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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Wal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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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 스위스 문학의 전통을 잇는 작가
사람들은 스위스 작가 로베르트 발저를 ’고독한 산보자’ 혹은 ’홀로 걷는 방랑자’라고 부른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주로 독백 형식으로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는 것은, 삶에 대한 그의 태도, 글에 대한 자세 때문이다. 그는 구두장이가 구두를 만들 듯, 재봉사가 옷을 만들 듯 작가는 묵묵히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속세의 삶이나 성공에 관심을 두지 않고, 혼자서 산책하는 것을 즐기며 세상과는 다소 거리를 둔 채 일생을 궁핍하게(소박하게) 살았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이천 편이 넘는 산문과 시 속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글의 소재와 주제는 자연, 예술, 가난, 사랑, 행복, 여자에 관한 이야기 등 매우 다양하지만,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에는 그 만의 독특한 색깔이 일관성 있게 배어 나오고 있다.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고 밝고 어두운 색조, 진지함과 가벼움을 교차시키면서 현실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이다. 이런 그의 글쓰기 방식은 몽상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을 주었고, ’작은 형식 Kleine Form’이라는 비웃음을 샀지만, 이 말은 훗날 생동감과 간결함을 가진 글의 형식으로서 인정을 받았다(인상주의라는 말이 처음엔 경멸의 의미로 쓰인 것과 유사하다). 1950년 『야콥 폰 군텐』이 출간되며 명성을 얻었지만, 그는 명성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78세가 되던 1956년 성탄절 날, 여느 때처럼 혼자 눈길을 산책하다가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낯선 인물, 낯선 분위기 『정말로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어린이책으로는 조금 무거운 이야기다. 맑고 밝고 순수한 상상의 세계가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운 등장 인물의 행동과 성격, 그리고 그가 던지는 의문의 무게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아이들은 고개를 갸웃할 것이고, 어른들은 답을 주기가 어려워 머리를 돌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미끼를 던지듯 이야기를 던져 놓으면 아이들은 언젠가 혼자서 답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해소되지 않은 궁금증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머물면서 스스로 되새김질할 기회를 만든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던, 그래서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던 남자 빙겔리 씨를 통해 인간 존재의 불안함과 허탈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아스라한 느낌의 이야기의 전개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 준다. 그의 출세작『야콥 폰 군텐』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어떤 거대한 힘에 압도당해 혼자 힘으로는 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스스로의 기능을 상실한 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주인공이 나온다. 다른 사람들과는 전혀 소통하지 않고 연관도 맺지 않은 채 혼자서 어딘가로 걸어가는 빙겔리 씨. 뭔가를 생각하는 듯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녔지만 사실은 아무 생각 없었다는, 조금은 허망하고도 역설적인 이 이야기는, 뭔가 대단한 일들을 하는 듯 항상 바쁘지만 정작 본인의 행복과는 별 상관이 없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또한 전 재산을 잃어버리는 것도, 온 몸이 비에 젖는 것도, 누가 자기 모자를 가져가는 것도, 그 어떤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다가 누군가 말해 줘야 겨우 알아차리는 수동형 인간 빙겔리 씨가,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수동형 인간조차도 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는 이야기는 다소 엽기적이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낯설고도 몽환적인 이 이야기는 끝나는 시점에서 마저, "여러분은 이 이야기를 믿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를 당황하게 만든다. 이 쯤되면 독자는 깊은 혼돈에 빠진다. 이 알쏭달쏭하고 수수께끼 같던 이야기가, 진짜란 말인가 가짜란 말인가. 답을 주어야 할 작가가 오히려 독자에게 묻는 판국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진짜이건 가짜이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생각 없이 사는 것이,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사는 것이, 다른 것과 어떤 소통도 없이 사는 것이 어떤 일인지 생각할 기회를 갖는 것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충분하다. 내용에 앞서 깔끔하고 섬세한 그림, 색의 조화를 즐기며 책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생각하기, 몽상하기를 좋아하는 상상력 있는 아이들에게 권한다. 해외에서는 성인들에게 더 사랑을 받았던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