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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계윤리의 경제학과 사회학
2. 농민의 선택과 가치에 있어서 생계 안정성 3. 위험의 분배와 식민지적 변화 4. 착취자로서의 국가 5. 불황기의 반란들 6. 착취의 분석을 위한 함의들 : 정의로서의 호혜성과 생계 7. 반란, 생존 그리고 억압 |
James C. Sc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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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의 의식과 행위양식 밝혀낸 인류학의 명저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의 버마,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일대를 연구 대상으로 하여, 농민의 의식과 행위양식을 인류학을 통해 새롭게 밝혀낸 책. 이 책은 사회적 정의에 대한 농민의 비전, 경제적 정의에 대한 농민의 관념, 농민정치의 규범적 뿌리를 새롭게 밝혀내고 있다.
‘생계윤리’, ‘도덕경제’의 개념으로 농민과 시장경제의 관련 양상 규명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전개된 식민지 지배의 강화와 시장경제의 침투의 결과, 전통적 생계 경제 속에서 근근이 생존해 온 농민들은 변화와 위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러한 위기 국면에 처한 농민의 행위와 의식을 인류학적으로 고찰하면, 우선 전통적 농민사회의 생계보장을 위한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장치들의 본질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구래의 문화를 파괴하고 인간과 자연을 새로운 질서 아래 통합시키려는 시장경제와 강제 이식된 서구적 국가행정체계 등이 지닌 파괴력과 파괴의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또한 그에 대항하여 농민들이 무엇을 추구하고 갈구했으며, 지키거나 복원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며 그것들은 어떤 가치와 이념으로 나타나는가를 규명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제들을 ‘생계윤리’와 ‘도덕경제’의 개념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확실한 생계욕구야말로 농민의 근원적 목표라는 데서 논의를 시작한다. 농민은 작은 땅뙈기와 전통적 기술, 변덕스러운 날씨라는 생태, 기술적 한계 속에서 가족 노동력을 동원하여 힘겹게 생산한 것을 세금, 지대로 납부하고, 나머지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야 한다. 따라서 그들은 항상 생계 위협에 직면해야 한다는 존재론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생존의 절박함은 농민들에게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측면 등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안전추구를 최우선시하는 성향을 나타내게 한다. 이것이 바로 일반적으로 전자본주의적 농업사회 질서의 기술적, 사회적, 도덕적 배열 대부분의 바탕에 깔려 있는 ‘안전제일’ 원칙이다. 종자 다양화, 분산적 경작, 재배 기술과 시기 조절에 대한 지역적 전통, 그리고 지역적인 호혜성의 유형, 지배자에게 강요된 관대성, 토지의 공동체적 소유 등은 농민에게 절박한 ‘안전한 생계’를 보장하는 장치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생계보장의 장치들에 의해 구현되는 생계 안정성의 희망은 도덕적 권리나 기대의 형태로서 사회적으로 경험되는데 이것이 농민의 ‘생계윤리’이다. 저자는 이것을 마을 내 호혜성의 구조, 사회적 선택, 소작체계의 선호방식, 세금에 대한 태도 등의 분석에서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농민의 사회적 관계의 한 영역인 지주와의 호혜관계는 생계권리에 대한 규범과 견고하게 결합되어 생계윤리를 표현한다. 즉 엘리트는 농민에게 노동과 곡물을 요구하는 대가로 마땅히 생계보장을 책임져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으며 농민은 이것을 권리로 인식하는데 이것이 바로 생계윤리이다. 저자는 이러한 농민의 생계윤리의 경제학에 대하여 ‘도덕경제’라는 개념을 사용해 일반화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도덕경제는 사회적, 문화적 제 관계로부터 이론상 격리된 물질적 제 관계를 의미하는 근대적인 의미의 ‘economy’ 범주에 포착되지 않는 영역들까지 해명하려는 의도 아래 E. P. 톰슨이 창출한 개념이다. 역사학적 자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농민 문화를 새롭게 이해한 탁월한 연구 성과 이에 더하여 저자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논리의 관철, 즉 농업의 상업화와 식민지국가의 지배강화가 그들의 생계윤리를 어떻게 파괴하고 농민들은 어떻게 저항해 가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식민지 국가의 성장과 농업의 상업화가 농민의 생계윤리를 적어도 다섯 가지 방식으로 약화시켰다고 본다. 첫째, 농민 부문을 시장에 기초를 둔 새로운 불안정성에 노출시켰는데 이 불안정성이 농민생산을 생계유지선 밑으로 끌어내려 생계의 위험성을 확대시켰다. 둘째, 마을과 친족집단의 위험 공유에 대한 가치, 관행을 파괴하여 마을 내 생계보호 장치를 붕괴시켰다. 셋째, 전통적 생계안전판 역할을 해온 이차적 생계자원(예컨대 마을 공유삼림)을 제거해 농민가족의 생계역량을 축소시켰다. 넷째, 지주의 보호주의적, 온정주의적 의무를 약화시켜 전통적인 농업적 계급관계를 약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식량위기와 시장의 위험에 취약하게 만들었다. 다섯째, 식민지 국가는 행정체계를 발달시켜 과세지 측량, 이주보고서 작성, 인구조사, 토지소유권과 허가권의 발급 등을 통해 세금에 의한 농민수탈을 더욱 효율화시켰다. 저자는 이러한 다섯 가지 변화의 핵심적 내용을 그것이 초래한 농민의 실제적 수입의 감소보다는 이전의 사회적 생계보장의 다양한 제도와 관행의 소멸로 보고 있다. 농민이 낙담하고, 분노하며, 절망적으로 저항하기 시작한 것은 생계보장의 장치가 작동을 멈춘 이 시점에서였다. 저자는 버마 사야 산 반란과 중부 베트남 응에띤 소비에트에 대한 구체적 사례분석을 통해 경제정의에 대한 농민들의 관념과 착취에 대한 현실적 정의를 밝히고 있다. 특히 착취 문제를 잉여가치의 수탈이라는 보편적, 일반적 문제가 아니라 경험의 현상학적 문제로 정의하고 있다. 생존을 유지해 가는 데 중요한 것은 얼마나 수탈해 가느냐가 아니라 수탈 후 생계를 유지할 만큼 남는가, 만약 그렇지 못할 때에는 결핍을 보전해 줄 사회적 장치를 작동시키는가가 구체적인 개별 생활자의 문제로서 착취를 인식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농민의 문화적 관행과 관념이 때로는 경제적 욕구보다 강력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농민의 행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도덕경제의 개념에 의해 농민의 물질적 관계뿐만 아니라 그와 결합된 사회관계나 가치규범, 도덕과 관습, 종교적 믿음과 의식들로 이루어진 미시적 수준의 존재양식을 해명하고, 구체적인 역사적 자료들을 통해 농민의 현실 인식과 대응 양식을 규명하는 등 농민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역사학적 자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농민 역사의 한 과정을 복원해낸 탁월한 연구로 평가된다. 이 책의 출간을 통해 인류학뿐 아니라 사회학, 동남아시아 지역학, 동양사학, 농민 문화 연구 등 여러 분야의 연구가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