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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어느 쪽이 더 잘 보이세요?
양눈잡이 1 양눈잡이 2 4시 50분 신앙 고백 애인과 나무와 도마뱀 A STRANGELY TRANSLATED POEM 이상하게 번역된 시 다크룸 헝겊 살 금요일에는 창문 청소 노동자가 아홉시부터 일하고 야바위 소년이 소년을 도원결의 2부: 술래가 눈을 가린다 캐치볼 토끼 겨울 주소 신원 굿바이 코드 Abstraction II 노 피싱 존 라스트 워드 증언 9 3부: 매혹당한 저 얼굴 좀 봐 사랑에서 시작되는 단상에서 시작된 루멘 서머 레인 예언들 루프 계절 비행 등가교환 증언 4부: 눈이 두 개여도 모자란 우리들 답장 피에르 로리 세헤르 스필러 마이클 앤 미셸 카터 옥사나 캐시 5부: 증언 증언 부록 찡그린 미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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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발걸음처럼 남겨진 삶의 증언들
이제 숨이 잘 쉬어진다 입을 열지 않아도 타국어로 말하지 않아도 ―「양눈잡이 1」 부분 이훤은 밤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양눈잡이 1」이라는 시편으로 시집의 문을 연다. 오랜 시간 타국에서 삶을 꾸리며 살아온 그에게 한국어로 쓴 시는 자신의 정서적 고향인 동시에 외지에서 가질 수 있는 좁고 비밀스러운 방이었으며, 사진은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세상을 기록하는 증언들이었다. 두 번째 시집 『우리 너무 절박해지지 말아요』에서 이훤은 “쓰고 찍는 행위가 다릴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걷는 일을 대신하지 못해서 오늘도 오늘을 연습한다.”라고 썼다. 즉 걷는 일은 사는 일이며, 매일 맞이하는 오늘은 내일도 어김없이 찾아올 오늘에 대한 연습이다. 시차가 큰 두 국가, 두 세계를 모두 바라보며 사는 그에게 그 사는 일은 때로는 방향을 잃고서 어지럽게 떠도는 일이었을 것이다. 「A STRANGELY TRANSLATED POEM 이상하게 번역된 시」처럼 때로는 알고 있는 것들을 무시한 채 오역을 통해서만 전달할 수 있는 감정과도 같은, 희귀하고 외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CONGRATULATIONS 축하합니다 CONGRATULATIONS 또 안타까움을 전해요 ON STANDING BEFORE POETRY 그럼에도 시 앞에 서게 됨을 ―「A STRANGELY TRANSLATED POEM 이상하게 번역된 시」 부분 이상한 고독은 시의 양분이다. 그 혼란한 발걸음 같은 정서는 시집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그의 인장과도 같다. 사진 연작 「증언」은 모래사장 위에 어지럽게 펼쳐진 발자국들을 담고 있다. 발자국들은 모두 향한 곳이 달라 어지러우며, 또한 그 발길들은 모래사장에 여러 굴곡을 만든다. 발자국 가득한 모래사장은 이어지는 여러 장의 사진을 통해 초점이 흐려지고, 마치 흐르는 물처럼 일렁이는 듯이 보이게 된다. 마치 정지된 사진 속에 흐르는 시간을 담아낸 듯한 장면들 이후 초점은 다시 회복된다. 다시 또렷하게 보이는 것은 처음의 모래사장이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변한 것이 없어 보이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장면이지만 그럼에도 그 흩어진 발자국들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것들은 시간을 지나오며 더 또렷하게 남은 삶의 증언들이기 때문이다. 그가 두 세계를 오가는 그 혼란하고 외로운 시간을 지나고, 삶의 증언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물론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했던 일이 아니다. 곁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그의 눈길은 더 멀리 있는 데까지 다다르기도 하고, 양눈을 뜬 채로 아무것도 보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 그이기에, 만물을 가장 또렷하게 보고 싶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시간이다. 눈빛이 끊임없이 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우리는 알지 매혹당한 저 얼굴 좀 봐 ―「사랑에서 시작되는 단상에서 시작된」 부분 비행기 안에서 사랑이 끝난 냄새가 난다 ―「계절 비행」 부분 시집의 3부는 여름비 같은 한 시절이 지나고 새로 찾아온 사랑에 관한 시들로 채워져 있다. 대상과의 관계에 따라 화자의 시선의 방향과 초점이 변화하는 것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지, 또 그러지 못하게 만드는지 알게 해준다. 그리고 사랑과 함께 그를 이루던 타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들. 서간체의 시를 통해 먼 곳으로 향하는 시선을 느낄 수 있다. 그 편지들은 충분히 머물지 않았다면 끝내지 못했을 그 시절을 보내는 작별 인사처럼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