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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프롤로그 사라져 가는 말을 찾아서 1부 강냉이밥 먹는 꿈을 가니? 강냉이밥 강릉 갈풀 건봉산 겨울방학 고향 꿈 눈꼽재기창 달그장 대굴령 대장집 두메산골 등잔과 호야 2부 속초의 북쪽 사람들에게 라디오와 테레비 말머리 무장공비 미역 방아 봄내 산불 새뿔 서캐 속초 신작로 3부 소는 가장 하기 싫은 숙제였다 영동고속도로 운탄고도 원주 흰구름아파트 일소 1 일소 2 장작난로와 도시락 전사 전화기 캠프 페이지 콩과 팥 콩마뎅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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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부분 고향을 떠나서 살고 있다.
고향은 어디에 있는가. 고향에는 누가 살고 있는가.” 평창을 지나 춘천으로, 대관령을 넘어 강릉으로 유년의 골목길을 따라 강원도를 복기하는 소설가의 여행 일지 어린 시절, 그러니까 우리들은 부모님에게 배운 말들을 익히며 세상을 배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김치는 짠지였고 입은 주댕이였다. 구린내는 쿤내였고 공책은 잭기장이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우는 영깽이였고 그 흉내를 내는 여자아이는 곧장 별명이 영깽이가 되었다. 딴짓을 하며 길을 가다 넘어지면 넹게배긴 거였고 그러면 친구들은 놀구느라(놀리느라) 히히덕거렸다. 눈은 눈까리였고 눈곱은 눈꾀비였다. 집집마다 개를 든내놓고(풀어놓고) 키운 터라 어느 날 기르는 개가 새끼를 낳으면 아비가 누구인지 추리하느라 즐거웠다. ―프롤로그 「사라져 가는 말을 찾아서」 부분 김도연 소설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햇살이 좋은 마당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레 어린 시절의 풍경과 말이 따라 나온다고 말한다. 진한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정겹게 작가를 부르는 엄마와 아버지가 보이고, 형 누나들과 함께 오간 곳이 등장한다. 울타리 주변에는 앵두나무, 신배(돌배)나무, 개복숭아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개, 소, 닭, 토끼, 돼지, 염소가 한데 어울려 살고 있다. 작가는 그런 유년의 풍경을 내다보면서 곧 깨닫게 된다. 결국 본인이 해야 할 일 중에 하나는 사라진 풍경과 새로운 말을 찾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릴 적 지냈던 대관령, 처음 유학을 갔던 춘천 등을 시작으로 하여 속초와 강릉을 넘나들며 강원도 정서가 물씬 담긴 토속적인 단어들을 되살려낸다. 소설가가 풀어낸 여러 편의 자연의 조각들은 독자에게 강원도 고유의 아름다움을, 투박한 정겨움을 선사한다. 작가는 옆 사람에게 말하듯이 나긋나긋하게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공부를 위해 “괜히 허세를 부려 먼 춘천까지 길을 떠나게 된” 고등학교 시절, “찰옥수수를 잘 말렸다가 맷돌에 타개서 지은” 강냉이밥을 교실에서 후후 불어 먹던 기억하며, 이제는 지나가 버린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들을 작가의 어릴 적 사진, 일러스트와 함께 곁들였다. 작가는 겨울의 대관령은 온통 눈 천지였다고 회상한다. 그곳은 “눈이 풍족하면 남자아이들은 집에서 직접 만든 나무스키를 비알밭에서” 타는 곳이었고, “여자아이들은 비료포대에 짚을 넣어 푹신푹신하게 만들어 집 근처에 썰매놀이”를 하던 곳이었다. ‘대굴령’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추운 줄도 모르고 해가 질 때까지 소리를 지르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눈앞에 선연하게 떠오른다. 이외에도 투정을 부리면서 아버지의 지겟가지에 올라타서 ‘새뿔’(지게 윗세장 위의 가장 좁은 사이)을 잡고 있던 날들이나,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말뚝에 묶인 밧줄과 씨름하며” 소에게 끌려다니던 일들은 해학적이면서도 깊은 아련함을 불러온다. 이제는 더 이상 교실 한가운데에 자리하던 둥근 무쇠난로도, 까마득한 밤을 밝히던 등잔과 호야(남포등)도 없지만 작가의 곁을 온전하게 지켜 주던 존재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하나의 아름다운 풍광을 이룬다. 생생하고 맑은 바람과 인정과 온기가 흘러넘치는 공간이 독자들을 인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