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막. 호랑골동품점 영업 시작 전 [닫힘] 1. 19세기, 영국 브라이언트앤드메이 성냥 2. 19세기, 그림자인형 와양쿨릿3. 1977년, 체신1호 벽괘형 공중전화기 4. 1950년대, 럭키 래빗스 풋 5. 17세기, 짚인형 제웅 6. 연도 불명, 콩주머니후일담. 호랑골동품점 영업 시작 [열림] 작가의 말
|
범유진의 다른 상품
|
“호랑골동품점에 잠들어 있다가 밤이 되면 깨어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생에 대한 울분과 미련이 뒤섞인 저주 받은 물건들〈19세기, 영국 브라이언트앤드메이 성냥〉에서 김규리는 콜센터 노동자다.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에 순번을 정해놓고 화장실에 다녀와야 할 정도로 고된 업무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김규리는 호랑골동품점 앞을 지나다가 홀린 듯이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오래된 성냥갑을 집어 들었을 때 “나를 가져. 나를 가져가” 하는 목소리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도둑질을 하고 만다. 그 후 김규리는 무명천으로 턱을 감싼 여자 귀신들을 매일 같이 마주치며 시달린다.〈19세기, 그림자인형 와양쿨릿〉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배달 노동을 하는 김택구의 이야기다. 시샘 많고 폭력적인 그는 아내를 잃은 뒤 애먼 아이를 납치해 아내 대신 돌봄 노동을 시킬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중 호랑골동품점에서 충동적으로 목각 인형을 가져온다. 그날부터 김택구의 귓가에는 숫자를 세는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온다.〈1977년, 체신1호 벽괘형 공중전화기〉는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면 결국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지운은 숲속 게스트하우스에서 은둔 중인 연극배우로 남모르게 자살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게스트하우스에 버려지다시피 놓인, 오래된 공중전화기가 갑자기 울린다. 수화기를 든 정지운은 세상을 떠나고 없는 단짝 친구와 대화를 나누게 되고, 덕분에 삶에 대한 의욕을 서서히 회복하게 된다. 〈1950년대, 럭키 래빗스 풋〉에서 심길용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친구들의 협박에 울며 겨자 먹기로 영상 일을 돕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심령 스폿 촬영을 하러 호랑골동품점에 간 친구들이 슬쩍 챙겨 온 토끼발 중 하나를 건네받는다. 그날 이후 친구들은 말도 안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는데 심길용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17세기, 짚인형 제웅〉에서 채주연은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한 후 스트레스성 폭식에 괴로워한다. 살이 찌자 회사 동료들의 외모 평가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는 나날이 심화된다. 그러던 중 친구와 우연히 호랑골동품점에 방문하고, 수상해 보이는 짚인형을 구매한다. 며칠 후 짚인형은 놓아둔 자리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듯 보이는데…….〈연도 불명, 콩주머니〉는 부모 없이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소하연의 이야기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가 끝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탓에 소하연은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귀신이 나타나 소하연마저 죽이겠다고 달려들자, 호미는 이를 막기 위해 소하연에게 알록달록한 수가 놓인 콩주머니를 건넨다. 신묘한 힘을 지닌 콩주머니는 과연 어떠한 힘으로 소하연을 지켜줄 수 있을까. “단 한 사람이라도 사랑을 주면, 그것만으로 세상이 참 아름답더라”흥미진진한 전개와 깊은 여운이 담긴 지금 우리를 위한 이야기《호랑골동품점》 속 인물은 악인도 있지만 대부분이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다. 다만 그들은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여 잘못을 저지르거나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건에 휩쓸린다. 그때 골동품들은 기괴한 힘을 발휘하여 이들을 무섭게 벌하거나 뜻밖의 도움을 준다. “이 글은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호랑골동품점》을 읽는 동안 여러분이 조금 덜 외로웠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호랑골동품점》은 으스스한 기담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위로와 연대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마지막 장에서 오랫동안 외로이 지내던 호미가 다음 세대의 호미가 될 아이를 기꺼이 맞아들이는 장면이나 그간 불화하던 이웃들과 오해를 풀고 정담을 나누는 모습은 따스한 감동을 준다. 아직 쓰이지 않은 호랑골동품점의 미래를 독자들이 상상하도록 이끌며 생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준다. “손님이 산 물건은 손님의 것입니다. 애프터서비스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상담에 응해드릴 테니 그때 찾아오십시오.” 채주연은 원을 주머니에 넣고 호랑점을 나왔다. 어두운 골목에 드리워진 호랑점의 희미하고도 긴 불빛이 포근했다. 채주연은 그 빛을 따라 걸었다.작가의 말특별한 사연이 없더라도 매일 사용하는 물건에는 그 사람의 일상이 스며든다고 생각합니다. 대단찮은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물건이 되는 것이 오히려 대단하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골동품점 안의 물건들을 살피다 보면 타인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오래된 것에 끌리면 기이한 것 역시 사랑하게 되는 법인지라 기담 형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 글은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호랑골동품점》을 읽는 동안 여러분이 조금 덜 외로웠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