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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르테레즈엘 마에스트로마르고다놉스키일라리오헬무트 드리히만엑토르 브라카몬테일라리오 다미셸 르네옮긴이의 말|100년의 디아스포라, 역사의 격랑 속에서 이어진 뿌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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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guel Bonnef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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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땅에 옮겨심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기까지운명의 거센 파도를 타고 용감하게 삶을 항해한 사람들조국을 떠나 낯선 나라에 정착한 사람들, 새로이 뿌리내린 땅에서 떠나온 땅과 돌아갈 땅을 그리는 이들의 초상이 한 폭의 프레스코화처럼 펼쳐진다. 프랑스에서 포도 농사를 짓던 롱소니에는 야생 진디 필록세라가 퍼져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새로운 삶을 향한 부푼 희망을 안고 배에 오른다. 이후 고국과 정반대의 계절을 가진 나라, 칠레에 내린 그는 향긋한 레몬나무 세 그루가 앞을 지키는 산티아고 산토도밍고 거리의 집에 살림을 차린다. 이 소설은 그가 프랑스를 떠나온 1873년에서 시작해 증손주 일라리오 다가 프랑스를 향해 떠나는 1973년까지, 100년의 세월 동안 한 가족에게 펼쳐진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다.롱소니에 가족사에 의하면 라자르의 아버지는 오래전 한쪽 주머니에 30프랑을, 다른 쪽 주머니엔 포도나무 한 그루를 넣고 프랑스를 떠나왔다. _12쪽산토도밍고 거리의 집에서 롱소니에의 후손들이 줄줄이 태어나 자라는 동안, 세계는 격동의 역사로 요동친다. 롱소니에 노인이 겪은 야생 진디 필록세라 유행과 파리코뮌에 이어 양차 세계대전과 피노체트 군사정권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줄기차게 이어진다. 칠레에 정착한 이 프랑스인 가족의 후손들은 중요한 역사적 순간마다 운명의 부름에 응답하며 용감하게 집을 나선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걸고 싸우고, 비행기를 몰고, 신념을 지키느라 모진 고문을 감내한다. 평범해 보이는 개인의 삶은 이렇게 거대한 역사적 흐름과 자연스레 엮이고 교차한다.5월 21일, 롱소니에는 운명의 장난으로 발파라이소에 내렸다.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것은 프랑스로 싸우러 떠나게 될 아들 라자르의 용기, 비행기를 몰고 영불해협 상공을 날아다닐 마르고의 용기, 고문을 당하면서도 입을 열지 않을 일라리오 다의 용기 못지않은 대단한 용기였다. 롱소니에는 후손들이 이루게 될 몸통을 위해 뿌리를 이식한 셈이었다. _250쪽가없이 맞물리며 이어지는 시간의 고리다음에 올 세대에게 남기는 기억이라는 유산역사는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 유장한 흐름 속에서 이전 세대가 남긴 유산은 다음 세대를 위한 씨앗 또는 자라나는 뿌리가 된다. 다음 세대는 그로부터 가지를 접붙이고 뻗어나가 새로운 열매를 맺는다.『네 발 달린 법랑 욕조가 들은 기이하고 슬픈 이야기』는 시간의 주름 사이에 존재하는, 뿌리 뽑힌 이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과거의 유산을 미래의 기억으로 아로새긴다. 새 땅의 흙을 다져 고향에서 가져온 포도나무를 심는 사람들, 땅에서 발을 떼고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후손들, 터전을 잃고 떠나온 원주민들, 박해받던 유대인들, 자신이 일하는 현장에서 매일의 투쟁을 이어가는 노동자들…… 닥쳐온 현재를 받아들이고 역사에 참여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실현하듯 운명에 몸을 맡긴다. 예측불허의 우연과 필연이 뒤엉키며 쌓여가는 역사, 그 소용돌이 속에서 순간순간 발하는 광휘는 결코 사그라질 기미가 없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찬란하게 세상을 밝힌다.오래전 롱소니에 노인이 대서양을 건너던 날, 그는 후손들이 이어가게 될 이주의 체스판 위에 첫 말을 놓은 셈이다. 그로부터 100년 뒤, 그러니까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한 번의 독재정권 이후에 일라리오 다가 증조할아버지가 떠나온 땅으로 되돌아갔다. 다시 50년이 지난 뒤에는 아마도 또다른 후손의 이주가 이 길고 느린 사건들에 덧붙게 되고, 그렇게 탐색과 고통과 탄생의 끝없는 정글이 이어질 것이다. _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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