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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나 | 어째서 그는 멜랑콜리도 없는 얼굴을 좋아하게 됐을까
김선형 | 술 없는 밤 김일두 | 믿고 선택한 건 이것이다 오지은 | 술 없는 술 있는 밤 오한기 | 나의 즐거운 알쓰 일기 김세인 | 술이 덜어진 몸은 느슨해졌고 틈새가 벌어지더니 어느 순간 북- 하고 갈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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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어디서 구해온 두건으로 머리를 싸매고 오이소다를 건넬 때, 너무 순진하게 웃을 때, 집에 이런 게 다 있고 그게 그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때, 그가 생활용품점에서 사온 고리를 벽에 일렬로 달아놓았다는 걸 알았을 때, 수저를 놓을 때는 수저받침을 쓴다는 걸 알았을 때, 그 모든 사실이 지금 그가 어둠 속에서 내보인 결함 있는 얼굴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 p.12 「서한나_ 어째서 그는 멜랑콜리도 없는 얼굴을 좋아하게 됐을까」중에서 그 밤에 세계는 없다. 타자도 없다. 모두 소진되었다. 어떤 위로도 없다. 결코 채워질 수 없는 나르시시스트의 욕망만 소리 없이 울부짖고 있다. 추워요, 외로워요, 잘못했어요, 안아줘요,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제발. 세계의 기표에 유혹당해 끝까지 달려 들어가다 맞닥뜨린 그 막다른 밤. 도망치는 것 말고는 대처할 수 없는 절대의 무에 다다른 밤. 미치거나 죽고만 싶으나 미칠 길도 죽을 길도 막힌 밤, 퇴로는 없다. 고통뿐인 영혼에 맨정신으로 영원히 화답해야 한다. --- p.34 「김선형_ 술 없는 밤」중에서 삼 개월 수습 기간이 끝나는 날 회사를 관뒀다 완벽하고 완전하게 적응 실패 역부족이었다 먹지 않던 막걸리를 찾아 먹고 또 먹었다 온 세상이 무서운 전염병으로 초토화됐고 새벽마다 구역질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침 해는 그야말로 정말이지 나를…… --- p.91 「김일두_ 믿고 선택한 건 이것이다」중에서 뒤풀이엔 사람이 많다. 음악인 외에도 공연을 함께 만든 스태프도 있고, 공연을 보러 온 업계 사람도 있고, 음악인의 친구들도 있고, 건너 아는 그냥 배가 고프고 술이 고픈 누군가도 있다. 술이 좀 돌면 사람들은 반갑고 싶어한다. 걔 지금 뭐할까. 걔 홍대 살잖아. 걔는 망원 살잖아. 네가 연락해봐. 그렇게 계속 사람은 불어난다. 이 뒤풀이와 저 뒤풀이가 합쳐진다. 그런 술자리가 매일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어서 한때의 나는 굳이 약속을 잡을 필요도 없었다. 뒤풀이가 아니어도 공연이 없는 날은 적적해서 마시고, 일이 많은 날은 스트레스가 쌓였으니 마시고, 일이 잘 안 풀린 날은 갑갑해서 마시고, 아무것도 없는 날은 무료해서 마시고, 공허해서 마시고. 누군가는 반드시 술병을 잡고 있으니까. --- p.144 「오지은_ 술 있는 술 없는 밤」중에서 팀장이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 보통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 맥주를 시켜서 먹는 둥 마는 둥이라도 하는데, 그날따라 짜증이 확 났던 기억이 난다. 이유까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치콜 조합이 너무 먹고 싶었거나, 맥주를 먹고 싶지 않은데도 맥주를 먹어야 하는 일이 그날 유독 부당하게 느껴졌거나, 아니면 팀장이 꼴 보기 싫었거나. 콜라 먹으면 안 돼요? 내가 되물었다. --- p.158 「오한기_ 나의 즐거운 알쓰 일기」중에서 이불 속이 생활 반경의 전부였던 나는 바깥의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그런 나라도 술이 있다면 결국에는 이렇게 새롭고 생경한 순간에 이르는 것이었다. 탁 시동이 걸려 발산하게 되는 술의 효험 덕에 어색한 선배, 어색한 사람들, 모르는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것이 술의 맛. 맛도 간지도 더 월등한 닥터페퍼는 줄 수 없는 맛. 불쑥 솟아오르는 맛이었다. --- p.186 「김세인_ 술이 덜어진 몸은 느슨해졌고 틈새가 벌어지더니 어느 순간 북- 하고 갈라졌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