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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4
머리글·8 마장전(馬駔傳) / 17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 31 민옹전(閔翁傳) /43 광문자전(廣文者傳) /61 양반전(兩班傳) / 77 김신선전(金神仙傳) / 89 우상전(虞裳傳) / 101 허생전(許生傳) / 125 호질(虎叱) / 157 열녀함양박씨전(烈女咸陽朴氏傳) / 181 호곡장론(好哭場論) / 193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 201 연보·210 |
朴趾源, 호 : 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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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거간꾼과 집주릅(흥정을 붙이고 구전을 받는 사람)이 손뼉을 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행위나, 관중(管仲,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포숙아와의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으로 유명 하다)과 소진(蘇秦, 중국 전국시대 정치가. 합종책의 성공으로 여섯 나라 재상을 겸임함)이 닭, 개, 말, 소의 피를 마시며 맹세한 것은 ‘신뢰’를 보이기 위함이다. 어렴풋이 헤어지자는 말만 들어도 가락지를 벗어 던지고 수건을 찢으며 등잔을 등지고 벽을 향해 고개 숙여 우는 것은 ‘진심 어린 첩’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가슴속 깊은 생각까지 나누며 손을 맞잡는 것은 ‘믿음 직한 벗’임을 보여 주는 행동이다. 콧잔등까지 부채로 가리고 좌우로 눈짓하는 것은 거간꾼들의 얄팍한 술책이다. 위협적인 말로 상대의 마음을 뒤흔들고 콤플렉스를 건드려 속내를 떠보며 강자에게는 협박하고 약자는 짓눌러 동맹을 흩뜨리고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야말로 패자(覇者)와 세력가들이 쓰는 이간과 농락의 권모술수이다.
--- p.22, 「마장전」 중에서 엄 행수는 똥을 날라다 주고 먹고살고 있으니 지극히 불결하다 할 수 있겠지만 그가 먹고사는 방법은 지극히 향기로우며 그가 처한 곳은 지극히 지저분하지만 의리를 지키는 점에 있어 서는 지극히 높다 할 것이다. 그 뜻을 미루어 보면 비록 만종의 녹을 준다 해도 그가 어떻게 처신할는지는 알 만한 것이다. 이것을 통해 나는 깨끗한 가운데서도 깨끗하지 않은 것이 있고 더러운 가운데서도 더럽지 않은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먹고사는 일에 견디기 어려운 처지를 당하면 언제나 나보다 못한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데 엄 행수를 생각하면 견디지 못할 것이 없었다. 진실로 마음속에 좀도둑질할 뜻이 없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엄 행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를 더 확대해 나간다면 성인(聖人)의 경지에도 이를 것이다. --- p.40, 「예덕선생전」 중에서 “세상에 나 자신보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네. 내 오른 눈은 용이 되고 왼 눈은 범이 되며 혀 밑동에는 도끼가 숨었으며 팔은 당겨진 활과 같지. 정신을 바짝 차리면 갓난아기처럼 순수한 마음을 보전하겠지만 생각이 조금만 어긋나도 오랑캐가 되고 만다네. 이를 경계하지 않으면 결국 내 안의 괴물이 나를 잡아먹고 물어뜯고 쳐 죽이거나 베어버릴 걸세. 그래서 성인들도 사사로운 마음을 극복하여 예(禮)로 돌아간 것이며 사악함을 막아 본연의 자신을 보존한 것이니 스스로 두려워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네.” --- p.56, 「민옹전」 중에서 하느님이 백성을 내실 때 그 백성은 넷이었는데 그중 선비가 가장 귀하여 양반이라 불리니 그 이익이 막대하다. 농사도 장사도 하지 않고 문사(文史)만 대강 섭렵해도 크게 되면 문과(文科) 급제요 작게 되어도 진사(進士)가 된다. 문과에 급제하여 홍패(紅牌)를 받으면 그 길이가 두 자도 못 되지만 온갖 물건이 다 갖추어지니 이것이 곧 돈 전대(纏帶)이며 서른에 진사가 되어 첫 벼슬에 발을 디뎌도 이름난 음관(蔭官, 과거를 거치지 않은 벼슬아치)이 되어 웅남행(雄南行)으로 잘 섬겨진다. 일산(日傘, 자루가 긴 양산) 바람에 귀가 희어지고 종들의 ‘예’하는 소리에 배가 처진다. 방 안에 떨어진 귀걸이는 어여쁜 기생의 것이며 뜰에 흩어져 있는 곡식은 학(鶴)을 위한 것이다. 궁한 선비가 시골에 살면 나름대로 횡포를 부리니 이웃의 소를 뺏어 먼저 논을 갈고 일꾼을 불러 김을 매도 누가 감히 나를 거역 하랴. 네놈 코에 잿물을 붓고 상투를 잡아 도리질하며 귀얄 수염을 다 뽑아도 감히 원망하지 못하느니라. --- p.86, 「양반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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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혁의 소용돌이 속, 양반의 허울을 벗긴 연암 박지원의 통쾌한 풍자
낡은 관념과 허례허식을 벗어던지고 실질을 추구한 연암 박지원은 조선 후기 사회의 모순을 꿰뚫은 혁신가이자 천재 문장가였다. 성리학적 명분론에 매몰된 당대 지배층을 향해 그는 백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이 학문의 목적이자 국가의 사명이라 일갈했다. 그는 농업 혁신과 상공업 진흥을 위해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북학(北學)’을 주장했다. 『과농소초』를 통해 자연과학적 안목을 입증했으며 한전론(토지 소유 상한제)을 제시해 빈부 격차 해소를 도모했다. 나아가 서얼 차별 철폐와 노비제 혁파를 주장하며 평등 사회를 지향했던 선각자였다. 특히 그의 진가는 위선적인 양반 사회를 고발한 문학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정형화된 기존 문체를 타파한 그의 대표작 『열하일기』 속 〈양반전〉, 〈허생전〉, 〈호질〉 등은 날카로운 풍자와 자유분방한 필치로 지배층의 무능과 허위의식을 통렬히 꼬집었다. 조선의 엄숙주의를 깨부순 파격의 선구자 연암 박지원. 그는 언제나 당연한 것에 의문을 품고 가장 낮은 곳에서 해답을 찾았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 속에서 ‘진짜’를 갈구했던 그의 치열한 혁신은 모든 혁신이 ‘진짜’를 향한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의 사상은 여전히 유효한 통찰과 깊은 울림을 전한다. 박지원의 4대 핵심 사상 이용후생의 실용주의:물자를 풍부하게 하고(이용) 삶을 넉넉하게 만든(후생) 뒤에야 도덕을 논할 수 있다는 실용적 가치관을 정립했다. 청나라 선진 문물 수용:청을 오랑캐라 배척하던 시대에 수레와 선박의 활용법, 상공업 기술을 배워 낙후된 물류와 유통망을 혁신하자고 주장했다. 토지 제도 개혁(한전론):토지 소유 상한제를 도입하여 대토지 소유를 제한하고 빈부 격차를 줄여 농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고자 했다. 신분 질서 비판과 평등 지향:양반의 위선과 허례허식을 날카롭게 비판했으며 서얼 차별 철폐와 노비제 혁파 등 불합리한 신분제를 타파하고 평등한 세상을 지향했다. 수록작품 마장전(馬駔傳),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민옹전(閔翁傳), 광문자전(廣文者傳), 양반전(兩班傳), 김신선전(金神仙傳), 우상전(虞裳傳), 허생전(許生傳), 호질(虎叱), 열녀함양박씨전(烈女咸陽朴氏傳), 호곡장론(好哭場論),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