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프롤로그 기다림 - 11
1권 침략 - 21 2권 저항 - 275 3권 귀환 - 423 에필로그 재회 - 611 작가의 말 - 645 감사의 말 - 647 |
Maaza Mengiste
민은영의 다른 상품
|
나는 히루트, 축복받은 수확의 날 태어난 게테이와 파실의 딸, 사랑받는 아내이자 사랑하는 어머니이자 병사다. 그녀는 숨을 내쉰다. 여기에 오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십 년 가까이 다른 삶을 살고 나서야 자신이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기억하기 시작했다.
--- p.17 우리는 남자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산속을 뛰어다니고 가축을 지키라고 배웠습니다. 그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그녀가 말한다. 우리 나라가 우리를 필요로 합니다. 우리 여성들이 필요합니다. --- p.175 히루트의 눈앞에 피에 젖은 웅덩이가 하나둘 나타나고 피 얼룩이 점점 발바닥에 스며든다. 너덜너덜하게 잘린 팔, 퉁퉁 부어오른 발, 기묘한 각도로 꺾인 머리가 보인다. 이윽고 그녀는 눈앞에 드넓게 펼쳐진 광경을 외면한 채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아래만 내려다본다. (…)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말고는 길이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히루트는 나중에 말할 것이다. 전장을 향해, 남자들을 향해, 그 전투기들을 향해 아무 생각 없이 달리는 것 말고는 탈출구가 없음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 p.250 히루트는 재빨리 신문 속 사진을 보고 다시 미님을 본다. 그 사람과 닮았어요, 히루트가 아클릴루에게 속삭인다. 잔호이 말이에요. 누구랑 닮았다고? 아클릴루가 주변을 둘러본다. 그 사람과 닮았다고요, 잔호이, 황제 말이에요. 히루트는 미님을 가리키며 다시 말하다가 키다네가 분노한 기색으로 돌아보자 입을 다문다. 저애가 뭐라고 하는 거야? 궁금해진 아스테르가 고개를 앞으로 내민다. 키다네는 신문을 다시 채 간 뒤 얼굴 가까이 가져간다. 그러다 신문을 멀찍이 들고 다시 눈을 가늘게 뜬다. 황제의 얼굴만 보이도록 신문을 접는다. 그러더니 나무로 성큼성큼 걸어가 허리를 숙여 미님을 내려다본다. --- p.357 혼자 달리고 있는 병사는 이목구비가 섬세한 군복 차림의 소녀다. 홀로 풀밭 위에서 기병들 사이를 날듯이 달리는 매혹적이고 초현실적인 아비시니아인. (…) 그 이상한 환영 위로 하늘이 열리더니 한줄기 빛무리가 쏟아져 그녀의 강림을 알린다. 뒤편의 기병들은 물러났다. 이제 그들은 흰옷을 입은 눈부신 모습으로 소총과 창을 위로 향한 채 그 젊은 여자를 바라보며 한 줄로 똑바로 늘어서 있다. --- p.471 그녀가 ‘묻는다’는 의미의 암하라어 단어인 메키베르를 말하자, 그는 그것을 이탈리아어로 세펠리레라고 되풀이한다. 그녀가 ‘비밀’이라는 의미로 미스티르라고 말하자, 그는 예네 미스티르라고, 나의 비밀, 일 미오 세그레토라고 대답한다. 히루트가 잠시 가만히 있다가 그를 보며 일 미오 세그레토라고 말하자 그는 더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녀에게 다가가고, 그들은 이제 두 나라의 국경이 된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본다. --- p.572 그들 뒤로 문이 닫힐 때 히루트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서서 자신보다 먼저 왔던 사람들, 그녀가 숨막히는 포연 속에서 다시 일어나 계속 달려갈 때 옆에서 쓰러진 사람들의 이름을 되뇐다. 기억을 케이프처럼 어깨에 걸치고 다시 한번 용맹하고 무시무시한 병사가 된 히루트는 자신의 우지그라를 세워 들고 그림자 왕들 하나하나에게 경례한다. 그런 다음 히루트와 황제는 함께 황궁으로 걸어간다. --- p.642 |
|
역사는 그들을 잊었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기억한다 죽은 이들의 아우성이 더욱 커진다. 우리의 목소리가 들려야 해. 우리는 기억되어야 해. 우리의 존재가 알려져야 해. 애도를 받기 전에는 영면에 들 수 없어. 그녀는 상자를 연다. _19쪽 소설은 히루트가 기차역에서 금속 상자를 열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상자는 이탈리아 군인이자 사진사였던 에토레가 히루트에게 맡긴 것으로, 이탈리아군 포로였던 히루트의 사진도 들어 있다. 히루트는 복잡한 심정으로 상자를 들여다보며 전쟁터를 누비던 자신과 동료들을 떠올린다. 1935년, 불의의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히루트는 어머니의 친구이자 군 총사령관인 키다네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게 된다. 키다네에게는 아버지의 유품인 소총을 빼앗기고 그의 아내 아스테르에게는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히루트는 희망을 잃지 않은 채 언젠가 자유를 되찾으리라 다짐한다. 그런 어느 날 이탈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한다. 히루트는 키다네의 군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가, 아스테르를 비롯한 마을 여자들과 함께 밤낮으로 훈련에 매진하며 전사로 성장한다. 한편 에티오피아 황제가 영국으로 망명하면서 패색이 짙어진다. 이때 히루트는 우연히 황제를 닮은 병사를 발견하고 그를 그림자 왕으로 내세우는 영리한 계획을 떠올린다. 작전은 성공해 군인과 시민들은 그림자 왕을 진짜 황제로 여기며 환호한다. 그러나 전투 중 적진에 깊숙이 들어간 히루트가 그만 포로로 붙잡힌다. 그곳에서 에토레에게 치욕스러운 사진을 찍히고, 죄 없는 민간인을 벼랑에서 떠미는 이탈리아군의 야만성을 목격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슬퍼하는 에토레와 대화를 나누며 기묘한 유대를 쌓기도 한다. 그 때문에 에티오피아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던 날, 그를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낸다. 시간이 흘러 다시 1974년으로 돌아온다. 사십여 년 만에 에토레와 재회한 순간, 놀랍게도 그 자리에 우연히 진짜 황제가 나타난다. 히루트는 연민을 떨쳐내고 에토레에게 상자를 건넨 후 당장 이 나라를 떠나라고 단호히 말한다. 그리고 황제에게 자신이 그림자 왕의 용맹한 호위병이었다고, 황궁까지 가는 길을 호위하겠다고 제안한다. 황제와 함께 황궁을 향해 걸으면서 히루트는 함께했던 동료들의 이름을 하나씩 되뇌며 그들을 잊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성별과 계급, 국적을 아우르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합창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현실의 개연성과 픽션의 재미를 모두 잡은 『그림자 왕』은 당시 에티오피아의 사회상을 서사에 매끄럽게 녹여낸다. 소설은 먼저 에티오피아의 계급 갈등을 이야기한다. 전쟁은 뜻밖에도 계급제의 근간을 뒤흔드는데, 귀족인 아스테르가 전쟁 참여를 독려하자 한 여자가 ‘당신은 우리 것을 빼앗기만 한다’라고 비아냥거리며 더는 따를 필요가 없다고 외치는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아스테르 곁에서 수십 년간 일한 요리사는 전쟁이 터지자 자유를 손에 넣으며, 이탈리아군은 이 점을 이용해 노예를 해방시켜주겠다는 전단을 뿌리기도 한다. 또한 소설은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서사를 진행해 캐릭터를 다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이탈리아군 사령관 카를로 푸첼리와 사진사 에토레의 입을 통해서는 그들 역시 가족이 있으며 두려움을 지닌 인간임을 드러낸다. 황제의 시점에서는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왕의 고뇌와 한탄을 섬세하게 표현해, ‘그림자 왕’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그 의미를 한층 부각시킨다. 매춘부이자 첩자로 활동하는 피피의 이야기는 사회적 차별에도 불구하고 자아를 펼치려는 여성의 주체성을 드러낸다. 이외에도 전쟁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프랑스인, 에토레의 아버지 등 주변 인물들의 목소리가 이야기에 합세하며 소설은 하나의 거대한 합창이 되어 웅장하고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한다. |
|
역사를 서정적인 신화로 승화시키는 훌륭한 소설이다.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몰입감이 넘친다. 이틀 만에 단숨에 읽어버렸다. - 살만 루시디 (소설가, 수필가, 극작가, 시나리오작가)
|
|
『그림자 왕』은 아름답고도 압도적인 작품이고, 무너져가는 세상을 함께 떠받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당신의 꿈속에 스며들어 기억을 지배할 것이다. - 말런 제임스 (소설가)
|
|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엄청난 재능의 작가가 선보이는 거대하고 잊을 수 없는 서사시. - [NPR]
|
|
시적이고 놀라울 정도로 숨막히게 뛰어난 작품이다. 독자는 마치 거장의 든든한 손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히루트는 지난 몇 년간 만난 어떤 영웅보다도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영웅이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
|
마자 멩기스테는 전쟁 속 여성의 역할을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전사로서 생생하고 매혹적으로 조명하며 여성 캐릭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
|
『그림자 왕』은 식민지 정복의 무력한 희생자를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역경에 맞선 긍지와 고양감의 언어로 쓰였으며, 등장인물은 모두 대단한 영웅이다. 멩기스테는 야심차게 캔버스를 펼쳐 상충하는 관점을 담아내며 감동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 [월스트리트 저널]
|
|
기념비적인 소설이다. 멩기스테가 창조한 비범한 인물들은 인간성과 야만성이 얽힌 복잡다단한 관계와 상상할 수도 없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생존의 대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 [북리스트]
|
|
『그림자 왕』은 전쟁 속 여성의 역할에 경의를 표할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 자체가 전쟁임을 보여준다. -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