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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스
초판 한정 감상 수집 티켓 증정 (도서 내 삽지)
이수안
문학동네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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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_007
지옥의 레이싱 _011
세이프티로더 _023
불청객들 _035
그린 마일 _049
가지 않은 길 _061
안전 개러지 _077
깊은 숲속 방화 금고 _089
심증 _107
윈디 _117
불사조 _129
노트북 _138
유영hada _149
토미카 _162
자동차를 운전하는 법 _170
용의자 _185
눈먼 목격자 _196
사라진 단어 _212
제발 죽지 마세요 _220
차 덕후의 컬렉션 _238
볼모 _255
사라지다 _264
억새밭 _277
거래 _294
이기는 법 _306
마지막 시드 문구 _317
에필로그 _329

작가의 말 _343

저자 소개 1

2019년 김유정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1년 제4회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시커의 영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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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344g | 115*188*30mm
ISBN13
9788954696593

책 속으로

김회장은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이십오 년 전 벌어진 사고를 떠올렸다. 전날 밤 쏟아진 폭설이 볕에 녹았다가, 해가 기울며 몰려온 한파로 투명하게 얼어붙은 어느 겨울날이었다. 검은 아스팔트가 비칠 만큼 얇아서 ‘검은 얼음’이라고 불리는 블랙 아이스를 밟고 김회장이 운전하던 차가 미끄러졌다. 살얼음의 속임수에 보기 좋게 넘어간 거였다. 앞서가던 활어 수송차의 후미를 들이받을 때 트럭의 대형 수조에 적힌 문구가 김회장의 눈에 들어왔다.
활어가 타고 있습니다. 위급 시 활어 먼저 구해주세요.
그 문장들은 날생선처럼 김회장의 가슴에서 퍼덕거렸다. 비루하고 신성했다. 아니 비루해서 신성했다.
(……)
김회장은 그 사고 이후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몰두했고, 목표가 정해지면 무조건 직진했다. 그 시절 건설 사업에 뛰어드는 건 절벽에서 다이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관련 기업들이 속수무책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블랙 아이스를 밟은 김회장은 마치 구도에 오른 사람처럼 고집을 꺾지 않았다.
--- p.8~9

유한은 똑똑히 보았다. 성달산터널을 빠져나온 순간 새빨간 너울이 거대한 불새처럼 활공하며 고가 위에서부터 아벤 앞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유한은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짓이기며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끼이익 하는 새된 소리가 노면에서부터 허공으로 뿜어져나왔다. 묵직한 이물감이 차체 위를 스쳤다. 핸들이 좌우로 거칠게 떨렸다. 270을 찍었던 속도계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가공할 만한 제동력으로 아벤이 멈추기 직전, 앞 범퍼 왼쪽이 중앙분리대를 날카롭게 긁었다.
아벤은 1차로에 완전히 멈춰 섰다. 유한의 심장이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처럼 날뛰었다. 뒤따르던 맥라렌과 페라리가 앞서가던 황소의 광란을 목격하고 급하게 감속하기 시작했다.(……)
“오, 오지 마.”
떨리는 목소리에 결기가 담겨 있었다.
“김유한, 무슨 일이야?”
“돌아가.”
“어딜?”
“집으로. 오늘 레이싱은 취소야”
--- p.17~18

문득 준희의 시선에 잡히는 것이 있었다. 차량의 우측 앞바퀴를 덮는 펜더가 찌그러져 있었다. 완만한 굴곡이어서 눈에 잘 띄지는 않았다. 차체 높이가 겨우 10센티미터 남짓인 전면 하단부에는 미세한 얼룩이 묻어 있었다. 준희는 플래시 라이트를 비추어 오염 부위를 꼼꼼히 살폈다. 타이어를 살펴보다가 왼쪽 앞바퀴 내측에서 붉은 섬유 올 흔적을 발견했다. 부딪힌 것이 벽뿐만이 아니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차를 보내겠다고 전화한 김회장은 유한이 ‘실수’했다고 말했다. 그 실수에 이 상황도 포함되었던 것일까?
--- p.43

“만약에 자네들에게 백억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겠나?”
인성은 저 양반이 드디어 돌아버렸군, 하고 생각했다. 금지옥엽 아껴왔던 자식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백억이 생길 리가 없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요.” 한참 만에 인성이 대답했다. 침묵이 숨막힐 정도가 되자 입에서 나오는 대로 주워섬긴 것이지만 사실이기도 했다. 김회장의 머리가 수굿하게 기울어졌다.
“내 질문이 틀렸군. 만약 자네들에게 백억의 보수가 주어진다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겠나?”
--- p.95~96

준희는 차를 완전히 멈추고 비상등을 켰다. 1초, 2초, 3초. 오른쪽 골목에서 낮은 배기음이 퍼져왔다. 아벤이 떠들썩하게 자신의 등장을 알리고 있었다. 준희가 다시 차를 몰아 오른쪽 골목을 살짝 지나치며 핸들을 왼쪽으로 꺾더니 후진 기어를 넣고 아벤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윈디의 엉덩이를 틀었다.
“여기 일방통행인데요?”
“그래서 후진으로 들어갔잖아요.”
인성의 말을 준희가 받아쳤다. 차의 위치로 봤을 때 맞는 방향이긴 했다. 자동차가 모로 비껴서 도로를 막았다는 점이 문제긴 했지만.
“내려요!”
“네?”
“가서 아벤 회수하라고요!”
인성이 떠밀리듯 내렸을 때, 일방통행로를 신나게 달려오던 아벤이 윈디를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잡았다. 당황한 유한이 후진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 p.125~126

“그랬으면 유영이라도 잘 돌봤어야지. 열아홉 살 애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엄마가 어디 있어?”
“그렇게라도 고칠 수 있는 병이면 고쳐줘야지. 엄마니까.”
“이모, 아직도 그게 병이라고 생각해?”
이모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은 내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알려주기 전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좁은 자동차 안에서 팽창된 적막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 p.183

출판사 리뷰

“만약에 자네들에게 100억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겠나?”
“내 질문이 틀렸군. 만약 자네들에게 100억의 보수가 주어진다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겠나?”


김회장의 의뢰를 받은 중고차 딜러 차인성과 자동차 정비사 신준희는 각자의 아픔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를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이다. 어린 나이에 미혼부가 되어 홀로 아들을 키우는 차인성은 언젠가 멋진 스포츠카를 소유하는 게 꿈이지만, 희소병을 앓고 있는 아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꿈을 잠시 접어두고 성실히 사업을 일궈나가고 있다. 신준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자동차 사고로 잃고 괴로워하지만, 스포츠카를 향한 연인의 뜨거운 애정을 기리며 여전히 취미이자 일로서 소중히 차를 대한다. 그러나 언뜻 단단해 보이는 준희에게도 깊은 상처가 있다. 바로 김회장과 그의 전 부인 채희주에 대한 원망이다. 그들은 자식인 유영과 조카인 준희를 기르며 간혹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왔고, 그것이 오래도록 준희를 괴롭게 한 것이다.

차인성과 신준희 두 사람은 패스워드를 찾기 위해 콤비를 이뤄 유영이 남긴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그간 이수안 작가가 천착해온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머금고, 소설은 패스워드에 대한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사랑과 우정, 열정에 대한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나간다. 준희는 과연 상처를 대면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유영을 해치려 한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과연 두 사람은 패스워드를 알아내고 김회장이 약속한 100억원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자동차 마니아인 작가의 취향이 곁들여진 이 소설에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S와 포르셰 GT2 RS를 포함하여 다양한 스포츠카가 등장해 이야기를 힘차게 이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의 등장으로 내연기관을 가진 차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지금, 작가는 언젠가 사라질지 모를 스포츠카의 아름다움과 치명적인 속도감을 통해 청년 세대의 꿈과 욕망을 향한 질주를 은유하는 듯하다. 등장인물이 오랜 시간 지녀온 상처를 어루만지며, 그리고 공허한 탐욕이 우리를 어디까지 끌고 가는지를 상기시키며 소설은 결말로 달려나간다. 가슴 뛰는 꿈을 지닌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스포츠카 레이싱이 자아내는 속도감으로 가득한 이 소설은 독자들을 숨막히는 미스터리 추격극 속으로 금세 빨려들게 할 것이다.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

‘읽는’ 소설에서 ‘보는’ 소설로

국내 최고의 작가들이 만들어나가는
무수한 취향의 테마파크!
흥미진진하고, 몰입감 높으며, 독자의 마음에 감동을 남기는
웰메이드 장편소설의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는 ‘플레이(PLAY)’라는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소설 읽기를 ‘놀이’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문학 테마파크를 지향한다. 또한 한 장면 한 장면 허투루 쓰이지 않은 감각적이고 탄탄한 장편소설을 엄선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생’함으로써 오감을 통해 구체적으로 체험하는 문학을 선보이고자 한다. 앞으로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는 평단과 독자에게 인정받는 국내 최고의 작가들과 함께하며 재미와 감동을 함께 전하는 뛰어난 작품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작가의 말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동네에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운전하는 시간이 늘었다. 소설이 잘 풀리지 않던 많은 나날, 자동차를 타고 가다 꽉 막힌 도로에 갇히면 그 상황이 꼭 내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나가지도, 뒤로 빠지지도 못하고 도중에 기권을 선언할 수도 없는 막막한 레이스에 갇힌 느낌이었다. 중반부를 넘어선 소설을 포기하는 일은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나가는 일 같았다. 그러므로 버티는 수밖에. 견디는 일에는 소질이 없지만 소설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막힌 길은 언젠가는 뚫렸고, 길눈이 어두운 나도 기어이 목적지에 도착하곤 했다. 우회하거나, 지체되더라도 묵묵하게 가다보면.

소설을 쓰면서 사계절을 보냈고, 다시 겨울이 목전에 와 있다. 내가 사는 동네는 ‘눈을 마중한다’는 의미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선지 겨울이 일찍 오고, 눈밭 위에 길고양이 발자국이 오종종 찍히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또 한번의 겨울이 오는 것을 기쁘게 맞으며, 두번째 장편소설이 지난한 여정 끝에 종착지에 다다를 수 있어 감사하다. 모쪼록 온기를 전하는 소설이기를, 이 겨울 모두가 블랙 아이스를 밟지 않기를.

2024년을 기다리며,
이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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