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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el Hac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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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회고록으로 자신의 지적 성취와 업적을 기록한다. 그런데 어째서 피부에 난 흉터나 그와 관련된 사건을 얘기하며 몸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까? 통증, 빠진 치아, 혹과 반점, 닳아버린 연골, 탈모 등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근 성장과 폐활량, 심장의 일상. 나로서는 간의 노고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정신적 부담이 어떻게 신체 질병으로 옮겨 오는지에 관해서도.
--- p.8 「들어가는 글」 중에서 어쩌면 나는 어제 한때 증조할머니 속에 있던 원자를 소비했고 어느 날에는 증손주 중 한 명을 안개처럼 둘러쌀 것이다. 언젠가 예수나 찰리 채플린의 뇌에서 일했던 나의 일부가 내년에는 내 정원에서 꽃으로 자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아내의 몸에는, 한때 내 안에 머물던 원자가 거의 확실히 존재한다. 신비주의처럼 들리겠지만, 과학이다. --- p.33 「피부」 중에서 “빌헬름!” 나는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오랜만이야.” 나는 책에 사인과 함께 한 문장을 더했다. ‘나의 오랜 친구 빌헬름을 위하여.’ 그리고 외쳤다. “여기, 빌헬름을 위해 맥주 한잔 주세요!” 지인들이 무리 지어 우리 주위로 모였다. “이쪽은 빌헬름입니다.” 나는 친구를 지인들에게 소개했다. “제 오랜 친구죠. 이름은 빌헬름입니다. 아, 얘기했나요?” 우리는 선 채로 술을 마셨다. “조심히 잘 가, 빌헬름.” 나는 택시에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와줘서 고마웠어, 빌헬름!” 그런 다음 R로부터 답 문자가 도착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슈테판이야.”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악셀 하케, 택시에서 사망. 사인은 슈테판을 빌헬름으로 착각한 것.” 이렇게 적힌 부고 기사가 떠올랐다. --- p.43 「기억」 중에서 ‘귀에 있는 영혼’, 그것은 과학자들이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나는 다르다. 나는 뭔가를 할 수 있다. 계몽주의 사상은 인간을 자아로, 즉 세상을 창조하길 원하며 할 수 있는 주체로 보았다. 따라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의 몸과 영혼, 즉 자아가 스스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 자아는 그 소리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어야 마땅하다! --- p.74 「귀」 중에서 나는 신음하고, 탄식하고, 훌쩍이며 변기에 앉아 있었고, 장에 꽉 들어찬 똥 덩어리를 배출하기 위해 과도하게 힘을 주다가 혈관이 터져서 뇌출혈로 이어지면 어쩌나, 두려워했다. 이것은 완전히 허황된 두려움도 아닌 것이 응급 의사인 내 친구 M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병원에서 그런 죽음을 여러 번 경험했다. 나는 변기 위에서 웅크린 채 사망한 변비 환자가 될까 봐 두려웠다. 검시관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안타깝군요. 성공 직전이었는데….” --- p.130 「장」 중에서 어머니 고향에서는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집에서 시가를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온 동네에서 시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풀 냄새 같기도 하고, 흙 냄새 같기도 하고, 나무 냄새 같기도 한 강렬한 냄새였다. 잊을 수 없는 냄새가 또 있다. 나는 어린 시절 매주 새로운 책을 찾아 시립도서관에 갔는데, 거기에는 선명하게 구분되는 종이 냄새와 글자 냄새, 먼지 냄새, 독서에 빠진 사람들의 냄새가 있다. --- p.186 「코」 중에서 나는 느낀다. 내 몸은 여기서 자랐지만, 더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이제는 그것을 명확히 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원자 지식이 사실이라면, 내 주변 어딘가에 아버지, 어머니, 삼촌의 일부가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존재하기 전에 입자로 온 세상에 흩어져 있었고, 죽으면 다시 입자가 될 것이다. 오직 지금 짧은 과도기 동안만 생명과 의식을 가진 몸으로 존재한다. --- p.269 「심장」 중에서 |
불완전하고 취약한 모든 인생을 위해
몸이라는 작은 우주를 탐험하다 몸은 우리와 평생을 함께한다. 그러나 우리는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악셀 하케는 『재채기하다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깨달은 것들』에서 몸과 함께한 일생의 여정을 유쾌하게 기록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신체 변화의 기록이 아니다. 사진첩 속 아기 시절부터 68세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성장과 노화, 크고 작은 부상과 질병 그리고 그곳에 닮긴 삶에 귀 기울이는 따뜻한 에세이다. 하케는 “몸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매일 거울 앞에서 마주하는 작은 변화들, 예컨대 줄어드는 키와 점점 선명해지는 주름,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통증과 흉터 들은 단순한 노화가 아닌 몸의 역사이자 기록이다. ‘나이 듦’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주제는 이러한 관점을 통해 몸의 신비와 취약성, 나아가 삶의 덧없음과 경이를 체감하게 한다. 악셀 하케의 글은 개인의 기억과 삶의 본질적인 질문이 유머러스하게 엮여 있다. 재채기 한 번에 갈비뼈가 부러졌던 사건이나 친구의 이름을 잊어버린 웃지 못할 이야기는, ‘나’와 세계의 경계와 인간의 존재 이유까지를 고찰할 수 있는 훌륭한 시작점이다. 이 책에서 몸이라는 작은 우주는 곧 세상으로 연결되는 징검다리인 셈이다. 수치심과 두려움을 넘어 삶을 긍정하는 이야기 이 책은 한편 수치심과 두려움을 정면으로 다룬다. 몸의 변화와 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내며 유머로 승화시키는 방식은 악셀 하케의 진솔한 매력이다. 악셀 하케는 늙어가는 몸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서 삶의 진짜 의미를 찾는다. 흉터 하나, 주름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모든 흔적들이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증명해주는 기록이 된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또한 하케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기억, 기술과 인간성의 관계, 그리고 고독에 대해서도 사려 깊은 통찰을 건넨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가져온 신체와 마음의 변화, 점점 흐려지는 개인의 기억력, 그리고 과거를 망각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인간 존재의 역설까지 몸을 매개로 한 그의 성찰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이 책은 결국 몸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려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경계는 부서지고 흐릿해질지언정,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을 탐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감각할 수 있다. 그렇게 깨달은 ‘살아 있음’이란 이전과는 조금 다른 관점일 수 있다. 즉 이 세상에서 ‘나’라는 존재, 즉 한 사람의 인생과 기억은 몸이 늙는다는 필연적인 운명 안에, 그저 태어나고 죽는 평범함 속에서 발견될 수 있으며, 덧없이 연속되는 세상의 한 면으로 우리가 함께하고 있음을 이해할 때 비로소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나이 듦을 자각하고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막연히 고민하는 이들에게 유쾌하고 지적인 위로를 건넨다. 『재채기하다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깨달은 것들』에서는 노화로 인해 웃지 못할 사건을 겪는 중년 남자의 시선을 따라 평생의 동행자인 ‘몸’을 새롭게 바라본다. 모낭충의 주거촌이 된 피부, 생기발랄하지 않은 신체 곳곳을 자기 풍자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몸은 나이 든 신체를 넘어 ‘나’의 모든 역사를 간직한 공간이 된다. 악셀 하케는 이 과정을 따라 생명과 삶의 무한한 반복을 받아들이며, 인생의 덧없음을 지적이고도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어루만진다. |