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저자 서문 | 이 책을 내는 까닭
청춘을 불사르고 - B씨에게, 제1신 눈물과 인생과 행복과… - 인간이 되려고 출가한 처녀 무심을 배우는 길 - 피엉긴 가슴을 안고 사는 R씨에게 살활의 검을 내리소서 - 반환된 선물을 안고 마음은 하나인가 둘인가 - 개종한 C씨에게 부치는 글 믿음이란 무엇인가? - M의 편지를 읽고서 울지 않는 인간 - 입산 25주년의 새해를 맞이하여 만공 대화상을 추모하며 - 15주 기일을 맞으며 영원히 사는 길 - B씨에게, 제2신 인간의 행불행과 나 - 진묵眞墨스님의 일화 인간을 구하는 길인간을 길 - 불교도대회에 보내는 제의서 나를 알아 얻는 길 - 미국 모 대학 교수 스티븐슨 씨의 편지에 답함 어느 여승의 편지 - 일엽스님을 찾은 일본인 노신사의 사연 |
一葉, 원주元周
김일엽의 다른 상품
|
나는 5대 독자 집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그리고 소녀 적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여의었다. 그야말로 외톨이였다. 게다가 이름마저 일엽一葉1이다. 나중에 춘원春園 선생에게 받은 아호까지 일엽이 되었으니 “일엽, 일엽, 가냘픈 외잎사귀란 말이지” 하고 뇌까리게 된 이름이다. 우주적 외로움과 ‘센티’가 담뿍 실린 이름을 가진 존재였다.
--- p.9, 「저자 서문」 중에서 나는 사랑의 씨를 심을 때 사랑의 꽃을 살라버릴 불씨도 함께 마련되는 것이 원리라는 것을 알 길이 없는 어리석은 여인이었나이다. 더구나 사랑의 화려한 꽃 위에 열매까지 갖추어질 우리의 꿈을 꾸었던 것이외다. 꿈임을 모르지는 않건마는 그래도 당신이 황무지인 나의 가슴에 아름다운 꽃동산을 지어 주었기 때문에 그 추억으로 실망의 풀밭 위에 벅찬 감동의 신작로를 지어 그 길을 소요逍遙하게 하신 당신의 은혜에 오히려 감사를 드리게 되나이다. --- p.56, 「B씨에게, 제1신」 중에서 인간적 가치표준은 나를 알아 얻어 임의로 쓰는 존재 위에 세우게 되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도리어 최고 위치에 있노라 자랑하는 것입니다. 우선 인간이면 무엇 때문에 이렇듯이 부자유하고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되느냐 생각해볼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나를 모르고, 나를 모르기 때문에 나를 알아볼 생각이 아니 납니다. 나를 알아볼 생각이 아니 나기 때문에 나와 나 밖의 존재요, 사건이요, 명상名像인 나의 생각 중에 하나도 알아 얻지 못한 속 빈 존재인 미몽迷蒙의 인간 노릇을 하게 되고, 미몽의 인간이기 때문에 자유와 평화를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됩니다. --- p.210, 「개종한 C씨에게 부치는 글」 중에서 출발의 입구에서는 목표가 바로 바라보이게 되는 것이다. 목표를 바라보며 가슴에 벅찬 그 기쁨! 마치 목마른 사슴이 물 냄새를 느끼는 것과 같은 기쁨이었다. 목마른 내가 물 찾는 길이 바쁜 것도 불구하고 다른 목타는 모든 동지를 부르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이제 나는 내 분야적 책임이 아닌 붓을 들게 된 것이다. 내 분야가 아니라는 것은 아직 내게는 새해가 오지 않은 까닭이다. 아직 수원水源을 발견할 날이 남은 까닭이다. 세상에서는 25년이란 기나긴 시간에도 발견 못한 수원이 언제 발견될 것이냐고 하겠지만, 그러면 영겁永劫에 갈증은 어찌할 것인가? --- p.251, 「입산 25주년의 새해를 맞이하여」 중에서 지금은 당신의 편지를 읽어봅니다. 나보다 나은 임의 눈에는 내 생활이 불쌍하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몸이 이 국토에 나서 해놓은 일이 없고 다생루겁의 생生으로 많은 몸을 받아 자라난 우주[佛]의 무거운 은혜를 만 분의 일도 갚지 못한 나입니다. 그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아 볼까 하여 시작한 사업이오나, 감내하기 어려운 이 거창한 사업을 지탱해 가느라고 한가한 틈은 정말 얻기 어렵습니다. --- p.317, 「B씨에게, 제2신」 중에서 자타의 합치인 ‘나’를 이룬 그때는, 위로 무서울 것도 없고 아래로 업신여길 것이 없음을 알게 되어 내 자유로 남의 구속을 풀어주고 남의 자유에 내가 동화되어 대구속에서도 대자유의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때에는 고락과 행불행이 다 내 정신작용임을 알게 되어 천당에서는 살 만하고 지옥에서는 못 견디겠다는 몸부림도 그쳐지고 내 자유가 필요함을 알게 됩니다. 그때는 남의 권력도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나는 새라도 나와 합의가 안 되면 허공을 벨 만한 날쌘 칼이 있어도 그 날아가는 방향을 막지 못할 것을 알아, 남을 믿게 할지언정 강요하지는 않게 됩니다. --- p.370, 「불교도대회에 보내는 제의서」 중에서 |
|
고정관념에 매인 ‘소아小我’를 버려야 무한한 청춘을 얻는다
영원히 사는 길을 찾아 나선 일엽스님의 대표 수필집 일엽스님은 근대 한국 불교의 대표 비구니이자, 신여성으로서 일제강점기 여성의 의식 계몽에 앞장섰던 문인이다. 이번에 김영사에서 출간하는 ‘김일엽 문집’에는 일엽스님의 법문과 에세이를 모은 첫 저서인 《어느 수도인의 회상》을 비롯해, 이를 갈무리하고 보완한 대표 수필집인 《청춘을 불사르고》, 일엽스님의 불교 사상에 대한 면모가 잘 드러나는 수상록 《행복과 불행의 갈피에서》가 포함된다. 또한 ‘김일엽 문집’은 일엽스님의 생애와 사상에 관한 연구서인 박진영 교수의 《김일엽, 한 여성의 실존적 삶과 불교철학》과 함께 묶여, ‘김일엽 전집(전 4권)’으로 구성된다. 《청춘을 불사르고》는 생사를 초월해 영원한 청춘을 얻고자 했던 수도인의 치열한 구도기다. 이 책은 전작인 《어느 수도인의 회상》에 속한 법문과 글을 갈무리하고 보완하여 새로이 엮은 것으로, 출간 당시 수많은 이들을 구도의 길로 이끌었다. 일엽스님은 “불탄 송아지같이 날뛰던 이 청춘을 불살라버리고” 시들지 않는 청춘을 증득證得하기 위해 불문佛門에 들었음을, 다름 아닌 자신의 자전적 삶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과 더불어 되풀이되는 만남과 이별 일시적 사랑을 희생하여 일체애一切愛를 얻는 날까지 일엽스님은 출가 전 깊은 인연이었던 B씨와 몇 차례 긴 편지를 주고받는다. 이 편지는 단순히 이별한 연인에 대해 남겨진 연심이나 그리움을 담은 것이라기보다는, 불교에 귀의하여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해준 B씨에 대한 고마움이자, 수도자로서 자신이 B씨에게 가지는 마음에 대한 냉철한 자기 분석의 글이기도 하다. 일엽스님은 B씨와의 아름다웠던 추억과 일상이 무너진 과거의 자신, 실연의 비애를 느끼던 자신의 모습이 곧 ‘자학적 슬픔’이었음을 깨닫고, “내가 곧 당신이요, 당신이 곧 나인데 내가 나를 부르며 헤매는 모양은 또한 얼마나 우스웠던” 것이냐며 탄식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B씨와의 인연, 즉 “죽어도 살아도 사라지지 않는 청춘”을 사르지 못하면 생사를 초월한 영원한 청춘은 얻을 수 없음을, 마음 한구석까지 남김없이 비우며 전한다. 이처럼 뛰어난 불교학자이기도 했던 B씨와의 인연은 일엽스님의 일생 동안 큰 영향을 끼쳤고, 수도자로서 자신을 완성해나가는 발판이 되었다. 물체 없는 그림자는 없다 현실이자 증명으로서의 불법佛法 더불어 일엽스님은 《어느 수도인의 회상》에 이어 《청춘을 불사르고》를 통해서도 ‘예수교(천주교, 개신교)’ 신자에 관한 비평과 더불어 종교 교육으로서의 불교 교육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일엽스님이 말하는 “종교적 대의”란 종주宗主의 마음인 불이심不二心(상대적, 차별적인 것을 모두 떠난 진리의 마음)을 신자(제자)인 우리가 배워서 쓰게 되는 것이며, 우리의 본마음이 종주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일이다. 곧 파편적 마음을 대상의 마음과 합치시켜, 스스로를 종교화하는 것이 종교의 구경究竟(궁극의 경지)임을 강조한다. “내 생명을 회복하여 생명을 임의대로 쓰는 것”을 최고의 교리로 삼는 것이 불교인 것이다. 이러한 종교적 대의를 실현하는 일, 현실의 알맹이인 ‘내적 본질’을 깨달아 쓰게 되는 일이 불법佛法이며, 따라서 일엽스님은 불법은 “현실적이요, 증명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증명 안 되는 것을 이다음은 누가 보증하겠는가?”라는 것이다. 어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으면서, 나 자신의 현실을 명확히 의심(이해)하고, 스스로 증명해나가는 것이 불법의 길이다. 내 생生의 책임자는 나인만큼, 내 생활이 나의 반영임을 알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