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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누군가를 흉내 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아내의 모습을 연기해보기도 하고, 사랑에 빠진 내 친구들이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을 흉내 내보기도 하고,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한때는 행복했던 결혼 초기의 내 모습을 다시 억지로 연기해 보이기도 한다. 왜냐고? 그가 눈치채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내 내면의 갈등을, 내 슬픔을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남편을 향한 손톱만큼의 애정도 없이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다는 것, 그건 두려운 일이다. _pp.9~10
미래가 희망적으로 보이는 대신 하나의 협박처럼 다가올 때 현재를 살아낸다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 그건 무지막지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_p.22 최근 발견한 것이 한 가지 있다. 원하던 키스를 거절당했을 때보다 더 맘을 상하게 만드는 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늦어버렸을 때 받는 키스다. _p.73 관계를 쌓아간다는 말이 있다. 얼마나 많이 듣는 말인가. 하지만 인간관계란 쌓아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살아서 숨을 쉬어야 하는 것이 인간관계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돈독히 변하는 것이 인간관계다. 나도 이제야 그걸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관계는 시들어버리고 만다. 피해야 하는 건 약속이다. 스스로의 미래를 두고 내기를 걸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약속을 지키려다 나처럼 이미 죽어버린 관계를 억지로 되살리려는 모험을 감행하게 된다. 이 오랜 세월의 결혼 생활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자문해본다. 남은 거라곤 침묵과 회피, 속에 담고 있는 진솔한 얘기를 끝내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우리의 무기력함뿐이다. 무언가를 서로 나눈다는 기쁨이 우리에겐 없다. 우리가 공유하는 것은 하나의 줄거리에 가깝다. 새로운 느낌 하나 얹을 수 없는 단순한 사건들의 나열에 불과하다. 우리는 같이 산다고 할 수 없다. 같이 시간을 축내고 있을 뿐이다. 불행한 두 인생이 행복해지려면 뭉쳐야 하고, 그것으로 족하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 우리의 결합은 각자의 고독한 세계로부터 우리를 끌어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모범적인 커플로 생각한다. 누군가가 우리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를 행복한 커플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결혼 생활과 내 인생의 모든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내가 만끽하고 있는 이 자유다. _pp.182~183 시끌벅적한 세상보다 우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야만 했다. 이제는 깨닫는다. 결국에는 우리의 깊숙한 곳에 은밀히 감추고 있던 공허함이 서로에게 ‘사랑해’라는 고백을 하게끔 만들었다는 걸,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_p.197 내게 남은 것이라곤, 이제 우리 사이에 무언가가 다시 싹틀 수 있으리라는 가망이 조금도 없다는 뚜렷한 확신뿐이다. 그를 떠나보내기 위한 적절한 말과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나 자신을 발견한 이상, 나는 그를 행복한 남자로 만들어줄 수 없는 여자다. 그리고 그는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_p.325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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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는 오랜 기간 권태로운 관계만 이어져온 남편을 뒤로 제쳐두고 한 남자와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남편 몰래 그의 아파트를 한 번, 두 번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에 매료된다. 하지만 그도 잠시, 그녀의 연애 행각은 그 남자를 한시라도 보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되고, 이 집착은 달콤하기만 했던 두 사람 사이의 불협화음의 원인이 된다. 그간 감추어져 있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믿는 엘레나는 남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어 하지만 남자는 아직 그녀를 전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남자와의 갈등, 오랜 권태감을 방치한 채 살아온 남편과의 갈등을 통해 엘레나는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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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였던 이 여인을 나는 사랑한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나누는 달콤한 속삭임 여기, 그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다. 몇 년 전 행복한 결혼 생활의 꿈을 꾸었던 신혼의 달콤함은 잊은 지 오래다. 이제는 집 안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유령처럼 돌아다니는 자신과, 여기저기 일거리만 흩뿌리고 다니는 성가신 남편만이 있을 뿐이다. 남편과 자신을 ‘한 번도 불타오른 적 없는 양초’에 비유하는 그녀의 유일한 낙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아무도 들춰 보지 않는 일기장에 그녀는 이렇게 기록한다. “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한 여자. 그녀는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느끼기 위해 구태여 움푹 파인 옷과 빨간 립스틱으로 치장할 필요가 없음을 안다. 삶의 중심에 서서 자기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그녀는 “내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여자의 글을 읽으며 이렇게 말한다. “한때 나였던 이 여인을 나는 사랑한다.” 『아침의 첫 햇살』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인물들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속도감 있는 일상의 언어로 표현해내는 작가만의 독특한 문체와 일기라는 형식이다. 소설 전체가 일기는 아니다. 이 소설은 두 명의 여자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일기를 쓰는 여자와 일기를 읽는 여자다. 일기를 쓰는 여자는 엘레나, 그리고 그 일기를 읽는 사람 역시 몇 년 뒤의 엘레나다. 일기를 읽으면서 그녀는 일기에는 담아내지 못한, 일기에 쓰기조차 두려웠던 또 다른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같은 사건을 말하고 있지만 일기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 일기를 읽는 엘레나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곤두박질치며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태에서 쓴 글과,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고 난 뒤에 과거를 회상하며 쓰는 글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과거의 일기 속에는 회상할 수 있을 뿐 다시 경험할 수 없는 긴장의 흔적들이 남아 있고, 현재의 이야기에서는 당시에는 깨달을 수 없었던 감추어두었던 욕망이 정체를 드러낸다. 일기를 쓴 엘레나와 일기를 읽는 엘레나는 마치 사랑을 속삭이듯 은밀한 대화를 나눈다. 행복을 찾아 힘든 여정을 떠난 엘레나가 다시 아침의 첫 햇살을 맞이할 때까지. 추천평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이 작품은 그에 대한 완벽한 반증이다. _『조이아Gioia』 스킨십과 특별한 키스의 위대함에 대한 흥미롭고 탁월한 강의! _『배너티 페어Vanity Fair』 이 이야기의 흐름은 사드를 방불케 한다. 따분한 결혼 생활에서 탈출하는 여주인공 엘레나를 보라. 사드의 쥐스틴을 닮지 않았는가. _「투도리브리Tuttolibri」 여성 심리의 복잡미묘한 굴곡을 기막히게 잘 그려낸 소설. 작가가 남자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_이탈리아 독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