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제1장 커튼과 팡파르
제2장 음조 제3장 성격 제4장 장편 소설 제5장 변성-형식 제6장 기법의 차원 제7장 붕괴와 긍정 제8장 오랜 시선 후기 해설 : 상처 입은 삶의 철학자 아도르노와 화해될 수 없는 세상의 작곡가 말러 |
Theodor Wiesengrund Adorno,테오도어 W. 아도르노, Th.W.아도르노
테오도르 W. 아도르노의 다른 상품
구스타프 말러
Gustav Mahler의 다른 상품
|
옮긴이의 말
이 책에서는 곡의 화성적, 구조적 측면에 대한 극히 건조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면, 동시에 극히 문학적인 은유들과 철학적인 세계 해석이 중첩되고 있다. 이 점은 이 책의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도르노가 언젠가 '지각 있는 신문'에 대해 했던 말, 즉 지각 있는 글은 "불을 양쪽 끝에서 붙이는, 즉 위에서도 붙이고 아래에서도 붙이는" 양초와 같다는 말은 이론적인 차원과 문학적인 차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이 책에 그대로 들어맞는 말이다. --- p.9 |
|
커튼과 팡파르
1번 교향곡은 세 조로 나뉜 콘트라베이스 중 최저 음역의 3분의 1을 제외하고는 모두 높게는 최고 A음에까지 가 닿는 플래절렛 flageolett 주법으로 연주되는 현악의 긴 지속음과 함께, 구식 증기 기관이나 내뿜었을 법한 불쾌한 기적 소리로 시작된다. 그 소리는 하늘에서부터 아래로, 다 해졌으나 촘촘하게 드리워져 있어 얇은 커튼이나 다를 바 없는데, 하늘을 뒤덮은 밝은 잿빛 구름도 민감한 눈을 지닌 사람에게는 그런 고통을 느끼게 할 것이다. 세 번째 마디에서는 피콜로로 착색시킨 4도 동기가 튀어나오는데, 매섭고 무감각할 정도로 날카로운 그 피아니시모는 그와 비슷한, 70년 뒤 스트라빈스키라는 관현악 편성의 대가가 대가다운 관현악법에 싫증을 느낀 때인 노년에 작곡한 작품의 관현악 총보에 나오는 개별 악기의 음색들처럼, 정확히 들어맞게 울려 나와 들리게 된다. 목관이 두 번째로 시작되는 지점 이후로는 하행 4도 동기가 연속되다가 b 음에 걸려 머무르게 되면서 현의 A 음과 마찰하게 된다. --- p.19 |
|
후기 시민 사회, 그 공허한 세계 운행의 파현
아도르노가 파악하는 말러 음악의 의의는 ‘파현(破顯, Durchbruch)’이라는 낱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말러 음악의 형식적 이념의 핵심을 파현이라는 말로 지칭하면서 아도르노는, 말러의 음악은 공허하고 거대한 세상에 대한, 인간이 기계 부속처럼 맞물려 들어가 있는 후기 시민 사회의 맹목적 세계 운행에 대한 대응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파현은 기존의 억압적이고 기계적인 세계 운행을 뚫고 나오면서 완전히 새로운 차원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파현은 제3장 첫머리에서 아도르노가 언급하고 있듯이, ‘계류Suspension’, ‘충전Erfullung’이라는 다른 형식적 이념들과의 관계 속에서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말러의 음악은 후기 시민 사회의 기계적인 세계 운행을 ‘파현’을 통해 뚫고 나와서는 ‘계류’를 통해 잠시 중단시키기도 하며, 파현에 의해 뻥 뚫린 자리를 ‘충전’을 통해 전혀 다른 것으로 채워 넣기도 한다. 아도르노는 말러의 이러한 음악 세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말러의 교향악은 세계 운행에 대한 반대 변론을 펼친다······그 곡들은 어떤 경우에도 주체와 객체가 단절된 자리를 때워서 가리지 않으며, 화해에 도달했다고 속이느니 차라리 자폭하고 만다.” 옮긴이가 ‘파현’으로 옮기고 있는 독일어 Durchbruch는 기존 음악학계에서 ‘개파(改破)’라는 어색한 조어로 번역ㆍ소개돼왔다. 그러나 옮긴이는 기계적인 세계 운행을 뚫고 전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개시라는, 아도르노가 사용한 본래의 함의를 살려 ‘파현’이라는 번역어를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