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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2부 3부 4부 5부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
吳勝浩 고 가쓰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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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전자음이 귀에 거슬려 죽겠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마치 폭염 속 교통 체증을 견디지 못하는 경적 소리처럼 단 한 번의 짜증이 순식간에 퍼져 불쾌한 음악이 되어 흐른다. --- 첫 문장 오전 9시 업무 시작 후 거의 30분 만에 실내 한 층을 가득 메운 전화기 백여 대가 한꺼번에 채워졌다. 콜마스터 애플리케이션을 비추는 모니터로 시선을 향하자 그곳에 표시된 상담원들의 상태가 전부 ‘통화 중’으로 되어 있다. 옆 그래프에 있는 ‘콜 큐잉’*이라는 글자. 전화를 걸었지만 아직 연결되지 않은 ‘대기 중’ 전화가 화면을 넘어설 만큼 줄을 잇고 있다. --- p.8 오늘은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무라세 아즈사를 데리고 있어. 무심코 “네?” 하고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거짓말이 아니야. 지금 이 전화도 무라세 아즈사의 휴대폰으로 걸었으니까.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상대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할게. 지금 난 무라세 아즈사를 데리고 있어. 그리고 이건 장난 같은 게 아니고 엄연한 영리 목적의 납치야. “자, 잠깐만.”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는 게 좋을걸. 그러지 않으면 무라세 아즈사는 죽게 될 거야. --- p.16 아즈미 마사히코, 마시로 노리히사, 무로토 쓰토무. 그해 여름까지 아무 인연도 접점도 없던 사람들이 서로 교차하며 모두의 인생이 궤도를 벗어났다. 얽히고설킨 실타래는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져 이 자유롭지 못한 시간과 폭력으로 귀결되고 있다. 아니, 귀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To be continued. 자신 또는 상대의 죽음 외에 또 다른 끝이 있을까. --- p.23 모두가 아즈사를 버리면 퓨와이트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을까. 단순히 쾌락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쾌락범일까.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공들이는 느낌이다. 나를 아는 녀석일까. --- p.81 침착해라. 상대 호흡을 읽어라. 상대가 뭘 원하고 뭘 원하지 않는지, 나는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 냉정하게 전황을 파악하라. 그리고 최선을 다한 혼신의 일격을. --- p.142 이 녀석은 어쩌면 돈보다 백 명의 운반조가 모인 사실에 더 기뻐하고 있는 게 아닐까. 만약 정말 그랬다면. 그에게 돈보다 백 명의 인원을 모으는 것 자체가 더 중요했다면……. 납치극이 아즈미 마사히코의 가짜 연극이라면 돈 역시 그가 준비했으니 놀랄 것도 없다. 불확실한 운반조의 숫자가 궁금해지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애초에 왜 백 명이었을까. 왜 1억이었을까. --- p.264 “당신은 어떡하고 싶어? 나한테 뭘 기대하는 거야?” 펑, 펑, 펑. 하늘에서 불꽃이 터지고, 흩어졌다. “……널 죽일 사람은 나야.” --- p.355 인생은 계속된다. 밤하늘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정적에도 변화라곤 없다. 가로등 불빛 주변을 날아다니는 날벌레들을 보고 있다. 내 할 일은 했다. 어설펐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했다. 부끄러워할 건 없다. 그런데도 이 개운치 못한 감정은 뭘까. --- p.433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하지만 죽기 직전에는 과거가 전부죠. 최후의 순간에 돌아볼 과거가 허울투성이라면 전 그런 건 사절입니다.” 선배 형사의 생사관을 아소는 공유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분명 ‘아, 그렇군’이라고 중얼거릴 사람이기 때문이다. --- p.455 죄를 갚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용서란 무엇이며 그 끝은 어디에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결코 물물교환은 아니다. “급하게 일어나시면 안 돼요.” 주의 사항을 지키며 천천히 슬리퍼에 발을 집어넣었다.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남자가 깨어났다. 지금은 화장실에 가고 싶고 배도 고프다. 루이를 만나서 꼭 안아 주고 싶다. --- p.5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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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가 교환이 될 수 없는 죄와 벌,
그리고 속죄. 『로스트』는 2015년 『도덕의 시간』으로 재일동포 출신 작가 최초로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오승호 작가가 데뷔작 출간 후 넉 달 만에 선보인 두 번째 장편 미스터리다. 이렇게 단기간에 신인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 출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압도적인 볼륨의 장편 납치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로스트』는 젊은 작가의 패기와 작가를 향한 출판사의 믿음, 그리고 도전 정신을 고스란히 증명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러 가지 매력적인 요소들이 작품 곳곳에 심어 있다. 대표적으로 사건의 배경이 ‘콜센터’라는 점, 범인이 ‘몸값 1억 엔, 운반책으로 경찰 1백 명’을 요구한다는 전대미문의 설정,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의 사연 등이 그러하다. 작품의 줄거리를 간략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온종일 전화기 백여 대가 끊임없이 울려대는 홈쇼핑 하청 콜센터. 그곳에서 상담원으로 근무하며 능력을 인정받던 여직원 무라세 아즈사가 어느 날 갑자기 며칠째 무단 결근을 한다. 모두가 의아해하는 가운데 한 고객에게서 클레임 전화를 받는다. 단순 장난 전화라고 생각하며 대응에 나서려던 관리 직원은 고객의 협박에 충격을 받는다. 그 내용은 “무라세 아즈사를 데리고 있다. 이건 장난 같은 게 아닌 엄연한 영리 목적의 납치다”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왜 가족이 아닌 회사에 전화를 걸었는가?왜 1억 엔인가? 운반책으로 왜 백 명이나 되는 인원을 요구하는가? 경찰과 관계자들은 ‘퓨와이트’를 자처하는 범인에게 시종일관 농락당하며 사건은 점차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건의 진상은 무엇일까? 진실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 각자가 품은 저만의 사연이 조금씩 드러난다. 『로스트』가 출간되고 나서 서평가 오야 히로코는 이에 대해 ‘젊은 작가 특유의 거칠지만 끝까지 읽게 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라 호평했다. 이러한 높은 평가에 걸맞게 『로스트』는 그해 출간된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장르 소설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에 수여하는 제19회 ‘오야부 하루히코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다. 오승호 작가의 패기와 넘치는 에너지를 모두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살고 싶으면 이걸 무너뜨려라.” 오승호(고 가쓰히로)는 2015년 『도덕의 시간』으로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는 현재 일본에 존재하는 장르 문학 관련 상에 전부 한 번씩은 수상하거나 후보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실력 있는 젊은 작가다. 특히 일본 최고 권위를 자랑하며 작가 평생 후보 명단에 단 한 번 이름 올리기도 힘든 것으로 알려진 ‘나오키상’ 후보에 2020년 『스완』, 2021년 『우리들의 노래를 불러라』, 2022년 『폭탄』으로 총 세 번 올랐고, 세 번 다 아쉽게 수상을 놓쳤다. 그 외에 2018년에는 연쇄 살인범의 출소 후 복귀로 혼란에 빠진 도시의 모습을 그리며 ‘인간은 어디까지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살인자와 공생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의 묵직한 주제를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 『하얀 충동』으로 제20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했다. 또한 사상 최대의 유괴 사건을 그리며 오야부 하루히코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장편 『로스트』, 요시카와 에이지 신인상 후보에 오른 본격 미스터리 『마트료시카 블러드』, 데뷔 5년 만에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장편 부문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은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등의 작품이 있다.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출간한 저서 대부분이 문학상 후보가 된 오승호(고 가쓰히로). 그는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명실상부한 미스터리 정점의 천재 작가다. 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졸업 전에 취업 준비를 일절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겠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것이었다.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 생활이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는데,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한 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취미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영상 제작에서는 실패한 경험이 있었으므로 혼자 할 수 있는 일, 즉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기어코 그는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당한 그 실패를 성공으로 역전시킨다. 오승호 작가의 작품 속에 늘 등장하는, 무언가와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은 현실 속 오승호 작가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배경을 딛고 작가로서 궤도에 오른 오승호 작가는 『폭탄』 출간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르 소설 작가인 이상 재미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지만 오직 그것만으로 끝나는 작품이 돼서는 안 된다. 또한 나는 아직 서툴고 거칠어서 형태만 깔끔하게 잘 정돈된 작품은 두려워서 쓰질 못한다. 앞으로도 내가 쓰고 싶은 주제로, 써야만 하는 것들을 쓰겠다.” 오승호 작가의 신념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앞으로도 자신만의 미스터리를 선보여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