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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달 ━ 7
작가의 말 ━ 154 그림들: 너머의 이야기 ━ 157 |
李芝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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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바랐다. 먼지보다도 작게 부서져 한 톨의 자신도 남지 않기를. 그 누구도 자신에게 기도할 수 없기를.
--- p.11 많이 배운 자들은 총과 대포로 국민의 터전과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소리 질렀고, 많이 가진 자들은 전쟁에서 승리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늘어놓았으며, 무기를 손에 쥔 자들은 적들이 이 나라를 집어삼킬 것이라며 어딘가로 매일 총질을 했다. 그들의 언어는 매력적이고 단순해서 큰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게 했다. --- p.18 달이 나지막이 입을 뗐다. “원래 삶은 완벽하지 않단다.” 처음이었다. 달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 p.23 “너의 용기로.” 카나가 늑대의 인사를 전했다. 늑대들은 배려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이 인사는 ‘너의 배려를 잊지 않겠다.’라는 의미로 쓰였다. --- p.52 달은 하늘을 자주 올려다봤다. 자신이 없는 하늘을 확인하는 무의식적인 행동이기도 했지만 별자리나 별의 움직임을 통해 땅의 이치를 알아내고 있었다. 물론 밤하늘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했다. --- p.63 곧 억센 비가 쏟아졌다. 아이는 구석으로 들어가 세운 무릎에 머리를 넣고 다리를 팔로 감았다. 몸이 떨렸다. “곧 멈출 거야. 세상에 영원히 계속되는 건 없단다. 나도 하늘에서 떨어졌잖니.” --- p.88 “이제 어떻게 되는 건데?” 카나가 달에게서 떨어진 조각의 냄새를 맡았다. “나도 그게 궁금해…….” 달이 꽃대만 남은 민들레를 집어 들었다. “다 부서지고 작아지면 별이 되나 보지.” --- p.101 아이의 냄새가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초대장은 보내졌다. 절대로 오면 안 되는 이들에게. --- p.109 ‘웃기지 않아? 나 진짜로 반달이 되었어.’ 달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카나를 위로하고 싶었다. --- p.123 ‘저 아이를 인간의 땅으로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지도 못한 기도에 웃음이 나왔지만 입이 없는 달은 웃지 못했다. --- p.136 달은 바라는 대로 되었다. 인자한 얼굴도, 기도를 듣던 귀도, 눈물 자국도 사라졌다. 달은 그냥 달이 되었다. --- p.141 |
“처음으로 존재의 이유가 생겼다.”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진 달이 전해 주는 지금 여기 우리가 함께 있는 이유 소설은 하늘에 뜬 달이 인간들의 온갖 기도 소리를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달님, 달님 하고 제멋대로 달을 부르며 자꾸만 두 손을 모아 빈다. 그 기도를 들어줄 전지전능한 힘 같은 건 없기에, 달은 그만 귀를 틀어막고 세상 밖으로 사라지고 싶다. 그런데 불현듯 알 수 없는 이유로 달은 땅에 떨어진다. 눈을 감을 수 있고, 손이 돋아나고, 심지어 몸을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희미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달은 자신이 인간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지만,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아이를 구한다. 늑대의 이름은 카나. 그렇게 달과 카나와 아이가 함께하는 새로운 생의 한 페이지가 시작된다. 아이는 자란다. 많이 먹고, 놀고, 배우고, 앓고 회복한다. 그리고 아이가 성장하는 모든 순간 카나가 곁에 있다. 카나는 아이와 함께 즐겁게 놀다가도 엄격한 규칙을 통해 훈육하며, 아이가 아플까 배를 곯을까 전전긍긍한다. 달은 그런 카나가 신기하고 의아하다. 무엇이 카나를 움직이게 하는 걸까? 달은 처음으로 밟아 본 땅의 동식물들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동시에 카나와 아이에 대해서도 더 관찰하며 알아 가고 싶다. 하지만 인간의 전쟁과 자연 파괴로 터전을 잃은 멧돼지들은 호시탐탐 이들을 노린다. 결국 더 이상 멧돼지들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닥쳐오는데……. 달과 카나와 아이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을까? 하얗고 둥그런 달의 몸 곳곳에 금이 가서 바스러지고, 반달이 되고, 마침내 생사를 가를 어두운 폭포 앞에 서게 되는 놀라운 전개가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내처 달려간다. 이끼와 나무, 바람과 돌, 그리고 너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노래한 아름다운 이야기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작가 이지은은 그림책 『팥빙수의 전설』 『이파라파 냐무냐무』 『친구의 전설』 『츠츠츠츠』 등을 통해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찬사를 받아 왔다. 현실과 환상의 요소를 결합하고 깊이 있는 감성 표현을 보여 주며, 자연과 공동체를 존중하는 선한 메시지도 단연 빛났다. 작가의 첫 소설 역시 그러한 작품세계를 잇는다. 달과 늑대라는 우화적인 주인공들이 익숙한 일상을 살아 내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 삶과 관계 맺음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된다. 특히 자신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몰라 방황하던 달의 변화와 한결같은 카나의 헌신은 읽는 이의 마음을 따듯하게 물들인다. 스스로 알지 못했을 뿐 달도 늘 아이의 곁에 있었다. 그리고 아이와 같이 달도 성장했다. 아이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며 먹을거리를 준비하고, 술래잡기나 물장구 같은 놀이에도 참여하면서 달은 ‘함께 있음’을 경험한다. 그리고 관찰 대상이라고만 여겼던 카나와 아이가 정작 자신을 지켜 준 존재였음을 깨닫는다. 달은 이것이 행복이라는 것일까 궁금했다. 달에게 감정이란 늙지 않는 쥐의 나이를 알아내는 것만큼 어려운 숙제였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무지개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 순간이 정말로 아름다웠다고 확신했다. (92면) 세상에서 그저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생각해 온 달의 마음속에 스며든 그 다사로운 감정의 변화를 우리는 무어라 불러야 할까. 사랑이라고, 긍지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특히 청소년기의 한가운데에서 삶의 의미를 잃고 헤매며 생을 저버리기도 하는 서글픈 현실 속에서 『울지 않는 달』은 우리가 복원해야 할 등불 같은 희망을 전한다. 아름다운 그림과 함축적인 언어의 만남 잊혀진 사랑을 복원할 선물 같은 책 줄거리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여러 편의 그림들은 책장 사이사이에서 빛을 발한다. 달과 카나와 아이의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여정, 그 뒤로 흐르는 낮과 밤과 계절의 변화가 다채롭게 담겨 마음을 매료한다. 독자들은 ‘읽는 이’와 ‘보는 이’ 사이를 넘나들면서 이야기 속에 자신을 투영해 함께 호흡할 수 있다. 그간 그림책들에서 보여 온 화풍과는 또 다른 결의 서정적인 그림이기에 작가의 작품을 아껴 온 독자들에게도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며, 환상적인 배경 속에 보편적인 주제를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작가의 미덕은 소설에서도 돋보인다. 장황한 과장이나 꾸밈을 피하고 담백한 문체로 쓰인 문장들은 대목 대목마다 낯선 감동을 자아낸다. 간결한 문장을 마주하며 작은 파문으로 인 감동은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점점 큰 동심원을 그리고,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곧 멈출 거야. 세상에 영원히 계속되는 건 없단다. 나도 하늘에서 떨어졌잖니.” (88면) “다 부서지고 작아지면 별이 되나 보지.” (101면) ‘웃기지 않아? 나 진짜로 반달이 되었어.’ (123면) 아름다운 그림과 언어의 조화를 통해 『울지 않는 달』은 독자들 곁으로 스스럼없이 다가와 경이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하늘에서 떨어진 달, 늙고 외로운 늑대 카나, 그리고 전쟁에서 부모를 잃은 뒤 달과 늑대의 돌봄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의 이야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삶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며 내면의 질풍에 맞서고 있는 청소년, 그리운 것들을 추억하고 애달파하는 성인 각 세대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읽히며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지금 여기 우리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우리를 키우고 돌보는 자연의 손길과 다정한 다독임이 여전히 곁에 있음을 일깨우며 가슴으로 스며들 특별한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