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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Andreas Helmuth 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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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정처없이 떠돌던 은자는 어느 숲에서 “이곳에 머물라! 내가 여기서 너를 만나고 싶으니라.”라는 음성을 듣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를 찾아온 건 신이 아닌, 추악한 과거를 지닌 도둑뿐이었습니다. 도둑은 은자의 경건한 생활과 거룩한 분위기에 감명을 받았고, 은자도 그런 도둑을 제자 삼아 신의 가르침을 정성껏 일러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은자가 도둑을 깨우치려 들어도 도둑은 쉽사리 진심으로 회개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은자는 도둑에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제부터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절대 이곳에 와서는 안 된다. 약속해 다오.” 사실 보름달이 뜨는 밤은 가브리엘 대천사가 은자를 만나기 위해 땅으로 내려오는 밤이었습니다. 은자는 자신도 대천사를 만나고 싶었지만, ‘성스런 것은 성스런 사람들에게만 보인다’는 혹독한 진실에 바람을 눌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매가 새끼 토끼를 덮치는 불길한 사건을 목격한 도둑은 보름달이 뜬 밤 몰래 은자를 엿보는데……. 그 밤, 도둑은 가브리엘 대천사를 보았습니다. 정녕 보았습니다. 도둑은 주저 없이 대천사를 향해 화살을 쏘았습니다. 화살에 맞아 죽은 것은 천사가 아닌, 오소리 한 마리였습니다. 도둑의 논리는 간단했습니다. 은자의 삶에 감명을 받았을 뿐, 아직 자신의 죄는 깨닫지 못하고 회개하지 못한 불경한 자신에게 보인 천사, 그것은 진정한 천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악마의 장난이었을 뿐이지요. 이 모든 사실을 깨닫고 부끄러워하며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를 소망하는 은자, 그의 모습에서 진리를 향해 고통의 길을 걸어가는 인간의 무거운 어깨를 절감합니다. 매 순간 진실을 추구하고 깨닫지만 중요한 한 순간 눈이 어두워지는 인간, 매 순간 어둠으로 눈이 가리워 있지만 한 순간 어둠을 벗고 진실을 깨닫는 인간, 두 상황 모두 인간의 의지 너머에 있음에 한편 혼란스럽고 또 한편 숙연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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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깨달음
모든 것을 송두리째 거는 사랑, 지고의 가치를 두고 몰입하는 학문, 모든 것을 버리고 갈구하는 신앙.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중요한 가치를 두는 사랑과 학문, 신앙을 차례대로 겪으며 모든 것에 벗어나 지고한 정신세계를 추구하나 결국은 미혹에 진실을 보지 못한다. 이 작품은 사랑과 학문, 신앙이 근본적으로 덧없음을 말하기 보다는 그것에 연연하고 집착하는 순간이 덧없으면 진실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모든 것을 초월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욕망과 교만, 집착 그 자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은자를 통해서 말이다. 결국 은자의 모습은 현대인이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도 모른다. 철학적인 글과 신비로운 그림의 만남 첫 장을 넘기면 바다 건너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달은 하나가 아니다. 희미하게 빛나는 또 하나의 달 또는 태양, 이 장면에서 화가는 인간의 삶 속에서 깃든 동전의 양면 같은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다음 장면에는 도망치는 연인의 뒷모습을 무연히 지켜보는 젊은이의 뒷모습이 나온다. 서글픈 분노를 눅이듯 붉은 빛이다, 지식에 대한 허망함을 느끼고 서재를 떠나는 장면에서 결연한 푸른빛이 감돈다. 그러나 은자가 도달한 마음의 평화에는 부드러운 녹색으로 돈다. 여자를 희롱하고 분노하는 장면에서는 인간의 악마적 본성을 드러내듯 붉은빛이 강렬하다. 은자와 도둑의 만남은 고요하고 신비로운 은빛이 가득하고, 대천사가 나타나는 장면은 몽환적인 푸른색 화면을 메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