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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암고전총서’를 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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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철학 서설」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으려는 사람에게는 먼저 바로 이것, 즉 대화편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일정한 기술과 능력 없이 저술된 것이 아니어서, 관조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그것들을 기술에 맞게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 p.15 플라톤의 담론과 관련하여 우리 각자가 처한 조건에서 출발하여 대화편들을 읽을 것이다. (…) 학과들에 대한 예비적인 배움을 마쳤을뿐더러, 정치적인 주변 환경에서도 벗어나 있는 상태라면, 그는 『알키비아데스』에서 시작할 것이니, (…) 그리고 철학자란 누구인지, 그가 몰두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가정 위에서 그의 담론이 전개되는지에 대한 훌륭한 사례를 보고자 한다면, 그다음으로 『파이돈』을 읽어야 한다. --- p.21~22 「플라톤 사상 강의」 장차 철학을 하려는 사람은 견해에서도 자유인다워야 한다. 왜냐하면 옹색함이야말로 장차 신적인 것들과 인간적인 것들을 관조하려는 혼과는 가장 상반된 것이기 때문이다. --- p.42 (…) 플라톤은 더 나아가 또 다른 원리들을 채택하는데, 하나는 본(本)이 되는 원리, 즉 이데아들이라는 원리이며, 다른 하나는 만물의 아버지이자 원인인 신이라는 원리이다. --- p.66 플라톤이 ‘덕들은 그것들 자신 때문에 선택할 만하다’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은 그가 ‘오직 아름다운 것만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 것의 귀결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상 이 생각은 대부분의 그의 저술에서 제시되며, 무엇보다도 특히 『국가』 편 전체에서 제시되어 있다. --- p.108 철학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앞서 말했지만 소피스트는 한편으로 삶의 방식에 있어서 젊은이들에게 보수를 받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실제로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그렇다고 여겨지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철학자와 구별된다. --- p.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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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목적과 학생 처지에 따른 독서 커리큘럼 제시 ― 알비노스 『플라톤 철학 서설』
초심자는 정화를 위한 대화편, 경험자는 『알키비아데스』 먼저 읽기 권유 ‘플라톤 철학 서설’이라는 제목으로 옮긴 알비노스의 『서설』은 그의 소실된 작품인 『플라톤 작품 입문』 앞에 붙은 짧은 ‘서문(Pro-logos)’ 정도로 여겨왔다. 하지만 플라톤의 대화편을 읽으려는 독자에게 ‘사전에 설명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독립적인 글로 저술되었다고 볼 만하다. 철학적 대화란 무엇이고, 대화편은 어떤 것들로 분류할 수 있으며, 어떤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지를 여섯 개의 짧은 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알비노스는 배움의 목적과 학생의 처지에 따라서 대화편을 읽는 순서나 출발점이 다양하다는 것을 전제로 크게는 이상적인 학생과 보통의 학생을 나누어 대화편의 독서를 제안한다. 이상적인 학생은 기본 소양을 갖추고 주변 환경에 얽매이지 않은 학생을 말하는데, 이들에게는 철학 입문에 해당하는 『알키비아데스』(철학 입문)를 읽고, 『파이돈』과 『국가』, 그리고 『티마이오스』를 권한다. 플라톤의 사상을 배우려는 보통의 학생에게는 자신의 고정관념을 정화하는 대화편, 잠든 지혜를 일깨우는 산파술적인 대화편, 개별 학문을 다루는 설명적인 대화편, 진리를 증명하는 논리적인 대화편, 소피스트들에게 속지 않는 논박적인 대화편 순으로 읽기를 제안한다. 한편 알비노스는 트라쉴로스가 제안한 소크라테스의 죽음 사건을 소재로 한 4부작 독서법(『에우튀프론』-『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을 소개하면서도 이런 식의 독서는 지혜의 획득에는 유용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플라톤 철학 주제 총망라한 36강 강의록 ― 알키노오스 『플라톤 사상 강의』 변증술과 논리학, 연역과 귀납 … 이질적 철학 용어와 방법론을 과감히 도입 『플라톤 사상 강의』는 플라톤 철학의 주요 주제들을 총망라한 36장으로 구성된 ‘강의록’이다. 제목에서 ‘사상’으로 옮긴 dogma(도그마)는 플라톤 이후로 ‘체계화된 사상’이나 ‘학설’을 뜻하는 용어인데, 이 이름에 걸맞게 알키노오스는 여러 대화편에 흩어져 있는 플라톤의 사유를 하나의 사상 체계로 완결 짓고자 시도한다. 여기에는 대화편에 나오지는 않지만 다른 철학자들이 제기했거나 다루었던 문제들을 플라톤 식으로 설명하는 작업도 포함한다. 이러한 플라톤 사상의 유기적인 조직 과정에는 이질적 사상의 요소들을 과감히 도입한 점도 눈에 띈다. 알키노오스는 변증술과 논리학, 이론학과 실천학 등 소요학파나 스토아학파에 익숙한 내용으로 책을 구성하고 연역/귀납이나 질료/형상 등 아리스토텔레스 용어에 기대기도 한다. 이것은 서기 2세기에 이르러 플라톤 사상의 체계화된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질적인 요소들과의 혼합을 통한 변모를 드러낸다고 할 것이다. 알키노오스가 ‘신’을 ‘이데아’보다 더 우선적이며 원리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나 윤리학에 견주어 정치학을 소략히 다루는 것도 당대를 살아간 플라톤주의자들이 공유하던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대 후기와 초기 중세 철학의 출발점이자 마중물 ― 중기 플라톤주의 철학 앗티코스, 플루타르코스 작품의 후속 번역과 연구로 이어가 이 두 작품의 작자를 한데 일컫는 철학사적 구분인 ‘중기 플라톤주의’에서 “중기”는 서로 다른 두 시기 사이의 ‘과도기’ 또는 ‘매개’의 의미를 지닌다. 중기 플라톤주의자들은 헬레니즘 철학과 신플라톤주의 사이를 메우는 사상적 경향을 띠면서 제국기의 로마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플라톤 철학의 교수와 전승을 고민했다. 이들은 이미 완성된 철학적 사유를 선명하게 풀어내고 온전한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지만, 다양한 대화편의 주제들을 해석하는 방법에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취했다. 알비노스나 알키노오스가 플라톤의 철학을 자신의 말로 풀어간 철학자로 아리스토텔레스를 품었던 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에 드러난 반(反)플라톤적인 모습에 격렬히 저항한 이들도 있었다. 앗티코스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그 추종자들이 플라톤의 가르침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비판했고, 『영웅전』의 저자로 유명한 플루타르코스 역시 매우 엄격한 플라톤주의자였다. 옮긴이 김유석은 이러한 다른 입장의 철학 작품 번역으로 ‘중기 플라톤주의’에 관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