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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풀스 메이트
막간 1 | 실패란 무엇인가 (1) 2 물, 빵, 민들레에 대하여 막간 2 | 실패란 무엇인가 (2) 3 위위와 마법의 화산 막간 3 | 실패로 시작하기 4 토기장이와 라스타쿠에로 막간 4 | 나의 실패 목록 (1) 일화 1 | 다리: 어떤 실패 5 실패의 첫 번째 초상: 카프카(그리고 벤야민) 막간 5 | 나의 실패 목록 (2) 6 마멋 소년단의 모호한 춤 막간 6 | 실패 대부족 일화 2 | 다리: 어떤 실패 7 실패의 두 번째 초상: 페소아 상영 1 | 실패의 현기증 (1) 8 실패의 세 번째 초상: 콕토 상영 2 | 실패의 현기증 (2) 일화 3 | 다리: 어떤 실패 9 대천사의 회초리와 고르차코프의 촛불 막간 7 | 불투명의 리토르넬로 10 코듀로이에 싸인 후세 막간 8 | (근사치의) 시편 일화 4 | 다리: 어떤 실패 11 책의 사적인 달력 |
Cla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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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작가에게 일종의 영벌이라고 너무 성급하게 추론하지 말자. 실패는 일상적으로 감당해야 할 그의 몫,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패는 그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다. 실패는 작가의 은밀한 희열이다.”
--- p.21 “글쓰기는 성공이 아니요, 성공의 시도조차도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적어도 양산형 문학과는 다른 뭔가를 써 내고자 한다면―무엇보다 실패의 미궁 속으로 파고들어 얻기보다는 잃기를 감내해야 한다.” --- p.64 “카프카의 작품은 미완으로 얼룩지고 결함에 침식당하고 파편적으로 흩어진 채로도 그 필사적이고도 견실한 노래로 감동을 준다. 그 노래는 글쓰기를 불가능한 구원을 연결하는 것만큼 확실하게 실패를 삶과 연결한다. 다른 작가들이 보잘것없는 성공에 만족할 법한 지점에서 카프카는 멋지게 실패해 낸다.” --- p.94 “자기로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실패이지만 타자들로서만 존재하는 것도 실패감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페소아는 이 두 가지 실패의 마찰에서 무한히 열려 있는 작품, 끊임없이 폭발하며 재구성되면서도 안정된 작품, 믿을 수 없는 다면체의 광시곡을 창조할 수 있는 거의 초월적 힘을 끌어냈다.” --- p.151 “그래서 나는 기꺼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어가면서, 실패한다. 완전히 제로는 아니고 제논을 추종하는 거북이처럼 모든 행에서 하나하나 축적해 간다. 그렇지만 텍스트 앞에서―행 앞에서, 시구 앞에서, 페이지 앞에서―좌초할 때도 텍스트를 읽으면서 읽지 않는 때만큼은, 혹은 그 이상으로 배우는 바가 있다. 텍스트는 펜 가는 대로, 오직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쓰인 것처럼 보인다.” --- p.205 “꿈꾸던/ 원하던/ 생각했던 책의 실패야말로, 그 책이 구현 과정의 어느 시점에서 부딪히게 되는 이 무능 혹은 불가능성이야말로 기회라고 나는 믿는다(선택은 아니지만!). 책은 혼란스러운 충동들의 소굴에서 태어나 생생한 이미지들을 먹고 자라며, 의도 혹은 상상의 부양을 그럭저럭 받지만 우연성의 불가피한 시간을 마주하는 것은 오롯이 책 자신의 몫이다.” --- p.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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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작가의 은밀한 희열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허먼 멜빌의 『모비딕』 초판은 600부도 채 팔리지 않았다. 프란츠 카프카는 대부분의 원고를 미완성 상태로 두는 편을 택했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편지에는 자신을 ‘실패자’로 선언하고 한탄하는 대목이 한두 번 나오는 게 아니다. 이들뿐인가? 글을 읽고 쓰고 옮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실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실패란 무엇인가? 저자가 정의한 긴 목록에 따르면 “실패는 잠들기가 두려울 때마다 꾸는 꿈”이고, “시차(視差) 오류에 근거한 확신”이며, “우리가 제기하기를 잊은 문제의 답”이다. 글을 다루는 이에게 실패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며, 실패의 이유도 하나가 아니다. 저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나는 글을 쓴다, 고로 나는 좌초한다.” 『각별한 실패』는 이처럼 피할 수 없는 ‘faillite(파탄, 좌절)’의 암담하고도 구원적인 면에 비추어 글쓰기, 번역, 읽기와 같은 활동을 깊이 사유하는 책이다. 실패를 “소득 없고 기만적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우연”으로 생각하느냐, 글을 다루는 활동의 근원적 “토대이자 존재 이유, 원동력이자 지평”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작가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프랑스어 동사 ‘faillir(그르치다)’에는 ‘faille(균열)’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며, 글을 읽고 쓰는 이는 이 빈틈으로부터 “미묘한 쾌감”을 발견해 내는 자이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실패란 일상적으로 감당해야 할 그의 몫,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패는 그의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이자 “은밀한 희열”이다. 카프카, 콕토, 페소아의 실패하는 글쓰기 글을 쓰는 일은 암중모색의 연속이다. 늘 위태롭고 불안하며 완성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저자가 말하듯이 모든 글쓰기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 실패에 ‘저항하여’ 쓸 것인가, 실패와 ‘더불어’ 쓸 것인가. 이 책에서 각별히 살펴보는 카프카, 콕토, 페소아는 후자의 길을 걸었고 그런 점에서 그들을 ‘위대한 실패자’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저자는 이들 작가를 ‘실패의 세 가지 초상’으로 거론하며, 카프카의 ‘지연(遲延)’에 대해(그는 자신의 글을 끊임없이 다시 쓰거나 아예 포기했다), 콕토의 ‘실패감’에 대해(그는 실패감을 실패 그 자체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받아들였다), 페소아의 ‘무기력’에 대해(그의 “다극성 무기력은 놀라운 폭발력을 지닌 행진이었다”) 지적이면서도 섬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프카, 콕토, 페소아의 사례는 글쓰기가 끊임없이 우회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패만이 진정한 창작의 조건임을 알려 준다. 서점원과 출판 교정자, 편집자로도 일한 저자는 이러한 지연과 실패감, 무기력이 글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과정이며 스스로도 겪고 있는 문제임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주변에서 수많은 글쓰기의 실패를 목도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더 나은’ 실패를 경험해 보기를 권유하는데, 각 장 말미에 삽입된 별면은 실패를 정의하고, 목록을 작성하고, 일화를 기록함으로써 작가이자 번역가로 살아가며 끊임없이 실패하는 저자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로도 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