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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생명의 기운이 든 들새의 알은 들새가 품도록 놔두어야 하겠지요. 숲도 추운 겨울을 견디고 봄과 함께 잉태한 생명일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할머니의 겨울은 사람만 추운 겨울이 아니었습니다. '숲도 새도 추운 겨울'. 내가 추우면 너도 춥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지요.
제주의 해녀들은 바당 속의 생명들을 거둬 생계를 꾸리되, 꼭 필요한 만큼 외에 어린 것들은 바당에 두고 나온다 합니다. 네가 살아가야 나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천장 벽지에 고사리무늬가 어른거리는 밤, 나란히 누운 모녀가 두런거립니다. “엄마, 근데 엄마 까투리는 다시 알 품으러 왔을까?” “그럴 거야. 우리가 안 만졌으니까.” “엄마, 이제 고사리 꺾으러 안 갈 거야?” “남겨 둬야 홀씨를 퍼뜨리지. 그래야 내년에 더 많이 돋아나. 고사리밭도 이제 조용히 쉬어야지” 사람들이 물러간 들판에 초록이 짙어지고, 노루가 거닐고, 엄마 까투리는 꺼병이들을 거느리고 찔레덤불을 나와 엉겅퀴 피어난 풀밭에서 모이를 찾고 있습니다. “엄마, 내년에도 갈 거지? 나도 꼭 데려가야 해. 고사리도 꺾고 꿩도 다시 만나게. 응?” “그래, 다시 봄이 들면.” “응! 다시 봄이 들면. 약속!” 봄을 들이는 할머니의 마음이 손녀에게까지 대를 이어가는 풍경입니다. 그 약속과 그 바람이 꼭 이루어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