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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글 - 4
마지막 잎새 - 11 크리스마스 선물 - 22 20년 후 - 32 식단에 찾아온 봄 - 38 되찾은 양심 - 48 떡갈나무 숲의 왕자님 - 61 경관과 찬송가 - 77 천 달러 - 88 잘 손질된 램프 - 99 황금의 신(神)과 사랑의 신 - 122 추수 감사절의 두 신사 - 134 할렘의 비극 - 143 마녀의 빵 - 154 시계추 - 161 녹색의 문 - 169 인생은 연극이다 - 182 붉은 추장의 몸값 - 194 벽돌 가루 거리 - 213 시인과 농부 - 228 백작과 결혼식 하객 - 238 연보 - 250 |
O. Henry,윌리엄 시드니 포터William Sydney 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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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폐렴 씨는 기사도 정신이 풍부한 신사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의 서풍에서 살아 핏기를 잃은 작고 가냘픈 아가씨가 피 주먹을 휘두르며 거친 숨을 내쉬는 폐렴이라는 악인이 공격할 만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폐렴 씨는 불행하게도 존시에게 무섭게 달려들었다. 존시는 페인트칠을 한 철제 침대에 꼼짝하지 않고 누워 네덜란드풍으로 장식된 작은 창문 너머로 옆집의 휑한 벽돌 담벼락을 바라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짙은 회색 눈썹의 의사가 존시를 진찰하고 나서 수를 복도로 불러냈다. “저 아가씨가 회복할 가능성은…… 아마 열에 하나 정도일 거요.” 의사가 체온계를 흔들어 온도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 가능성도 아가씨가 살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하지요. 저렇게 스스로 장의사 편에 서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에겐 아무리 훌륭한 처방도 소용없어요. 내가 보기에 당신 친구는 자기가 회복하지 못할 걸로 생각하더군요. 혹시 그녀가 평소 마음속에 묻어 두고 있는 무슨 특별한 일이라도 있나요?”
--- p.12 “존시, 네게 알려줄 게 있어.” 수가 말했다. “베어먼 씨가 오늘 폐렴으로 병원에서 돌아가셨어. 고작 이틀만 앓았을 뿐인데 말이야. 병이 난 그날 아침에 관리인이 아래층 그의 방에 쓰러져 떨고 있는 그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였다는 거야. 신발과 옷이 모두 흠뻑 젖어 얼음처럼 차가웠대. 도대체 그렇게 끔찍했던 밤에, 춥고 거센 비가 내리는 밤에 베어먼 노인이 어디에 갔었는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는 거야. 그러다가 옆 건물 아래에서 아직도 불이 켜진 램프와 늘 있던 장소에서 꺼낸 사다리 옆에 흩어진 화필 몇 자루와 녹색과 노란색을 섞은 팔레트가 있었대. 그리고…… 잠깐 창밖을 좀 내다봐. 저 담벼락 위에 남아 있은 마지막 담쟁이덩굴 잎새를 보란 말이야. 저건 바로 베어먼 씨의 마지막 걸작이야!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던 날 밤에 베어먼 씨가 저기에다 그걸 벽에 그려 놓은 거라고!” --- p.21 나는 자신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보물을 서로를 위해 가장 현명하지 못한 방법으로 희생하고 팔아 버린 셋방 사는 두 어리석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서투른 솜씨로 늘어놓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명한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고 싶소. 선물하는 세상 모든 사람 중에서 이 두 사람이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오. 선물을 주고받는 사람 중에서 이 두 사람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어디에 있든 가장 현명한 이들이며, 그들이야말로 바로 ‘동방의 현자’임이 틀림없을 것이오. --- p.31 독자 여러분이 글을 쓸 때는 절대로 이런 형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이보다 더 지리멸렬한 서두도 없을 것이다. 상상력도 없고 따분한 데다 무미건조해서 바람 소리처럼 공허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이라면 받아들일 만하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다음 첫 구절은 준비 가 안 된 독자들에게는 너무 엉뚱하고 어처구니없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 p.38 “대체 무슨 일인지 말을 해야겠군요, 부인.” 젊은 남자가 말했다. “왜 이런 소란이 일어났는지 말입니다. 저분의 이름은 블룸베르거 씨입니다. 건축 설계 도면을 그리는 분입니다. 나는 저분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분은 지난 석 달 동안 새 시청의 설계도면을 그리느라 열심히 작업해 왔습니다. 현상 공모전에 출품하려고 말이지요. 그러다 어제 막 간신히 잉크 작업을 완성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건축 설계사는 언제나 먼저 연필로 도면을 그립니다. 그리고 잉크 작업을 완성하면 연필 자국을 딱딱하게 굳은 빵 부스러기로 지워버립니다. 그것이 고무지우개보다 훨씬 낫거든요. 블룸베르거 씨는 지난 석 달 동안 그 빵을 줄곧 이곳에서 샀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젠 아시겠지만 부인, 그 버터 때문에…… 아무튼 블룸베르거 씨의 설계 도면은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젠 조각조각 잘게 잘라서 기차역에서 파는 샌드위치 포장지로나 쓸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 p.156 우리가 애버니저 도싯 영감네 현관문을 두드린 것은 정각 열두 시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나무 밑에 있는 상자에서 천오백 달러를 꺼내 손에 넣고 있어야 할 바로 그 시간에 빌은 이백오십 달러를 세어서 도싯 영감의 손에 건네주고 있었다. 녀석은 우리가 자기를 집에 남겨 두고 가버리려 한다는 것을 알아채자 증기 기관차의 기적(汽笛)처럼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면서 거머리처럼 빌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러자 도싯 영감은 구멍이 뚫린 파스를 뜯어내듯이 녀석을 빌의 다리에서 천천히 떼어 냈다. “녀석을 얼마나 오랫동안 붙잡아 둘 수 있습니까?” 빌이 물었다. “옛날처럼 힘이 없어서.” 도싯 영감은 대답했다. “그렇지만 한 십 분쯤은 붙잡아 둘 수 있을 거요.” “그럼 됐습니다.” 빌이 말했다. “십 분 후라면 중부와 남부 그리고 중서부 지방에 있는 주를 지나 캐나다 국경을 향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을 테니까요.” --- p.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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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서 헛된 경험이란 있을 수 없다.
인생은 기쁨과 슬픔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에서도 슬퍼해야 할 때가 훨씬 많이 생기는 법이다. 단편 소설의 문법을 완성하고 미국 단편 소설에 싱그러운 새바람을 불어넣은 매우 현실적이고 낭만적 기질을 지닌 오 헨리 작품의 특징은 ‘전환 수법’이라 하겠다. 잠잠하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다가 마지막에 뜻밖의 결말로 독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수법을 주로 쓰기 때문이다. 그것은 풍부한 상상력과 확고한 구상력을 가진 작가만이 해낼 수 있는 재주이기에 그가 언어 구사의 천재라는 평을 듣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야기의 결말을 생각하지 않고 쓰기도 하고 끝까지 줄거리를 다 세워 놓고 쓰기도 했다. 때로는 미리 정해둔 결말에 맞추어서 이야기를 꾸며나가기도 했다. 불필요한 과장, 지루한 우스갯소리, 지나친 뽐냄 등을 섞기는 하지만 작품 속 이야기의 성격과 인물에 대한 심리적 묘사 등을 언제나 일관하여 써나갔다. 근대 도시가 급성장하는 20세기 초반 미국 서민들의 애환을 잘 반영하고 그 착상의 기발함과 유머와 위트 그리고 페이소스를 엿볼 수 있는 진정한 이야기꾼 오 헨리만이 지닌 작품의 독특한 서술과 구성의 묘미는 누구나가 경탄하고 인정하는 바이다. 그는 십 년이 안 되는 짧은 작가 생활 동안 약 삼백 편의 작품을 남겼으며 오직 단편 소설밖에 쓰지 않았다. 전 세계 독자들이 추앙하고 미국의 모파상으로 불리는 오 헨리는 워싱턴 어빙, 에드거 앨런 포, N. 호손, B. 하트 등과 함께 미국 문학사를 빛낸 뛰어난 단편 작가임이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