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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서문
1장/기술에 관한 사회학적, 형이상학적 문제 1. 근본 역설 2. 유기체와 조직 3. 피조물의 반란 2장/새로운 현실 1. 정신 차원의 문제 2. 이상주의적 반응 3장/기술의 진짜 위험 4장/기술과 영혼 니콜라이 A. 베르댜예프의 저작-연대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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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역설과 대면했다. 첫째, 기술 없는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의 기원들 자체가 기술과 얽히고설켰기 때문이다. 둘째, 기술의 최종 승리는 문화 쇠퇴의 문을 열었다. 문화의 내부에는 기술 요소와 유기체 요소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항시 공존한다. 그러나 후자에 대한 전자의 최종 승리는 문화가 더 이상 문화가 아닌, ‘퇴보’를 의미한다.
--- p.31 유기체적 삶의 관점에서 볼 때, 기술은 탈(脫)육체화, 역사적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파열, 육체와 정신의 분열에 해당한다. 기술은 새 질서를 창조한다. 앞으로 기술은 인위적으로 조직된 신체, 즉 ‘조직체’를 만들 것이다. 새로운 현실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모든 것은 인공 창조물이다. 이러한 현실은 무엇의 결과인가? 바로 정신이 자연 속에서 분출한 결과, 이성이 우주의 과정에 개입한 결과다. --- p.38 인간 유기체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자신의 발명품들과 마주했다. 파괴도구들을 만들어 낸 인간의 재능은 의료 기술이나 치료 기술과 관련된 재능을 한참 넘어섰다. 암이나 결핵 치료제 개발보다 독가스 개발이 더 용이해졌다. 우리는 ‘비유기적 삶의 신비’(쉽게 진입한 모험과 신비)의 세계보다 ‘유기적 삶의 신비’를 통과하기 더 어려운 시대에 직면했다. --- p.42 인간은 “삶에” 새로운 현실을 “낳는” 법을 알았다. 기계는 사회학의 의미뿐만 아니라 우주 생성론의 의미도 갖는다. 그리고 남다른 예리함을 바탕으로 사회와 우주에서 인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한다. 곧, 인간과 자연, 개인과 사회, 정신과 물질, 비합리적인 것과 합리적인 것의 관계 문제를 제기한다. --- p.46 기술로 인해 인간은 지구를 특정 행성으로 생각하게 됐다. 기술은 지구에 대한 기존의 관념과 전혀 다른 관념을 인간에게 부여했다. 인간은 이 지구에게서 깊이, 안전, 거룩함, 신비 등을 느끼는가? 혹은 지구가 무한히 침묵한다고 생각하는가? 세상을 뒤덮은 식물 정도를 지구라 여기는가? 창공을 날아 성층권까지 가게 되면, 지구는 아무 때나 포기할 수 있는 개념인가? 차후 인간의 삶은 바로 이러한 시각들에 따라 현격히 달라질 것이다. --- p.51 그러나 현재의 “기술 시대”도 영원하지 않다. 기술이 인간의 영혼을 지배하는 이 낯선 시대도 언젠가 종말을 고할 것이다. 기술 시대의 종말은 기술에 대한 완강한 부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술을 정신에 예속시킴으로써 일어날 것이다. 인간은 이 땅에 고착된 상태에 머물 수 없고, 모든 부분에서 거기에만 의존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 우주에서 살아가려면 결코 땅에서 분리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 p.59 기계가 인간에게 노출시키는 가장 심각한 위험은 무엇인가? 기계와 기술은 인간의 심령 차원의 생활, 무엇보다 정서와 감성적 삶을 훼손한다. --- p.61 인간 안에 있는 영원한 것은 바로 신의 형상이다. 그것만이 사람을 인격으로 만든다. 인간 안에 있는 신의 형상이란 자연스럽게 활동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신의 형상은 역동적으로 자기를 노출하고 긍정한다. 그러나 기계중심주의는 자기의 형상을 신의 형상으로 대체하려 한다. 이러한 기계중심주의는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지 않고, 오히려 파괴하고 소멸시킨다. 기계중심주의는 인간을 다른 존재로 대체한다. 그리고 대체된 다른 존재의 실존은 더 이상 인간적이지 않다. 문제의 모든 비극이 바로 거기에 있다. --- p.76 인간을 해방하는 길과 인간의 소명을 성취하는 길이 곧 신의 나라로 가는 길이다. 신의 나라는 하늘에 있는 나라이며 동시에 이 땅에 있는 나라, 완전히 변화된 세계다. --- p.88 |
베르댜예프에게 인간이란 “개인”이다. 즉, 자연적 힘, 신화적 힘, 사회정치적 힘과 같은 온갖 힘이 빚은 일체의 속박에서 벗어난 개인, 세계를 객관화하려는 힘에서 이탈한 개인, 세계를 객관적 현실에 고정시키고 주체의 자유를 배제하려는 권력에서 해방된 개인이다. 그가 희망을 건 개인은 독립성과 자주성을 갖고 자기 사유를 할 줄 아는 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의료’를 숙명으로 여기고, 그에 의존하며, 나아가 이를 굳게 믿는 신앙의 영역으로 승화시키려는 시류를 판별할 줄 아는 주체, 각종 선전과 선동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주체, 인격체로서 진정한 자유의 가치를 실천하는 주체에게 베르댜예프는 여전히 희망을 건다. 그리고 그러한 주체들이 우뚝 서는 해방의 나라야말로 이 땅에 구현될 진정한 ‘신의 나라’일 것이다. -〈옮긴이 서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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