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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가을비 내리던 날 폭풍 동트기 전, 깊은 밤 새벽의 복사꽃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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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가 체념의 눈꺼풀을 힘없이 다시 밀어 올렸을 때, 믿지 못할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 시뻘건 흙 위로 난데없이 화사한 빛깔이 어른거렸다. 민둥산의 붉은 흙보다 훨씬 화사하면서도 고운 빛깔이 산을 뒤덮었다. 흐드러진 복사꽃이 붉디붉은 산에 양탄자처럼 짙게 깔려 연분홍빛의 잔치가 펼쳐졌다. --- pp.6~7 「프롤로그」중에서 한이는 왠지 또 대답하지 못하고 쑥스러운 듯 머리만 긁었다. 그런데 문득, 도야는 이 살풍경한 언덕이 어딘지 눈에 익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지금은 갈색 잎을 매달고 있을 뿐인 이 크지 않은 나무들이 우선 눈에 익었다. 모두 복숭아나무였다. 이 남자의 말대로 봄이 되면 아름다운 연홍색 꽃이 지천으로 피어 경치가 무척 좋을 것이다. --- p.107 「가을비 내리던 날」중에서 “당신, 정치깡패였어? 정치깡패였냐고!” 겨우 안전한 곳에 도착한 한이가 손을 풀어주자마자 도야는 피를 토하듯 외쳤다. 소리를 지른 것은 한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너야말로! 너 빨갱이였어?” “하, 하하…….” 도야의 입에서 끝내 실소가 터졌다. 남자가 내지른 ‘빨갱이’라는 그 단어 하나에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 p.151 「폭풍」중에서 피가 식는 느낌이었다. 도야는 환식의 느닷없는 방문 이유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제대로 얼굴을 보지 못한 정혼녀를 보기 위해서라든가 하는 소리는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환식이 씩 웃으면서 도야의 얼굴 가까이 제 얼굴을 가져왔고, 두 사람의 거리는 얕은 날숨마저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난 살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그러니 너도 협조를 해줘야겠어. 그놈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마.” --- pp.207~208 「동트기 전, 깊은 밤」중에서 “일단 내가 그 밀항 중개인이라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당신이라도 우선 몸을 피하는 게 어떨까? 어차피 나는 움직이기도 힘들고.” “그게 무슨…….” 한이는 무심코 도야를 내려다봤다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도야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서 뭔가를 크게 결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도야에게서는 처음 보는 표정이었으나, 표정 자체가 낯설지는 않았다. --- p.309 「새벽의 복사꽃」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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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깡패와 학생운동가의 극적인 갈등과 사랑
만남과 엇갈림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질까 미로처럼 얽힌 서울 청계천의 판잣집, 속칭 ‘하꼬방’ 사이에서 마주친 두 남녀가 있다. 어릴 적부터 구걸로 입에 풀칠하다 주먹질로 먹고살게 된 깡패 이한이는 시비에 휘말려 배에 칼을 맞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이를 구한 것은 묘한 매력의 국숫집 종업원 백도야. 그때부터 한이는 도야를 볼 때마다 자신이 어딘지 고장 난 것처럼 느껴진다. 백도야도 한이를 만난 뒤로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상종 못 할 깡패가 왜 그리 생각나는지. 자꾸 마주칠 때마다 왜 가슴이 두근대는지, 얼굴에 홍조가 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도야와 한이를 가까워지게 하는 것은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다. 남대문시장에 도사리며 민중의 고혈을 빼먹는 시정잡배, 학생운동가를 폭력으로 탄압하는 정치깡패, 이들을 앞세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유당과 기득권자들까지. 이들 사이에서 도야와 한이는 크고 작은 위기를 넘어 서로를 도우며 복사꽃 언덕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봄이 되면 복사꽃이 필 언덕에 함께 다시 오자고. 그러다 도야에게 잘 보이려 깡패짓 대신 ‘빨갱이를 때려잡는’ 떳떳한 나랏일에 손을 댄 한이. 그리고 학생운동의 한복판 서 있던 도야는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서로 엇갈린다. 아무리 시린 겨울에도 끝이 있고, 결국 봄이 오는 법 시대의 그늘을 사랑으로 감싸 안는 역사 로맨스 세계로 뻗어 나갈 K-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기 위해서 쌤앤파커스와 리디북스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K-스토리 공모전’. 이번 제3회 공모전 드라마 부문 최우수작인 《새벽의 복사꽃》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에서도 유독 소외된 해방 직후를 조명하면서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자연스레 녹여낸 작품이다. 흠결 없는 서사와 수려한 문장, 철저히 고증한 시대 묘사가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 지나가고 ‘민주정권’이 들어섰지만, 민중은 여전히 가난과 수탈에 신음하고 있었던 1957년. 청춘남녀의 사랑이 무슨 상관이냐는 듯 구르는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저도 모르게 정치깡패가 된 이한이와 학생 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던 백도야는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언젠가 찾아올 밝은 ‘새벽’에, 우리는 함께 ‘복사꽃 언덕’에 오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