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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레 먹장구름도 어둠 속에서는 저를 버린 채
눅눅한 공기가 된다 무겁게 내려앉은 어둠은 문득 되돌아서던 나는 편서풍을 올려다보던 어느 높이쯤에서 다시 마주친다 간혹 수십만 볼트의 검은 선을 한데 묶어 일시에 광포한 말들을 터뜨려 끊어내면서 한순간 집어삼킨 저 말들의 지옥을 그러나 괴로움은 어느 누구의 그늘이었는지를 묻지 않는다 한낮 햇빛을 들여 바늘같이 날카로운 한 점 그늘을 빨아들이던 히말라야시다는 어느덧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 긴 호흡은 차라리 들끓는 숨가쁨이었던 것 뭉싯뭉싯 저 무거운 청동 먹장구름떼 빗소리는 조금씩 귀밑에 고인 작은 소용돌이의 안쪽으로 사라진다 이 소란스러운 침묵은 유려하기까지 하다 누군가 구름이 떠받친 내 높은 편서풍의 뒤를 올려다본다 --- '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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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을 견뎌 적멸에 이르는 히말라야시다
김태형의 시에는 히말라야시다 배롱나무 바오밥 나무와 같은 나무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그의 시에서 나무는 인고와 침묵의 표상이다. 첫번째 시집에서 “나는 히말라야시다 오래도록 열려 있을 뿌리 밑 방 거대한/몸뚱이와 함께 너무 멀리 밀려온 것 같은 늦은 저녁/늦은 길 위로 서 있다 한참이나 서 있는 것이다 히말라야시다”(「히말라야시다에게 쓰다」, 『로큰롤 헤븐』)라고 하여 히말라야시다와 강한 동일시를 해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이 나무에게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표제시 「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에서 히말라야시다는 “바늘같이 날카로운 한 점 그늘을 빨아들이는” 인고의 화신이다. “광포한 말들”을 품고 침묵하는 먹장구름이나 “바늘같이 날카로운 한 점 그늘”을 빨아들이는 고행으로 괴로움을 상쇄시키고 있는 히말라야시다는 높은 침묵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이들의 침묵은 폭발적인 위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유려하기까지” 한 침묵의 미학을 형성한다. 또한 나무는 결핍과 고난으로 생명력이 위축된 불안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목불」에 등장하는 “누렇게 말라죽은 나무 한 그루”는 뿌리가 들려 허공에 매달려 있다. “뿌리가 들려서도 남은 수액을 안으로 삭이”는 인고의 자세를 보여주는 이 나무는 가히 ‘목불’이라 불릴 만하다. “저 나무는 고요히/제 타오르는 불꽃을 안으로 삭이며 한껏 메말라 있었다”(「그게 배롱나무인 줄 몰랐다」)는 나무는 고난의 운명을 감내하며 소멸해가는 구도자의 자세를 보여준다. 시인은 나무에서 고행을 견디며 적멸에 이르는 삶의 방식을 발견한다.(이해원, 해설 「차가운 불꽃」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