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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여행기를 쓴다는 것
1장 「시녀들」, 회화의 신학 2장 고야, 혹은 계몽의 변증법 3장 소피아 미술관의 「게르니카」 4장 바르셀로나, 세르다, 그리고 가우디 5장 톨레도와 엘 그레코의 정치신학 6장 빌바오와 미술관의 신자유주의화 7장 말라가와 여성 초현실주의 8장 세비야, 방금 들린 목소리 9장 모로코에서, 사막 혹은 무한에 대하여 이미지 출처 인명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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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과 모로코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순간들을 한 권에 담다! “왜 나는 그곳에 가려고 하는가?” “그곳에 가서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여행지를 정할 때는 자기 욕망을 점검하게 된다. 하지만 숙고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힘이 든다는 이유로, 쉬운 답을 얻기 위해 여행 블로그를 검색한다. 맛집 추천을 받고 그곳에 가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찾아본다. 그렇게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다 보면 고유한 자기 경험을 잃어버리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경험이 빈곤해지는 문제를 지적하고 힘껏 저항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자기만의 여행기를 쓰는 것이다. 여행을 하며 느낀 감흥을 기술하고 작품 또는 풍경과의 마주침에서 일어난 일을 언어화하는 작업은 고유한 정점 체험을 최대한 자기 곁으로 끌어오려는 시도다. 예컨대 저자는 스페인과 모로코에서 본 불후의 명작과 잊을 수 없는 풍경들 속으로 끊임없이 되돌아간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1장), 고야의 「마드리드의 1808년 5월 3일」(2장), 피카소의 「게르니카」(3장), 가우디의 ‘성가족 성당’(4장), 엘 그레코의 「엘 엑스폴리오」(5장), 네르비온 강가의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안젤름 키퍼의 「두 강 사이의 땅」(6장), 토옌의 「휴식」(7장), 무리요의 「냅킨의 성모」(8장), 그리고 모로코의 막막한 사막에서 본 일몰 풍경(9장) 등을 중심에 놓고 철저히 자기 경험에 몰입한 여행기를 써내려간다. 완결성 높은 한권의 도록을 연상케 할 정도로 자신이 감상한 작품들을 방대하고 촘촘하게 나열한 뒤 이를 해석할 새로운 의미 자원을 얻기 위해 다양한 미학 논문과 예술비평을 검토했다. 나아가 이를 자기 경험과 대조해보며 문학적 표현과 특유의 상상력을 동원해 여행 중의 감흥에 살을 붙였다. 넘쳐나는 체험을 갈무리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성찰함으로써 주권적 능력을 되찾으려는 저자의 글쓰기를 따라가다 보면 스페인과 모로코에서 얻은 그의 정점의 순간들을 일종의 공유재(commons)로서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다. 흥미진진한 여행기이자 깊이 있는 예술교양서로서 이 책의 매력이다. 여행의 시간 속에서 정점 체험을 누리는 법을 안내한다 여행에서 경험하는 모든 장소에서 고유한 의미와 즐거움을 길어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자기가 마주하는 대상을 감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확장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광대한 훈련장이다. 가령 안젤름 키퍼의 작품 「줄라미트」가 불러일으키는 감흥을 말하기 위해 저자는 파울 첼란의 시 세계를 참고하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벌어진 유대인의 비극을 끌어들인다.(475~79면) 작품 하나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역사와 문화, 철학을 아우르는 인문학적 사유로 확장된다. 우리는 저자의 풍부한 연상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질문을 감당하게 된다. “나는 이 작품을 왜 감상하고 있는가?” “이 작품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작품에 대한 질문은 자연히 삶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자기 삶을 수동태로 대하던 독자들이라면 여기에 진지하게 답하고 숙고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히 자기 경험의 주권자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