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차 음악인, 16년 차 작가, 11년 차 우울증 환자. 주로 그늘진 마음에 대한 글과 음악을 만들어왔다. 2005년 클럽에서 공연을 시작, 2007년 첫 앨범 〈지은〉을 냈다. 이후 정규 앨범 2장을 더 내었고 오지은과 늑대들, 오지은서영호 등의 프로젝트 활동을 하였다. 2010년 첫 책 《홋카이도 보통열차》를 시작으로 《익숙한 새벽 세시》, 《마음이 하는 일》, 《아무튼, 영양제》 등의 책을 냈다.
나는 44세이고 10년 넘게 우울증 약을 매일 먹고 있다. 병에 대해선 빨리 인정했다. 관련 책을 썼을 정도니까 적극적으로 인정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나도 상담을 접한 건 마흔이 넘어서였다.
어떤 사람들은 괜찮기 위해 지나치게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뭐가 뭔지 모르게 된다. 우울을 너무 잘 덮어버려서 그런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고 바라보라’ 같은 말은 사실 외계어다. 그거 어떻게 하는데? 살면서 해본 적이 없는데? 게다가 이런 혼란은 나이를 먹을수록 드러내기 어려워진다.
상담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상자를 하나씩 여는 기분이었다. 이 책에도 적혀 있듯 마음속엔 뚜껑이 단단히 닫힌 상자가 있고 그 안에 또 상자가 있다. 하지만 그걸 여는 과정은 꽤나 맑은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밑줄도 많이 그었다. 자기 자신과 정말로 잘 살아가고 싶다면 상자 속 내밀한 나를 꼭 들여다봐야 한다. 이 책은 그 방법을 친절하게, 다정하게, 정확하게 가르쳐준다. 우울을 덮어버리고 모르는 척하고 있는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똑같은 악기라도 누가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듣느냐에 따라도 달라진다. 그래서 신비롭다. 언어로 전해지지 않는 부분을 때로는 그림이, 때로는 음악이 전해 준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에게 가야금이라는 악기를 감각으로 느끼게 해 준다.
"그럼 영양제를 먹으라는 거예요. 먹지 말라는 거예요?" 나는 대답했다. "바로 그것이 영양제의 핵심입니다. " 편집자는 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영양제를 먹는 마음은 기본적으로 달 밝은 밤에 정화수를 떠다 놓고 비는 마음과 같다. 그것은 치성을 드리는 마음이다.
감기에 걸려서 끙끙 앓다가 허브차를 마시는 삶은 어떤 삶일까. 아마도 감기로 휴가를 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삶, 퇴근이 오후 4시인 삶, 신선한 음식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삶, 푹 쉴 수 있는 삶, 그래서 몸의 자연 치유력을 믿을 수 있는 삶 아닐까. 반대로 항생제를 바로 먹어야 하는 삶은 빨리 나아야 하는 삶, 휴가를 낼 수 없는 삶, 퇴근이 밤 9시인 삶, 나약하다는 말이 두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