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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부학
완전한 질서 너머 삶의 의미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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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말
머리말_우리는 무엇으로 이뤄진 존재인가 | 죽음

1. 살아 있는 해부학의 시작 | 뼈
2. 새로 쓰는 욕망의 해부학 | 성기
3. 몸속 9미터의 우주와 소통하는 법 | 창자
4. 사회적 속박과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 | 자궁
5. 숨 쉬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 | 허파
6. 가장 깊은 자아와 바깥세상이 만나는 경계 | 피부
7. 내 몸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내 몸으로 존재하기 | 가슴
8. 만성질환자가 살아가는 시간의 현상학 | 콩팥
9. 하늘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고 신의 무게와 같은 | 뇌
10. 어떻게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 간
11. 새로운 발견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 심장

맺음말_끝에서 또 다른 시작으로 | 삶

저자 소개 2

가브리엘 웨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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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 Weston

인문학 전공 출신의 외과의로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런던의과대학에 진학했다. 현재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이자 왕립외과의사협회에 등록된 외과의사다. 《선데이타임스Sunday Times》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뷔작 《다이렉트 레드Direct Red》는 “수술실이라는 차가운 비극의 현장을 이토록 정직하고도 눈부시게 다듬어진 언어로 담아낸 기록은 일찍이 없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가디언Guardian》의 퍼스트북 어워드First Book Award 후보에 올라 자서전 부문에서 PEN-애컬리 상PEN-Ackerley Award을 받았다. 〈나를 믿으세요,
인문학 전공 출신의 외과의로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런던의과대학에 진학했다. 현재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이자 왕립외과의사협회에 등록된 외과의사다. 《선데이타임스Sunday Times》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뷔작 《다이렉트 레드Direct Red》는 “수술실이라는 차가운 비극의 현장을 이토록 정직하고도 눈부시게 다듬어진 언어로 담아낸 기록은 일찍이 없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가디언Guardian》의 퍼스트북 어워드First Book Award 후보에 올라 자서전 부문에서 PEN-애컬리 상PEN-Ackerley Award을 받았다. 〈나를 믿으세요, 전 의사입니다Trust Me, I’ a Doctor〉와 〈놀라운 의학: 웨스턴 박사의 사례집Incredible Medicine: Dr. Weston’s Casebook〉을 비롯한 BBC TV 시리즈의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 현재 파트타임 외과의로 근무하며 런던에서 남편,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치과 의사의 길을 걷다가 번역의 길로 방향을 튼 엉뚱한 번역가. 중학생 시절부터 과학에 대해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틈틈이 적어온 과학 노트가 지금까지도 보물1호이며, 번역으로 과학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를 꿈꾼다. 현재 바른번역미디어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지능의 기원』, 『초월하는 뇌』, 『에이지리스』, 『그레인 브레인』, 『동물들처럼』, 『과학이 된 무모한 도전들』, 『암 연대기』, 『이상한 수학책』, 『수학하지 않는 수학』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늙어감의 기술』로 제36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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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67쪽 | 140*200*30mm
ISBN13
9791140720347

책 속으로

죽은 해부학은 거짓 해부학이다.
--- 「1. 살아 있는 해부학의 시작|뼈」 중에서

민주주의는 여기서 끝난다. 여성의 생식 해부학을 지도로 작성하는 이 중요한 단계에서 여성은 완전히 길을 잃고 만다. 남성의 생식 해부학에서 음경은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는 대담한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소녀와 여성들은 남성의 음경에 해당하는 여성의 주인공을 뭐라고 배울까? 질이다. 하지만 글쎄,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여성이 지금까지 가짜를 강매당했다고 말이다. (…) 질은 잘해야 통로의 역할 말고는 하는 일이 없고, 최악의 경우에는 부재, 빈틈, 해부학적으로는 완전한 블랙홀일 뿐이다. 음경에 상응하는 대상이 질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
--- 「2. 새로 쓰는 욕망의 해부학|성기」 중에서

대변 이식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외양간 냄새와 조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여러 세대가 지나는 동안 해당 질병의 치료법이 진보하지 못하고 가로막혀 있었다. 그러다 결국 스스로 자신을 챙기기 위해 발 벗고 나선 한 무리의 환자가 소수의 용감한 의료진과 기업가들을 설득해서 도박에 나섰다. 남들은 체면을 차리느라 쳐다보지도 않던 영역에서 잠재력을 발견할 준비가 되어 있던 이 끈질긴 사람들은 이제 확실한 증거로 무장하고 놀라운 치료법을 주류로 끌어올리고 있다.
--- 「3. 몸속 9미터의 우주와 소통하는 법|창자」 중에서

외과의 P가 여성의 골반 안으로, 붉은 자궁의 동굴 속으로 손을 넣어 그 시뻘건 공간에서 완벽하게 반짝이며 빛나는 구체를, 귀한 알이 든 둥지라도 되는 것처럼 햇살 가득한 수술실 공중으로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바로 두 번째 아기의 양막낭이다. 온전한 형태의 양막낭이 마치 수정구슬처럼 높이 올라왔다. 그 표면은 바다 표면에 얇게 펼쳐진 기름에 비치는 무지개색처럼, 거품에 나타나는 둥근 무지개처럼 회전하며 빛나는 듯 보였다. 그 방울 안에서 아기 머리의 가마를, 자기만의 고요한 바다 같은 집에서 떠다니며 헤엄치는 아기를 뚜렷이 볼 수 있었다.
--- 「4. 사회적 속박과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자궁」 중에서
매달 반복되는 생리든, 임신과 출산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지각 변동이든, 사춘기와 가임기, 완경이라는 느린 계절의 흐름이든, 이 기관은 여성에게 자기 몸과 세상 사이의 관계에 끊임없이 적응하며 존재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자궁은 짐스럽게 느껴지긴 해도, 동시에 하나의 프리즘 같아서 우리에게 놀랍도록 폭넓은 상상력을 부여한다. 이것이 여성으로 존재한다는 의미 중 하나일까? 스스로에게서 떨어져 나오며 반복해서 배우는 이 심오한 교훈이? 만약 그렇다면 자궁은 결국 모든 성인이 조만간 배워야 할 진실을 일찍부터 직시하고 파악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방식으로 우리를 준비시키는 것이 아닐까?
--- 「4. 사회적 속박과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자궁」 중에서

허파는 인생의 책갈피다. 갓 태어난 아기가 울음을 터트리면 우리는 그 아기를 세상에 맞이한다. 사랑하는 이가 마지막 숨을 내쉬면 우리는 그가 영원히 떠났음을 안다.
--- 「5. 숨 쉬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허파」 중에서

허파는 숨 쉬는 공기를 통해 가장 기본적인 원자의 수준에서 우리를 연결한다. 만약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만을 요구한다면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의사들에게는 환자들이 묘사하는 견디기 힘든 삶, 그들이 반드시 되돌아가야 할 삶을 목격해야 할 의무뿐 아니라 정부가 어떤 시민은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면서, 어떤 시민은 쇠락하게 내버려둔 것에 대해 책임을 물을 의무도 있다. 호흡곤란 같은 심각한 문제라면 우리는 모든 해결책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해결책에 도달할 방법은 틀을 벗어나서 생각하는 것밖에 없다.
--- 「5. 숨 쉬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허파」 중에서

피부는 내가 끝나고 세상이 시작되는 경계다. 피부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나이고, 피부 밖에 있는 모든 것은 내가 아니다.
--- 「6. 가장 깊은 자아와 바깥세상이 만나는 경계|피부」 중에서

유방의 진짜 무대는 분명 사춘기가 아니다. 전신의 장기 중 성인이 되면서 자동으로 완전히 성숙하지 않는 장기는 유방밖에 없다. 유방은 특별한 조건이 갖춰져야만 비로소 완전히 성숙한다.
-- 「7. 내 몸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내 몸으로 존재하기|가슴」 중에서

내 콩팥은 일주일에 168시간 동안 아무 불평 없이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반면, 리사는 투석에 쓰는 열두 시간뿐 아니라 투석을 받기 위해 집과 병원 사이를 오가고, 외출을 준비하고, 몸을 다시 회복시키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나는 그녀의 윙윙거리는 기계 옆에 앉아 하루의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한다. 이번 주는 여기 있지만 다음 주면 떠날 것이다. 리사의 과거와 미래는 모두 현재로 무너져 내린다. 그 현재는 그녀의 질병이 요구하는 조건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다. 시간의 자유는 자신의 일정을 마음대로 짤 수 있다는 것 이상의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 안에서 움직이면서 그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자유다.
--- 「8. 만성질환자가 살아가는 시간의 현상학|콩팥」 중에서

가끔은 질병 덕분에 사물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신경 과학의 역사에서 개별 인간의 경험에 담긴 세세한 질감을 해부학과 통합하는 데 뇌전증만큼 큰 역할을 한 것은 없다.
--- 「9. 하늘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고 신의 무게와 같은|뇌」 중에서

간의 재생능력이 그렇게 뛰어나다면 애초에 간기능상실이 발생하거나 간 이식이 필요한 사람이 왜 생기는 것일까? 간단히 답하자면, 간세포가 질병에 대응하는 방식이 수술에 대응하는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 「10. 어떻게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간」 중에서

이 회의실에서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결정이 내려지고, 귀중한 장기의 배분이 고려되거나 거부된다. 이것은 여느 다학제 합동회의와는 다르다. 이곳에서는 구원받을 기회라도 얻어 보려는 환자들이 질병과 건강을 가르는 칼날 위에 오른다. 어쩌다 간기능상실이 일어났냐는 이유는 따지지 않고, 환자들을 돌보며 일주일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원들도 이곳에서는 감정을 내려놓고 냉정한 심판가가 되어야 한다.
--- 「10. 어떻게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간」 중에서

갈레노스의 심장에 대한 거짓 해부학을 반증하는 데 그토록 오랜 세월이 걸린 이유는 눈에 보이는 것을 만족스럽게 묘사할 만한 언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갈레노스가 심장을 간에서 나오는 연료로 타오르며 혈액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등잔에 비유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이 당대의 기술 수준에 부합하는 비유였기 때문이다. 밀러의 말에 따르면 하비와 갈레노스의 결정적인 차이는 독창성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은유에 필요한 도구의 문제다. 내가 늘 생각해온 것이기도 하다. 신체에 관한 진실은 해부학의 문제인 것만큼이나 스토리텔링의 문제이기도 하다.
--- 「11. 새로운 발견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심장」 중에서

출판사 리뷰

몸을 연구하던 외과의사가 온전히 몸으로 살아가기까지
몸이 이야기가 될 때 비로소 삶은 완성된다

이 책의 첫머리는 부검실에서 시작한다. 죽음의 기록이 아니라 ‘삶을 위한 해부학 탐구’가 시작되는 장소다.

이 시신은 누가 봐도 영락없는 여성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 시신의 특징들을 재구성한다. 그 여성의 가슴은 이제 더 이상 제자리에 없지만, 새삼 그 풍만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젖가슴으로 누구에게 젖을 먹였을지 상상해본다. 그녀의 손가락을 보고, 움직이는 모습을 그려보다 그 손가락이 어떤 집안일, 직업적 업무, 사랑의 행위에 쓰였을지 궁금해진다. 손, 발, 얼굴, 성기가 그 여성을 한 명의 ‘사람’으로 만든다. 그 부위들을 살펴보며 나는 그 여성을 본래의 모습으로 그려 넣는다. _머리말 우리는 무엇으로 이뤄진 존재인가|죽음

외과의이자 유명 TV프로그램 진행자인 저자는 부검실과 수술실뿐 아니라, 투석 전문 병원, 이민자격리센터 등 다양한 현장에서 사람들의 몸을 관찰하고 듣는다. 그녀에게 몸은 단지 고쳐야 할 기계적인 부품이 아니라 무수한 삶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새겨진 텍스트였다.

수포성표피박리증 환자가 겪는 모든 고통이 해부학적 오류의 결과로 생긴 것은 아니다. 바닥막에 결함이 생겨 수포와 고통이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흉터와 장애는 신체가 병리학적으로 이를 보완하려고 시도하다가 생긴다. 수포성표피박리증이 있는 피부는 선천적으로 잘 찢어지는 성질을 보상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유연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극도로 질긴 조직을 만들어낸다. 아예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하는 경계선은 아예 없는 것만큼이나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한 피부는 장벽이라기보다는 섬세한 반투과성 막에 가깝다. 우리의 부드럽고 연약한 자아는 보호받는 동시에 열려 있어야 한다. _6. 가장 깊은 자아와 바깥세상이 만나는 경계|피부

“이 기계가 내 인생이고, 투석이 내 인생이에요.” 나는 문득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공간의 차원뿐 아니라 시간의 차원에서도 건강한 사람들과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_8. 만성질환자가 살아가는 시간의 현상학|콩팥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몸을 묘사할 권리를 넘기면 ‘외과적 관점’만을 얻게 된다.” 우리는 몸이 변화하게 되면 무엇이 원인인지 규명하고자 노력하지만, 정작 그 뒤에 가려진 진짜 문제는 놓치고 있지 않았을까? 몸은 모든 정의를 뛰어넘는다. 여전히 이 우주에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고,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발견이 기존의 발견을 바꿔버리기도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새롭게 알려진 몸에 관한 발견을 바탕으로 해부학이 고립시킨 인체 장기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면 알아야 할 진짜 이야기를.

우리는 몸 안에 갇혀 살면서도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책은 낡은 해부학 교과서에서 삭제된 부분들을 채워넣는다. 그리고 우리의 몸에 덧씌워진 사회적, 역사적 편견들을 날카롭게 해체한다.

성기의 해부학은 새로 써야 한다. 음경과 질을 각각의 장에 외로이 고립시키는 교과서 페이지들은 찢어버리자. (…) 이 패러다임에 따르면 모든 배아는 여자가 되도록 기본으로 설정되어 있다. _2. 새로 쓰는 욕망의 해부학|성기

해부학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유방이 수술만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목소리만 높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음란한 눈빛을 받든 못마땅한 시선을 받든 마치 유방이 공공재처럼 취급받는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해야 할 때다. 자고로 유방은 이런 식으로 보여야 한다, 저런 식으로 보여야 한다는 집착에 더 이상 동조하지 말고, 유방이 실제로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더 나아가 그 느낌을 축하해야 한다. _7. 내 몸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내 몸으로 존재하기|가슴

유방을 단순히 성적 대상이나 수유의 도구로만 치부하는 폭력적인 시선에 맞서 주체적인 욕망의 장기로 다시 위치시키고, 텅 빈 공간인 ‘질’을 중심으로 서술된 여성 성기의 해부학을 발생학적 기원을 근거를 들며 음핵이라는 여성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새롭게 서술한다. 이 밖에도 뇌 진단의 발전으로 인해 오히려 소외되고 있는 신경학적 장애, 일상의 불편함뿐 아니라 불안, 우울감,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 만성질환 환자들, 기존의 성적 이분법으로 인해 온전한 나로 살기 어려웠던 사람들,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데도 심장마비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 등 기존의 해부학이 고립시킨 삶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린다.

저자는 좋은 의사라면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의 보편적인 이론들을 꿰는 동시에, 아픈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일반적인 패러다임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벗어나는지를 끊임없이 주시해야 난해한 진단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그것을 개인의 이야기로 만들지 않고는 그 삶이 온전히 완성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완전한 질서로 이뤄진 몸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저자 역시 기꺼이 몸의 변화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면서 자신을 이해하는 데 가까워질 수 있었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심장질환의 증상 앞에서 두려워하고, 쌍둥이를 임신하고 제왕절개 수술대에 누웠던 자신의 경험을 인생에 다시 통합시키기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제왕절개 수술을 직접 참관하고, 아들의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외과의사와 엄마라는 두 역할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늙어가고 병드는 피부를 보고 속절없이 슬퍼하는 대신, 몸과 함께 살아가는 연약한 존재로서의 숙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인다.

어제 이 시간만 해도 수술대에 누워 있는 저 시신은 온전한 삶을 영위하던 한 명의 인간이었고, 찰나의 순간에, 단 한 번의 잘못된 움직임 때문에 이런 재앙과도 같은 단계들을 거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누군가의 형제에서 트럭에 치인 보행자로, 누군가의 친구에서 환자로, 누군가의 아들에서 장기기증자로 말이다. 머지않은 어느 날, 나 역시 수술대에 누워 인공심폐기를 달고, 내 가슴을 열어 심장을 멈추고, 판막을 고쳐 내 목숨을 구하려는 외과의와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 그 일을 생각하면 두려움보다는 이상한 종류의 갈망이 강하게 느껴진다. _끝에서 또 다른 시작으로|삶

끝없는 불확실성과 고통 속에서도 기어코 삶을 향해 박동하는 우리 몸의 경이로움을 마주하고 나면, 우리가 겪는 상처, 회복, 절망과 사랑의 모든 궤적은 결국 육체라는 질서 안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여정은 갑작스러운 죽음에 따른 장기기증 현장에서 끝이 나지만, 이는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순간이다. 알 수 없는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무기력해지는 날, 조용히 이 책을 펼쳐보자. 차가운 해부학의 언어로 써 내려갔지만 삶을 향한 뜨거운 찬가가 되어버린 이 책을 통해 다시 삶을 살아갈 동력을 얻을 것이다.

추천평

책은 다시 수술실로 돌아와 끝납니다. 트럭에 치인 한 젊은이의 몸에서 나온 다섯 개의 장기가 차량 다섯 대에 실려 전국 다섯 곳의 병원으로 떠나고, 그 얼굴 곁에는 어린 시절의 테디베어가 여전히 놓여 있습니다. 저자는 텅 빈 수술실 한가운데로 걸어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습니다. 그전에는 수술실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 자신의 심장 소리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저는 그 장면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부검대 앞에서 제가 배운 것도 결국 같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몸을 통해서만 자신의 몸에 도달합니다. 책의 첫머리에 인용된 시인의 말처럼, 몸 안에서 의미를 이루기 전에는 그 무엇도 의미를 이루지 못합니다.
몸을 다루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언젠가 자신의 몸으로 인해 삶이 흔들릴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 유성호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
“의학과 해부학에 관한 장르를 새롭게 정의한다” - 크리스 반 툴레켄 (《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저자)
“살갗 아래의 공간을 상상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도록 눈부시게 설득한다” - 《옵저버》
“이 책은 강렬한 흡인력을 지녔으며, 나의 몸을 정말로 살아 숨 쉬게 만든다” - 《더스펙테이터》
“신선할 정도로 접근하기 쉬운 의학책이다. 자신의 몸과 조금 더 친밀해지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 《뉴스테이츠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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