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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돈 버는 기술
2장 백작의 전설 3장 학교 4장 보험회사의 개 5장 앵무새 속이기 6장 압수수색 7장 위험한 복수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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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약장수예요?”
순간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주변이 조용해졌다. 경멸로 여겨질 수도 있는 ‘약장수’라는 단어에 누구 하나 숨소리를 내지 않았다. 나도 숨을 고르며 이주삼을 바라보았다. (…) 이주삼이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로 언뜻 웃는 게 보였다. “아저씨는 약을 파는 게 아니란다.” 친절과 관용이 배어 있는 목소리였다. 마치 삼촌이 조카에게 말하는 듯했다. “그럼 뭘 파는데요?” 소희 역시 이주삼에 대해 조금의 경계심도 없었다. “아저씨는 돈 버는 기술을 판단다.” --- pp.46~47 “그거, 보험사기 아닙니까?” 부족민 중 하나가 이의를 제기했다. 20대 후반의 남자 환자였다. 다들 이주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줘야 할 돈 안 주는 것도 사기요.” (…) “나는 조금 있다 검사를 받으러 갈 거요. 합의금이 어떻게 올라가는지 똑똑히들 보시오. 자기 몸값은 자기가 올리는 거외다.” --- pp.49~50 차설록은 자기를 치고 바다로 추락한 상대를 꼭 ‘백작’이라고 불렀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한 차설록이 이렇게 말했다. 백작은 죽지 않고 어딘가에 살아 있다고. 그것이 구전되어 업계의 전설이 되었다. “백작이요?” (…) “호연이, 내 말 잘 들어봐. 차설록도 처음엔 백작이 죽은 줄 알았대는 거여. 근디 1년 후 누군가 백작의 사망보험금을 찾아갔다 이 말여. 자그마치 20억이란 거금을 말여.” --- pp.90~91 애초 내 인생에 선택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선택’은 늘 불행을 가져왔고 나는 언제나 선택 ‘되어지는’ 쪽에 서 있었다. 그것이 편했고 또 잘못될 경우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 p.100 내 몸값이 1억이나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걸 실행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여기는 나의 용기가 놀라웠다. 물론 알코올의 힘이었다. 아버지가 산재로 돌아가셨을 때도, 홍 부장에게 사표를 강요받았을 때도 솟아나지 않았던 용기다. 용기도 관성이 있는 것이어서 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자 탄력이 붙었다. 죽자. 죽어서 1억을 만들어주자. 돈을 좋아하는 기자를 위해. --- p.111 “학교에 입학합시다!” “학교?” “지난번에도 언뜻 말씀드렸잖수. 일테면 보험금 제대로 찾기 양성소 같은 데유. 아, 형님도 알티 출신이니까 훈련소 같은 데 잘 아실 거 아뉴?” “…….” “학교가 뭐 국어, 산수만 가르치란 법 있습니까? 어려운 사람들 돈 버는 기술 가르치는 곳도 학교지, 안 그렇수?” --- p.119 “먹어야 사기도 치고, 먹어야 싸움도 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노재수 씨?” --- p.145 “도저히 못 하겠어요. 원장님이 아르바이트로 생각하라고 그러셨는데, 무서워요. 매일 밤 자동차를 보고 도망치는 악몽을 꿔요. 죄책감도 들고요. 이거 남을 속이는 거잖아요.” 내가 그 청년을 이곳에 끌어들이기라도 한 것처럼 뜨끔했다. “어차피 속고 속이는 세상이야, 안 그래?” --- p.188 “노재수 씨는 살면서 몇 번이나 승부를 걸어보았나요?”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이제부터라도 저항하시기 바랍니다. 내 앞을 가로막는 죄책감, 두려움, 사회제도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래야 재수 씨는 거듭날 수 있고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 p.222 “더 큰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목숨을 담보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 목적입니까? 듣기로는 사모님하고 이혼도 하셨다면서요?”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마중근 원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10억이면 징역형입니다.” “상황을 받아들이지 말고 저항하라고 말씀하셨잖습니까?” --- p.291 “할 수 있겠수? 이건 지난번하고는 차원이 다른 얘기유.” 이주삼이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어제의 내가 아니야.” 이주삼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최홍선 대리를 바라보았다. 최홍선 대리도 어깨를 으쓱하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원장님이 웬일인지 모르겠수. 10억 단위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고, 진짜로 불구가 될 수도 있어서 웬만하면 승인을 안 하시는데 말유.” 최홍선 대리가 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오빠, 괜찮겠어?” “죽기 아니면 살기죠.” --- pp.294~295 “이번 프로젝트 이름은 뭐야?” “‘앵무새 속이기’요.” 이주삼이 짧게 대답했다. --- p.310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저기…….” “응, 그러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내 말을 듣기만 해.” 차설록이 손바닥으로 내 볼을 툭툭 쳤다. “이제부터 내 계획을 말해줄게. 난 이미 고구마 줄거리를 잡았고 이제 당기기만 하면 돼. 그러면 고구마들이 주렁주렁 딸려 나오겠지? 그 맨 끝에 백작이 딸려 나올 테고, 네 쇼도 막을 내리는 거야. 물론 넌 은팔찌를 찰 거고.” --- p.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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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속고 속이는 세상이야, 안 그래?”
10억 원의 보험금, 목숨을 담보로 한 ‘한탕’ 믿을 수 없는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우리는 보험사기단이 되었다! 『먹고 기도하고 사기쳐라』는 벼랑 끝에 몰린 인생들이 마지막 ‘한탕’을 위해 찾은 승부의 세계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비로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물간 방송 MC 노재수는 접촉 사고로 입원한 병원에서 우연히 보험사기꾼 이주삼을 만나 그의 소개로 보험사기단 양성 학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엄격한 지도와 훈육을 받은 그는 승부수를 던지기로 결심하고, 목숨을 담보로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설계’에 착수한다. 그러나 홀로 보험회사를 상대해야 하는 위기에 봉착하는 한편, 설상가상으로 베테랑 보험조사원 차설록의 의심을 사게 되는데……. 『먹고 기도하고 사기쳐라』는 제19회 세계문학상 최종심에 올라 마지막까지 수상작으로 거론되며 심사위원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른바 ‘한탕’을 노리는 인간 군상이 보험사기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면서도 의문의 인물 ‘백작’의 정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등 장르적 요소에 충실한 소설이자, 한편으로는 경제논리에 좌우되는 각박한 세상에서 보험금이라는 ‘돈’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한 따뜻한 휴머니즘 소설이기도 하다. 통통 튀는 재치 넘치는 대사와 위트로 가득한 장면 묘사가 매력적인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이홍석이라는 이름을 뚜렷이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한탕’을 노리는 보험사기꾼 승부사들과 전설적인 보험금 사냥꾼 ‘백작’을 잡으려는 베테랑 보험조사원의 쫓고 쫓기는 대결 지방 방송국의 MC였으나 방송사고로 일거리를 잃게 된 노재수는 가벼운 접촉 사고로 입원한 병원에서 보험사기꾼 이주삼을 만난다. 보험사기단의 핵심 멤버인 이주삼은 노재수가 천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노재수는 이주삼이 소속되어 있는 보험사기단 전문 훈련 학교에 같은 병실 환우인 윤치영, 정호연과 함께 입학한다. 학교의 원장 마중근에게서 오랜 기간 엄격한 지도와 훈육을 받은 노재수와 동료들. 드디어 실전에 투입되어 성과를 올린 노재수는 집의 전세금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인생 최초이자 최후의 승부수를 던지기로 한다. 1억 원이라는 거액의 보험금이 걸린 작전을 실행하기로 결심한 것. 그러나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져 계획은 틀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로부터 이혼을 통보받는다. 필사적이 된 노재수는 다시 한번 목숨을 담보로 하여 최후의 ‘설계’에 착수한다. 이번에는 무려 10억 원의 보험금이 목표다. 그러나 한편으론 강력한 조력자 이주삼 없이 홀로 보험회사까지 상대해야 하는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일명 ‘저승사자’라 불리는 베테랑 보험조사원 차설록마저 전설적인 보험금 사냥꾼 ‘백작’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노재수와의 거리를 좁혀온다. 노재수는 보험회사와 차설록의 눈을 피해 보험금을 타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모두가 궁금해하는 전설적인 존재 ‘백작’의 정체는 무엇일까? 신인 작가 이홍석이 경쾌하고 위트 넘치는 필치로 그려낸 반전(反轉)의 피카레스크 서사와 회복의 휴머니즘 그러나 『먹고 기도하고 사기쳐라』를 그러한 흥미 위주의 요소만으로 이루어진 가품(佳品)으로만 읽을 수는 없다. 단순히 보험사기의 세계를 상세히 모사한, 독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설로만 읽히는 작품은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혔듯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시대,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다. 이는 『먹고 기도하고 사기쳐라』가 보험사기라는 범죄를 다루되 그 범죄 자체에 함몰되어 소재주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삼아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망각했던 자아를 자각하고 역설적으로 선악이 반전된 세계에의 투신이라는 일탈로써 인간성을 회복하며, 나아가 질서의 회복을 희망하는 데까지 다다르는 까닭이다. “믿을 수 없는 세상에 저항하기 위해 믿을 수 없는 이들이 되기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들의 평을 통해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추락한 이들이 붙잡을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한 가닥의 동아줄, 그것이 비록 범죄일지라도 ‘단죄’라는 필멸의 숙명이 아닌 ‘회복’으로써 운명의 반전을 꾀한다는 점은, 작가가 장르의 ‘클리셰’를 능숙하게 비틀어 ‘사건’이 아닌 ‘인간’을 이야기하고자 했음을 자명하게 보여준다. 케이퍼 픽션으로 시작해 미스터리와 블랙 코미디를 융합하여 휴머니즘의 완성으로 끝을 맺는 이 종횡무진의 서사가 한국소설에 색다른 활기를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