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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Ⅰ. 코스모포니: 우주의 소리 최초의 소리 공명 ⑴ 우주의 소리 천구의 음악 ⑴ 천구의 음악 ⑵ 골든 레코드 Ⅱ. 지오포니: 지구의 소리 리듬 ⑴ : 행성 파동 가장 큰 소리 북극광 화산 천둥소리 무지개 소리 듣기 Ⅲ. 바이오포니: 생명의 소리 리듬 ⑵ 청각 고대 동물의 소리 식물 곤충 벌 개구리 박쥐 코끼리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고래의 노래 리바이어던, 향유고래 대륙검은지빠귀 올빼미 나이팅게일 Ⅳ. 앤스로포포니: 인류의 소리 리듬 ⑶ : 음악과 춤 의성어 언어의 시작 마술피리 음악의 본질 화성 이상한 악기 슬픈 노래 바쇼 보이는 소리 플라톤의 동굴 귀벌레 소음 공해 기후변화의 소리 지옥 음악으로 치유하기 소리로 치유하기 종소리 공명 ⑵ 새 영역 고요와 침묵 몇몇 좋은 소리들 |
Caspar Hend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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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소리(Sound)와 소음(Noise)이라는 단어를 서로 바꾸어 쓸 수 있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 두 단어의 어감을 다르게 느끼는 독자들에게는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소음’이라고 하면 보통 원치 않는 혼란스러운 소리를 떠올린다. 예를 들어 우리는 소리 공해라고 하지 않고 소음 공해라고 말하곤 한다. 소음은 정보이론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소음은 데이터에서 무작위로 발생해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요동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음’이 꼭 부정적인 것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진화생물학과 발생생물학 분야에서 소음은 기술적인 의미에서 변이와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존재다. 일상의 언어나 시적 상상력 모두에서 소음은 경이로움에 대한 표현일 수 있다.
--- p.18~19 식물은 비유적으로나 문자 그대로나 반향을 일으킨다. 문자 그대로, 쿠바 열대우림에 사는 한 덩굴식물은 소리 반사판 역할을 하는 그릇 모양의 이파리를 진화시켰다. 이 이파리는 반향정위를 사용하는 박쥐가 덩굴의 꽃을 두 배나 빨리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꿀을 빨아 먹는 대가로 박쥐는 이 덩굴식물이 꽃가루받이를 하게 해준다. 시인 바쇼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사원 종소리가 그친 후에도 꽃 속에서 종 울리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고 상상했다. --- p.117 나비가 소리를 이용해서 다른 곤충을 착취하는 법을 학습한 경우가 적어도 하나는 나와 있다. 유럽과 아시아 북부에서 발견되는 날개에 점이 있는 알콘블루나비의 애벌레는 뿔개미를 유혹하는 달콤한 물질을 만들어낸 다음 여왕개미의 노랫소리를 흉내 낸다. 그럼 일개미들은 애벌레를 여왕으로 받아들여 자기네 둥지로 데려간다. 애벌레는 개미 둥지에 들어가서도 계속해서 노래를 부르고, 그럼 개미들은 자기네 유충보다 이 나비 애벌레를 먼저 먹이며 키운다. --- p.127 사람과 마찬가지로 코끼리도 공기를 통해 소리를 듣지만 훨씬 예리하다. 구름 한 점 없는 조용하고 맑은 날씨에 해질 무렵같이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상황에서는 같은 종의 코끼리가 1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부르는 소리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코끼리는 땅의 진동을 통해 발 구르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 p.147 향유고래가 표적인 오징어 떼를 발견하면 클릭음이 점점 더 빨라진다. 그러다 간격이 너무 짧아지면 수중청음기로 듣는 사람의 귀에는 녹슨 문이 삐걱거리는 것 같은 소리로 들린다. 향유고래는 이렇게 초당 600회가 넘는 촘촘한 클릭음을 이용해서 자기 앞에 있는 대상을 소리로 더 자세하게 그릴 수 있다. 해양생물학자들이 소리와 움직임을 기록하기 위해 잠수하는 고래에게 붙여준 스마트 태그는 고래가 수중에서 가속하고, 방향을 틀고, 복잡한 기동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클릭음이 나다가 정상적인 느린 클릭음으로 돌아가지 않고 침묵이 뒤따르는 경우는 고래가 긴 아래턱으로 오징어를 긁어모아 삼키고 있는 것이라 추정된다. 냠냠! --- p.167 슬픔을 표현하는 소리나 몸짓이 인간만의 것은 아니다. 코끼리는 무리 중 한 개체가 죽어갈 때 고통스러움을 목소리로 표현하고, 사랑하는 코끼리가 죽으면 몇 시간이고 그 곁을 지키면서 조용하고 느리게 움직이고 가끔 코로 부드럽게 사체를 어루만지기도 한다. 늑대는 죽은 동료를 위해 하울링을 한다. 늑대들의 평소 행동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혼이 담긴 소리라 묘사한다. --- p.261 많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정상적인 청력 범위 안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특히 활기찬 새소리)가 고통을 줄여 심리와 건강에 이점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작가 루시 존스는 자연의 소리가 자연의 풍경, 냄새, 촉각과 함께 중독을 극복하고, 생태적 상실감을 받아들이고, 더 균형 잡힌 생활 방식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녀는 이렇게 적고 있다. “자연은 머릿속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내 기분을 안정시켜주었다.” --- p.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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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소리의 심연”
저자의 소리 탐험은 우주에서 시작해 지구, 생명, 인류 순서로 진행된다. 1부 ‘코스모포니’에서는 우주적 차원에서 소리의 위상을 개괄한다. 빅뱅 후 첫 20~30만 년 동안 우주는 급속하게 팽창했다. 그때 우주는 수없는 “우주 종으로 가득 채워진 것처럼” 울렸을 것이다. 소리는 매체의 밀도가 높을수록 빨리 이동하는데 초기의 우주는 밀도가 매우 높아 소리 또한 현재의 지구에서보다 훨씬 더 빠르게 자유로이 퍼져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오늘날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우주의 초기 시절이 남긴 메아리”다.(「최초의 소리」) 지구 이외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에서는 무슨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화성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는 2021년 3월에 화성의 소리를 지구로 보내왔다. 공기 밀도가 낮은 화성에서는 폭풍도 산들바람같이 느껴질 텐데, 퍼서비어런스가 보내온 것은 “수십억 년 동안 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던 가장 황량한 땅에서 들려올 만한 공허한 바람 소리였다”. 태양계 밖 우주에서 어떤 소리가 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지만, 무수한 우주 종이 울려 퍼지던 우주가 현재 침묵에 쌓여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소리의 심연”이어서 우리로 하여금 “실존을 뒤흔들어놓을 정도의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이러한 “공허에 대한 자각은 이 세상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통해 경험하고, 함께 창조하고, 공유하는 대상 속에서 더 큰 기쁨을 누리는 삶의 관문이 되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우주의 소리」) 이 밖에 천체의 움직임이 창조하는 우주적 화성의 비밀을 탐구했던 인류의 오랜 역사를 피타고라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갈릴레이, 케플러까지 아우르며 살펴보는 「천구의 음악」, 보이저 1, 2호에 실어 보낸, 금도금 구리로 만들어진 10억 년 이상 보존 가능한 LP 음반에 새긴 갖가지 지구의 소리와 인간의 음악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낸 「골든 레코드」도 흥미진진하다. 오로라에서도 소리가 날까? 무지개 속에서는? 2부 ‘지오포니’는 지구상에서 들을 수 있는 원초적인 소리들을 다룬다. 화산이 폭발할 때 나는 소리나 천둥소리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천둥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번개는 겨우 엄지손가락 너비밖에 안 되지만 태양보다도 뜨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번개가 통과할 때 좁은 공기 통로의 온도는 섭씨 3만 도까지 올라가는데 이는 태양 온도의 약 다섯 배다. 이때 공기가 순식간에 팽창하면서 음향 충격파가 만들어진다. 즉 공기가 폭발하면서 나는 소리가 바로 천둥이다. 그런데 그 소리가 아무리 커도 이 방전 에너지에서 소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퍼센트에 불과하다. 9퍼센트는 빛, 90퍼센트는 열이라고 한다.(「천둥소리」) 극지방에서 관측되는 오로라에서도 소리가 날까?(「북극광」) 무지개가 소리를 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무지개 소리 듣기」) 아마도 독자들에게 북극광과 무지개 소리 이야기는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힘과 가능성으로 부풀어 오르는 생명의 소리 3부 ‘바이오포니’에서는 지구 위 생명체들의 소리 세계를 탐구한다. 생명체의 청각, 고대 동물, 그리고 식물과 곤충부터 코끼리와 고래 같은 거대 동물을 아우르며 살아 있는 지구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생명들과 그들의 소리에 관한 놀라운 비밀들이 펼쳐진다. 인간은 초당 2만 헤르츠까지 음파를 감지할 수 있는데 이는 시각 정보를 해상하는 속보보다 1000배 빠른 것이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청각은 인간의 초능력”이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인간의 이러한 초능력을 훌쩍 뛰어넘는다. 개는 4만 헤르츠, 고양이는 8만 헤르츠까지 들을 수 있다. 쥐들은 9만 헤르츠, 돌고래는 14만 헤르츠, 박쥐는 무려 20만 헤르츠까지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동물들에 비하면 소리에 관한 한 인간은 “2차원적인 존재”라 불러도 될 정도다.(「청각」) 한편 식물도 소리를 낸다. 마이크를 이용하면 나무줄기 속에서 물과 영양분이 세포를 지나쳐 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로 “나무가 맛있게 물을 마시는 소리”다.(「식물」) “병에서 와인을 따를 때 처음 나는 소리” 마지막 4부 ‘앤스로포포니’에 저자가 붙인 이름은 ‘인류의 소리’다. 인간과 관련된 온갖 소리들의 역사, 그것들이 인간이라는 존재와 그들의 삶에서 갖는 위상, 인간이 필요에 따라 상상하고 사용하기도 한 소리 등등 인간과 소리의 내밀한 관계에 대한 글들을 모았다. 음악과 춤, 언어의 기원과 음악의 본질, 화성과 악기, 시와 소음 공해, 기후 변화와 소리로 상상한 지옥의 모습, 그리고 소리의 한 형태로서 고요와 침묵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글은 흥미롭게도 소리가 아니라 소리 없음, 즉 고요와 침묵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서 고요와 침묵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오랜 것에 새로이 생명을 부여”한다. 저자가 인용하는 음악가 다니엘 바렌보임의 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소리는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리는 침묵과 영구적이고 일관되게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음악은 첫 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존재하던 침묵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본문의 마지막 글 「몇몇 좋은 소리들」은 저자가 좋아하는 다양한 소리들의 목록이다. 그가 가장 먼저 꼽은 것은 “병에서 와인을 따를 때 처음 나는 소리”다. 소리,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세계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니 어머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죽기 전까지(어쩌면 죽고 난 뒤에도) 우리 인간은 어떤 종류의 것이든 소리들 속에서 살아간다. 적어도 지구상에 소리가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소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고요한 곳에서도 우리는 스스로의 몸이 내는 소리로부터는 벗어날 수 없다. 새와 고래의 노래, 무지개 속 물방울과 오로라의 찰나, 지구라는 별과 끝 모를 우주에서 생명과 비생명이 뒤엉켜 이어온 유구한 역사는 어쩌면 너무나 비밀스럽게 팽창해온 소리의 역사인지도 모른다. 나아가 생명과 자연과 우주의 역사는 우리가 결코 알 수 없는 신이 온갖 소리들로 써 내려간 한 편의 대서사시가 아닐는지. 『소리에 관한 책』은 감각이자 풍경이요, 듣는 것이자 눈에 담는 것이기도 한 소리의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세계로 기꺼이 독자를 초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