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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도서관 사서가 꿈꾸는 사랑 11 186센티미터 키의 열한 살 소년 37 로켓 신부의 모험 60 남과 다른, 그래서 슬픈 거인 74 웨딩드레스를 벗고 혼자 떠난 스웨트 부인 86 낡은 습관을 버리고 마침내 얻은 사랑 106 2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 125 가슴속에 아껴둔 말들 140 나를 세상으로 이끌어준 단 한 사람 167 짝사랑, 질투, 그리고 가슴에 남은 상처 182 소년에서 거인으로 199 사랑, 너무나 간절해서 외면할 수밖에 없는 그 무엇 215 단지 조금 컸을 뿐인 한 남자의 육체 241 지상에서 가장 서툰 청혼 260 영화가 끝날 때처럼 키스를 313 그날 밤, 난 섹스를 원하지 않았다 334 한번 뒤에 남겨진 사람은 영원히 남겨진다 344 3부 거인의 집 355 그가 내게 남겨준 선물들 382 역자후기 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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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와 만난 것은 1950년 가을. 내가 25살, 제임스가 11살 때였다. 비정상적으로 키가 큰 그는 브루스터빌의 유명인 이었고 나는 마을의 도서관을 관리하는 사서였다. 친구도 없고 사랑한 경험도 없이 고독한 나날을 보내던 나의 인생은 제임스가 처음 도서관에 나타난 순간 변해버린다. 그는 같은 세대의 아이들보다 훨씬 현명하였으며, 무엇보다도 나를 이 일의 전문가로서 인정하고 존경하여 주었다.
어느 날 보스턴까지 제임스를 찾아간 나는 의사의 부주의한 말실수로 거인병에 걸린 그가 오래 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순간 나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듣든 그를 끝까지 사랑하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하며 나 자신도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제임스를 위해 차를 사고, 마을 사람들에게서 돈을 모아 스트릭랜드 가 뒷마당의 오두막을 제임스 전용 집으로 개조했다. 제임스를 맞이한 것은 거대한 문에 거대한 의자, 그리고 거대한 침대…. 그리고 도서관 일이 끝나면 매일 밤 그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 내 일과가 되었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사는 제임스는 백화점 구둣가게 홍보 인물로 발탁되고, 서커스단의 일원으로 참여하며 사회활동을 하지만, 한편으로 생존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잉여의 성장을 계속한다. 그는 마지막 소원인 뉴욕 여행의 꿈을 이루고 나의 긴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우리는 마침내 약혼을 했다. 33살인 나와 19살에 불과한 나의 어린 약혼자. 무리한 뉴욕 여행은 제임스의 건강을 소모시켜 버리고 케이프코드에 돌아온 이후 침대에 눕는 날이 계속되던 그는 죽음에 이르고 만다. 자신의 유체를 절대 타인에게 넘겨주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며.. 제임스가 죽고 난 후 나와 그의 가족들은 오두막에 '거인의 집'이라는 푯말을 붙여 관광객에게 공개한다. 그런 어느 날 행방불명 되었던 제임스의 아버지 캘빈이 갑자기 찾아왔다. 그가 아내와 어린 아들의 사진을 한시도 놓지 않고 지니고 다닌 것을 안 나는 캘빈에게 호감을 갖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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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만 따뜻하고, 느리지만 절실했던 사랑의 기록 ”
세상의 모든 러브스토리는 사랑에 대한 환상을 담고 있다. 거짓말처럼 사랑이 찾아와 열병 같은 정열에 빠져들기도 하고, 온갖 고난을 겪고 나면 해피엔딩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겪는 현실속의 사랑은 영화 속 러브 스토리와 다르다. 평생을 함께 하자던 가슴아픈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평생 눈 멀 것 같은 감정도 지독하게 구질구질하고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상처를 받는다. 현실은 고단하고, 사랑은 해도 외롭다. 사랑에 대해 말하는 수많은 수식어는 그래서 사실이기도 하지만 거짓이기도 하다. 현실은 절대 포장한 연애소설처럼 녹록하지 않다. 『거인의 집』엔 이처럼 포장되고 미화된 사랑이 없다. 끝없이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통을 겪고 평생 사랑 한번 못해본 우리의 여주인공은 남들이 연애라고 불러주지도 않을 길고도 지루한 짝사랑을 8년간 지속한다. 주인공들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하는데 8년을 허비한다. 평생을 사랑했지만 그들이 나눈 건 단 한번의 키스가 전부, 이 소설엔 현대 소설의 필수처럼 여겨지는 그 흔한 섹스 장면 하나가 없다. 그런데도 이들이 나누는 사랑의 절실함은 가슴 저리게 다가온다. 소통 없는 외사랑의 쓸쓸함 만큼이나 소통하는 사랑도 지독하게 외롭고 가슴 아프다.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연애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를 차근차근 배반하는 소설, 이 소설은 그렇게 모호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나오는 지독하게 현실적인 인식들은 가끔 흠칫 놀랄 정도로 정직한 시선으로 일상의 디테일을 그려낸다. 그래서 두 주인공들의 기막힌 운명을 환상 없이 그려내는 그 조용한 심지에는 거짓말처럼 가슴을 저미는 시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모든 정직한 것에는 그만큼 절실함이 숨어있는 법이다. 그것이 아름답지 않더라도. 그것이 비루한 일상을 담고 있더라도. “ 사랑을 해도 외롭다.. 그래서 더 사랑해야한다 “ 대도시의 커리어 우먼도 아니고 시골의 도서관에 처박혀 사랑 없이 나이가 들어가던 사서가, 어느 날 평생을 다 바쳐 사랑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백마를 탄 왕자나, 롤스로이스를 타고 온 현대판 기사가 아니라 천장을 뚫을 듯이 성장하다가 결국은 짧은 삶을 마감하는 속 깊은 한 소년이다. 그리고 그녀의 독백만 남는다. “그가 죽을 거라는 걸 줄곧 알고 있으면서 그를 사랑 했다는 게 가능할까? .... 그러니까 우리같이 불행한 사람들이 불행을 정당화하기를 원하는 수단으로, 즉 내가 이렇게 불행하니까 알아달라고 죽어가는 사람을 사랑했다면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하지만 그녀의 독백은 불행의 정당화라기 보다는 충분히 더 사랑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보여준다. 바보 같고 어려운 사랑을 선택하고,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그 사랑을 포기 못하는 그녀의 모습이 화려한 문체도 없고 대단한 상징도 없고 역사적 의미도 찾지 않는 이 소박한 소설을 특별하게 만든다. 사랑은, 그렇게 타인을 위해 한번 살아 보겠다는 단호한 결심으로 획득하는 것이다. 『거인의 집』은 잊을 수 없으리만큼 섬세한 묘사로, 우리에게 느닷없이 찾아드는 삶의 기적을 기꺼이 껴안으라고, 아무 약속도 보장도 없는 세상일지라도 사랑을 선택할 힘을 가지라고 말해준다. 세상을 혼자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을 달래고, 또 그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삶도 결단을 내리고 붙잡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고. 사랑은 영원히 손 내밀어주는 따뜻한 구원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것을 걸 수 있을 만큼의 용기가 있을 때 사랑은 남루한 일상에 손톱만큼의 구원이 돼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