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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
여는 글 티티 바타차리야 서문 들어가며: 벽장에서 부채 꺼내기 폭력의 형태를 진단하기 착취와 차이 페미니즘으로 부채 읽기 부채와 사회적 재생산 금융 추출주의와 탈취 부채란 무엇인가? 새로운 시대: 금융 테러 일상의 ‘반혁명’인 부채 여성의 몸에 새겨진 글씨 피해자도 기업가도 아닌 페미니스트 불복종과 파시스트 신자유주의 반격 신사협정 내 분담금을 누락하는 가부장제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의 부채와 도시 개발 금융에서 몸으로 자발적인 채무 중지 굶주림과 젠더 명령 돌봄 부채 페미니스트의 인플레이션 분석 어떻게 금융에 불복종할 것인가? 우리는 부채 없이 살아남고 싶다! 부채에 맞서는 우리 “그들은 우리에게 삶을 빚졌다” 부채에 맞서는 페미니스트 파업: 2020 [부록] 로자 룩셈부르크: 부채와 소비의 땅에서 간략한 연대기의 몇 가지 이정표 인터뷰 선언문 옮긴이 해제 영역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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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우리 작은 마을을 방문한 정치인은 우리 숲이 “가치가 있다”라며 이 나무들을 베어 팔면 인도의 IMF 차관을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라수, 우리 치타, 코끼리, 원숭이가 있는 야생 숲은 갑자기 낯선 이해관계에 얽매였다. 숲은 더는 지역 공동체의 실질적 공급원이자 다양한 생명체의 서식지가 아니라 부채, 권력, 폭력의 추상적 관계를 통해 갑자기 세계 시장과 연결되었다.
--- p. 13~4 저자들의 명료한 분석으로 우리는 자본주의 부채의 진정한 목적이 단순히 빚진 자를 등에 업고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 테러로 복종을 강요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집을 사고, 의료비를 지출하고, 교육을 받고자 빚을 져야만 하는 우리네 삶의 세계가 어떻게 빚으로 조직되는지 추적한다. 간단히 말해서, 부채는 우리 삶에 필요한 것들을 축적의 논리에 결박한다. --- p.15 “부채는 우리에게 빚을 진 것이다”라는 슬로건은 누가 채권자이고 채무자인지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뒤집었고, 불복종의 지평을 열었으며, 부채와 금융 사이의 반목을 드러냈다. --- p.23 연결의 방법이야말로 진정한 페미니즘 방법이며, 교차성을 구체적인 정치학으로 만들어낸다. 예컨대 국가 차원에서 부채가 종속을 조직화하는 방법을 이해하면 개별 가구가 부채 탓에 어떻게 일상적으로 종속되는지 볼 수 있다. 임신 중지 권리를 요구하고 추출주의를 거부하는 것은 동시에 우리의 몸과 영토에 관한 의사결정 권력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이성애 규범이 국가가 정부 보조 주택을 할당하는 기준의 하나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것이 유망 지역과 슬럼가 등지의 도시개발 사업에서 부동산 투기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알 수 있다. --- p.30~31 부채를 벽장에서 꺼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개개인, 각 가구, 개별 가족의 부채를 벽장에서 꺼내려면 일단 우리는 부채를 말해야 한다. 부채를 말한다는 것은 부채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부채를 서술하고, 개념화하고, 여타 경제와 어떻게 얽혀 있는지 조사한다는 의미이다. --- p.31 부채는 채무자-채권자 관계를 자본주의의 구성 요소로 구조화하는 종속과 노예 상태의 메커니즘으로 정의되어 왔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무한하고 갚을 수 없는 부채의 메커니즘과, 이것을 기독교적 용어로 번역한 용어인 죄책감을 ‘도덕의 계보’에 정확하게 연결시켰다. --- p.46 금융 테러라고 할 때 은행이 환율 차이로 비즈니스를 하거나 정부나 IMF가 목적에 따라 조성된 투자 펀드로 투기하는 것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적 불투명성’이 어떻게 우리의 구매력, 임금 및 보조금의 가치를 급격하게 감소시키는 반면, 물가, 금리는 통제되지 않는 채 상승하는 국면으로 전환되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의 ‘감가상각’ 속도와 현기증은 (돈의 폭력에 대한) 공포와 모든 것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 우리를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규율의 한 부분이다. 금융 테러는 변화에 대한 열망을 인질로 삼아, 우리가 그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기만 바라도록 심리적 공포를 유발한다. --- p.52~53 부채는 그것을 지탱하는 복종의 경제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부채는 또한 여성과 여성화된 신체의 삶과 욕망에 대한 차등적 도덕화이기도 하다. 공장에서의 반복적인 기계 노동에 얽매인 훈육 습관으로 노동자의 도덕성이 생산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채가 공장의 훈육을 대체할 때 부채는 도덕화의 장치로서 어떻게 기능할까? 유연하고, 불안정하고, 어떤 면에서는 훈육되지 못한 노동력에서 도덕화는 어떻게 작동할까? 복종의 경제인 부채는 이성애 가부장제 가족의 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 p.66 금융 테러리즘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임박한 파국에 관한 위협적 담론, 통제되지 않는 이자율 궤적, 채권 보유자들의 특권, 전문가들의 기술적 언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체불명의 통화 운용, 부채의 만연화 등이 대표적이다. --- p.83 우리가 돌봄을 말하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 불안정화가 일반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늘날 재생산 노동은 무료로 제공되고, 인정받지 못하고, 종속적이고, 간헐적인 동시에 끊임없이 지속되는 특성을 띠는데, 이 때문에 우리는 불안정화 과정을 가속화하는 요소들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정동적 인프라가 집중적으로 착취되는 동시에 가사 공간에서 노동 시간이 광범위하게 확장되는 형태를 이해할 수 있다. 이주 노동의 형태와 프리랜서 노동의 새로운 위계를 파악할 수도 있다. --- p.93 세계의 금융 기득권에게 우리가 할 말은 단 하나입니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빚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친구, 가족, 공동체, 인류, 그리고 우리의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자연 세계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빚지고 있습니다. 사기성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기꾼들한테서 되찾은 모든 달러, 추심 기관에 건네지 않은 모든 달러는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공동체에 되돌려줄 수 있는 우리 자신의 삶과 자유의 작은 조각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채 저항의 행위입니다.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서비스를 위한 투쟁, 압류된 집의 사수, 임금 인상의 요구 및 상호 부조 제공 등 다양한 형태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 p.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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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센 부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부채의 권력에 도전하기 위한 ‘벽장에서 부채 꺼내기’ 작업 『페미니즘으로 부채 읽기』에서 저자들은 우리 일상생활에 뿌리 내린 다양한 형태의 부채와 그 폭력를 이해하고 맞서 싸우는 데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을 ‘벽장에서 부채 꺼내기’로 든다. “부채를 벽장에서 꺼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개개인, 각 가구, 개별 가족의 부채를 벽장에서 꺼내려면 일단 우리는 부채를 말해야 한다”(31쪽). 흔히 부채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 즉 남들이 알면 수치스러운 일, 입 밖으로 꺼내선 안 되는 도덕적 문제쯤으로 여기기 쉽다. 사실 이것이 부채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 부채를 카드 돌려막기나 각종 대출을 관리할 때나 직면하는 ‘사적인 이슈’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바로 부채의 권력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수치심과 죄책감을 유발하는 부채의 권력에 도전하려면 부채 경험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행위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일단 부채를 벽장 밖으로 꺼내면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여러 질문이 뒤를 따른다. 부채는 어떤 영역에서 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부채는 어떤 종류의 복종과 종속을 만들어내는지, 복종의 경제 없이는 존속할 수 없는 부채가 이성애 가부장제 가족의 위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부채가 “어떻게 특정 형태의 삶에서 가치를 추출하는지, 일상의 생산 및 재생산 과정에 어떻게 개입하는지”(31)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되면 그동안 철저하게 봉인된 부채의 성격을 가시화할 수 있고, 그것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의 문제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으로 부채 읽기 왜 페미니즘인가? 유엔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간 부채에 따른 긴축으로 사회 서비스가 삭감되면서 빈곤 가구의 여성이 그렇지 않은 가구의 여성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무보수 돌봄 노동에 쓴다고 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벽장에서 부채를 꺼내는 것은 부채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응답”(34)으로, 부채가 가장 심각하게 망가뜨리는 것이 사회적 재생산 과정이기에 부채에 대한 페미니스트 독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적 재생산은 출산, 가사노동, 돌봄 노동부터 사회를 작동시키는 문화와 이데올로기 영역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주를 포함하는데, 오늘날 사회적 재생산 비용은 미시적인 동시에 전 지구적 공간으로 이해되는 가정으로 떠넘겨지고 있다. 사회적 재생산을 위한 기본 서비스 비용이 상승하면 수백만 인구의 일상생활에 빈곤과 변동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는 사회적 재생산의 공간에서 공적 자원과 공유 자원을 제거하면서 발전하는데, 이 때문에 개인은 자신의 소득만으로는 사회적 재생산을 충분히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부채 없이는 재생산이 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 저자들은 여성들이 부채 작동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다는 식의 피상적인 관찰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페미니즘으로 부채 읽기』는 자본주의 금융 자체에 관한 페미니스트 진단을 내놓는다. 무엇보다도 부채를 페미니즘으로 읽는다는 것은 금융의 추상화에 저항하면서 부채가 작동되는 구체적인 신체들과 서사를 드러내는 것이다. 금융이 작동하는 방식은 여간해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금융은 추상적이고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수치’의 영역에 속해 보통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융 지배가 행사한 이러한 추상화에 저항해 부채의 추상화 권력을 없애려면 추상적인 숫자로만 언급하는 금융에 관한 논의에 “육체, 목소리, 영토를 부여”(34쪽)해야 한다. 페미니즘으로 부채를 읽으면 부채가 여성화된 신체와 여성화된 노동 형태에 가하는 폭력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드러낼 수 있다. 최근 새로운 형태의 부채는 이전에는 금융 착취의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문을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수입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위한 신용이 제공되는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오늘날 젊은이의 몸이 어떻게 전쟁터가 되는지 목격할 수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자본은 젊은이들을 불안정한 삶, 부채, (폭력적이고 붕괴된 형태일지라도) 핵가족에 복종하는 노동자로 만들어 자본의 가치 증식의 영토을 확장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가사경제를 떠맡고 있는 여성이 금융의 주요한 표적이 되어 금융 의무의 책임 있는 주체로 정당화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여성은 빚을 갚기 위해 어떤 조건에서든 아무 일이나 해야 한다. 부채는 강압적으로 더 유연한 노동 환경을 수용하게 하고 성차별적 폭력과 경제적 폭력에 노출되게 한다. 그런데 ‘가정 폭력’을 비롯한 다양한 폭력이 증가하는 현상은 젠더 기반 폭력과 노동 폭력, 인종차별적 폭력과 제도적 폭력, 법체계에 의한 폭력과 경제 및 금융에 의한 폭력 사이 연관성을 보여줄 전체 지도나 연결 도식 없이는 이해될 수 없다고 저자들은 단언한다. 부채를 조장하는 사회에서 부채에 맞선 불복종 운동 “부채는 우리에게 빚을 진 것이다” 저자들은 여성과 여성화된 신체를 저항할 자율성 없이 부채의 악순환에 갇힌 그저 피해자로 보기보다는, 부채에 대한 투쟁 방식을 조사하고 실험해 우리가 어떻게 금융에 대한 불복종을 확장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이는 페미니즘 운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계로, 바로 부채에 맞서 모의하기이다. 부채에 맞서 모의하기는 분석적 작업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페미니스트 액티비즘에 뿌리를 둔 불복종 프로그램의 일부를 구성한다. 저자들은 “지하의 연결점과 교차점을 만들어내서, 새로운 공통 어휘와 전례 없는 형태의 집합적 터득을 가능하도록”(29) 한 페미니즘 운동은 부채에 규율되기보다는“부채는 우리에게 빚을 진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되풀이함으로써 이 책을 마침내 불복종의 미래를 요청하고 열어젖히는 책으로 만든다. 저자들은 부채에 대응하는 페미니스트 행동이 궁극적으로 거부 행위를 함께 엮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불복종하며 ‘갚지 않기’라는, 불복종의 아카이브 역할을 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2년, 월스트리트 점거 운동이 시작될 당시, “우리는 99%다”라는 슬로건이 등장했고, 부채를 소각하고, 악덕 대부업체를 폐쇄시키고, 갈취 메커니즘을 고발하고, 집단적 부채 탕감 전술을 실천해, 금융의 협박 권력에 맞선 투쟁을 버린 것이었다. 삶, 노동의 여성화, 금융 착취 사이의 연관성에 주목해 이 문제를 다룬 페미니스트 파업도 이와 같은 투쟁 방법의 연장선에 있다. “부채는 우리에게 빚을 진 것이다”라는 슬로건은 국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운동의 확장된 지평을 제시해 누가 누구에게 빚졌는지를 반전시킨다. 다양의 형태의 모임에서 부채 경험을 말하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는 이 책의 운동적 성격은 부채 문제로 시달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번역은 물론 다양한 토론의 장, 실질적인 지침 역할을 해오고 있다. 『페미니즘으로 부채 읽기』는 부채에 저항할 수 있는 모든 장소와 그것에 저항할 수 있는 동맹의 대항지도를 구축한다. 또한 페미니스트 파업을 비롯해 페미니스트 상호 원조 네트워크, 자기방어 그룹, 풀뿌리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등 몸을 사용해 결집의 밀도, 저항의 질감, 갈등을 제시하는 방식을 모색한다. 따라서 이 책은 이론적인 차원에서든 실질적인 차원에서든 불복종에 관한 훌륭한 지침서 역할을 한다. 우리 각자가 빚 때문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또한 부채의 명령에 대항하는 투쟁이 각각의 특정한 장소에서 어떤 모습을 취할 수 있는지에 관한 더 많은 대화가 이 책을 계기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