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陳重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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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형식을 빌려서 국내 저자가 집필된 책은 읽어보질 못한 것 같습니다. 좀더 편하게 말해주신다면?
에셔·마그리트·피라네시, 대화(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디오게네스), 서술이라는 세 가지가 각자 따로 가면서 특정 지점에서는 조화를 이루게 한 것이죠. 서로 이해를 도와주는 것이죠. 그러니까 ‘미학’이라는 주제를 세 개로 나누었다고 보면 될 겁니다. 기본적인 서술, 이건 문어체이구요.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서는 ‘대화’를 등장시켰는데요. 저는 대화를 통해서 독자가 궁금해 하는 부분을 주요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라고 했는데요. 10년 전 이 책을 처음 집필할 때에는 무엇을 근거로 잡은 겁니까? 선생님이 직접 주변에 모니터를 한 것인가요? 아니요. 그건요. 내가 공부할 때 처음에는 몰랐다가, 시간이 지난 뒤 ‘아하!’하고 이해했던 내용들이 있었어요. 그런 내용들을 ‘대화’ 형식 속에 넣은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드러낼 수 있는 부분은 드러냈습니다. ▶ 쉽게 이해시키려 한 게 아니라, 공부하면서 스스로 체득한 앎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거였군요. 다시 말하면 친구들과의 우정 비슷한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본문 속에 있는 에셔와 마그리트, 그리고 이번에 새로 소개한 피라네시의 그림들은 어떤 의도로 배치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듯한데요. 그러면 에셔와 마그리트, 피라네시 그림들의 배치도 형식 미학 이론이 있는 건가요? 에셔와 마그리트, 피라네시 그림은 ‘기술적 형상’이라는 개념을 사용한 셈인데요. ▶ ‘기술적 형상’이라……? 세계에 대한 기술(그림)이 아니라 텍스트에 대한 그림으로, 일종의 상징이나 알레고리처럼 사용한 것이죠. 에셔, 마그리트, 피라네시라는 독특한 화가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본문에서 서술되는 내용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니까요. ▶ 지금까지도 읽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데, 저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어떤 요소들이 주효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마도 오랜 시간 독자와 할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와 구성에 있죠. 글쓰기는 우연히 인터넷 시대와 딱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저의 서술 자체가 문어와 구어의 중간 단계였던 것 같고, 아울러서 책 전체가 모자이크적인 구조잖아요. 선형적인(시간의 흐름) 텍스트에다가 공간적인 그림을 배치하고, 텍스트 자체도 상당히 시각적으로 서술했거든요. 텍스트를 봐도 형상이 잡히게끔 말이죠. ▶ 선생님은 미학 오디세이를 시작으로 해서 글쓰기가 시작되었고, 독자와의 소통이 이루어졌잖아요. 기억에 남을 만한 일도 꽤 있을 듯한데, 이 책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면? 황지우 선생이 어떤 말을 했다는데 제가 듣질 못했고. 그렇지! 무용에 사용되었다고 한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NOW무용단’이라는 현대무용을 하는 모임이 있는데요. 대본을 쓰고 안무한 손인영 씨라는 분이 《미학 오디세이》를 읽으면서 인터넷이란 코드 안에서 천 년 전의 처용을 부활시키고 싶었다고 했죠. 신라시대 처용 설화와 궁중정재인 처용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한국창작무용 ‘아바타 처용’이라는 작품이었는데, 가상과 현실 세계를 융합, 신화 속의 잡귀들과 처용을 디지털 문화의 산물인 아바타와 연결시켰다고……. ▶ 그간 많은 책을 저술했는데요. 스스로 미학적 삶을 기획하고 있는지요? 자신의 미래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요? 저의 미래요. 별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계속 공부하는 것이고, 전업적인 작가로 나서서 저술하고 싶고, 또 생활의 여유가 더 생긴다면 인문교양서만이 아니라 본격적인 미학연구서를 쓰고 싶습니다. 대중들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나만의 놀이도 하고 싶고 등등. 나의 생각들을 계속 밀고나가 사고의 극한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이건 독자들이나 제가 궁금해하는 것인데요. 작가나 저자들은 글을 쓰고 난 뒤, 마지막 탈고 과정을 거치잖아요. 바로 그때 선생님이 최종적으로 하는 마지막 과정은 무엇인가요? 저는 글을 쓸 때 ‘낭독’을 하구요. 마지막으로 정리해 놓고 또 ‘낭독’합니다. 그때 글이 ‘씹히는 곳’을 발견하죠. 소리 내어 읽어나가면 글의 리듬을 느낄 수 있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제 글이 시적인 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P.S. 진중권 선생은 자신의 글쓰기와 이진경 선생의 글쓰기를 가끔 비교한다. 이진경 선생의 글쓰기가 산문적 글쓰기라면, 자신의 글쓰기는 시적인 글쓰기라고 말이다. |
― 지난 2004년 3월 5일 휴머니스트에서 미학 오디세이 3권의 마지막 원고 검토를 진중권 선생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이 인터뷰 내용은 그때 잠시 시간을 할애하여 진중권 선생과 행한 인터뷰를 정리한 것입니다. 강의와 집필, 그리고 각종 글쓰기로 바쁜 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지난 2003년 11월에 진행된 인터뷰 내용도 부분적으로 삽입되었음을 밝힙니다.(편집자주)
▶ 10년 만에 “미학 오디세이가 완간되는 순간”입니다. 느낌이 매우 다를 것 같습니다. 혹, 벅차다거나 감격스럽다거나 하지는 않은지요? 글쎄요. 뭐 오랫동안 미루어왔던 일을 ‘싹’ 정리하는 기분이죠. 10년 전, 그때 저는 베를린으로 유학 간 가난한 유학생이었죠.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빠가 되었으니……. 이 책이 살아 움직이게 한 독자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네요. ▶ 이 책은 지금 읽어도 무척 재밌습니다. 이 글을 쓴 지가 10년 전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인데요. 90년대 초반 이 책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터인데요. 도대체 이 텍스트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는 겁니까? 그리고 이번에 출간된 “미학 오디세이 3권”은 1, 2권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당시는 사회과학이 밖으로 나온 때였죠. 지금 이야기하는 ‘대중서’들이 처음 선보이기 시작한 시기였을 겁니다. 구상은 92년 정도 시작했죠. 늘 아쉬운 게 하나 있었어요. 이 책이 쉽게 씌어졌다고 해서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몇 가지 밝혀야 할 것 같아요. 이 책의 내용은 절대로 쉬운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겁니다.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이 글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연구되고 있지 않은 미학 이론들을 담아야 했기에 공부를 꽤 많이 해야 했어요. 많은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죠. 왜냐면 기존 학계에서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저 혼자 공부를 해서 얻은 내용들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을 재구성하고 되새김질 했던 것이죠. 그런데 3권은 좀 달랐습니다. 그간 공부해온 것도 있고, 또 유럽에서 벤야민이나 비트겐슈타인 등을 공부하면서 얻은 경험도 있었구요. 3권의 가장 큰 변화는 미학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1~2권에서는 주로 근대미학의 틀 위에서 작업을 하며 근대와 탈근대를 가르는 경계선까지만 나아갔지만, 3권에서는 그 선을 넘어 본격적으로 ‘탈근대’의 관점에서 최근의 미학을 다루고 있죠. 아마 3권을 읽어 보면 이 정신적 분위기의 차이가 느껴질 겁니다. ▶ 3권의 경우는 결코 쉽지 않은 내용들이었습니다. 쉽게 읽히려 했다면 나름의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요? 패러다임을 제대로 설정했던 게 전체 내용을 쉽게 이끄는 주요한 요인이었을 겁니다. 가상과 현실의 관계라는 패러다임을 설정한 것이 맞아떨어졌죠. 3권은 원본과 복제, 그리고 복제의 복제인 시뮬라크르 등을 설정해 현대 미학의 세계를 살폈고 끝에서는 ‘다시 가상과 현실’이라는 문제 의식을 던지면서 마무리했습니다. ▶ 피라네시라는 예술가가 등장하는데요. 바로크 시대 인물이 탈근대 미학을 다루는 “미학 오디세이 3권”의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바로크와 낭만주의는 고전주의 미학과 대립 속에서 자라난 대표적인 사조예요. 현대예술이 고전주의 예술이상이 무너진 자리에서 자라났기에, 바로크와 낭만주의는 어떤 면에서 현대예술의 선구라 할 수 있습니다. 피라네시는 바로크 시대에 낭만주의적 상상력을 선취한 작가이기에, 바로크-낭만주의-현대예술로 이어지는 라인이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이죠. ▶ 보르헤스의 사유가 곳곳에 등장합니다. ‘지은이의 말’에도 언급되어 있는데, 주로 어떤 실마리를 제공했는지요? 보르헤스는 말 못하는 피라네시의 그림을 대신하여 발언하도록 구성했습니다. 보르헤스의 텍스트는 각 장의 내용을 형상적으로 요약하는 ‘미적 엠블렘’입니다. 나는 보르헤스가 피라네시의 작품을 보았거나 최소한 다른 저자들의 글을 통해 그를 잘 안다고 확신합니다. 보르헤스의 환상적 리얼리즘은 피라네시의 감옥의 상상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죠. 작가나 사상가는 정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의 이름은 종종 생략하는 버릇이 있는 것 아시죠. ▶ 보르헤스의 《픽션들》, 《알렙》은 엄청난 상상력이 담긴 책들이죠. 1, 2권의 독자들이 《미학 오디세이 3》을 보면 보르헤스의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예! 가능합니다. 아울러 저는 이 책의 서술 과정에서 보르헤스 텍스트의 바탕에 깔린 철학적 배경을 드러내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는 이 작가에 대한 좀더 깊은 독해를 제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를 흔히 ‘탈근대의 선구’라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 말의 의미를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작업을 하는 가운데, 탈근대 미학의 다양한 논점을 다루는 이 책의 거의 모든 부분에 그의 텍스트를 인용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죠. ▶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물먹이’는 디오게네스가 등장하는데요. 그가 등장하는 이유는 어렴풋이 알 것 같은데요. “미학 오디세이 1, 2, 3”의 전체 틀에서 세 사람의 역할을 조망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미학 오디세이 1권과 2권은 전체적으로 합리주의 철학의 틀 위에서 작업했어요. 때문에 합리주의 전통에 우뚝 서 있는 두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립으로 미학사를 요약해야 했구요. 하지만 3권은 경우는 탈근대의 관점이라는 바탕이 있기에, 합리주의 철학에 대한 비판을 위해 ‘디오게’(네스)가 등장한 것이죠. 오랫동안 합리주의적으로 서술되어온 철학사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디오게네스를 화자로 캐스팅했습니다. ▶ 근대의 관점에서 본 철학사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두 기둥 위에 세워져 있지만, 탈근대의 관점에서 본 철학의 역사는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과 니체의 대립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라면 디오게네스는 2,300년 먼저 태어난 ‘그리스의 니체’라고 할 수 있어요. 때문에 대화편에서는 디오게네스의 형상에 슬쩍 니체를 얹어놓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논쟁을 벌이게 만들었습니다. ▶ 이 시리즈는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도 꽤 의미를 부여한 것 같습니다. 형식면에서는 3성대위법을 썼습니다. 3개의 구조가 시간적으로 진행되면서 공간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
8. 말 못하는 피라네시의 그림, 보르헤스가 말하다 ―《미학 오디세이 3》의 특징 2
《미학 오디세이 3》에는 보르헤스의 상상력과 사유가 곳곳에 등장한다. 지은이의 말에서도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보르헤스는 진중권에게 어떤 실마리를 제공했을까? 보르헤스는 말 못하는 피라네시의 그림을 대신하여 발언한다. 보르헤스의 텍스트는 각각의 장의 내용을 형상적으로 요약하는 ‘미적 엠블렘(상징)’이라 할 수 있다. 진중권은 보르헤스가 피라네시의 작품을 보았거나 최소한 다른 저자들의 글을 통해 그를 잘 안다고 확신한다. 보르헤스의 환상적 리얼리즘은 피라네시의 감옥의 상상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보르헤스가 피라네시에 대해 언급을 안 하는 것은 보들레르가 피라네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게 징후적이다. 작가나 사상가는 정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의 이름은 종종 생략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보르헤스 텍스트의 바탕에 깔린 철학적 배경을 드러내면, 그것을 통해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는 이 작가에 대한 좀 더 깊은 독해를 제시할 수 있다. 보르헤스를 흔히 ‘탈근대의 선구’라고 하는데, 《미학 오디세이 3》을 읽으면 그 말의 의미를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진중권은 실제로 집필을 준비하는 가운데, “탈근대 미학의 여러 논점을 다루는 이 책의 거의 모든 부분에 그의 텍스트를 인용할 수 있음을 발견하고, 나 역시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다. 10년 전에 새로 쓸 책을 위해 상상의 도서관을 지은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이미 그 누군가가 나에 앞서 그 도서관을 지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바벨의 도서관〉의 도서관을 지은 보르헤스. 피라네시의 시각적 상상에 입을 빌려주는 것은 시각을 잃은 이 도서관의 작가다. 그의 ‘환상적 리얼리즘’은 어쩌면 피라네시의 감옥의 문학적 표현일지도 모른다. 보르헤스를 흔히 ‘탈근대’의 선구자라 부르는 것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탈근대의 사상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의 거의 모든 부분에 ‘미적 엠블렘’을 제공해 주었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 b>9. 그리스의 니체, 디오게네스의 등장 -《미학 오디세이 3》의 특징 3 1, 2권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하여, 진중권 스스로 어렵게 이해한 부분을 ‘대화’라는 형식을 빌려 ‘독자가 궁금해 하는 내용의 포인트’로 삼았다. 신간 《미학 오디세이 3》에서는 ‘그리스의 니체’ 디오게네스가 등장한다. 총 7꼭지의 대화편에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디오게네스가 등장해 ‘탈근대의 관점’이라는 개념에 도달하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디오게네스의 역할은? 《미학 오디세이》 1권과 2권은 전체적으로 합리주의 철학의 틀 위에서 씌어졌다. 때문에 합리주의의 전통에 서 있는 두 철학자, 즉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립으로 미학사를 요약해야 했다. 하지만 3권의 바탕을 이루는 탈근대의 관점은 합리주의 철학에 대한 비판에서 등장한 것이기에, 오랫동안 합리주의적으로 서술되어온 철학사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디오게네스를 화자로 캐스팅해야 했다. 근대의 관점에서 본 철학사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두 기둥 위에 세워져 있지만, 탈근대의 관점에서 본 철학의 역사는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과 니체의 대립으로 이루어진다. 디오게네스는 2,300년 먼저 태어난 ‘그리스의 니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화편에서는 디오게네스의 형상에 슬쩍 니체를 얹어놓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논쟁을 벌이게 만들었다. 디오게 : 재미있군. 그럼 우리가 아는 원작과 복제의 관계가 뒤집혀진 건가? 플라톤 : 그렇지. 자네는 중요한 것은 이미 있는 것의 재현이 아니라, 아직 없는 것의 현시라 했나? 디오게 : 그랬지. 플라톤 : 근데 ‘아직 없는 것의 현시’라는 게 혹시 ‘이미 있는 것의 조작’이라는 생각은 안 해 봤나? 디오게 : …… 플라톤 : 그래서 우리는 ‘진리’에 대한 물음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네. 진짜와 가짜, 가상과 실재, 허구와 실재 사이에 엄연히 차이가 있는 한…… 디오게 :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자네도 알겠지만 어디 그 구별이 쉽겠는가? 플라톤 : 어렵다고 포기해야 하나? 디오게 : 그 어려움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극복되는,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지. 플라톤 : 무슨 얘기인가? 디오게 : 가상과 실재를 구별하는 기준 자체가 가상적이고, 허구와 실재를 가르는 기준 자체가 허구적이라는 얘길쎄. 플라톤 : 좀더 자세히 말해 보게. 디오게 : 예를 들어 자네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위해 철학과 신화를 구별하려고 했지? 플라톤 : 그랬지. 디오게 : 그럼 그 구별 자체가 신화적이라는 생각은 안 해 봤나? 플라톤 : 아니? 디오게 : 생각해 보게. 자네 말에 따르면 저 천상의 이데아가 진정한 실재이고, 이 땅의 현실은 가상에 불과하지 않나. 플라톤 : 그렇지. 디오게 : 그게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자네의 구별법이지. 그런데 그 황당한 얘기를 오늘날 누가 믿겠나? 그런 의미에서 신화와 철학을 가르는 자네의 구별은 또한 얼마나 신화적인가? 플라톤 : …… 디오게 : 원형의 폐허? 주기적으로 불타고 새로 생성되는 사원. 어쩌면 그것이 우주의 모습인지도 모르지. 플라톤 : 동일자의 영겁회귀? 디오게 : 혹시 자신이 꿈이라는 생각은 안 해 보았나? 플라톤 : 철학자는 꿈을 깨우는 사람이지, 꿈을 꾸는 자가 아니라네. 디오게 : 하지만 어차피 자네와 나도 꿈이 아닌가? 우리의 시각적 형상은 라파엘로의 꿈이고, 우리의 만남은 이 책을 쓰는 자의 꿈이 아닌가. 플라톤 : 그렇다면 그 녀석도 또한 그 누군가의 꿈일지 모르지. 디오게 : 그럴 수도 있겠지. 플라톤 : 그럼 내 말이 맞지 않나. 우리가 눈에 보는 현실은 한갓 가상에 불과하다. 디오게 : 그렇게 되나? 플라톤 : 그게 삶이지. 언젠가는 참된 세계에서 깨어나기를 꿈꾸며 사는 것... 디오게 : 하지만 그 세계도 또 다른 꿈일 터. 그냥 거대한 우주의 바퀴를 굴리며 꿈 속에서 함께 놀지 않으려나? 영.원.히.... 10. “미학 오디세이 1, 2, 3”은 대중 교양서의 전범이다 ― 《미학 오디세이 1, 2, 3》 완간의 의의 《미학 오디세이 1, 2》는 10년 전에 씌어진 책이지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이다. 그리고 이번에 발간된 《미학 오디세이 3》은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 완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미학 오디세이 3》의 발행과 《미학 오디세이 1, 2, 3》의 완간은 대중 교양서 출간에서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교양서 글쓰기의 혁신적 모델은 물론, 구성과 편집에서도 근본적인 차이와 혁신적 선도의 의미를 지닌다. 이 시리즈 전체의 체제와 구성은 비단 장과 꼭지만이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에까지 내용과 형식이 연관될 정도로 스케일과 짜임새가 있고, 글과 사진 사이의 관계 역시 놀라울 정도로 결합과 독립, 조화와 개성이 뚜렷하다. 즉 이 책은 ‘내용’과 ‘구성’ 두 까지에 눈길을 주어야 한다. 전체 구성 부분은 언급했지만, 각 꼭지의 소제목이 하나의 문장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 같다. ‘전문가 100인이 선정한 90년대의 책 100선’에 이 책이 손꼽힌 것은 바로 이러한 의의나 가치가 인정되었던 것 같다.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는 그 자체가 미학이자 예술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의 독자들이다. 독자들이 미학을 공부한 적이 있었던가? 90년대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다니고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이 초·중·고·대학이라는 16년 동안 미학이라는 학문을 접해본 적이 있던가? 그러나 1994년부터 지금까지 50만 이상의 독자들이 소리 소문 없이 《미학 오디세이》에 열광했고 읽은 이들이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 왔다. |
5. 월인천강지곡으로 시작하는 ‘탈근대의 미학’의 오디세이
‘1과 2’에서 ‘3’으로 오는 여행은 10년이나 걸렸다. 긴 오디세이였다. 10년 만에 완간되는 미학 오디세이 3권은 현대 예술의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이번에 발간된 《미학 오디세이 3》과 《미학 오디세이 1, 2》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학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1~2권에서는 주로 근대 미학의 틀 위에서 작업을 하며 근대와 탈근대를 가르는 경계선까지만 나아갔다고 할 수 있던 데 반해, 《미학 오디세이 3》에서는 그 선을 넘어 본격적으로 ‘탈근대’의 관점에서 최근의 미학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미학 오디세이 3》의 ‘글머리에’ 〈월인천강지곡〉에서부터 이 정신적 분위기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 달이 천강에 제 모습을 복제하는 것을 흉내내어, 해도 자기 자신을 천 개의 반달로 증식시킨다. 자, 그럼 이런 가정은 어떨까? 피터팬의 그림자가 몸에서 떨어져 나와 제멋대로 돌아다니듯이 해가 사라져도 그 반달모양으로 복제된 해들이 빛을 잃지 않고 저 홀로 힘으로 살아간다면? 그렇다면 하늘에 해가 있든 없든, 세상은 별 일 없이 잘 돌아갈 게다. 하늘에서 달을 지워도 복제를 복제한 천강의 달빛들이 세상을 은은하게 밝힌다. 하늘에서 해를 사라지게 해도 수천, 수만의 복제된 해들이 세상을 도처에서 비춘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라는 이름의 세상이다. 누군가 진리의 신, 태양신을 제 것으로 독점해도, 그것을 우러를 것 없이 세상은 수없이 복제된 작은 진리들의 빛으로 별 일 없이 돌아간다. 우리는 원본 없는 세상 위에, 복제된 빛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무슨 뜻이냐고? 그 얘기로 들어가 보자. ― 글머리에 〈월인천강지곡〉 중에서, 본문 21쪽 6. 피라네시와 함께 탐험하는 아름다움의 세계 ― 《미학 오디세이 3》의 특징 1 1) 피라네시는 누구인가? 피라네시(Giovanni Battista Pranesi, 1720~1778)는 이탈리아의 건축가, 판화가다. 그는 고대 그리스를 예술의 전범으로 삼던 시절에 고대 로마의 유적들을 동판에 담아 로마 건축의 위대함을 알게 해주었다. 시적 환상과 묘한 분위기로 가득 찬 그의 판화는 낭만주의의 탄생을 예고했고, 나아가 그 시대에 이미 예술적 ‘모던’을 예감하였다. 특히 현실에서는 결코 지어질 수 없는 상상의 건물은 에셔의 작품보다 200여년 앞서는 것으로, 당대는 물론이고 현대의 작가와 예술가들의 상상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2) 18세기 예술가 파라네시가 어떻게 탈근대 미학과 연결되는 것인가? 바로크와 낭만주의는 고전주의 미학과 대립 속에서 자라난 대표적인 두 가지 사조라 할 수 있다. 현대 예술이 고전주의 예술 이상이 무너진 자리에서 자라났기에, 바로크와 낭만주의는 어떤 면에서 현대 예술의 선구라 할 수 있다. 피라네시는 바로크 시대에 낭만주의적 상상력을 선취한 작가이기에, 바로크 → 낭만주의 → 현대 예술로 이어지는 라인이 자연스레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예술과 철학은 좀 그 층위가 다르다 할 수 있다. 거칠게 말하면 예술에서 모던이었던 것이 철학에서는 포스트모던으로 나타난다. 그러기에 피라네시는 자연스레 탈근대의 미학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왜 하필 감옥이었을까? 왜 하필 감옥의 공상이었을까? 피라네시가 별 이유없이 2차원 평면과 3차원 공간의 차이를 이용해 착시의 유희를 즐기려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기에 저 그림은 너무 무겁다. 분위기가 에셔의 것과는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앞으로 다가올 세계의 영상이 그에게 불쑥 나타났던 것일까? 아마도 그는 저 환상이 곧 우리가 사는 현실이라고 말하려고 한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저 감옥은 환상적으로 실재적이다. 피라네시를 보는 순간, 우리는 저 환상에 감옥에 갇힌 수인이 된다. 수인은 누구나 탈옥을 꿈꾼다. 갑자기 감옥에 갇힌 우리 역시 저 어둡고 음침한 건물을 벗어나게 되기를 희망한다. 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저 복잡한 계단을 따라가면 혹시 밖으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저 감옥은 간수의 눈과 벽돌의 두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니까. 우리를 가두는 것은 건물의 재료가 아니라 구조다. 어떤 구조? ―〈피라네시의 세계 4 ― 탈옥〉 중에서, 본문 158~159쪽. 7. 빅톨 위고, 움베르토 에코, 보르헤스가 파라네시의 영향을 받았다 피라네시는 에셔나 마그리트처럼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예술가이다. 그의 영향을 받은 작가나 예술가들이 다수 있다. 문학의 영역에서는 19세기에 《아편 중독자의 고백》으로 알려진 영국의 작가 토머스 드 퀸시((Thomas De Quincey, 1785~1859)가 먼저 피라네시에 주목했다. 프랑스에서는 《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톨 위고의 살롱에 모여든 낭만주의자들 사이에 ‘피라네시 숭배’가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빅톨 위고는 피라네시를 연상시키는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명시적인 언급은 없지만 보들레르의 〈파리의 꿈〉에도 피라네시의 영향이 나타난다. 피라네시의 영향은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피라네시의 감옥의 현대적 버전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의 작가 마게리트 유스나르도 피라네시에 사로잡힌 사람 중의 하나다. 피라네시의 상상을 문학적으로 가장 충실히 구현한 사람은 역시 보르헤스다. 특히 《바벨의 도서관》, 《죽지 않는 사람들》 등 그의 소설의 환상은 피라네시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피라네시의 영향은 보르헤스를 거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푸코의 추》에까지 확장된다. 구소련의 영화감독 에이젠슈테인 역시 피라네시에 열광했다. 〈파업〉과 〈전함 포템킨〉의 공간 설정은 의식적으로 피라네시의 감옥의 구조를 영화 속에 실현한 것이다. |
1. 책의 세계에서 ‘미’와 ‘예술’의 세계를 창조한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 2, 3” 10년 만에 완간
미학 오디세이 3권이 발간되었다. 1, 2권이 발행된 지 10년 만이다.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 2》는 94년 초판이 발행된 뒤 ‘독자와 함께 긴 시간을 여행’해왔다. 그리고 현재에도 그 여행은 세대를 바꿔가며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저자의 창조적인 글쓰기와 사유, 독특한 구성이 독자들의 눈과 귀를 붙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만의 미학’을 ‘우리들의 미학’으로 끌어올린 《미학 오디세이》. 지식문화계의 사람들, 사회문화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긍정적인 평가, 무엇보다 독자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으며 ‘90년대를 빛낸 100권의 책’으로 선정될 만큼 그 사회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책이다. 미완의 오디세이로 남아 있던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는 현대 예술과 철학을 여행하는 3권이 발간됨으로 완결되었다. 《미학오디세이 1, 2, 3》는 독자들에게 ‘미’와 ‘예술’의 세계라는 새로운 시공간을 선물한 귀중한 교양서이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대를 바꿔가면서 꾸준하게 대학생과 일반인은 물론 중고생들에게까지 공감을 얻어온 이 책은 근육질의 기계 생산에서 이미지와 컨텐츠의 창조로 옮겨가고 있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미학 오디세이 1, 2, 3”의 특징을 통해 문화와 컨텐츠의 관계를 다시 한번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2. 창조적인 글쓰기의 핵심을 드러내다 ― 《미학 오디세이 1, 2, 3》의 특징 1 초판이 출간 될 당시는 사회과학 서적이 세상 밖으로 막 나온 때였다. 지금 이야기하는 ‘대중 교양서’들이 처음 선보이기 시작한 시기다. 지식인들에게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미학은 생소한 학문이었고, 상아탑에서도 제대로 된 개론서나 미학사조차 나와 있지 않았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원전, 번역서, 세미나를 위한 초벌 번역 등 온갖 자료들을 손에 닿는 대로 구해 읽어야 했다. 그러기에 미학 오디세이에 담긴 내용은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니다. 저자는 당시 한국에서 연구되고 있지 않은 미학 이론들을 스스로 섭렵할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 공부해 이해해야만 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해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이를 배경으로 하여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다시 되새김질하여 전체 내용을 서술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여 자신의 미학 이론을 재구성한 것일까? 1) 기본 서술 형태:문어체와 구어체의 창조적 결합 → 논문식 글쓰기, 일문법적인 글쓰기, 자상하고 쉬운 글쓰기, 재미있는 글쓰기를 완전히 배격하고 생생하고 독창적인 글쓰기의 개척, 디지털 글쓰기와 유사 2) 논의 핵심 파악:서양미학사를 가상과 현실의 관계로 파악 → 관점과 핵심, 메시지를 제대로 살려내는 글쓰기 3) 이론의 다양함과 풍부함: 미학만이 아니라 예술사의 연구 성과, 심리학, 철학, 정신분석학, 정보이론, 기호학 등등의 제 학문의 방법론 등을 함께 다루면서 지식의 세계를 예술적 창조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독특한 매력을 선보임 3. 세 개의 구조가 시간적으로 진행되면서 공간적으로 조화를 이루다 ― 《미학 오디세이 1, 2, 3》의 특징 2 이 책의 구성은 3성 대위법이라는 독특한 형식 미학을 도입했다. 이 책이 10년 동안 변함없이 최장기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리셀러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 부분 그 독특한 구성과 문체의 힘에서 비롯되었다. 문체를 구어에 가깝게, 도판을 활용해 시각성을 강조한 것, 대화라는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런 형식적 특성은 디지털 시대의 문화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대위법은 선형적인 글쓰기에 공간성을 부여하는 형식이고, 구어를 닮은 문체 역시 인터넷 글쓰기를 닮았으며, 텍스트와 이미지를 혼용해 시각성을 강조하는 것 역시 청각적인 문자 문화에서 시각적인 영상으로 옮아가는 시대의 흐름과 일치한다. 3개의 구조가 시간적으로 진행되면서 공간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1) 에셔(1권), 마그리트(2권), 피라네시(3권) 꼭지:기술적 형상 방식 도입→ 에셔, 마그리트, 피라네시라는 화가를 알게 하는 것보다는 그들의 그림이 텍스트에서 서술되는 내용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2)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1, 2권), 디오게네스(3권) 대화 꼭지:독자들이 궁금해 할 내용을 포인트로 삼다. → 저자가 공부하면서 이해한 부분의 주요 내용들이다. 3) 본문 서술:문어체와 구어체의 중간, 디지털 글쓰기에 가깝다. 4. 《미학 오디세이 3》, 현대 미학의 세계를 담아내다 1994~2004년까지 우리에게 ‘미’와 ‘예술’의 세계상(像)을 눈뜨게 해준 ‘미학 오디세이.’ 그 마지막 종착이자 새로운 항해를 촉발하는 신간 《미학 오디세이 3》는 벤야민에서 하이데거, 아도르노, 푸코, 들뢰즈, 보드라야르의 개념과 사유, 그것을 작품으로 구현한 현대 미학의 세계‘들’을 피라네시, 디오게네스와 함께 탐험하는 책이다. 이번 최종판에는 탈근대의 미학을 소개하는 세번째 책을 더 한다. 여기서는 이미 오래 전에 탈근대의 미학을 선취한 벤야민, 하이데거, 아도르노 등의 독일 사상가, 그리고 푸코, 데리다, 들뢰즈, 료타르 등 최근에 탈근대의 관점에서 새로운 미학을 전개하고 있는 프랑스 사상가들을 소개하게 된다. 이로써 미학 오디세이는 내용적으로도 완결되는 셈이다. 삽입된 대화편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에 디오게네스가 끼어듦으로써 근대적의 합리주의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탈근대의 사유를 상징하게 된다. ― 〈지은이의 말〉 중에서, 본문 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