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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루시
2장 〈아르고스호〉를 타고 3장 숨겨진 유물 4장 ≪타임스≫의 1면에서 5장 벤트너의 묘비 6장 어디엔가, 세상 밖 어디엔가 7장 일 년 후 8장 폭풍이 불기 전에 9장 폭풍우가 지나간 후에 10장 실종 11장 레이디의 손목에 남은 자국 12장 여전히 실종 13장 뒤숭숭한 꿈 14장 피비의 청혼자 15장 주의 깊게 지켜보며 16장 로버트 오들리, 작별인사를 하도록 통고받다 17장 캐슬 여관에서 18장 로버트가 예기치 않은 손님을 맞이하다 19장 대장장이의 실수 20장 책에 써진 글 21장 미시즈 플로슨 22장 꼬마 조지이, 학교에 가다 23장 교착상태에 빠져 24장 클라라 25장 조지의 편지들 26장 뒤로 돌아가서 하는 조사 27장 무척 멀리, 하지만 너무 멀지는 않게 28장 다른 쪽 끝에서 시작하며 29장 묘지에 숨어서 30장 보리수 길에서 31장 근거를 준비하며 32장 피비의 탄원 33장 하늘의 빨간 불빛 34장 소식을 가져온 사람 35장 마님이 진실을 말하다 36장 폭풍우 이후에 온 조용함 37장 닥터 모스그레이브의 충고 38장 산 채로 묻히다 39장 유령이 출몰하는 40장 죽어가는 사람이 말해야만 하는 것 41장 원상복구 42장 평화롭게 역자후기 |
Mary Elizabeth Brad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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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들리 코트는 멋진 해묵은 수목들과 비옥한 목초지가 무성하게 펼쳐져 있는 분지에 낮게 위치하고 있었다. 당신이 지나쳐 갈 때 무슨 일로 당신이 이곳에 왔는지 소 떼들이 궁금한 듯 바라다보는 초원 옆 양쪽으로 붙어 있는 오래된 참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곳이다. 이곳에 큰길이 나 있지 않은 이유는 이 저택에 볼 일이 있지 않는 한 이 방향으로 올 일이 전혀 없기 때문이리라.
이 가로수 길의 끝에는 오래된 아치와 시곗바늘이 하나뿐이어서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바보 같은 시계탑이 있었다. 이 아치를 통과하면 오들리 코트의 정원으로 곧장 들어갈 수 있었다. 철쭉 무더기가 점점이 박혀 있는 편평한 잔디가 펼쳐져 있었다. 오른쪽에는 채마밭과 낡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과수원이 있었고 키가 크진 않아도 군데군데 빽빽이 자란, 어디에서나 꼬리에 꼬리를 문 담쟁이, 노란색 꿩 비름과 짙은 색 이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자갈이 폭 넓게 깔린 길이 있었는데, 수년 전 이곳이 수녀원이었을 때 과묵한 수녀들은 그 길 아래쪽으로 손에 손을 잡고 걸어 다녔었다. 그 길은 내한성 화초들과 덤불장미로 가득 찬 옛날 풍의 꽃밭과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오들리 저택은 아치와 마주보면서 사각형 대지의 세 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저택은 매우 오래되었고 매우 불규칙하고 무질서하게 뻗어 있었다. 창문들은 한결같지가 않았다. 몇몇은 작았고, 몇몇은 컸으며, 몇몇은 무거운 석재 창살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가지고 있었고, 다른 것들은 이와는 달리 불어오는 산들바람에도 덜거덕거리면서 부서질 것 같은 격자창이었고, 또 다른 것들은 마치 어제 새로 덧붙인 것처럼 최신식인 것도 있었다. 키가 큰 굴뚝들은 삼각형 모양으로 뾰족한 박공 뒤로 여기저기 솟아 있었는데 무질서하게 뻗어 있는 담쟁이가 아니었더라면 오랫동안 직분을 다해서 세월에 의해 쓰러질 것 같아 보였다. 담쟁이들은 담장 위로 기어오르고, 지붕 위까지 꼬리를 물고 올라가 굴뚝 주위에서 자기들끼리도 엉키어 굴뚝을 받쳐주고 있었다. 현관문은 마치 위험한 방문객들로부터 숨어서 비밀을 지키길 원하는 것처럼 건물 귀퉁이에 있는 작은 탑의 구석에 끼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문이었다 - 해묵은 참나무로 되어 있었고 큰 사각형 머리를 한 쇠못이 박혀 있었는데, 문 두께가 너무 두꺼워 철제 고리 쇠로 두드릴 때 둔탁한 소리가 났다. 방문자는 두드리는 소리가 저택에 전해지지 않을까봐 담쟁이넝쿨 속 구석에 매달려 땡그랑 소리를 내는 종을 울리고 싶었을 것이다. ---「1장-루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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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오들리의 비밀≫이라는 제목만 보면 뭔가 선정적인 게 연상이 된다. 당시 빅토리아 시대 때 이러한 선정소설(Sensation Novel)이 유행했다고 하니 제목을 “비밀”, 그것도 레이디의 비밀, 이런 식으로 지어야 독자들의 시선을 모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내용이 재미있으니 크게 히트를 쳤겠지만 연극으로도 만들어지고 나중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당시 선정소설의 큰 소재였던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미모의 젊은 여자가 집안 좋고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는 얘기가 등장하니 플롯과 내용이 충실하다면 베스트셀러는 무난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여자 주인공이 공주가 아니라 평범한 집안사람이라 젊은 왕자와 결혼하지는 못하고 아버지뻘의 준남작과 결혼하는 게 다르다면 다른 스토리이다. 하여간 신데렐라 스토리는 동서고금의 진리인 모양으로 우리나라 드라마의 영원한 소재이기도 하다. 여기에 “광기(Madness)”라는 선정소설의 또 다른 양념이 등장한다.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소설 중 하나인 살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나오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아니더라도 여주인공은 자신의 범죄를 자신의 광기로 무마시키려고 한다. 요즘 말로 “심신미약”으로 인한 범죄라는 것이다. 남들이 자신을 정신적으로 심하게 압박하면 균형을 잃어서 살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남들이 믿어주느냐, 안 믿어주느냐 하는 게 문제로다. 최근 추리소설과 범죄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느낀 게 19세기에 나온 ≪레이디 오들리의 비밀≫보다도 더 못한 소설들이 시중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시간이 가면 소설도 발전할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이번에 ≪레이디 오들리의 비밀≫을 교정하면서 여러 번 다시 읽게 되었는데 볼 때마다 재미있었다. 평생 책을 읽는 걸 직업으로 삼았던 사람인데도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재미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문학의 효용가치가 ‘즐거움’과 ‘교훈’이라면 이 책은 두 가지 가치를 다 만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재미와 더불어 권선징악이라는 교훈까지 주고 있으니 말이다. 2007년에 번역을 마치고 출판하려고 했었는데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출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예전에 마음을 비웠었는데 이렇게 출판할 수 있게 도와준 출판사 관계자 분들, 교정, 표지를 도와주신 분들, 그리고 김일영 교수에게 감사드린다. 2024. 7. 29. 안정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