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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4
PART1 산후 우울증의 서곡 엄마가 되고 싶었던 상담사 · 17 감정의 유선이 싹트다 · 20 분만은 예습을 못 해서 · 24 엄마 되기를 책으로 공부하다 · 28 글로 배운 모자동실 · 34 준비물이 틀렸어 · 39 조리하러 간 거야, 울러 간 거야 · 42 내가 여전히 예쁜가요? · 44 엄마로서의 나만 남다, 몇 점 엄마로? · 46 모성이라는 무게 아래 · 50 배부른 소리라 해도 어쩔 수 없어 · 51 울음과 그림자 · 53 결정할 게 너무 많아 · 60 수습 기간 없이 담당자가 되다 · 64 PART2 산후 우울증 제1막 집으로의 복귀 · 71 마녀의 시간 · 74 어느 만큼이 ‘이만하면’일까 · 77 내가 태어나는 진통 · 82 그때의 엄마가 기다리는데 · 86 내가 왜 우는지 나도 모르겠어 · 92 약물치료를 권유받다 · 94 멈추지 않는 눈물 · 96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의 상담 · 103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의 상담 · 105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치료 · 109 걸어라, 하니 · 112 PART3 산후 우울증 제2막 산후 우울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 123 아이의 입원 · 126 혼자 남겨질까 봐 · 130 아픈 건 내 탓 · 135 요리사 과락 · 140 아주 작은 소원 하나 · 145 유일한 복지, 낮잠 · 147 친구가 필요해 · 151 콧바람 쐬려다 바람 빠진 풍선 되고 · 155 기다리는 거 싫어 · 157 짐이 된 기분 · 162 구세주 · 164 마트만이 나를 반기고 · 166 36개월 가정 보육도 실패, 시간제 보육도 실패 · 172 아기인 사람과 아기가 아닌 사람 · 175 여보, 이번 주말엔 벚꽃을 보러 가요 · 177 엄조현상 · 179 모래놀이 상담 · 181 아가가 이렇게 예쁜데 왜 우냐고 물으신다면 · 184 PART4 막이 내린 후 몸과 마음과 사회의 총체적 현상, 산후 우울증 · 189 산후 우울증이란 · 192 산후 우울증을 심리적으로 이해하기 · 195 산후 우울을 사회문화적으로 이해하기 · 237 산후 우울증, 그 후 · 256 에필로그 ·260 참고문헌 ·2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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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하느라 흘린 땀을 채 씻지도 못하고, 초췌한 맨얼굴에 기름진 머리를 질끈 묶은 상태, 가슴을 내놓기도 하고, 소변 줄을 가릴 수 없는 상태. 거기에 대형 패드를 해도 새 버리는 오로로 임부복이 물들었습니다. 제 몸에서 피 냄새와 땀 냄새, 젖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수치, 수치심이 감돕니다. 고생했다고, 애썼다고, 자랑스럽다고 들은 것 같은데 부족한 기분입니다.
--- p.35 ‘아기를 낳았는데 내가 왜 이러지? 행복해야 하는 건데 왜 자꾸 눈물이 나지? 호르몬의 영향일까? 뭔가 이상해…’ 문득, 출산하고 조리원으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면 전화하라던 나이 지긋하신 육아 선배가 떠올랐습니다. 이 시기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말할 사람이 엄청나게 필요해지는 시간이긴 하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전화할 수는 없었습니다. 날것의 오열을 쏟아내면서도 그 울음의 이유를 말하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 p.45 비교는 육아 수행뿐 아니라 자신감이나 모성이라는 측정할 수 없는 개념에 대해서도 시작됩니다. 결정을 잘 내리는 결단력을 비교하고, 똑같이 잠을 못 자고도 활기찬 체력을 비교하고, 남편도 비교합니다. 내 남편은 밤 10시에 퇴근하는데 저 엄마는 늘 남편과 붙어 있는 것 같고, 나는 저렴한 기저귀를 쓰는데 저 엄마는 오가닉 기저귀만 쓰는 걸 보니 질투가 납니다. 그래도 하지 않았으면 좋은 것, 아기도 비교합니다. --- p.62 이론에서는 말합니다. ‘이만하면 충분한 엄마 노릇(good enough mothering)’이라고. 책에 기술된 그 ‘이만하면’이란, 충분히 아이를 먹이고 재우며, 불안할 때 위로와 공감을 해주는 정도를 말합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충분히 먹였는지 알 수 없고, 졸려 하는데 잘 안 재워지고, 아이가 불안할 때 위로와 공감보단 내가 먼저 불안해서 위로가 필요한 초보 엄마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 p.79 그러므로 제 산후 우울은 호르몬 변화에 수면 부족, 비타민D 부족이라는 일차적인 생리적 이유와 더불어, 출산 과정에서 여성성을 상실한 듯한 수치심, 남편과의 친밀한 시간과 개인의 자유를 잃은 상실감, ‘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웠구나’ 하는 충격과 감사함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후회, 앞으로도 이런 나날이 지속할 것 같은 두려움, 엄마로서 잘하고 있는지에 관한 불안, 한 아이를 24시간 평생 책임진다는 부담감, 우울감이 증폭시킨 부정적 사고와 모성이 부족한 엄마라는 죄책감과 자괴감 등이 한꺼번에 덮쳐온 파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 p.124 육아는 더없는 고립을 경험하게 하여 소속감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잘해도 본전이고, 아기의 울음소리를 통해 욕구를 읽어내야 하니 초보 엄마는 유능감을 경험하기도 어렵습니다. 아기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아기의 욕구에 맞춰 행동해야 하므로 자율성의 욕구 또한 충족이 어렵습니다. 아기가 잠들면 늦게까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핸드폰을 보거나 영화를 보고,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는 것은 바로 이 자율성 욕구 충족을 위한 자연스러운 시도일 것입니다. --- pp.158-159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었던 저는 내가 도달할 수 있는 목표,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최댓값마저 잃은 기분입니다. 내가 육아에 매진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경력을 쌓고, 더 배우고 승진할 거로 생각하면 나는 그만큼까지는 성장할 수 없을 거라고 체념하게 됩니다. 존재감마저 잃을 것 같아 불안이 요동칩니다. --- p.226 우선 엄마가 되지 않은 나이가 찬 여성은 엄마되기를 암묵적으로든 직설적으로든 요구받습니다. 가임기 여성의 수를 지역별로 표시한 출산 지도가 미혼의 여성을 당연히 결혼할 여성으로 기대해 반영했다며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이토록 사회는 결혼한 여성은 당연히 언젠가 엄마가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 p.239 나 스스로, 타인이 나에게, 내가 타인에게 모든 양육의 의무를 오직 ‘엄마’에게 냅다 뒤집어씌우는 게 아니라, 엄마도 한 사람임을, 혼자서는 결코 질 좋은 양육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짐을 나누고 부족한 부분을 비난하는 손길을 거두어야 합니다. --- p.243 보육 시설, 보육의 질, 안전, 치안, 여성의 경력, 노동 시간, 회식과 야근 문화, 집값 등 육아와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렇게나 많습니다. 산후 우울도, 육아 우울도 결코 엄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 p.2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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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엄마도, 부족한 엄마도 아닙니다”
출산 후 많은 밤을 눈물로 버틴 엄마들을 향한 위로 어느 심리 상담사 엄마의 산후우울 극복기! 산후 우울증은 주산기(周産期, 출산 전후 기간), 즉 임신이 모든 기간에서 출산 후 4주 이내에 발생한 우울증을 말한다. 우울감, 심한 불안감, 불면, 의욕 저하 등의 증상을 경험하며, 심각할 경우 자살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도 이어진다. 산모 10명 중 2명은 명확한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산후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전문적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질병임에도, 여전히 사회적인 인식은 부족하다. ‘엄마라면 응당 감내해야 하는 고통’ 정도로 여겨졌고 그 사이 엄마들은 외롭게 우울감에 잠식당하고 있다. 이 책은 나의 산후 우울증의 전개와 증상, 그에 대한 감정의 기억으로 쓴 글이다. 약물치료와 상담, 회복 후 일차적인 호르몬 변화 외 산후 우울증의 강도와 지속성, 치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공유한다. 이 밤에 홀로 울고 있을 당신을 이해하고, 아기를 키우느라 상담실에 방문하기 어려운 엄마들을 위로할 수 있다면, 상담사이자 먼저 출산과 육아를 시작한 엄마로서 가장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당신 탓이 아니라는 것, 당신이 약해서, 모성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아이를 낳느라 진통을 겪었지만, 한 번 더 마음의 진통을 강하게 겪고 있을 뿐이다, 건강하고, 성숙하고, 더 강한 엄마가 되어 있을 수 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