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가 정말 어려워했던 것은 회사에서의 프레젠테이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회의실에서 하는 간단한 보고나 브리핑도 김 대리에겐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과 보고, 브리핑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모두 ‘말하기’와 관련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사담을 할 때와는 다른, 일과 관련된 말하기가 시작되면 김 대리는 잔뜩 얼어붙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어요. 모두에게 들리려면 조금 더 크게 말해야 하는데, 목소리는 기어 들어가고 염소처럼 떨리기까지 했죠. 이런 상황을 모두 설명하자 선배는 먼저 ‘말하는 방법’부터 익혀야겠다고 정확한 진단을 내렸습니다. 아니, 그냥 말하면 되지, 방법이 따로 있냐고요?
그렇습니다. 말하기를 연습할 때는 크게 세 가지를 언제나 염두에 둬야 합니다. 첫째는 호흡, 둘째는 발성, 셋째는 발음입니다. 어찌 생각해 보면 노래나 연기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가수들이 노래를 배울 때, 배우들이 연기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의 기본기가 필요합니다. 목소리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건 똑같이 필요한 대목이기 때문이지요. 가사나 대사가 잘 전달되어야 하고 감정 표현까지 해야 하는 것이 스피치와 똑 닮았습니다.

[예시]
P. 우리 회사의 너무 잦은 회의 문화를 축소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R. 최근 2개월간 저희 부서에서 실험적으로 회의 개최 횟수를 주 5회에서 3회로 줄여 보았는데, 업무 성과가 저하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E. 부서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회의 보고를 위한 준비 때문에 오히려 개인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지난 2개월간의 매출과 영업 이익 등을 분석해 본 결과 작년 동기 대비 큰 변화가 없기도 했습니다. 일부 소통의 어려움이나 추후 발생하게 될 문제점들은 차차 보완해 가면 될 것 같습니다.
P. 따라서 앞으로 3개월간 회의 횟수를 주 3회 이하로 유지해 보고, 이후 업무 성과 확인과 직원 설문 조사 등을 거쳐 제도를 확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PREP 기법은 모든 형태의 설득하는 말하기, 주장하는 말하기와 글쓰기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전체의 흐름에 큰 틀로 이 순서를 녹여 주어도 되고, 전체 순서 중 여러 주제에 모두 이 기법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의 경우 장표에 순서대로 정리해 두면 그에 따라 말하면 되므로 어렵지 않겠지요. 미리 리허설도 거칠 거고요.
즉흥 말하기에서도 언제나 이 순서로 말하면 좋습니다. 회의 중 갑작스럽게 여러 사람 앞에서 의견을 말해야 하는 경우, 프레젠테이션 중 기습 질문을 받은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이 순서를 지켜 두괄식으로 말하는 습관을 들여 두면, “저 사람은 늘 침착하게 말해.” 또는 “꽤 논리적인 사람이야.”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겁니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여주인공 홍해인의 말투, 앞서 이야기했지요. 그때 언급한 대로 말의 한 글자 한 글자, 즉 각 음절의 길이를 짧게 발음하되 거의 똑같은 길이로 말을 할 경우 굉장히 똑 부러지고 냉정하고 냉철해 보이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이 루틴의 목적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이 루틴을 가져가는 거잖아요. 그러려면 내 말투부터 자신감 있어 보이게 교정해 봅시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나이와 관계없이 말끝을 늘이며 어린 말투로 말하고 있습니다. 말투는 습관이에요. 물론 상황에 따라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하지 않던 말투를 새롭게 내 몸에 도입하기 위해선, 시도 때도 없이 연습해야 합니다. 위의 두 가지 연습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최대한으로 연습하고 연습해도 실전에서는 70~80% 정도만 발휘됩니다. 그만큼도 처음엔 어려울 수 있어요. ‘나는 똑 부러지는 사람이다. 언제나 명확하고 당당한 말투로 이야기한다.’라고 주문을 거세요. 발표는 연기라고 한 것도 다시 한번 떠올리시고요, 매일 루틴으로 연습해 보는 겁니다. 홍해인 같은 말투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