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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고베
보석처럼 빛나는 항구 도시에서의 홈스테이
한예리
세나북스 2025.04.30.
베스트
여행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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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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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_004
칸사이 지역 소개 _012
칸사이 지도와 〈한 달의 고베〉 주요 여행지 _013
1일 차 8월 31일 오늘부터 고베 사람 _022
우당탕탕 출국기
■ 홈스테이 이모저모

2일 차 9월 1일 일본 신화의 고향, 아와지섬 _032
아카시 해협 대교, 아와지섬 몽키 센터, 이자나기 신궁,
노지마 단층 보존관

3일 차 9월 2일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재즈 킷사 _044
산노미야, 모토마치, 재즈 킷사 잼잼
■ 산노미야?모토마치 쇼핑 정보

4일 차 9월 3일 코시엔에 울려 퍼지는 한신 타이거스의 심장 소리 _054
코시엔 야구장

5일 차 9월 4일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흔적을 찾아서 ① _064
토미타 사이카 구옥, 앙리 샤르팡티에

6일 차 9월 5일 비와호를 따라 흐르는 비파 선율의 물결 _074
히요시타이샤, 옛 치쿠린인, 사이쿄지, 비와호, 이시야마데라

7일 차 9월 6일 바다를 품은 푸른 사과의 메시지 _090
효고현립미술관, 고베문학관

8일 차 9월 7일 항구를 수놓은 반짝이는 낭만 _100
소라쿠엔, 고베포트타워, 메리켄 파크, 하버랜드

9일 차 9월 8일 금빛 자수가 들려주는 노 이야기 _112
노 강의와 노 의상 체험

10일 차 9월 9일 ‘고베 투어리즘 스마트 패스포트 프리미엄’으로 고베 여행 ①
_120
금탕, 롯코 가든 테라스, 롯코 고산 식물원, 롯코 숲의 소리 뮤지엄
■ 일본 대중탕 이용 매너

11일 차 9월 10일 ‘고베 투어리즘 스마트 패스포트 프리미엄’으로 고베 여행 ②
_134
키타노이진칸, 누노비키 허브 정원, 고베 동물 왕국

12일 차 9월 11일 비행기 애호가의 성지 엿보기 _150
센리강 제방, 그랜드 그린 오사카

13일 차 9월 12일 캇파를 찾아서 _158
이쿠노은산, 요괴 마을 후쿠사키초

14일 차 9월 13일 몸의 한계, 붓의 무한 _168
일본 문화 체험 ① 서예

15일 차 9월 14일 자연이 처방해 주는 비타민 _176
롯코산 목장

16일 차 9월 15일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흔적을 찾아서 ② _182
이쇼안

17일 차 9월 16일 범고래가 만들어 준 물보라 추억 _190
스마 시 월드, 스마 리큐 공원

18일 차 9월 17일 달빛 스며드는 이국의 밤 _202
난킨마치, 고베시청 전망대

19일 차 9월 18일 자연과 건축의 조화 _208
요도코영빈관

20일 차 9월 19일 한국과 일본을 잇는 동해가 주는 설렘 _216
겐부도, 키노사키온천, 히요리야마해안, 신코로

21일 차 9월 20일 계절을 담아내는 꽃꽂이 문화 _226
일본 문화 체험 ② 꽃꽂이

22일 차 9월 21일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흔적을 찾아서 ③ _232
타니자키 준이치로 기념관
■ 일본 가정집 방문 예절

23일 차 9월 22일 천만 불짜리 야경 _238
은탕, 키쿠세이다이

24일 차 9월 23일 하늘과 맞닿은 신비로운 모래톱 _246
아마노하시다테, 이네 마을, 우라시마 신사

25일 차 9월 24일 자연과 인공의 완벽한 조화 _258
코라쿠엔, 코시키즈카고분

26일 차 9월 25일 근대로 타임 슬립 _268
옛 거류지, 히가시유원지, 고베 어린이책의 숲

27일 차 9월 26일 동물과 교감하는 사파리 모험 _276
히메지 센트럴 파크, 엔교지
■ 마이 컵 문화

28일 차 9월 27일 차 한 잔에 담긴 일본의 정신 _288
슈신칸, 일본 문화 체험 ③ 다도

29일 차 9월 28일 0.1밀리의 세계를 추구하는 장인의 손길 _294
누노비키 폭포, 타케나카 목수 도구관
■ 고베에서 맛본 다양한 오므라이스

30일 차 9월 29일 이국적인 거리를 채우는 감미로운 스윙 _304
노후쿠지, 오지동물원, 재즈 라이브 & 레스토랑 소네

31일 차 9월 30일 백로가 지키는 유네스코의 자부심 _314
히메지 시립동물원, 히메지성, 코코엔
■ 고베 및 근교 동물원 탐방

32일 차 10월 1일 고베대학교가 맺어준 홈스테이 인연 _324
키쿠마사무네, 하쿠츠루, 고베대학교

33일 차 10월 2일 ‘사요나라(さよなら/안녕)’가 아닌 ‘마타네(またね/또 만나)’
_334
키타노텐만 신사, 항만 지역

에필로그 _342

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584g | 148*210*22mm
ISBN13
9791193614204

책 속으로

* 일본은 여행과 학업, 워킹 홀리데이로 여기저기 다닌 편이라서 지역 선정을 고민했다. 낯선 곳으로 갈지, 익숙한 곳으로 갈지, 가 본 곳으로 갈지 결정해야 했다. 여러 곳을 후보로 떠올리다가 기왕 출간하기로 결심했으니 유용한 정보와 흥미로운 소재를 싣고 싶었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 여름 방학에 고베대학교로 단기 파견되었을 때 일주일 동안 머물렀던 홈스테이 경험이 떠올랐다. 곧장 메신저 앱으로 일본 엄마께 3주 정도 댁에 머물 수 있는지 연락했더니, 15분 후에 “딸 내외와 손자 두 명이 함께 살고 있어서 정신없으니 각오하고 오렴. 기대되는구나!”라고 답장이 왔다.
--- p.5

* 「빛나는 그대에게」는 1000년경 탄생한 일본의 대표적인 고전이자 세계 최초의 소설인 『겐지 이야기』를 쓴 무라사키 시키부의 이야기를 풀어낸 NHK의 대하드라마다.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전공해서 『겐지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나를 위한 엄마의 배려였다. 『겐지 이야기』는 키리츠보 천황桐?天皇의 아들인 히카루 겐지光源氏의 화려한 사랑과 정치의 흥망성쇠, 그리고 겐지의 후손 이야기까지 담은 54장으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당시 귀족사회의 풍습과 문화를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현재까지도 일본 문학의 최고봉이자 일본 문화의 원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텍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 p.42

*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와서 귀가를 서둘렀다. 아침은 엄마, 저녁은 사키 언니 담당이었다. 사키 언니는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저녁을 차려냈고 저녁 식사 중에는 아이들을 위해 동화책도 읽어 주었다. 나에게도 읽어 달라고 해서 한 권 읽었는데 역시 히라가나만 있어서 이번에도 더듬더듬 읽었다. 가만히 듣던 신이치가 나에게 “왜 책을 잘 못 읽어”라고 물어보기에 “나는 한국인이라서 일본어가 완벽하지 않아. 미안해.”라고 말하며 사과하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처음에 한국인이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아직 국가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지 않아서인지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이후 신이치는 한국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세계지도 등을 보며 외국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 p.51

* 짭조름한 양념장이 듬뿍 발린 쫄깃한 가리비와 도시락을 먹으며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데 비어 있던 왼쪽 자리에 한 남성이 자리를 채웠다. 곧장 옆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걸 보고 그들과 일행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처음 만나는 사이였다. 그 남성은 그들과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나에게도 인사를 건네며 팬클럽 소속인지, 표는 어떻게 구했는지, 어떤 선수를 좋아하는지, 코시엔 구장에 자주 오는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대화를 나누며 그의 야구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오사카에서 경기를 보러 왔다는 이 남성은 급기야 뒷사람에게까지 인사하며 경기의 승리를 기원하는 말을 덧붙였다.
--- p.60

* 토미타도 문학가로서 충분히 활약했지만 사실 내가 이곳을 방문한 건 타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에 관심이 있어서이다. 타니자키는 에로티시즘과 일본 전통 미학을 결합하여 독특한 작품을 집필한 탐미주의 소설의 대가이다. 타니자키는 이사를 40번 이상 다녔는데, 1923년 칸토 대지진 이후 칸사이로 이주하여 아시야시 일대에서 21년 동안 13번이나 이사를 했다. 토미타 사이카 구옥에서는 세 번째 부인 마츠코와 함께 1934년 3월부터 1936년 11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머물렀으며 현재의 전시동 2층을 서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타니자키는 이 서재에서 『겐지 이야기』의 현대어 번역 작업과 『고양이와 쇼조와 두 명의 여자』를 집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p.68

* 소바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옛 치쿠린인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근처에 위치한 엔랴쿠지延曆寺의 승려들이 은퇴 후 여생을 보내던 곳으로 실내외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정원에 들어서니 야외 정원을 배경으로 기모노를 입고 촬영 중인 분이 계셔서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었다. 우리는 먼저 본채 2층에서 액자 정원을 감상했다. 다다미가 깔린 바닥에 앉아 후덥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푸른 정원을 바라보았다. 꽃이 피거나 단풍이 물든 계절이 아닌데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청량한 느낌이었다. 1층으로 내려가 정원을 천천히 걸으며 이끼와 돌, 물, 나무를 자세히 뜯어보며 온몸으로 정원을 느꼈다.
--- p.79

* 이번에는 시가현 방문에서 비와호와 함께 가장 기대했던 이시야마데라로 이동했다. 747년에 지어져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 절은 이름에 ‘이시(石/돌)’와 ‘야마(山/산)’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산속의 거대한 돌 위에 지어져 있다. 또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꽃과 자연경관으로 유명해서 ‘꽃의 절’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곳은 헤이안 시대에 여류 문학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장소로 문학의 꽃이 피는 무대로도 유명하다. 그중 무라사키 시키부가 이곳에서 『겐지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전해지고 그녀가 칩거했던 방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또한 귀족들이 교토에서 참배하러 오기로 유명해서 무라사키 시키부의 생애를 다루는 대하드라마 「빛나는 그대에게」에서도 이를 그린 바 있다.
--- p.84

* 엄마 집에는 밥을 끝까지 다 먹은 사람만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는 특별한 규칙이 있다. 이는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과 영양 섭취를 위해서 만든 규칙이지만 어른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파프리카 반찬을 보자마자 ‘앗, 나도 디저트 먹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먼저들 정도였다. 무사히 식사를 마치고 받은 디저트는 도쿄 아사쿠사의 명물 고구마 양갱이었다. 엄마가 어제 점심 식사 후 산책 삼아 산노미야의 한큐백화점 식품관에서 열린 기간 한정 도쿄 페어에서 사 오신 것이었다. 고구마로 만들어진 샛노란 색감의 양갱은 언뜻 보면 부드러운 달걀찜이나 푸딩을 잘라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곱게 빚어진 모양이었다. 단순하지만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맛이 매력적이었다. 역시 반찬 투정하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 p.91

* 왜 하필 고베에서 오므라이스를 먹느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도 명확하다. 앞서 언급했듯 고베는 개항을 통해 서양 요리가 일찍부터 발달했고 지금까지도 서양 요리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경양식 음식점이 많은데 그 대표적인 메뉴 중 하나가 바로 쇼와 시대 스타일의 오므라이스이다. ‘쇼와’는 일본의 연호 중 하나로 쇼와 시대는 1926년에서 1989년까지다. 이 시기는 전통적인 일본 문화와 서양 문화가 혼재되어 독특한 감성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미지가 있다. 두껍고 길게 모양을 잡은 반숙 달걀을 볶음밥 위에 얹어 촉촉한 식감을 강조하는 현대 스타일 오므라이스와는 다르게 쇼와풍 오므라이스는 얇게 부친 달걀 지단으로 케첩 볶음밥을 완전히 감싸 소박하고 간단한 맛을 강조한다.
--- p.97

* 1878년에 개점한 만큼 당시에는 당연히 전동식 그라인더로 원두를 갈 수 없었을 것이다. 과연 그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커피를 즐겼을지 궁금해하다가 문득 매장 입구에 있던 놓여 있던 낡은 맷돌이 떠올랐다. 메뉴판의 설명을 보니 맷돌로 원두를 천천히 갈면 본래의 풍미와 향이 그대로 살아나 원두의 진한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설명을 읽으며 현대에는 원두만 비슷한 맛으로 제공하는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지금도 현대식 맷돌을 사용해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맷돌로 간 원두는 불균일한 입자로 인해 독특하면서도 깊이 있는 풍미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기대감을 안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니 진하면서도 고소함과 쌉쌀함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았다.
--- p.105

* BE KOBE 모뉴먼트는 고베항 개항 15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것으로 ‘고베의 매력은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는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은 시민들의 회복력과 자부심, 그리고 연대감을 표현하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상징한다. 고베 곳곳에 각기 다른 BE KOBE 모뉴먼트가 있는데 이곳 메리켄 파크에 위치한 모뉴먼트는 단순한 디자인임에도 접근성이 뛰어나고 바다와 어우러져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문구 자체의 의미도 깊지만, 이를 도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조형물로 승화시킨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해가 지며 조명이 켜져 빛나는 모뉴먼트를 둥근 오리엔탈호텔과 함께 카메라에 담은 후 나도 모뉴먼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 p.108

* 노의 의상과 가면은 역할에 따라 분류되고 가문마다 디자인이 다르다고 한다. 나는 장수와 축복을 상징하는 노인의 역할인 오키나翁의 의상을 입었다. 의상은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먼저 신성함과 겸손함을 상징하는 소박한 느낌의 스오素?를 걸쳤다. 주황빛이 인상적인 의상이지만 모든 옷을 갖추어 입고 난 후에는 완전히 가려져서 아쉬웠다. 그다음에는 통이 넓게 퍼진 치마 형태의 하카마袴를 입었는데 이는 배우의 동작이 우아하고 부드럽게 보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카마는 상당히 무거워서 허리와 다리에 힘을 바짝 주고 서 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화려한 무늬와 색상이 돋보이는 카라기누唐衣를 걸치고 끈으로 고정하며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셨다. 카라기누는 오키나의 신성함과 고귀함을 강조하는데 무게가 상당해서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체격이 좋은 남성이 입어도 체력 소모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p.117

* 우메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키 언니에게 저녁을 함께 먹을지 묻는 연락이 왔다. 엄마와 상의한 끝에 집에서 먹겠다고 전하자, 모처럼 가족이 다 함께 모인 김에 테마키스시 파티를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타카 형부는 퇴근 시간이 늦어 평일에 저녁을 함께하기 어렵고 아침밥은 편한 시간에 각자 먹기에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날이 드물었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 온 첫날, 한국 음식을 대접했을 때 첫째가 기뻐하며 테마키스시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테마키스시는 김 위에 식초로 간을 한 밥과 다양한 재료를 얹어 손으로 말아 먹는 초밥이다. 속 재료는 참치, 연어, 새우, 연어알, 오이, 달걀, 무순, 낫토 등 정해진 것 없이 취향껏 준비해서 넣으면 된다.
--- p.118

* 고베는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야경이 유명하기에 큰 기대를 안 하고 있다가 환상적인 경관에 입이 안 다물어질 정도였다. 끝없이 겹친 산과 멀리 보이는 시내, 그리고 세토내해가 조화롭게 장관을 이루었다. 날이 화창해서 맨눈으로 히메지시까지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무엇보다 케이블카가 둥실둥실 날아가는 느낌이라 내가 날고 있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누가 고베는 야경만 유명하다고 했는지 알아내서 한마디 해 주고 싶어질 정도였다.
--- p.123

* 오늘 방문할 명소는 9시 30분 이후에 문을 열기 때문에 먼저 니시무라 커피점 나카야마테 본점으로 향했다. 1948년에 창립된 니시무라 커피점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자가 배전한 원두로 블랙커피를 제공한 곳으로 카푸치노와 커피 젤리 같은 메뉴를 선구적으로 도입했다. 특히 이 나카야마테 본점은 니시무라 커피점의 첫 번째 지점인 데다 키타노이진칸 명소와 가깝고 5층 건물을 통째로 사용해서 화려 한 외관을 자랑한다. 또 이곳에서 사용하는 물은 고베의 유명 양조장 에서 사용하는 미야미즈라고 해서 더욱 기대하며 방문했다. 니시무라 커피점은 테이블 안내부터 주문, 서빙까지 모두 유니폼 을 갖춰 입은 정중한 점원이 도와주었다. 이른 시간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테이블을 채워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 p.135

* 타코야키 파티는 여러 명이 모여 직접 타코야키를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홈 파티 문화다. 우리는 일단 자리에 둘러앉아 타코야키를 만들었다. 타코야키 만들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가열한 타코야키 기계에 기름을 바르고 타코야키 반죽을 각 구멍이 잠길 정도로 가득 부은 후 문어와 튀김 부스러기, 다진 생강 초절임, 쪽파 등 취향껏 재료를 넣고 어느 정도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아래쪽이 익으면 다 함께 꼬챙이를 이용해 반죽을 뒤집으며 주변 반죽을 끌어모아 동그란 모양을 만든다. 다 익으면 취향에 따라 타코야키 소스와 마요네즈, 가다랑어포, 김가루 등을 뿌려 먹는다. 그리고 이 과정을 재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면 된다.
--- p.173

*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은 대부분 관련 주제를 연구하는 학생이었고 강의 내용은 타니자키의 생애와 이사 이야기를 메인으로 『세설』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세설』은 194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몰락해가는 상류층 가문 네 자매의 삶과 혼담을 중심으로 한 자매들의 일상과 갈등을 흥미롭게 묘사한다. 제목은 ‘가랑눈’이라는 뜻의 세설(細雪)과 동음이의어인 세설(細說), 즉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라는 뜻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칸사이의 문화와 풍속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당시 사회 속 여성들의 역할과 갈등을 탐구해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 p.183

* 이쇼안에서 타니자키라는 대문호의 일상을 상상하니 새로운 감동이 밀려왔다. 정원을 걸으며 타니자키 가족의 일상이 담긴 식탁과 서재를 떠올리니 자매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소설보다는 아담한 단독 주택이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이 『세설』이라는 걸작을 탄생시켰다는 사실이 이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쇼안을 떠나며 작가의 소소한 일상이 깃든 이 집이 지닌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겼다.
--- p.185

* 다도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를 넘어 정신적 수양과 미학을 강조하는 일본 전통문화의 정수이다. 예술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다도 자체에도 세세한 예법이 있지만 테이슈亭主와는 물론이고 함께 차를 즐기는 사람들과의 예의도 상당히 중요하다. 다도 예절을 자세히 모르더라도 인사에 유의하면 반은 성공한다. 응접실에서 잠깐 대기하다가 앞선 체험이 끝난 후 10명 조금 넘는 인원이 넓은 다다미방에 한번에 안내받았다. 차를 대접하는 테이슈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테이슈를 보조하고 손님에게 차를 가져다주는 역할을 하는 보조자가 손님에게 화과자를 제공했다.
--- p.198

* 사람이 많다 보니 처음 두 번만 테이슈가 직접 차를 타는 모습을 보여주셨고 나머지는 다른 방에서 미리 타 둔 차를 한 번에 내어 주셨다. 차를 마시기 전에 다완을 감상하는 것도 예법 중의 하나인데 내가 받은 다완에는 『겐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와카무라사키가 그려져 있어서 반가웠다. 다완을 감상한 후에는 다완의 정면을 바라보고 시계 방향으로 두 번 돌린 후 세 번에 나누어 마시면 된다. 이때 마지막 세 번째는 ‘스읍’하고 빨아들이는 소리를 내어 차를 완전히 비웠다는 신호를 준다. 그리고 입을 댄 부분을 엄지와 검지로 살짝 닦아낸 후 다완을 다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려 원래 위치로 돌린다. 마지막으로 다완의 내부와 굽 부분까지 살펴, 찻물이 흐른 자국 등으로 다완의 기능성과 미적 요소를 감상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쌉쌀한 말차를 마시고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으며 여러 사람과 교류하니 다시 에너지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 p.199

* 3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는 또 다른 창문에 시선을 빼앗겼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닿는 긴 창의 사각 장식도 멋진데 이 장식이 만들어낸 그림자까지 아름다웠다. 여러 창문의 장식은 식물의 잎을 닮았고 창문의 색상을 녹색에 가깝게 만들려고 녹청(??)이라 불리는 녹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3층에는 다다미방이 있었는데 이는 설계 시에는 없었지만 나중에 강력한 요청으로 추가된 공간으로 일본인의 다다미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3층에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서양식 디자인에 연신 감탄했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산과 어우러져서인지 일본의 다다미와도 조화롭게 느껴졌다.
--- p.212

* 일본의 사교육 문화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초등학생들은 주로 영어, 피아노, 미술, 수영 등 취미 위주의 학원에 다니고 중고등학생들은 입시를 준비하는 전문 과목 학원에 다닌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과도한 사교육은 드물어 전반적으로 입시 과열 현상은 적은 편이다. 아직 어린 신이치와 세이지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흥미와 적성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장래를 위한 부모의 고민과 정성은 양국이 다르지 않았다.
--- p.213

* 오늘은 수평과 사선의 조화를 중시하는 ‘횡사형’을 만든다고 하시며 바로 실습에 들어갔다. 꽃병이 아닌 평평한 수반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계절에 맞춰 조팝나무, 하얀 퐁퐁국화, 보랏빛 용담을 재료로 사용했다. 꽃은 입체감과 공간감을 강조하기 위해 천지인(天地人)의 원리에 따라 배치했다. 가장 높은 천(天)에는 조팝나무를 중간 높이인 지(地)에는 퐁퐁국화를 그리고 가장 낮은 위치인 인(人)에는 용담을 배치했다. 퐁퐁국화와 용담은 가지가 부드러워 바로 꽂을 수 있지만 조팝나무는 가지가 억세서 전용 가위로 물을 먹는 아래쪽 가지를 약간 손본 후 힘주어 꽂아야 했다.
--- p.227

* 녹차와 피낭시에, 과자, 젤라토까지 푸짐한 디저트를 대접받으며 늦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미 배는 불렀지만 정성 어린 대접에 감사한 마음으로 끝까지 맛있게 먹고 10시가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정집에 초대받는 건 외국인에게 상당히 특별한 경험이다. 유리 씨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고베에서의 추억이 더욱 풍성해졌다.
--- p.236

* 키쿠세이다이는 차로도 갈 수 있지만 마야케이블과 마야로프웨이를 통해 바로 전망대를 오가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차를 이용했기에 주차장에서 15분 정도 걸어갔다. 비는 그쳤지만 흐려서 기온이 뚝 떨어진 데다 산속이라서 겉옷을 입어도 꽤 추웠다. 전망대 입구에 도착하니 바다를 향해 나란히 서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서는 야경이 보이지 않아 별을 수놓은 듯 빛나는 바닥의 보행로를 따라 조금 더 들어갔더니 갑자기 눈앞에 어마어마한 경관이 펼쳐졌다. 어두운 하늘과 새까만 바다가 어우러져 마치 끝없는 우주처럼 느껴졌다. 시내의 다이내믹한 불빛과 오사카만의 조명은 보석이 흩뿌려진 것 같았다. 롯코산보다 높이는 낮아도 더 넓은 파노라마 뷰를 즐길 수 있어 화창한 낮에는 시코쿠까지 조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p.244

* 마을 전체를 둘러보는 데는 1시간 정도 걸렸다. 해산물을 말리고 정원을 가꾸고 금붕어를 키우는 등 곳곳에 주민들의 소박한 일상이 묻어났다. 화분에 물을 주시던 할머니는 신이치와 세이지를 보며 따뜻하게 웃으시며 키우고 계시는 작은 나무에서 대추를 따주셨다. 일본에서는 생대추를 보기 힘들어서 엄마도 신기해하셨다. 할머니는 늘어나는 관광객에 불편하실 텐데도 마을이 유명해져서 기쁘다며 방문객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할머니의 친절한 미소와 관광객을 존중하는 마음은 마을의 풍경처럼 편안함과 따뜻함을 전해주었고 그런 순간들이 이 마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 p.250

* 번역가라고 해서 번역 실력만 갖추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필수적인 능력들도 함께 갖춰야 한다. 우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업무가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세심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업무 조율, 수정 요청, 감수자나 편집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정중하고 명확한 의사 전달이 필수이고 특히 고객과 직접 소통할 때는 이러한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 없을 거라 생각하고 일을 시작한다면 당황할 수 있다.
--- p.269

* 도서관에 들어서자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책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따뜻한 색감의 목재 책장이 콘크리트와 만나니 부드러운 느낌이 도드라졌다. 이 정도 되니 콘크리트는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확신이 생겼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안도 타다오의 상징인 푸른 사과가 책장 위에 놓여 있고 왼쪽의 큰 유리창으로 자연광이 스며들었다. 도서관의 책 분류를 도서관 이름을 따 ‘예술의 숲’, ‘이야기의 숲’, ‘생각의 숲’ 등으로 통일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2층에 올라서니 더욱 개방감이 느껴졌다.
--- p.274

* 가장 기대했던 구역은 사바나 테라스였다. 사실 히메지 센트럴 파크에 방문한 건 신이치가 기린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사진을 보고 반해서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기린이다. 긴 목의 은은한 갈기와 왕관 같은 뿔, 그리고 우아한 자태와 대비되는 위풍당당한 체격과 매혹적인 얼룩무늬가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바나에 들어서니 멋진 기린 네 마리가 커다란 나무 밑에 서 있었다. 기린이 나뭇가지의 잎을 키가 닿는 만큼 뜯어 먹는 바람에 마치 자를 대고 자른 듯 아래쪽 가지의 높이가 똑같아서 재미있었다. 먹이 주기 체험을 위해 300엔을 내고 새끼손가락보다 얇게 썬 당근이 3개 담긴 종이컵 하나를 집어 들었다.
--- p.278

* 찻집 바로 앞의 계단을 오르면 바로 마니덴이었다. 산비탈에 돌출되어 위치한 마니덴은 카게즈쿠리懸造り 공법으로 지어져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 위엄 있는 모습이었다. 시가현의 이시야마데라 본당이나 교토의 키요미즈데라?水寺도 카케즈쿠리 공법으로 지어졌는데 못을 사용하지 않고 부재를 격자로 조립해 서로 지탱하게 만든 특징이 있다. 마니덴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가파른 경사 때문인지 꽤 높이 올라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무 바닥의 삐거덕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만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 p.283

* 13대에 걸쳐 전통 양조 방식을 이어오고 있는 슈신칸의 입구에는 새로운 술이 완성됐음을 알리는 스기다마杉玉가 걸려 있었다. 이 삼나무잎으로 만든 공 모양의 장식은 처음에는 초록색이었다가 점차 갈색으로 변하며 술의 숙성 상태를 보여준다. 예약하고 방문하면 상세하게 견학할 수 있지만 나는 예약 없이 방문해서 간단하게 둘러보았다. 슈신칸은 일반 쌀알보다 큰 쌀을 사용해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술을 빚는다고 한다. 특히 대표 브랜드인 후쿠주福?는 2008년부터 노벨상 공식 만찬에 제공될 만큼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새파란 포장과 병의 색이 눈에 띄는 후쿠주는 판매점 한가운데 배치되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p.290

* 준비를 마치고 작은 다다미방을 둘러보다가 토코노마床の間에 시선이 멈췄다. 토코노마는 한 단 높은 바닥과 움푹 파인 벽면의 장식 공간이다. 벽에는 ‘화경청적和敬淸寂’이라고 적힌 족자가 걸려 있었는데 이는 조화롭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맑고 차분하게 차를 대하라는 다도의 핵심 정신을 담은 문구다. 바닥에는 화병에 참억새와 붉은 피안화, 그리고 보라색 루엘리아 심플렉스가 조화롭게 꽂혀 있었다. 초록색 참억새잎에는 중간중간에 노란 얼룩이 있어서 부드러움을 더했다. --- p.292

* 하늘로 휘어진 꼬리와 양옆으로 뻗은 지느러미가 춤추는 듯해서 귀엽게 느껴졌다. 처마가 위로 휘어 올라간 모양새는 흰 새가 날개를 펼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히메지성은 하얀 외관 때문에 백로성이라는 별명이 있다. 처마마다 백로가 겹겹이 쌓인 모습을 상상하니 히메지성의 위용과 우아함이 함께 느껴졌다. 천수각 외에 토노야구라トの櫓를 특별 공개하고 있어 추가 요금을 내고 들어가 보았다. 일본어 ‘ト(토)’자를 본떠 지은 이 망루는 히메지성의 뛰어난 방어 시설 중 하나다. 내려오는 길에 과거 화약고로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는 아나구라穴?를 발견했다. 표지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평범한 구멍이지만 폭발 사고를 대비해 돌을 쌓아 반지하 형태로 만든 창고라는 설명을 보고 유심히 살펴봤다. --- p.318

* 첫 번째로 방문한 키쿠마사무네菊正宗는 3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스기다마가 걸린 입구를 지나 양조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전시실에 들어갔다. 쌀을 씻는 과정부터 술이 완성되기까지의 단계가 실제 도구와 작업자의 모습으로 재현되어 있어 그 규모가 상당했다. 공정마다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생소한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의 특징은 자연 발효된 유산균을 활용하는 전통 키모토生?주조법으로 현대의 소쿠조모토速??와는 달리 깊고 복합적인 맛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전통 양조법을 상세히 소개하는 모습을 보니 키쿠마사무네의 집념이 느껴졌다.
--- p.327

* 고베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그릴 스에마츠를 찾았다. 며칠 전 긴 줄을 보고 포기했던 곳이라 이번에는 서둘러 가기로 했다. 개점 25분 전에 도착했을 때 이미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기 좌석이 세 자리뿐이라 운 좋게 마지막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메뉴를 보며 비프커틀릿과 오므라이스 중 고민하고 있는데 두 번째 대기 손님이 말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낯선 이와의 대화가 어색했지만 떠날 때가 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 나도 편하게 대답했다. 우연히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에 처음 방문하는 초심자끼리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고민하는데 첫 번째 대기 손님의 추천으로 비프커틀릿으로 선택했다.
--- p.336

* 홈스테이를 마치고 호텔로 떠나는 날 아침에 타카 형부께 “오세와니나리마시타(お世話になりました/신세 많이 졌어요)”라고 인사하니 옆에서 듣던 신이치가 “오세와가 뭐야”라고 물었다. 신이치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신세 져서 미안하고 배려해 줘서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말이야”라고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내 말을 들은 신이치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 p.342

* 일상을 순환하며 낯선 곳에서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이 표현을 ‘상호 배려와 인연의 순환을 담은 말’이라고 정의하기로 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 속에서 감사와 배려의 마음이 흐르기 때문이다. 딱딱한 사고를 변화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고베에서 한 달 살기는 내 인생에서 픽션 같은 시간이었다. 한 달 살기를 경험하는 동안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태도, 관대한 마음이 습관으로 자리 잡아 다정하고 단단한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분들께도 그 경험이 조금이나마 전해졌기를 기대한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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