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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을 만나다
준비된 재회 세상 무엇보다 큰 권세 마지막 웃음 팔복八福_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을 소유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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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여기 계셨네요. 난 안 오신 줄 알고….”
“미안해요. 다리가 아파서 여기 앉아 있었어요.” 노인은 목발을 옆에 세워두고 있었다. 아침엔 분주하고 정신이 없어서 목발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이렇게 맨발로 다니신 거예요?” “하루가 아니고 30년이 넘었어요.” 노인은 그것이 무척 부끄럽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30년이요!” 노인은 어린 손자를 바라보듯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이상한 일이다. 노인의 행색이나 전하는 말을 들으면 광인이란 생각이 드는데, 대화를 나누면 너무나 편안하고 다정한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노인에 대한 묘한 끌림도 이것 때문이었던 것이다. --- p.36 “어허, 난 신을 수 없어. 통일이 오기 전엔 절대 안 신어.” 노인은 외쳤지만 젊은 직원들은 노인을 거의 들고가다시피 하며 끌고 갔다. 끌려가는 노인의 몸에서 아주 작고 가벼운 무게감이 전해져왔다. 노인은 저항을 멈추고 순순히 그 강압에 순종했다. 그 작고 가벼운 무게감은 아주 슬프고 고독하게 느껴졌다. 마치 도수장屠獸場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그렇게 노인과 또다시 이별을 하였다. 맨발의 이유를 물어보지도 못한 채. --- p.106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가는 버스에 아버님이 오르셔서 전도를 하신 적이 있어요. 그 때 고3 선배가 ‘저 미친 영감 누구냐?’고 하더라구요. 그 땐 정말 죽고 싶었지요.” 둘째아들이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그 가슴앓이를 이해할 것 같았다. “자식으로서 ‘저 분이 내 아버지다’ 말하지 못했던 그 고통. 나중에는 그 선배를 이유도 말하지 않고 무조건 두들겨 팬 적이 있지요. 피라는 게 뭔지….” 너무나 독특한 자기 세계에 갇혀 살아간 아버지가 자식들에겐 이해 못할 대상을 넘어 삶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 p.237 제2애국지사묘역 906호. ‘애국지사 최춘선의 묘’라고 씌어 있는 아담한 무덤.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아무런 서러움도, 명치 끝을 찌르는 통증도 없었다. 일제 치하 암흑기에는 나라의 광복을 위해 광복 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참사랑과 평화를 꽃피우기 위해 애쓰신 맨발의 전도자 아버님의 그 뜻과 믿음을 저희 자손들이 이어받겠습니다. 뒤늦게 묘비명을 읽으며, ‘맨발의 전도자’라는 문구에서 눈가에 물기가 스몄다. 울컥 가슴이 아리다. 눈 속을, 거친 아스팔트를, 조롱과 비웃음을 뒤로하고 수십 년을 광야를 걸어간 그 발, 그 발들이 겹치듯 다가온다. 다시 울고 싶어졌다. 그러나 울지 않았다. --- p.25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