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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마지막 첫사랑
김빵
자이언트북스 2024.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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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장. 어쩌다 마주친 7쪽
2장. 데이터 수집기 105쪽
3장. 러브, 레트로 썸머 127쪽
4장. 마지막 인사 213쪽

에필로그 257쪽
작가의 말 263쪽

저자 소개 1

2019년 『커밍 스텝』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내일의 으뜸』 『뜨거운 홍차』 『수치의 역사』 『너를 만난 세계』 『여름 방학:너를 좋아한 계절』 『21세기 마지막 첫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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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393g | 128*188*20mm
ISBN13
9791191824391

책 속으로

아무튼 양우랑 이야기를 해보니까 좀 사연이 있는 것 같아. 친구가 죽었다고 했었잖아. 그 친구가 양우한테 좀 유일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 내 착각일 수도 있는데, 그냥 양우 보면 좀 옛날 나 보는 것 같아. 어딘가 허전하고 텅 빈 느낌이 있어.
--- p.71

하나도 안 궁금하다고 했지만 실은 양우가 무척 궁금했다. 왜 항상 혼자 다니는지,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지, 왜 자꾸 이런 우연으로 제 눈앞에 나타나는지, 손에 든 그것들은 다 뭐고, 귀의 문신은 무엇인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사람인지. 의심과 관심의 경계가 모호했다.
--- p.79

양우는 늘 단정한 머리에 맑고 산뜻한 느낌이 드는 착장을 하고 있었다. 반바지가 유독 짧은 게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가서는 그 길이가 양우에게 퍽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만 보아도 그랬다. 대부분 왁스를 덕지덕지 바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앞머리를 길게 길어 정갈하게 커튼을 걷어내듯 반으로 가르고는 하는데, 양우는 눈썹을 살짝 가리는 앞머리에 길지 않은 구레나룻, 귀에서부터 목까지 깔끔하게 이발이 되어 둥그스름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 pp.81-82

말동무를 해준다던 바다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어떤 동물의 소리인지 맞혀보라고 했다. 하나도 모르겠다, 하고 대답하며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제가 흉내낸 동물의 이름과 생김새를 알려주었다. 그런 것들은 바다만 아는 것이 아니었고 검색하면 다 나오는 것이었는데, 바다가 들려주면 새로운 사실처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런 순간이 모여 바다는 양우에게 알고 싶은 세계가 됐다.
--- p.118

찰싹, 찰싹. 바다의 파도는 이런 소리를 내. 솨아아, 하고 밀려와서 하얗게 부서져 포말을 만들지. 그렇게 사라진 파도는 흘러서 다시 파도가 되어 밀려와, 바다가 있는 한 사라지지 않지. 해안에 가보는 게 버킷리스트라며. 물비늘이 이는 바다를 네가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pp.122-123

짙은 초록색으로 점철된 나뭇잎이 무성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그 너머로 보랏빛이 되어가는 하늘이, 그리고 그 아래에서 저를 지켜보는 명원이 눈에 담겼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것 같은 노래가 가랑비처럼 양우를 적셨다. 먹먹하던 귀를 뚫고 흘러드는 노래 때문인지, 이 세상에서 혼자만 듣고 있는 소리 때문인지 묘하게 이 순간 속의 자신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그런 느낌 속에서 눈을 마주하는 명원을 보고 있자니 모든 순간을 함께하던 바다가 떠올랐다.
--- p.147

“이렇게 하면 사, 랑, 해, 이렇게 되는 거지.”
고개를 갸웃한 양우가 노트를 가져와 들여다봤다. 실선이 그어져 ‘11’이 ‘사’로 ‘26’이 ‘랑’으로 ‘611’이 ‘해’로 보인다는 주장이었으나, 아무리 봐도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pp.187-188

기명원의 뮤직 박스, 케이스를 열어 부클릿을 펼쳤다. 굳은 수정액 위에 적은 ‘사랑’이라는 글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좋아하는 친구가 사탕 목걸이를 걸어주지 않아서 눈물을 보였던 어린 명원을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사랑 노래를 즐겨 듣고 부르는 명원, ‘사랑’이라는 글자를 잘못 써서가 아니라 더 잘 쓰고 싶어서 수정액을 사용했을 것 같은 명원,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날 것 같은 명원의 세계. 명원은 이 세계에 남아 더 큰 사랑을 품겠지.
--- p.227

작별할 땐 대부분 그간 상대에게 느꼈던 감정을 고백해. 이건 인사가 아니야. 고백이지 그러니까 마지막 고백을 해 양우야.
--- p.244

너한테 정이 많이 들었나봐. 정든 세계와 작별하는 일은 너무 아쉬워. 이 세계는 곧 너고, 나는 너를 만나러 온 것 같아. 영원하다는 말은 너무 거창하지만, 네가 준 시간을 잊지 않을게 영원히.
--- p.244

친구사이, 빨리빨리, 사랑해, 양우, 사랑 노래를 그렇게 부르면서도 사랑한다고 고백해본 적이 없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거창하고 꼭 그게 불멸할 것 같아서 머나먼 미래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암호로 가득한 종이를 보니 이 순간이 사랑이었음을 알게 됐다. 지난 계절을, 양우가 있던 모든 순간이 전부 사랑으로 변해 있었다. 도둑맞은 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양우를 발견했던 그 밤까지.

--- p.253

출판사 리뷰

『내일의 으뜸』, 『뜨거운 홍차』 김빵 신작 장편소설!
무턱대고 찾아온 세계, 평범한 일상을 뒤흔든 세기 너머의 사랑

장편소설 『내일의 으뜸』, 『뜨거운 홍차』 『수치의 역사』 등의 작품을 통해 ‘첫사랑 기억 조작 로맨스’를 보여주며 독자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는 김빵 작가는 신작 『21세기 마지막 첫사랑』을 통해 또 한 번 마음속 첫사랑을 떠오르게 만든다. ‘2004년으로 잘못 떨어진 소년이 소녀를 만나게 되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허전하고 텅 빈 세계를 채우는 밤의 이야기’(작가의 말)를 완성했다. 2107년에서 사는 소년 양우와 2004년에 사는 소녀 명원의 여름밤을 채우는 청춘 로맨스 소설이다.

명원은 자전거 도둑에서 안장 도둑, 아파트 난간에 매달린 아빠를 구해주고 자신이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남자. 또래 남고생처럼 머리에 왁스를 바르지 않고, 유행하는 세로줄이 그어진 후드 반소매 셔츠를 입지도 않는 유행에서 벗어난 느낌이 나는 양우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많다. ‘너는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내가 궁금해? 나에 관해 알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78쪽)라는 양우의 물음에 ‘하나도 안 궁금해’(78쪽)라고 했지만 실은 양우가 ‘무척 궁금했’(79쪽)던 명원은 양우와 함께 간 카페에서 자신의 노트에 단짝 친구 수영과 만든 Q&A 아래 양우가 남겨둔 답변을 보게 된다. ‘Q. 최근 가장 슬펐던 순간’의 질문에 ‘바다가 사라졌을 때’(180쪽) 라는 답변을 본 명원은 ‘바다’라는 존재가 궁금했지만, 양우의 슬픔과 관련된 것이라 괜히 물어 아프게 만들고 싶지 않아 물음표로 남겨둔다.

자전거를 타고 파고드는 바람을 느끼며 달리던 밤에 자신의 뒷덜미를 잡아챈 명원과 첫 만남부터 명원이 신경 쓰였던 양우는 명원과 함께 있을 때 저도 모르게 들뜨는 마음과 새어 나오는 웃음이 많아졌다. 경험 데이터를 쌓기 위해 함께 간 오락실에서 자신이 열창했던 노래를 들려주겠다며 자신의 가방에서 시디플레이어를 꺼내 헤드셋을 씌어줬던, 그렇게 세상 소음과 멀어져 노래를 듣던 때, 멀뚱멀뚱 자신을 응시하는 명원의 눈을 마주한 찰나, 모든 순간을 함께했던 바다를 떠올리고 이내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마음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순간, 끝없는 사랑이 시작되었다!
닫힌 괄호를 들고 튀어버린, 닿지 못할 세계에 있는 너에게 건네는 안부

‘숨막히게 고요한’ 곳에서 또래 친구 없이 외로운 삶을 살던 양우에게 삶의 재미가 되어준 인공지능 스피커이자 유일한 친구인 ‘바다’가 사라지며 양우의 삶은 다시 적막 속으로 빠져든다. 무기력하게 보내는 날이 늘어가고 바다가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양우는 바다를 되찾기 위해 무턱대고 온 2004년에서 그 어떤 아이보다 명량하고 사랑이 충만한 소녀 ‘명원’을 만나 함께하며 자신의 허전하고 텅 빈 세계를 명원과의 추억으로 채우면서 다시 웃음을 찾게 된다. 명원과 함께 간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기억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 마음’에 대해 깨닫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다.

명원과 양우, 무한하지 않은 시간 앞에서 마주했던 이별은 혹독했지만, 쓰린 마음을 뒤로하고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서로에게 작별 인사가 아닌 처음이자 마지막 고백을 한다. 작별의 순간 내리는 비에 방울방울 젖어가는 땅처럼 서로에게 스며든 명원과 양우, 그제야 불쾌했던 첫 만남부터 쓰다 못해 쓰린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의 기억으로 바뀌어버린 시간에 명원은 자신의 2004년의 괄호를 잃어버리고, 양우는 뒤늦은 짝사랑을 시작했다. 명원은 잃어버린 괄호를 되찾고, 양우는 짝사랑을 끝낼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그 ‘사랑’이 주는 가치를 알지 못한다. 사랑을 주고받았던 존재가 사라진 후, 밀려드는 공허함과 기억으로 지나간 사랑의 ‘가치’를 깨닫는다.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시간도 사랑의 순간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는 그 존재가 사라진 후이다. 『21세기 마지막 첫사랑』을 통해 사랑의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고 지나온 시간을 추억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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