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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여는 글

오귀자

동행 글 김영옥

김영희

동행 글 이지은

김홍남

동행글 김영옥

김춘숙

동행 글 이지은

정찬미

동행 글 전희경

이분순

동행 글 김영옥

박순화

동행 글 이지은

저자 소개 11

포항에 있는 양로원과 요양원 등에서 15년 이상 일해왔다. 그에게 ‘시설’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노인들이 함께 웃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여정이 있는 곳이다. 그 여정에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일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64세의 9년 차 요양보호사. 젊어서 봉제공장 등에서 일하다 간병인 파견 사업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독거노인 생활지원사를 거쳐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되었다. 변수가 많은 일이지만, 돌봄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소통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요양보호사 경력 9년 차. 사방이 자연림에 둘러싸인 산속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다. 집에 가겠다며 복도를 헤매는 노인들을 살뜰히 챙기고, 꽤나 예리한 노인들의 입담에 감탄하기도 하며 매일을 보내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65세의 8년 차 재가방문 요양보호사. ‘내가 받고 싶은 돌봄’을 하기 위해 노력하며, 그 일환으로 돌봄노동자 지원센터 등을 통해 꾸준히 교육을 받고 있다.
요양보호사 경력 15년 차. 돌봄을 받는 이와 일대일의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는 점이 좋아 재가방문 요양보호사로 일해왔다. 마음속에 가득한 글을 써내고 싶어 글쓰기 워크숍에 참가했다. 서울요양보호사협회 창립 멤버이며, 서울 은평구에 거주 중이다.
경북 성주에 거주하는 68세의 7년 차 요양보호사.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에, 또 앞서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온 어르신들과의 소통과 공감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일하고 있다. 10년 남짓 키운 ‘반려닭’이 있다.
13년 경력의 요양보호사. 요양보호사협회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정책과 현장 사이의 괴리를 느꼈고, 이에 2022년부터 9년 반 동안 일했던 주간보호센터를 떠나 서울요양보호사협회 및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협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60대 중반의 당사자로서 노년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몸의 경험을 중심에 둔 노년 인권과 세대 간 연대에 특히 관심이 많다. 돌봄 관련 당사자 글쓰기 워크숍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돌보는 몸-언어와 돌봄 역량 간의 상호 영향력에 매번 새롭게 눈뜨고 있다. 이 즐거운 놀라움의 기회를 앞으로도 계속 조직하고 싶다.
치매와 노년의 삶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에 돌봄을 연구하게 되었다. 돌봄로봇과 함께할 노년에 대한 공상에 빠져 있던 중, 글쓰기 워크숍을 통해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을 만나 돌봄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에서 일하고 있다.
돌보는 이들의 성실하고 위태로운 얼굴을 떠올린다.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얼굴인가 생각한다. 늙음과 질병과 돌봄이 ‘내 얘기’에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믿지만, 방법과 방향이 점점 더 고민이다. 그래도, 옥희살롱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었던 만남과 대화, 기록과 곱씹음의 시간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기획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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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 질병, 돌봄, 노년, 세대, 시간, 죽음 등을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문제화’하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의제화’하고자 하는 연구소다. 어떤 시대의 평범한 여자이름 <옥희>가 주는 느낌처럼 더 많은 시민들과 편하게 소통하고 싶고, 제도 아카데미의 담을 허물고자 하는 <살롱>답게 의미 있는 연구와 활동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연구소의 정체성에 딱 맞게(?) 연구활동가들부터가 아프고 돌보고 나이 드는 중이라, 시름시름 연구하고 느릿느릿 활동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 중이기도 하다. 136명의 옥희살롱 회원들이 꾸준한 지지와 후원으로 뒷배가 되어준 덕분
나이/듦, 질병, 돌봄, 노년, 세대, 시간, 죽음 등을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문제화’하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의제화’하고자 하는 연구소다. 어떤 시대의 평범한 여자이름 <옥희>가 주는 느낌처럼 더 많은 시민들과 편하게 소통하고 싶고, 제도 아카데미의 담을 허물고자 하는 <살롱>답게 의미 있는 연구와 활동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연구소의 정체성에 딱 맞게(?) 연구활동가들부터가 아프고 돌보고 나이 드는 중이라, 시름시름 연구하고 느릿느릿 활동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 중이기도 하다. 136명의 옥희살롱 회원들이 꾸준한 지지와 후원으로 뒷배가 되어준 덕분에 이 불가능해 보이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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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18g | 150*210*22mm
ISBN13
9791192884387

책 속으로

2021년 9월 5일 오후 8:20
해 질 녘 하늘에 구름이 너무 예뻤다. 옥상에 올라가 사진을 찍다 보니 건너편 옥상에서 누군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 말고 누군가도 같은 하늘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다는 동질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귀자」중에서

2021년 10월 5일 오후 11:54
“공주에 가서 집 하나 지어서 함께 살자.” “딸이 셋이나 있으면서 왜 저랑 삽니까?” “그런 말 말아라. 너는 큰딸이고 너랑 살고 싶다.” 그 후 난 제3신경통으로 일을 중단했고 어르신은 요양원에 입소하셨다. 어르신이 주신 파란 수건을 보니 하늘나라에 계신 어르신이 생각나고 마음속에서 아련함이 솟는다.
---「오귀자」중에서

2021년 10월 9일 오후 1:40
오늘 유난히 하늘이 파랗고 흰 구름이 뭉게뭉게 참 예쁘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 너머로 북한산 족두리봉에 걸려 있는 구름은 더욱 예쁘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르신! 제가 하늘에 올라가 솜구름 한 뭉치 따 올 테니 이불을 만들어주시겠어요?”라고 하니 “이불은 만들어줄 수 있으나 구름은 못 따 올걸”이라고 농담하신다. 조금 전 밥을 먹은 것도 커피를 마신 것도 따님이 다녀간 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은 “이보다 어떻게 더 잘해?”라고 나의 서비스를 평가하신다. “날마다 늙은이들과 있으면 빨리 늙는데 어쩌누?”라고 말씀하시는 우리 어르신 마음에도 흰 구름이 가득해 보인다.
---「오귀자」중에서

2021년 12월 30일 오후 10:18
한○○ 어르신께 아침 식사를 드린 후 커피를 마시려는데 자세히 보니 조끼를 뒤집어 입고 계셨다. 내가 호들갑스럽게 장난치며 놀렸다. 옷을 뒤집어 입으면 떡을 먹는다는데 어르신 덕분에 나도 떡을 먹게 되었다고. “떡 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생각도 말아.” “줄 사람 없으면 만들어 먹으면 됩니다.” 냉동실에 있는 가래떡을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따끈따끈한 떡 만들었어요.” 어르신은 드시다 말고 웃고 또 드시다 말고 웃고. 있는 떡을 만들었다고 우겼더니 웃음꽃이 폈다. 어르신! 다 잊어도 우리가 웃었던 것은 기억해주세요.
---「오귀자」중에서

2021년 11월 6일 오전 6:42
두 어르신이 소파에서 서로 기대서 나란히 낮잠을 즐기고 계십니다. 브로맨스? 절대 아닙니다.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는 절대 앙숙이세요. 간밤에 어여쁜 마나님과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푸느라 못 주무셨나? 아니면 밤새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잠을 설치셨나? 괜한 생각들을 하고 있네요. 두 어르신 모두 한밤중인 것마냥 잘도 주무시네요. 이제 일어나서 또 한바탕 티격태격 싸우셔야 밤에 더 잘 주무실 텐데…….
---「김영희」중에서

2021년 9월 9일 오후 10:05
가을장마가 끝났나 보다. 화창한 날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연이 어르신이 보따리에 가지가지 물건을 챙겨 넣으며 집에 가자고 하신다. 요 며칠 비가 와서 비가 그치면 가시자 했다. 오늘은 날이 맑아서 비 핑계는 물 건너갔다. 다른 것으로 화제를 바꾸어야 한다. 어르신이 집중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프로그램실에 있는 아기 모형 인형을 가져왔다. 연이 어르신께 안겨주며 아기를 봐달라고 부탁드렸다. 실제 아기인 양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아기가 웃는다며 가만히 들여다보신다. 아기 볼에 어르신 볼을 비비고 발을 만지더니 차갑다고 이불을 덮어주신다. 한참을 아기 보는 일에 푹 빠지셨다. 안고 다니시며 아기 자랑을 하신다. 울지 않고 웃기만 하는 순둥이라고.
---「김홍남」중에서

2021년 9월 30일 오후 11:55
가을 냄새가 완연하다. 대부분의 어르신이 잠들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온다. 시원하고 상쾌한 밤공기가 너무 좋다.
---「김홍남」중에서

2021년 10월 11일 오후 8:07
K 어르신 점심 드시고 낮잠을 자고 일어나더니 계속 침을 뱉으신다. “침 뱉지 마세요” 했더니 입안에 연탄재가 들어가서 뱉어야 한단다. 연탄 나르셨느냐고 물어보니 연탄재에 넘어져서 입안으로 연탄재가 다 들어갔다고 하신다. 침 뱉기를 멈추지 않아 양치 컵에 물을 받아서 입안을 몇 번 헹구어드렸다. 이제 입안이 깨끗하다며 방긋 웃으신다.
---「김홍남」중에서

2022년 1월 16일 오후 8:19
며칠 전 여자 어르신 한 분이 입소를 하였다. 거실에서 담소 중이신 어르신들과 친해지기를 바라며 한자리에 모셨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자녀는 몇인지 서로 궁금한 사항을 물으며 약간의 기싸움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나이를 묻는데 입소 어르신이 “나는 멥살, 찹살, 보리살, 좁살 다 먹어봐서 몇 살인지 모르오” 하며 한 방으로 제압해버린다.
---「김홍남」중에서

2021년 9월 9일 오후 9:23
현관 입구에서 “어르신, 어르신” 두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다. 눈귀 어둔 어르신이 행여 놀라실까 염려되어 가방을 멘 채 주방 쪽으로 향한다. 생선을 굽고 계시던 어르신께서 뒤돌아보면서 환한 미소를 보내신다.
---「김춘숙」중에서

2021년 10월 1일 오후 9:14
치매 5등급 어르신이 젊으셨을 때에는 한복을 만드셨는데 솜씨가 좋아 맵시 있게 잘 만든다고 입소문이 나서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만들었다 하신다. 그 시절 일도 많이 하고 친구들도 많이 놀러 오고 집 근처에 텃밭이 있어 푸성귀 끊어다 뚝뚝 잘라서 겉절이 하고 된장 지져주면 맛나게 먹고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들 돌아갔다 한다. 옛 생각을 그리워하는 어르신과 함께 색종이로 한복을 접고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춘숙」중에서

2021년 10월 4일 오전 11:43
이제는 어르신과 2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치매 인지 활동을 반복해서 하다 보니 얼마 전부터는 수업 시간이 되면 미리 책상에 앉아 계신다. 체조도 잘 따라 하시고 수학 문제집 풀이도 한 장으로 줄였더니 잘 따라와주신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 산책 갈 준비를 하고 실버카를 밀고 밖에 나와서 “요 밑에 가서 앉았다 와요” 하신다. 산책을 가면 우리 집에 가자던 Y 어르신이 가기를 원하는 장소가 어느샌가 바뀌었다. “네, 그럴게요.” 새로운 장소는 어르신의 기억 속에 요양보호사와 둘만의 장소로 기억된 곳이다. 그곳에 앉아서 하늘의 구름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 나무, 사람들을 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운동 시간은 Y 어르신이 유일하게 밖에 나오는 시간이라 많은 것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김춘숙」중에서

2021년 9월 28일 오후 5:43
“올해 몇 살 먹었수?” 순이 할매가 옆에 앉아 계신 양이 할매에게 나이를 묻는다. “내 나이가 올해 60 조금 넘었수. 당신은 몇 살이에요?” “나도 60 정도 됐어요~” 옆에서 두 어르신 대화를 듣고 있던 송 선생이 양이 어르신 98세, 순이 어르신 95세라고 말해준다. 두 어르신 모두 손사래를 치시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여, 내 나이가 이제 60 조금 넘었다고 우기신다. 30여 년의 기억을 어디에 두셨는지,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으신 건지 궁금해진다.
---「정찬미」중에서

2021년 10월 9일 오후 5:16
내가 근무하는 데이케어센터에서 연세가 제일 많은 어르신은 98세 되신 양이 어르신이다. 어르신은 센터에서 왕언니라 불리신다. 양이 어르신은 단발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시간 날 때마다 거울을 보고 립스틱을 바르며 곱게 화장을 하여 98세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어 보인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고 실내 자전거 바퀴를 천 번을 돌리고 샤워 후 식사를 하고 오신다고 한다. 오늘도 송영 시간보다 10분이나 늦게 나오셔서 차에 오르면서 멋쩍은 듯 “자네도 늙어봐, 몸이 마음먹은 대로 안 따라줘”라고 말씀하신다. 센터에 도착해서는 피곤하신 듯 책상에 엎드려 계신다. “어르신 피곤하시면 수면실에 들어가서 좀 누워 있다 나오세요” 했더니 곧장 들어가신다. 오전 10시, 아침 체조 시간이 되어 체조를 좋아하는 왕언니를 깨우러 수면실에 가보니 너무 곤히 주무셔서 그냥 나와서 체조를 진행했다. 10시 30분 체조가 끝날 때쯤 잠에서 깨어 생활실로 나온 왕언니가 “이건 무효야! 체조 다시 해”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신다. 어르신이 너무 곤히 주무셔서 깨우지 못하고 체조를 했다고 했더니 나는 자지 않았다고 생떼까지 쓰신다. 간식이 나왔는데도 먹지도 않고 화만 내는 왕언니한테 “조금 있다 체조 다시 할게요” 해도 왕언니는 책상에 엎드려 말도 하지 않고 프로그램 참석도 안 하신다. 퇴근 무렵 “어르신 좀 괜찮으세요?” 묻는 나를 그윽하게 바라보시던 왕언니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청포도 알사탕 하나를 꺼내어 내 손에 꼬옥 쥐여주신다. 나한테 화를 냈던 게 미안하다며 “다음부터는 체조 시간에 꼭 나를 참석시켜줘” 신신당부하신다. “네, 알겠습니다” 크게 대답했더니 “나는 언니가 참 좋아” 하시어 “저도 어르신이 참 좋아요~”, 서로 마주 보며 활짝 웃었다.
---「정찬미」중에서

2021년 11월 3일 오후 1:15
사사건건 다른 사람 일에 간섭이신 식이 어르신, 체조 끝나고 감사합니다 했더니 감사 온다고요? 하신다. 고맙습니다 하면 곰이 온다고요? 하신다. 안쪽이요 하면 뒤집으면 껍질 되지요, 오래오래 사세요 하면 올해만 살면 어떡해요 내년에도 살아야지, 이 갈지 말아요 이 가는 사람은 내쫓아버려요~ 아마도 전생에 놀부였나 보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큰 소리로 간섭하는 식이 어르신을 말 한마디 않고 팔짱 끼고 지켜보던 봉이 어르신, 당신 소리가 더 시끄러워요, 당신이나 잘하소! 하신다.
---「정찬미」중에서

2021년 11월 20일 오전 11:11
영이 할매 송영 차에서 양이 할매 태우려 기다리는데 으드득으드득. 이 좀 그만 갈라는 남자 어르신을 못마땅한 듯 쳐다보며 더 힘을 주어 고개까지 끄덕거리면서 으드득으드득. 예민한 사람 고막을 터뜨릴 것만 같은 소음 수준. 양이 어르신 차에 타더니 영이 어르신 쪽을 힐끔 쳐다보며, “어디서 꽈리 부는 소리가 나지?” 오호! 98세 된 어르신 표현력 보소. 시끄럽다, 그만해라, 짜증만 내더니, 꽈리 부는 영이 할매 나쁘지 않다.
---「정찬미」중에서

2022년 1월 4일 오전 5:46
점심 식사 배식을 하고 어르신들이 식사를 잘하시나 살피고 있는데 양이 어르신이 식사를 하지 않고 머뭇거리신다. “어르신, 식사하세요” 해도 핸드백 안을 뒤적이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식판만 쳐다볼 뿐 식사를 안 하신다. “어르신, 필요한 것 있으세요? 아니면 속이 불편하세요?” 해도 눈치만 볼 뿐 가만히 앉아 식사할 생각을 안 하신다. 이상하다. 다른 때 같으면 식사를 너무 잘하셔서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고 했는데 오늘은 왜 이러실까? “어르신, 입맛이 없으세요? 그래도 식기 전에 조금만 드세요” 하는데 양이 어르신 힘없이 하는 말, “밥값이 없어…….” 아하! “어르신 따님이 밥값 계산 다 했어요. 걱정 마시고 드세요.” 그때야 활짝 웃으시며 식사를 하신다. 냠냠 쩝쩝 맛나게도 드신다.
---「정찬미」중에서

2022년 1월 18일 오전 7:22
배회하는 치매 어르신들이 가고 싶다고 말하는 집은 어디일까? 무조건 문 앞으로 돌진하는 영희 어르신, “어디 가시게요?” 물으면 집에 가신단다. 집에 가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밥하러, 아들이 학교에서 올 때가 되어, 집 나온 지 한참 되어 남편한테 혼난다고……. 문제는 밤에 집에서도 또 집에 간다고 보따리를 싸서 문 앞으로 나가고 밤을 지새우며 배회한다는 것이다. 어르신들 집은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옥이 어르신은 집에서 또 집에 간다고 배회하시다 열린 창문으로 뛰어내려 발목이 골절되어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3개월을 센터에 나오지 못하셨다. 집이 1층이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한다. 배회하며 집을 찾는 어르신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정찬미」중에서

2022년 1월 20일 오후 11:43
엄마와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울먹이는 99세 된 양이 어르신께 내 어깨를 내어주고 예전에 엄마가 그랬듯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예전에 엄마가 불러주시던 〈섬집 아기〉 노래를 불러드렸더니 아기처럼 스르르. 잠이 든 양이 어르신을 바라보며 꿈속에서라도 부모님을 만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기도한다.
---「정찬미」중에서

2021년 9월 11일 오후 11:58
K 할배는 오토바이맨이셨다. 면허증 갱신이 어려워 2년 전에 오토바이를 처분해버렸다. 발이 없어지니 영 서운해하시다가 두 달쯤 전 예쁜 전기 자전거를 구입하셨다. 이 자전거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드라이브용이다. 할배는 친구가 없다. 대화 상대도 없다. 돌아가셨거나, 동년배의 상대방이 귀가 어두워 자연 친구가 없어진 것이다. 할배는 시골길을 달리면서 산도 보시고 나무도, 사람 구경도 하신다. 이 자전거를 사는 데 반대가 왜 없었겠는가마는, K 할배는 일편단심으로 마음만 먹으면 이루고야 마는 능력자시다. 모쪼록 이 자전거 친구와 사이좋게 오래오래 잘 지내시길 빌어본다.
---「이분순」중에서

2021년 9월 23일 오후 11:31
J 할머니는 치매 환자시다. 그런데 신기한 건 화투 놀이다. 나는 10전 10패다. 하늘에 맹세코 일부러 져주는 행위는 없다. 이 놀이를 하는 시간은 많이 웃고, 많이 재미있고,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한다. 할머니는 그냥 되는대로 한다고 하시는데 그건 아니고, 약간의 머리를 써야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이 놀이가 할머니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다소의 손해(?)가 있더라도 기꺼이 잃어드릴게요. 건강만 해주세요.
---「이분순」중에서

2021년 9월 28일 오전 12:53
K 할배, 농협 앞에서 노래하는 트랜지스터를 하나 사셔서 내가 집에 가니 뽕짝뽕짝 틀어놨어요. “흘러간 옛 노래”인데 박자가 빠르고 절로 신이 나는 노래였어요. 부엌에서 일하는데 이 트랜지스터를 문지방 위에 올려놓았더라고요, 저한테 더 잘 들리라고. 저는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띄워 말했습니다. “제가 일하러 왔는지 놀러 왔는지 모르겠어요! 완전 다방 분위기예요.” 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기쁨을 느꼈답니다. 할아버지의 기쁨이 나의 기쁨? 나의 기쁨이 할아버지의 기쁨!
---「이분순」중에서

2021년 10월 5일 오후 11:33
뼈와 관절에 좋다고 돌복숭아 엑기스를 담갔어요. 60일 만에 얌전히 떠서 페트병에 담아 얼마가 지난 후 보니까 아래가 볼록. 살짝 열려고 시도하다가 뻥~ 하면서 뚜껑은 날아가고 엑기스는 분수처럼 넘쳐났어요. 양을 너무 많이 담고, 뚜껑을 꼭 닫은 탓이지요. 내가 효소를 담근 건지 폭탄을 제조한 건지, 어쩌면 좋아요. 두 병은 열다가 반 이상 넘쳐 나가고 이젠 무서워서 열지도 못하겠어요. 겨울에 추워지면 어떻게 해볼까. 아니면 냉장고에 넣을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효소야, 터지면 안 돼!
---「이분순」중에서

2021년 10월 12일 오후 10:19
모종판에 두 판 정도 팥을 심었는데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서 지금 수확하는 중입니다. 껍질 깐 팥을 보니 혼자 계신 K 할배가 생각나서 팥죽을 조금 끓였어요. 마트에서 파는 죽이나 며느리가 끓여주는 깨죽 등은 색깔이 깨끗한 죽들이라 컬러풀한 팥죽이 맛이 있을 것 같아서요. 금방 깐 햇팥이라서 그런지 빨리 물러졌어요. 할배께서는 한 그릇 다 잡숫기는 하셨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다 드시고 별말씀은 없었어요. 동지 때 끓여드리면 맛있다고 말씀하시며 잘 드셨는데, 지금은 물어보는 것도 내키지 않아요. 할배가 기력이 많이 없으셔서 말 걸기도 주저하게 되네요. 할아버지는 내일 다시 병원에 입원하실 예정입니다.
---「이분순」중에서

2022년 3월 9일 오전 8:07
N 할아버지는 노인 돌봄 때 만난 어르신이시다.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분이셨다. 지금은 다른 요양보호사의 재가 방문 돌봄을 받고 계신다. 장날 시장에 가면 좀 무거운 물건은 본인이 들고 가시며 “내가 요양보호사다”라고 말씀하고 웃으신다. 일을 하면서 어르신들은 청각 상실이 특히 빠르게 진행되는 걸 느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 너무 많이 하지 마라.” 일을 놀기 삼아, 놀기를 일삼아 하라던 말씀이 생각난다. 식사, 방문, 모임, 모든 것이 코로나라는 불청객으로 인하여 주저하게 되는 일상이다. 산수유나무에 파란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즐겁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봄 햇살을 즐겨야겠다.
---「이분순」중에서

2021년 9월 18일 오후 10:31
옆지기 네 발의 도움을 받아 전통 재래시장인 경동시장을 갔다. 사람이 많을 걸 예상하고 갔지만 어느 곳에서는 걸어가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지나가던 어떤 분 혼잣말, “어이구, 사람이 지겹다.” 난 혼자서 웃었다. 그래도 명절 분위기가 나서 좋았고 덩달아 마음이 설레었다. 허리가 90도가 다 되어가게 굽은 어르신도 동태포를 뜨러 오셨다. 혼자 드시려고 오신 것은 아닐 테고 가족, 자식들 먹이려고 저리도 힘든 발걸음을 하셨겠지. 그래, 힘이 들어도 명절이 좋구나, 얼굴 볼 수 있어서…… 함께여서……. 메모해 가지만 물건이 많고 좋기 때문에 많이 구매하게 된다. 나박김치를 담그는데 알람이 울린다. 18시 15분. 얘야, 오늘은 옥희살롱이 문 여는 날이 아니란다.

---「박순화」중에서

출판사 리뷰

노년의 당신, ‘어떤’ 돌봄을 받고 싶으신지요?
질문을 바꿔봅니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은 어떤 요양보호사를 만나고 싶으신지요?

요즘, 몇 집 건너 한 집 꼴로, 노년의 부모형제가 계시지 않은지요? 특히 아픈 몸의 노년이요? 그때 떠오르는 곳,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요양원, 그리고 요양보호사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그곳, 그들은 쉬 드러나지 않고, 예외적으로 사건사고의 현장으로, 또 대개는 가해자로 출현합니다. 그것도 극도로 과장된 모습으로요. 이 책에서는 지금, 이곳에서 일하는 일곱 분의 요양보호사가 등장합니다. 소문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요. 당신이 무심히, 일로만 만난다면 아마 아래의 소개글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이들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그리 중요하지 않겠지요.

김영희, 포항에 있는 양로원과 요양원 등에서 15년 이상 근무.
김춘숙,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64세의 9년 차 요양보호사.
김홍남, 9년 차 요양보호사. 사방이 자연림에 둘러싸인 산속 요양원에서 근무.
박순화,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65세의 8년 차 재가방문요양보호사.
오귀자. 15년 차, 재가방문요양보호사.
이분순, 경북 성주에 거주하는 68세의 7년 차 요양보호사.
정찬미, 13년 경력의 요양보호사.

책 속의 일곱 요양보호사―김영희, 김춘숙, 김홍남, 박순화, 오귀자, 이분순, 정찬미―는 노인들이 혼자서 꾸려가기 어려운 일상의 면면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노인들의 일상이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것이 되도록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들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일상을 나눌 수 있기에 기다려지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산책길을 함께하면서 고립된 일상에 새로운 습관과 익숙한 장소를 더하는 동반자가 되기도 합니다. 바깥출입이 어려운 노인에겐 길에 핀 들꽃을 전해주는 전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돌봄을 통해 노년의 시간은 단순히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사람과 사건, 기억들이 만들어지는 가능성의 시간이 됩니다.

이들의 일기 속에는 돌봄 노동의 전문성에 대한 노동자로서의 자부심, 돌봄이 지속됨에 따라 만들어지는 노인의 일상과 관계의 변화에서 느끼는 성취감, 노인에 대한 호기심과 노인과의 관계 속에서 무엇인가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먼저 나이 든 다른 이에 대한 공감이 담겨 있습니다. 부당한 대우나 난감한 상황에 처하면서도 노인들의 자존심을, 일상을, 삶을 지키고자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는 돌봄노동자의 일상뿐 아니라, 지금 한국 사회에서 노인들이 놓인 곤궁한 처지에 대해 묻게 합니다.
그이들을 좀더 자세히, ‘주인공’으로 소개합니다.

김영희

포항에 있는 양로원과 요양원 등 시설에서 15년 이상 활동했다. 김영희에게 ‘시설’은 저마다의 삶의 이력과 개성을 가진 노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그곳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있다. 김영희는 그곳 생활자인 노인들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과거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갈 수 있게 돕는다. 그러다보니 일의 효율은 다소 떨어지고 뒤처리하는 일에 많은 품이 들지만, 노인들이 효능감을 가질 수 있게 송편 빚기, 김장, 동지팥죽 만드는 일에 참여시키고 있다. 새벽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강둑길을 걷는 게 운동이자 즐거움이다.

김춘숙

9년 차 요양보호사로 고양이 왕점이, 작은점이와 함께 살고 있으며, ‘바닐라’라는 이름의 아빠 고양이는 몇 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젊어서 봉제공장 등에서 일했고 간병인 파견 사업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독거노인 생활지원사를 거쳐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되었다. 치매전문요양보호사로 2년가량 활동하다 지금은 ‘3등급 일반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치매전문요양보호사로 활동하는 동안, 치매전문요양보호사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보호자의 간섭과 개입으로 인한 어려움이 컸고, 돌봄 대상자와 보호자의 의견 차이가 있을 때도 의견을 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돌봄 대상자의 인지와 운동 능력이 좋아지도록 성심껏 돌보았고 그 결과 대상자 중 한 명의 치매 인지 활동 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게 됐다. 김춘숙은 대상 노인을 돌보면서 둘만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았고, 운동을 위해 밖으로 나갈 때면 그 시간 동안 대상자가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끔 신경을 썼다. 요즘 김춘숙은 돌봄 노동에서 오는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그림을 배우고 있다. 한번은 그림을 배우고 있는 화가로부터 요양보호사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닌 거 같다는 얘기를 듣고 김춘숙은 이렇게 답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가족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요양보호사가 채워주니까 사회가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흥남

요양보호사 경력 9년 차로 산속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다. 김흥남이 일하는 요양원엔 치매 노인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저마다 증상이 다르고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어 주의를 늦출 수 없다. 그가 일하는 곳엔 집에 가겠다며 날마다 보따리를 싸는 노인, 교통사고 날 리 없는 요양원에 있으면서 교통사고가 났다며 통증을 호소하는 노인, 애착인형을 아기로 착각하고 음식물을 입으로 씹어선 그걸 ‘아기’에게 먹이려는 노인, 식탐이 많아 다른 이들의 밥상과 자신의 밥상을 비교하는 노인 등 인지 기능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이들 노인은 고령이라 건강이 호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그래서 현 상태에서 악화되지 않는 것을 목표로 돌보고 있다. 하루 종일 최선을 다해 돌보더라도 순간적인 사고로 노인들이 다칠 수 있어 긴장을 풀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인지 능력이 돌아와 바른 소리를 하고, 나이로 기선 제압하려는 신규 입소자 앞에서 ‘나는 멥살, 찹살, 보리살, 좁살 다 먹어봐서 몇 살인지 모르오’ 하며 제압하는 노인들을 보며 웃는다. 김흥남은 긴장된 생활 속에서도 벌레 소리, 공기의 냄새를 맡으며 계절의 변화를 감지하곤 한다.

박순화

서울에 거주하며 8년 차 재가방문요양보호사로, ‘내가 받고 싶은 돌봄’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것이 가능하도록 돌봄노동자 지원센터 등에서 꾸준히 교육받고 있다. 박순화는 ‘명품 사장님’과 ‘깔끄미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데, 박순화의 글을 읽다 보면 돌봄 노동자의 역할 범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돌봄 대상자가 사기임이 분명한 일을 겪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만류할 수 없는 돌봄 노동자의 위치와, 무리한 노동을 강요당하면서도 그것을 거부하지 못하고 수용해야 하는 돌봄 노동자의 입장이 담겨 있어서다. 돌봄 대상자와의 관계에서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위치이지만 박순화는 대상자의 현실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도움을 받게끔 역할을 한다. 또한 채팅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에게 돈을 송금하느라 식재료를 살 수 없는 ‘명품 사장님’을 위해 사비로 반찬거리를 사 가고, 애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깔끄미 어르신’의 요구가 무리할 때도 그것을 감내한다. 그런 상황이 부당한 것임을 알지만 돌봄 대상자들의 처지를 외면할 수 없는 박순화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다. 돌봄 활동은 공적인 관계임에도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적인 이해가 작동하고 있음을 박순화를 통해 알게 된다.

오귀자

요양보호사 경력 15년 차로, 돌봄 받는 이와 긴밀하게 관계 맺는 게 좋아서 재가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해왔다. 재가방문 돌봄은 약속한 시간이 끝나도 관심과 정서적인 끈을 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오귀자는 동파주의보 발령이 나면 어르신 집으로 달려가 보일러를 확인하고, 보일러 고장으로 추위에 떨고 있다는 전화라도 받으면 아들이 깔고 자는 전기장판을 빼서 들고 달려가기도 한다. 밥맛이 없다고, 목욕하기 싫다고, 당뇨임에도 단 음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어르신을 어르고 달래는 일, 약을 과용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일, 기분 전환이 되도록 꽃을 꽂아두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그가 돌보는 어르신들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오귀자는 백 명의 돌봄 대상자가 있다면 백 명에게 맞는 방식으로 돌봐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활동했다. 하지만 일하는 중간중간 자신의 역할에 회의가 들 때가 있었다. 그러한 일과 역할이 돌봄 대상자나 그의 가족, 사회로부터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다. 그럼에도 오귀자는 구름을 보고, 꽃을 보고, 공원을 산책하며 ‘마음속 돌’을 누르며 대상자 곁은 지켜왔다.

이분순

경북 성주에 거주하는 68세의 7년 차 요양보호사로, 이분순이 돌보는 노인들은 돌봄 대상이면서 이웃이다. 일기에 ‘당신이 하는 것을 사랑하세요’라는 글귀를 인용한 이분순은 이 말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이다. 10년 넘게 ‘반려닭’을 키우고 있으며, 텃밭을 가꾸고, 일일 영어를 익히고, 돌봄 활동이 끝난 뒤에도 돌봄 대상자들의 안부를 걱정한다. 돌봄 대상자의 가사와 일상 지원 활동은 물론이고 정서 보살핌에 특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남자 노인의 경우 사회적 단절로 인한 고립감을 느낄 수 있어서 그것을 줄이고자 애쓰고 있다. 이분순이 활동하는 장소가 농촌, 특히 집성촌이라 도시에서와 다른 분위기의 돌봄 형태를 엿볼 수 있고, 보다 관계지향적인 농촌 지역의 돌봄 활동의 현실을 살펴볼 수 있다. 돌봄 대상자와 자잘한 해프닝도 있지만 밝고 긍정적인 성향의 이분순은 그런 갈등을 여유롭게 대처한다. 어쩌면 이분순이 대상자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입장보다 돌봄 대상자의 처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그 자신이 아팠던 경험이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정찬미

13년 경력의 요양보호사로, 데이케어센터(주야간보호센터)에서 근무했다. 아침, 저녁이면 데이케어센터라는 이름이 붙은 승합차에 타거나 내리는 노인들의 모습을 일상적으로 만나게 된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오르거나 내리는 노인들의 모습은 평화롭게 보인다. 하지만 노인들이 하루를 보내는 데이케어센터 풍경은 그다지 평화롭지 않다. 정찬미가 들려주는 데이케어센터의 일상은 그야말로 ‘대환장파티’다. 남자 노인들끼리 힘겨루기를 하는가 하면, 어떤 노인은 식탐을 부리기도 하고, 귀가 시간이 되기도 전에 집에 가겠다며 고집을 피우며, 노인 한 명이 이를 가는 문제로 동료 노인들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하루하루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지만 정찬미는 베테랑답게 그런 상황을 노련하게 대처한다. 새로 입소해서 적응하지 못한 노인이 마음을 열도록 돕고, 엄마와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우는 98세 노인에게 [섬집아기]를 불러주며 달래고, 걷기 운동을 하지 않으려는 노인을 다독여 한 걸음, 한 걸음씩 발을 떼게 하고, 망상과 환청으로 배회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노인을 근접케어하며, 관심 받고 싶어서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노인의 마음을 읽고 말벗이 되어준다. 데이케어센터에서 10년간 근무하던 정찬미는 2022년 요양보호사협회 회장으로 당선되었고 현재 서울요양보호사협회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회장으로 일하며 돌봄의 공공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우리의 노년도 기꺼이 살아볼 만하지 않을까요?

이 글들은 2021년 옥희살롱에서 진행했던 ‘요양보호사를 위한 온라인 사진 + 글쓰기 워크숍’과 그 후 반년 정도 ‘밴드’를 통해 이어졌던 후속모임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쓴 글들 중 일부입니다. 단행본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다정하고 근사한 댓글들,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던 댓글들이 미처 수록되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사진들도요. 『돌봄의 얼굴』이 어느 정도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다면, 좀더 생생한, 좀더 입체적인 요양보호사들의 일기 시즌 2를 준비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일곱 요양보호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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