』을 시각적으로 해석한다. 책의 첫 장을 넘겨서 다 읽어 나갈 때까지, 본문과 주석, 도판과 중제가 긴밀하게 얽혀 어느 한 펼침면도 똑같지 않도록 한 면 한 면 디자인해 나간 이 책은 거의 수공예적이다. 그 변화를 관통하는 강력하고도 유연한 질서는 수류산방의 창안이다. 재사용 종이와 비목재 비표백 펄프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시각적 통일감과 다양성, 재질감과 무게감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건축의 무빙』은 건축뿐만 아니라 책의 우주를 모험하기를 즐기는 모든 독자들이 소장할 만한, 그리고 수류산방 20년의 모험이 낳은 견고하고 아름다운 책이다. |
|
Gibson Rhie has made an exciting synthesis of recent architectural thinking from a Korean perspective. What is particularly interesting is that he is not looking only at recent ’trends’ but unveiling the incredible variety of newly emerging positions in architecture that are sometimes obscured by an elusive focus on the latest architectural fashions.
이건섭의 글은 한국인의 시점에 근거해 최근의 건축적 사고를 흥미롭게 종합한 것이다. 그가 최근의 ‘유행’을 무조건 좇지 않고, 자칫 그 패셔너블한 경향에 몰입합으로써 흐려지곤 하는 건축 경향의 다양성을 드러내 보여준 것은 특히 흥미롭다. - 렘 쿨하스 (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 (OMA)) |
|
근대 이후 현재까지 이르는 서구 건축과 도시의 고전을 다룬 건축가 이건섭의 이 야심적인 작업은 그가 저자들과의 대화-책 읽기-를 통해 경험한 시공간 여행의 기록이다. 현장감 넘치고 에피소드가 풍부한 이 책은 현재 한국의 건축적 문화적 상황에서 우리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성취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이 책 속의 저작들이 지나온 기간 동안 우리가 산출해 낸 건축 디자인 대부분이 중심에서 벗어난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수용의 결과였다면, 그가 던지는 이 글모음은 이제 막 능동적으로 서로 대화하기 시작한 현 시점의 우리 건축이 보이는 자신감의 표상이다. - 조민석 (건축가)
|
|
책 읽어 주는 남자, 이건섭.
그의 글은 종종 국내 독자뿐 아니라, 외국에서 유학 중인 우리 학생들에게 애독되는 중요한 건축 기사다. 시간을 벌어 주는 남자, 이건섭. 그는 한국 교육 현장에서 미진한 텍스트 읽기를 도와 줌으로써, 학생들의 귀중한 시간과 비싼 경비를 절감시켜 주는 은둔의 지식인이다. 용기 있는 남자, 이건섭. 그는 세상에 이로운 지식의 증식을 위해 자기 세계의 소중한 한 부분을 떼어 줄 줄 아는 건축인이다. - 전진삼 (건축 비평가) |
|
건축 역사는 건축가로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 가를 생각하게 한다. 오래 전부터 여러 책들 읽었지만 역사적 철학적 배경이나 다른 책과의 관계를 알기는 어려웠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 후 〈20세기 건축의 모험〉라는 명쾌한 지도를 발견했다. 〈20세기 건축의 모험〉은 〈20세기 건축의 무빙〉으로 재출간되었다. 이 책이 있었다면 나는 더 일찍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 최문규 (건축가/ 연세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