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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프롤로그 - 구부러진 길 위에 서다 004 0일차 | 낯선 땅, 낯선 공간, 낯선 사람 014 1일차 | 가슴과 하늘이 맞닿은 피레네산 020 까막눈에 서툰 언어 대혼란 025 생장피드포르St. Jean Pied de Port -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27km 2일차 | 수리비의 숲과 마을 그리고 사람 029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 수비리Zubiri 22.1km 3일차 | 팜플로나에서 첫사랑을 만나다 034 수비리Zubiri - 팜플로나Pamplona 21.1km 4일차 | 용서의 언덕 페르돈 봉 040 팜플로나Pamplona -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25km 5일차 | 저희랑 같이 밥 먹어요 045 푸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 에스테야Estella 21.9km 6일차 | 목마름을 달래주는 와인샘을 만나다 051 동화 속 같은 산솔마을에서 꿈을 꾸다 057 에스테야Estella - 산솔Sansol 28.1km 7일차 | 나와 마주한 로그로뇨 062 산솔Sansol - 로그로뇨Logrono 21.1km 8일차 | 발뒤꿈치의 곪은 상처 또한 내 인생의 동반자 067 빨리! 빨리! 뛰는 우리, 손잡아 주는 나바레타인! 071 로그로뇨Logrono - 벤토사Ventosa 21km 9일차 | 일일 사진기사가 되다 075 성당 안의 하얀 암탉과 수탉 081 벤토사Ventosa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 29.4km 10일차 | 상그리아는 언니도 춤추게 했다 086 축제의 도시 벨로라도 089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 - 벨로라도Belorado 22.7km 11일차 | 말 없는 시위로 앞만 보고 걸었다 094 아헤스 마을의 무서운 여인 099 벨로라도Belorado - 아헤스Ages 27.4km 12일차 | 순례길에서 처음으로 길을 잃다 103 웅장하고 아름다운 부르고스 산타마리아 대성당 107 아헤스Ages - 부르고스Burgos 23km 13일차 | 축복의 마을 라베 데 라스 깔사다스 112 부르고스Burgos - 온타나스Hontanas 30.8km 14일차 | 혼자라 외롭지만 행복한 보아디야 델 까미노 120 온타나스Hontanas - 보아디야 델 까미노Boadilla del Camino 28.5km 15일차 |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카스티아에서 카프로미스타 125 까미노 데 산띠아고의 심장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129 보아디야 델 까미노Boadilla del Camino -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Carrion de los Condes 24.6km 16일차 | 할머니의 수프 한 그릇 133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Carrion de los Conde -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Terradillos des los Templario 26.6km 17일차 | 길 위의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춰요 140 테라디요스 데 로스 템플라리오Terradillos des los Templario -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Bercianos del Real Camino 23.4km 18일차 | 흥미로운 만시야 데 라스 뮬라스 146 베르시아노스 델 레알 까미노Bercianos del Real Camino - 만시야 데 라스 뮬라스(Mansilla de las Mulas 26.1km 19일차 | 화려한 레온에서 연박하다 151 만시야 데 라스 뮬라스Mansilla de las Mulas - 레온Leon 18.6km 20일차 | 32km 더하기 10km에서 만난 나의 수호천사 157 레온Leon -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Hospital de Orbigo 32km 21일차 | 아스토르가에서 터져 나온 6개 국어 164 오스피탈 데 오르비고Hospital de Orbigo - 아스토르가Astorga 16.4km 22일차 | 따듯하고 친절한 폰세바돈 알베르게 주인 170 아스토르가Astorga - 폰세바돈Foncebadon 25,9km 23일차 | 십자가를 등에 지다 175 폰세바돈Foncebadon - 폰페라다Ponferrada 27.3km 24일차 | 체리 마을길 따라 가는 비야프랑카 182 폰페라다Ponferrada -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 24.1km 25일차 | 오세브레이로 스물아홉 번째 줄을 세운 배낭 190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 -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 27.7km 26일차 | 포이오봉의 기적 196 오 세브레이로O Cebreiro - 트리아카스텔라Triacastela 21km 27일차 | 길 위 친구들의 성지 사리아 204 트리아카스텔라Tricastela - 사리아Sarria 25km 28일차 | 나를 품은 포르토마린 210 사리아Sarria - 포르토마린Portomarin 22.9km 29일차 | 곳간에서 인심 나는 팔라스 데 레이 가는 길 216 포르토마린Portomarin -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26.1km 30일차 | 라면 스프 한 개의 기적 221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 - 아르수아Arzua 28.8km 31일차 | 환희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도착 전날 228 아르수아Arzua - 오 페드로우소O Pedrouzo 19.2km 32일차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다 232 오 페드로우소O Pedrouzo -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19.6km 33일차 | 0.0km 지구의 끝에 서다 239 에필로그 - 보이지 않는 길까지 걷게 한 산티아고 순례길 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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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힘듦도 잠시, 숨을 막히게 하는 것은 대자연의 경이로움이었다. 산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방의 고요한 초원은 거친 숨소리를 멈추게 했다.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은 태풍급이었지만 이도 잠시, 뜨거운 태양이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웠다. 가슴은 하늘과 맞닿았다. 파란 하늘과 잔잔해진 바람이 나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수고했다, 고맙다’ 속삭였다. 그 순간 난 흔들리는 목소리를 숨기려 애썼다. 깊은숨을 내쉬고 들이마셨다. 그렇게 한참을 피레네산에 나를 맡겼다. --- 「1일차 | 가슴과 하늘이 맞닿은 피레네산」 중에서 길을 잃은 어린아이가 엄마 품으로 돌아와 하염없이 울 듯 이곳에서 나도 그랬다. 축복의 땅 산티아고 순례길, 팜플로나 대성당에서 나의 첫사랑 하느님을 만나게 되었다. --- 「3일차 | 팜플로나에서 첫사랑을 만나다」 중에서 그렇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고 수없이 주문을 외우며 살아온 55년 인생이 여기서 맞닿았다.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은 길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함께 해 왔던 여성운동 활동가들이었다. 그리고 늘 응원하는 딸과 아들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버팀목이었고 지지자였다. 용서의 언덕에서 난 용서보다는 ‘감사’가 먼저였다. 뜨거운 태양볕보다 더 뜨거운 눈시울을 들킬까 봐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4일차 | 용서의 언덕 페르돈 봉」 중에서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졌을 때, 삶이 나를 배신했을 때 난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 난 이 길 위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꿈을 꿔 왔다. 그리고 그 꿈은 현실이 되어 나는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다. 꿈은 현재와 미래를 이어 주는 큰 희망인 듯싶다. --- 「6일차 | 동화 속 같은 산솔마을에서 꿈을 꾸다」 중에서 어둠 속에서 쪼그리고 앉아 다시 꾹꾹 누르며 손수건을 갖다 댔다. 어금니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발뒤꿈치의 곪은 상처는 내 안의 상처와 마주하고 있었다. 인생에서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듯이 상처도 마찬가지였다. 구부러진 길 위에서 발바닥의 상처 또한 인생의 동반자처럼 친해져야 할 것 같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를 숨 쉴 수 있도록 말없이 배려해 주신 직장 선배처럼, 걷다가 가끔은 내 발도 쉬어 주게 하는 멋진 주인장이 될 기회를 주고 있었다. --- 「8일차 | 발뒤꿈치의 곪은 상처 또한 내 인생의 동반자」 중에서 이 길에선 그 무엇에도 비교하거나 경쟁하거나 타인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매 순간 나를 뒤돌아보는 연습을 하곤 했다. 그러자 하루하루 걸을 때마다 감사할 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곤 했다. 다치지 않고 잘 걷고 있어 감사했고, 발뒤꿈치의 곪은 상처도 이제는 제법 꼬들꼬들 다 나아가고 있어 감사했다. 매일매일 안부를 전해주는 딸 아들의 목소리가 밝아서 감사했고, ‘엄마 사랑해’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아 감사했다. --- 「10일차 | 축제의 도시 벨로라도」 중에서 때로는 함께 어울리고, 때로는 함께 웃기도 하고, 오늘처럼 혼자만의 속도로 걷는 지금이 참 좋다. 이것이 따로, 또 같이의 매력이 아닐까. --- 「15일차 |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카스티아에서 카프로미스타」 중에서 산티아고데 데 콤포스텔라까지 남은 거리가 적힌 표지판의 숫자도 앞자리가 바뀌었다.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애써 지우려 하지 않아도 머릿속이 비워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새로운 뭔가가 채워지는 희열은 걷는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 「18일차 | 흥미로운 만시야 데 라스 뮬라스」 중에서 조금은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다. 나를 먼저 돌볼 줄 아는 사람만이 남은 에너지로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 상황이 좋지 않을 땐 선뜻 친구의 행복을 축하해 주지 못하고 질투와 시기하는 못난 마음까지 들기도 했다. 내가 행복한 뒤에 남의 행복을 바랄 수 있었고, 내게 불행이 없어야 비로소 타인의 불행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23일차 | 십자가를 등에 지다」 중에서 우리의 모든 인생이 마냥 찬란하고 좋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어쩌다 무너지는 삶 속에서 긍정을 찾고, 그러다 또 쓰러지는 날엔 희망을 찾고, 인생이란 녹록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 「24일차 | 체리 마을길 따라가는 비야프랑카」 중에서 며칠째 마주하는 밤나무와 유칼립투스 나무 향과 시원한 그늘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서 자연의 풍광을 음미하며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욕심과 조급함, 두려움의 포로가 되어 염려와 걱정을 하다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저버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가도 늦을 것이 없는 까미노의 묘미를 이제야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았다. --- 「29일차 | 곳간에서 인심 나는 팔라스 데 레이 가는 길」 중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35일의 여정 동안 발뒤꿈치의 곪은 상처를 터뜨려 가며 까미노를 이어갔듯, 내 삶의 곪은 상처도 곧 인생의 일부분이었음을 깨닫고 내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로 하여금 보이는 길만 걷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길까지 걷게 했다. --- 「에필로그 | 보이지 않는 길까지 걷게 한 산티아고 순례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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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길 같았던 삶에 찾아온 힘겹고 외로운 시간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걷는 800km의 산티아고 순례길 물집 잡히고 곪은 발뒤꿈치의 상처를 닦아내며 얻은 위로와 용기 앞만 보고 살다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니 굽이굽이 구부러진 길이었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아무리 미운 사람도 아무리 나쁜 사람도 죽는 것보다 낫다’는데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뻔했다. 딸이 꿈을 펼쳐야 할 시기에 마주쳤던 아픔은 나에게 더 큰 고통을 감당하게 했고, 자식의 아픔 앞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자는 그동안 해오던 모든 일을 내려놓았다. 내려놓은 일과 자존심은 억울함으로, 두려움은 분노로, 사랑은 미움으로 가득 찬 날들을 보내야 했다. 결국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서로에 대한 상처만 깊어 갔다. 타인의 어려움을 지원하며 소통하는 직업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해 왔던 저자가 정작 딸의 몸과 마음의 아픔을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떨어져 있고 싶었다. 그래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곪아 터진 상처가 아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로부터 여러 해, 저자는 딸의 응원을 입으며 길을 떠났다. 길은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낯선 땅, 낯선 공간, 낯선 사람. 설렘과 함께 저자의 순례길을 따라가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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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권 활동가로 타인의 삶을 돌보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하던 일을 내려놓고, 800킬로미터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 불현듯 닥친 삶의 위기에서 도망치듯 떠난 그 길에서 많은 눈물을 쏟아내며 자신을 아프게 했던 고통과 직면한다. 오래 걸어 발꿈치에 물집이 잡히고 곪은 상처를 짜내야 했던 어느 새벽, 그가 마주친 내면의 상처에 함께 아파했고, 함께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
그렇다.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는 상처는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삶의 동반자로 함께 안고 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몸의 근육뿐만 아니라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길이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이곳에서도 마음의 화살표를 따라 꿋꿋하게 걸어갈 것을 믿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저자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을 함께 걸으며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용기를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한효정 (여행작가, 도서출판 푸른향기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