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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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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ter Te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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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옥상의 끝자락에, 도시를 발아래 두고 설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을 때, 스포포스가 다리와 폐의 신경에 명령을 내리자 통증이 급격하게 몰아쳤다. 그는 통증에 몸을 살짝 휘청이며 시커먼 밤하늘 속 높고 높은 곳에 혼자 서 있었다. 머리 위에 달도 없고 별빛도 희미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표면이 부드럽고 매끈했다. 몇 년 전에는 여기에서 넘어질 뻔한 적도 있었는데, 실망감과 함께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었다. 여기 이 가장자리에서 넘어지면 좋을 텐데.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거대한 원숭이가 뒤집어진 버스에 기진맥진하여 앉아 있다. 도시가 황폐해졌다. 화면 가운데에 하얀 소용돌이가 나타나더니 몸집을 점점 더 키우기 시작했다. 소용돌이가 회전을 멈추었을 때는 이미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소용돌이는 큼지막한 헤드라인이 적힌 신문 1면이 되었다. 스포포스가 프로젝터를 멈추고 화면에 헤드라인이 잘 나오도록 했다. “자, 읽어 보시죠.” 그가 말했다. 벤틀리는 초조한지 목을 가다듬었다. “괴물 원숭이, 도시 속에서 공포에 떨다.” 그가 읽었다. - “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단어들이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이해해야 했으니까요. 문자는 언제나 같은 소리를 내죠. 몇 날 며칠을 그 일에 몰두했어요. 그래도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책들이 내 마음속에서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 제게 정말 큰 기쁨이었어요…….” 그가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책 네 권에 담긴 모든 단어를 이해할 때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책 세 권을 더 찾아낸 다음에 제가 하고 있는 이 행위가 ‘읽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 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 무언가 기이하고 신비로운 느낌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최면에 걸린 사람 같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생각 중이라는 걸, 약에 취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기에 나는 그녀가 대답하지 않을 생각이거나, 우리들 모두 어린 시절에 낯선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그대로 그녀가 자신만의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가 버린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전부 다 로봇 같아요.” - 대답이 없었다. 나는 그녀가 내 말을 듣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후 그녀의 발소리가 들렸고, 어느새 그녀는 내 옆에 앉았다. “최근에는,”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나의 삶을 암기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삶을 암기하다’라는 말이 무척 생경했다. 그래서 나는 대꾸하지 않고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고 다니는, 전부 다 가짜인 비단뱀을 보고만 있었다. “언제 한번 해 보세요.” 그녀가 말했다. “가장 먼저,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고 그걸 반복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암기’예요. 충분히 오랫동안 머릿속에 넣어 두면 나의 모든 삶을 기억하게 될 거고 이야기나 노래처럼 모두가 알게 될 거예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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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렇게 끝나는구나.
쾅 소리가 아닌 훌쩍임과 함께.” T. S. 엘리엇의 시처럼, 인류는 아주 조용히 시들어 가고 있다. 뉴욕 전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초고기능 로봇 스포포스는 매년 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에 오른다. 그가 그곳에 오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죽음이다. 그러나 로봇인 그에게 죽음이라는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가 알았던 로봇들, 인간들이 하나둘 지구를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그는 자신의 삶을 멈출 수 없다. 연례행사처럼 자살 시도를 끝내고 나면 그는 다시 늘 있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능력에 비하면 너무나 하찮은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스포포스의 주변에는 모두 그보다 ‘멍청한’ 인간과 로봇뿐이다. 그런데 그의 앞에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나타난다. 폴이라는 이 남자는 자신이 우연히 발견한 고대의 교육용 자료로 글 읽기를 배웠으며, 대학에서 읽기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한다. 스포포스는 폴이 자신의 금속 뇌에 아주 오랫동안 박혀 있던 그 수수께끼를 풀어 주리라 기대한다. 바로 오래전 로봇 개발에 활용되었던 실제 인간 뇌의 기억, 스포포스에게는 마치 잊어버린 전생 같은 진짜 인간의 기억을 찾는 일이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지성체 스포포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 글을 읽으며 변해 가는 폴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 메리 루다. 두 인간의 접촉은 스포포스의 예측을 빗겨 나가는 결과를 낳는다. 스포포스는 결정을 내린다. 이제 그의 목적이 이루어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40년 전에 그린 400년 후 미래 작가 월터 테비스는 그의 다른 작품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에서 그랬듯, 이 작품에서도 SF의 문법으로 현대 사회의 이면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모킹버드」에서는 우리 시대에 드러나기 시작한 인구, 식량, 자원 등의 문제가 400년 후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보여 준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월터 테비스의 상상력이 더해진 미래 지구에서 인간은 물질적, 정서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세세하고 흥미롭게 그려진다. 그리고 인물들은 각자의 에너지로 자신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작품 속에서 400년 후 미래의 인물들은 과거 인류가 쌓아 온 역사나 문명과 단절되어 있다. 그들은 ‘고대인’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새로운 체제와 환경에서 성립된 독특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럼에도 독자들은 작품 속 인물들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다. 이 작품이 인류 공통의 난제인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익숙한 신화나 작품에서 빌려 온 비유와 상징들이 곳곳에 녹아 있어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한몫하기 때문이다. 미래 세계를 묘사하기 위해 과거의 대중문화 요소를 활용하는 방식 역시 독자를 한층 더 몰입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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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작가가 구성한 이 소설은 도발적이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 글로브 앤드 메일(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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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테비스의 작품은 독특하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나보코프가 위대한 문학의 특징으로 꼽았던 재독성, 즉 몇 번이고 다시 읽을 만한 그 무한한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의 소설의 등장인물처럼…… 테비스의 작품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 판타지&사이언스 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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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소설을 읽는다는 고차원의 즐거움…. 테비스는 꿈처럼 소설을 썼다.”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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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테비스는 결코 자신을 과학 소설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테비스는 우리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외계인이나 문명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그때마다 그는 마치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는 것 같았다.” - 보스턴 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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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테비스의 캐릭터는, 얼마나 환상적이고 얼마나 비현실적이든 상관없이, 그리고 도박꾼이든 외계인이든 관계없이, 언제나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때로는 현실이 그 반대편이 아니라 그의 소설 쪽으로 굽어지기도 한다…. 그의 소설은 늘 그래 왔듯 진짜처럼 느껴진다.” - 더 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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