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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전(馬?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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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趾源, 호 : 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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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노인이 말했다.
“그런 조그만 벌레는 걱정할 거 없네. 내가 보니 종로에 길을 가득 메운 것들이 모두 황충이네. 키가 모두 일곱 자쯤 되는 데다 머리는 새까맣고 눈은 반짝하지. 아가리는 커서 주먹이 들어갈 만한데 시끌시끌 떠들며 꾸부정한 모습으로 떼 지어 다니네. 곡식만 축내기로는 이것들만 한 것이 없더군. 내가 잡고 싶은데 큰 바가지가 없는 게 한이라네.” ---「민옹전(閔翁傳)」중에서 “그 선비, 역겹구나.” (…) 네놈들이 이(理)를 말하고 성(性)을 논할 때, 툭하면 하늘을 들먹이지만 하늘이 명령한 바로써 본다면 범이든 사람이든 만물의 하나일 뿐이다. 하늘과 땅이 만물을 기르는 어짊으로 논하자면, 범과 메뚜기, 누에와 벌, 개미는 사람과 함께 길러지는 것이니, 서로 어그러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선악으로써 판별한다면, 벌과 개미의 집을 공공연히 빼앗아 가는 놈이야말로 천지의 큰 도둑이 아니겠느냐? 메뚜기와 누에의 살림을 제 마음대로 훔쳐 가는 놈이야말로 인의(仁義)를 해치는 큰 도적이 아니겠느냐? ---「호질(虎叱)」중에서 |
창강 김택영은 조선 5백 년 역사에서 특기할 만한 셋으로 퇴계와 율곡의 도학, 이순신의 용병술과 더불어 연암의 문장을 꼽았다. 운양 김윤식은 고전의 문인 가운데 오직 연암만이 성리학을 모방하는 폐단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한다. 오늘날의 인문학자들도 연암을 최고의 문장가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아 독일에 괴테, 중국에 소동파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박지원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암의 문장은 그가 살았던 시대에 문젯거리가 된 적이 있다. 1792년, 정조는 문체를 타락시킨 장본인으로 《열하일기》를 지은 박지원을 지목했다. 이어 신속히 순수하고 바른 글 한 편을 지어 올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를 전해들은 연암은 낙척하고 불우해 “글로써 놀이를 삼았다(以文爲戱)”고 자신의 잘못을 자복했으나 끝내 순정한 글을 지어 바치지는 않았다. 이른바 ‘연암체(燕巖體)’라 불리는 그의 문장은 어떤 모양인가? 억지로 점잖은 체하는 고상한 글을 거부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대상을 참되게 그려 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연암 박지원. 틀에 박힌 표현과 관습적인 문체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글쓰기를 지향했던 연암의 문장은 그가 지은 소설에서 더 빛이 난다. 연암의 작품 가운데 《방경각외전(放?閣外傳)》에 실린 7편과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실린 2편, 《연상각선본(烟湘閣選本)》에 실린 1편을 번역해 소개한다. 유사한 구성의 번역서가 이미 많이 나와 있으나 연암의 문장이 품고 있는 고유한 빛깔을 버리지 않은 것이 이 책의 차별점이다. 《연암 산문의 멋》(현암사, 2022)·《열하일기 첫걸음》(돌베개, 2020)·《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돌베개, 2013)을 저술한 박수밀 교수가 연암의 간결한 문장과 맛깔스러운 문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원문 그대로 충실히 번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